<-- 세계창조 -->
태양과 달은 만들었다.
달을 태양과 연동하여 보름달처럼 마력이 최고조로 뿌리게 만들었기에 일반 달의 15배 이상의 마력을 나의 달에 공급할 것이다.
이제 정기와 마력은 이상이 없는데 생물체들은 잠을 자야하기 때문에 어둠이 필요했다.
내 마탑은 사각형의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 행성처럼 자전을 시키는 방식을 쓸 수 없다.
본래 행성 식으로 만드는 것도 고민했지만 확장성에 문제가 있어 바로 취소하고 대안을 찾았다.
결론은 초소형화 된 '근원의 태양'을 일정시간마다 암흑으로 감싸는 방식이다.
그런데 태양은 어둠을 물리치는 특성이 있어 보통 암흑으로는 곤란하다.
적어도 태양신과 맞먹는 신격을 가진 암흑신이 필요하다.
마계의 마족들은 그 존재 자체가 물질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곤란하고 그렇다고 빛조차 빨아들이는 이계에서 '블랙홀'이라 불리는 초중력체를 이 조그마한 마탑에 불러들일 수 없다.
결국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태양조차 긴 흑발의 장발로 흡수하는 나의 암흑의 정령신이다.
약간 굴곡이 있는 지극히 검은 머리카락으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몇 겹으로 감싸고 있는데 그녀가 그러는 이유는 신계나 마계의 어떤 물질도 그녀의 신성인 '흡수'를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령계에서는 극히 드문 마신계열이며 태양신조차도 그녀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자칫하면 정령신황 조차 위험한 권능이다.
과거 처음 소환했을 때 수십만 개의 머리카락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며 나의 차원방벽을 덮치는데 확률의 영향을 받는지 그 중 몇 개는 주신의 신력 외에는 어쩔 수 없는 나의 차원방벽을 관통했다.
단 1발만 허용해도 그녀에게 흡수 될 뻔 했지만 나의 근원학파는 생존을 위한 회복과 회피에 특화된 마탑 이기에 살 수 있었다.
안전하게 태양을 흡수하는 어둠은 아직 나의 지식으로는 대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자신의 권능을 나누어 줄 리가 없으니 이 방법을 써야겠다.
한편 암흑의 정령신은 너무나 놀라고 있었다.
완전히 변한 확장마탑은 너무나 순수한 정기와 마력으로 가득 차 있다.
물질계에서 이 정도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자신이 살았던 극한의 어둠에서조차 이정도의 마력과 권능은 결코 있을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의 마법지식으로도 불가능한 일들인 것이다.
'빛의 여신들에 매료된 변질자에 죽일 바람둥이인줄 알았는데.'
그런 변질자가 이정도의 마력과 지식을 쌓을 수 없다.
자신은 고대 태양신의 아들에게서 태어나 반신이었던 시절의 남편처럼 남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반편이 될 뿐이다.
그런 남자를 자신은 불가능에 가까운 위업을 성취하기 위해 반신의 경지를 넘어 신에 도달한 모든 마법을 써서 도왔다.
비록 빛의 신들의 부추김이 있었다 하나 인간의 마음을 조작하는 것은 주신조차 힘든 일이었으며 온전한 잘생긴 얼굴과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간 자신의 선택이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왕의 권위와 나라를 보호하는 보물을 그에게 주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어버지를 잘 알기에 자신의 어린 남동생으로 협박하여 추격을 멈추었다.
'사고였어.'
배의 끝에 자신의 마법으로 구속하여 매달은 남동생에게 배의 영웅들의 마법들이 발동시킨 방어마법과의 반발로 산산 조각나 바다에 뿌려졌을 때 자신은 암흑으로 영구히 떨어졌다.
울부짖으며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남동생의 부서진 유체를 수습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이제 나에게 돌아갈 곳은 없고 이 남자 밖에 없음을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정말 한심했다.
위업의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 될 왕위조차 받지 못하고 오히려 왕인 삼촌에게 암살의 위협까지 받으면서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러다가는 자신이 급히 나은 아이들마저 위험하기에 나는 늙은 삼촌과 시누이들을 젊음의 마법으로 유혹하여 일부러 실패하여 모두 처리하고 왕의 자리에 그 남자를 올렸다.
이제 행복이 돌아온 줄 알았으나 그는 나를 왕비로 하지 않고 옆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려 했다.
자신의 나라를 배신하고 친동생을 죽였으며, 가족을 잔혹하게 죽인 '마녀'를 고귀한 왕비로 만들 수 없다면 나를 매도했고 나는 그때 미쳐버렸다.
