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수림 바깥과의 전쟁 -->
크아아아악-!"
오크신 우르크의 신혈이 뻥 뚫린 가슴에서 분수처럼 치솟으며 주변에 뿌려갔다.
주변에 있던 최상급신들도 당황하여 그것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끝까지 피로 적셔졌다.
황급히 주변에 있는 신들이 치료하려 했으나 신살의 권능이 상처를 악화시키는 것을 막는 것이 다였다.
패닉에 빠져 소리치는 여신들과 피에 어쩔 줄 모르는 상급천사들이 어지러이 날라 다니기 시작했다.
단숨에 아수라장이 된 이곳은 신계의 최상부인 주신전이다.
이곳에 모인 1,150명의 1억 이상의 신도를 가진 최상급신들이 지금 상태에 혼이 나갈 정도였다.
"뭐냐 이게?
최상급신을 단 일격에 이렇게 만든다고?"
9서클의 '어택 오브 기간테스 클랜'에 의해 5억의 신도를 가진 중급의 최상급신이 전력을 다해 막았는데도 거의 소멸에 들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그랑조아-! 이야기가 다르지 않는가? 간단한 사냥감이 아니다."
평시 우르크와 깊은 친분이 있던 모든 야수를 관장하는 야수신이 흥분해 소리쳤다.
거의 10억에 도달하는 신도와 신력을 가진 최고위 신들 중 1명이 포효를 터트리자 주신전을 뒤흔들었지만 무감정하지만 맑은 음성이 그 흔들림을 잠재웠다.
"이정도로 과감하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의외군요."
신살의 권능을 가진 마법을 모든 신이 주시하는 중에 오크신이 가장 아끼는 반신의 아들 중 하나를 상대로 터뜨리고 대수림의 일억에 가까운 생명을 한순간에 매장했다.
중급의 최상급신이 그 마법에 단숨에 하급의 최상급이 될 타격을 입어버렸다.
살생을 극대로 꺼리는 모습만을 보아온 흑마도사의 돌발행동에 가장 당황한 건 그랑조아였다.
단지 마탑 안에서 방어하다 끝장날 줄 알았는데 뛰쳐나와 이 정도로 살생을 할 줄 예상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때까지 신들과는 충돌을 피해서 흑마도사를 먹겠다고 덤빈 오크엠페러도 조금 손보고 풀어줄 정도인데 아예 변한 듯 미친 듯이 폭주하고 있었다.
최상급신을 신살의 마법으로 공격 한다는 것은 아예 신계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인데 아무 망설임 없이 오크 엠페러를 미끼로 끌어들여 끝장을 내려했다.
"최고위 신의 능력이라 보아도 손색이 없다.
중간계의 흑마도사로서 신격에 오른 존재이기에 중간계에서 제한도 없다.
이대로 마왕들과 전투에 들어가면 중간계는 멸망이다."
"그랑디아여 설마 이걸 노리고 우리를 부추긴 것인가?
대수림 외의 모든 중간계를 멸망시키고 그 황폐화한 대지를 엘프들에게 줄 생각인 것이냐?"
"시끄럽군요.
사악한 흑마도사를 소멸시키고 얻는 10억 이상의 긍정의 카르마를 공평하게 나눠 주신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다수결로 결정한 사항이 아닌가요?"
".........."
물론 저 정도로 강자 일 줄은 모르고한 동의였지만 순간 말이 막힌다.
더구나 다른 원탁의 최고위 여신들이 한마디씩 거들자 더욱 그렇다.
"결정한 것은 우리 모두이며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요. "
"지금 중요한 것은 흑마도사의 처리이지 책임소재를 가릴 때가 아니에요."
"흑마도사만 소멸시키면 일은 해결 되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소!
왜 저런 최상급의 권능을 가진 존재를 적으로 몰고 있는가 하는가요?
지금이라도 마왕을 마계로 몰아넣고 화해해야 하오."
"사악한 흑마도사를 최상급신의 좌로 올릴 수 없어요."
"그게 아니지 않소!
그렇게 남신들이 늘어나는 것이 두렵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요?
나와 신위전을 해보자는 건가요?"
원탁을 가운데에 둔 회의실이 싸늘한 침묵에 도달했다.
신계 주신 1명과 1명이 남성의 최고위 신, 그리고 8명의 최고위 여신신이 원탁의 구성 이였고 그것은 신족의 구성비율과 같기에 여론으로는 밀리다..
마족처럼 결투를 인정하지 않는 신족들은 가진 의견이 다르면 신력과 세력을 겨루는 신위전을 한다.
거기에 따라 패하는 자는 신격이 초기화 된다.
즉 종속시키고 있는 하위신이나 동료신의 수에 따라 우열이 가려지며 패한 자는 죽음과 같이 신격이 초기화되어 재생되는 신족에게 가장 큰 처벌을 받는 것이다.
야수신이 이정도로 분노하는 이유는 신자의 수가 곧 신력을 결정하는 이상 탄생의 기본 신성을 가진 여신들이 많은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중간계가 발전함에 따라 조금씩 남신들의 비율이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신계와 연합으로 신계가 힘들어 지자 책임을 물으며 여신들이 그랑조아를 중심으로 남신들을 배격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여신보다 신력이 강하게 태어난 남신이기에 가중처벌을 받는다.
똑같은 공을 세워도 약한 여신이 노력을 더했다고 먼저 승진한다.
남신은 누구보다 용맹하게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워야 했고 여신은 약하기에 후방에서 보호받아야 했다.
남신들의 수가 사고한 실수로 정령신으로 유폐되고 전쟁에서 죽어 줄어가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신족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는 여신들은 보호받는 여신만을 탄생시키기 시작했고 남신들도 재생되면 여신이 되었고 지금 신계의 어린 신은 대부분 여신이다.
남신들은 이제 여신들의 과도한 감시와 통제를 거부하고 결혼조차 하지 않으며 스스로 고립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를 기르는 부부가 사라지고 단지 만나서 쾌락을 나눌 뿐이다.
최초로 신계를 만든 지식과 야수를 관장하는 자신들을 제외하고는 남성은 아무도 최고위의 최상급이 되지 못했고 지금 있는 최상급의 남신도 처음부터 있던 자들이었다.
과거 100명에서 시작하여 1000명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말이다.
그런 자신들도 거의 마족과의 전쟁터에서 마왕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환되어 사악한 흑마도사가 마왕과 계약해 중간계를 위협하니 멸망시키자는 간단한 설명만을 듣고 찬성을 했는데 저런 힘을 