내가 누구 때문에 반신인 내가 여왕이 될 나라를 버리고 동생을 잃고 친척을 죽인 '마녀'가 되었는데 그런 나를 타인도 아닌 당신이 매도하다니 절대로 용서 할 수 없어진 나는 신들조차 두려워할 복수를 강행했다.
그와 결혼할 옆 나라의 공주에게 모든 것을 불태우는 태양의 독을 바른 예복을 보내 태워 죽이고 그 옆에서 행복해하는 딸을 바라보던 왕까지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그가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칼로 고통스럽게 죽이고 왕국을 불태웠지만 그를 살려두었다.
남은 평생을 후회와 절망 속에 살라고 말이다.
그런 나의 행위에 빛의 신들조차 자신들이 계기를 부여했기에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했고 나의 할아버지인 태양의 신은 장탄식을 거듭하며 나를 마신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암흑의 마신이 되었고 나의 신성은 '선택 배신'이었다.
법칙을 왜곡하고 틈을 찾아 그것을 유린하는 신성 중에서 최고로 흉악한 것이었다.
암흑의 마신이 된 나는 아무것도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었다.
나의 죄업과 절망이 커다란 암흑의 구멍이 되어 나의 육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분쇄하는 것이다.
나의 마법으로 머리카락에 신성을 몰아넣고 자신의 육체를 봉인하고 스스로 정령계로 왔다.
자칫하면 하나 남은 가족인 고대 태양신조차 흡수할 뻔 했고 자신 때문에 거신족의 혈통이라 그렇지 않아도 좁은 할아버지의 입지가 탄핵 직전까지 몰린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령계에서는 가끔 빛의 정령신이 시비를 걸어왔지만 나의 소문이 퍼지고는 가까이 오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신을 놓고 멍하니 혼자 지낸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암흑의 정령신인 나를 소환하는 강대한 마법이 나를 강제 소환했고 나는 보았다.
저 4명의 빛의 정령신이 강제 계약되어 그의 주위에 쓰러져 있고 나와의 계약을 원한다고 로브를 걷고서 내게 말했다.
마력 소모로 피곤한 듯 했지만 눈은 열정으로 끓어오르고 있었고 입은 고집스럽게 꽉 물려있었다.
타인을 끌어들이는 왕의 자질이 너무나 넘치는 모습이었고 자신의 마음을 다시 뒤흔들었다.
마치 자신의 남편이 될 뻔했던 남자처럼 말이다.
계약자격은 넘치도록 강하고 마음에 너무나 들어 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주위에 강제 계약된 빛의 정령신이 전부 자신을 능가할 만한 아름다운 여성이란 것을 알고서 분노했다.
'이 자도 그 남자와 같다.
엄청난 바람둥이에 나를 알면 결국 나를 배신할 거다.'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그를 공격했고 나는 주신의 권능인 차원의 권능을 이기지 못했다.
처음 승부에 지고 그와 강제 계약했다.
그 후 빛의 정령신과 같이 소환되었지만 그를 돕지 않고 빛의 정령신이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같이 공격했다.
이 자의 신성은 태양신의 힘조차 선택하면 흡수하여 최고로 흉악하다는 나의 신성을 거의 튕겨내는 특이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법에 특화된 자신조차 이해 불가능한 마법이 그를 보호하자 완전히 막아내는 것을 보고 마법적 호기심에 최선을 다했지만 정기를 극한대로 그에게 얻어 2단계 위의 정령신황조차 쩔쩔매는 정령신의 다섯 명의 합공도 그의 마법방어를 어쩌지 못했다.
마법사로서 정말 위대한 경지였기에 마법사였던 나의 마음은 깊어지고 더욱 불안해진다.
'혹시라도 나를 알면 나를 싫어 할 거야.
그 전처럼 마음을 주어서는 안 돼.
그러기 전에 더 독하게 대해야 돼.'
그러고 시간이 흘렀는데 이번에 소환한 마법사는 작게나마 별을 만들고 태양과 달을 지배하는 권능을 마법으로 보였다.
이 얼마나 위대한 마법인가?
신격에 도달했던 나의 반신시절의 마법도 여기에 비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나의 가슴이 과거처럼 주체할 수 없이 뛰기 시작한다.
로브로 전신을 가린 위대한 마도사가 자신의 눈에 화인처럼 박혀왔다.
'안 돼. 또 잘못을 반복할 셈이야?'
겨우 자신의 마음을 다스렸는데 흑마도사가 가까이 왔다.
온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고 다시 가슴이 뛰고 정신이 흐릿해진다.
보이는 것은 그 뿐이고 흥분에 쌓인 마음이 희열로 가득해서 넘칠 것 같다.
그래 나는 이런 여자였다.
감정과 열정에 모든 것을 불사르다 자신과 주위조차 파멸시킨 죄악이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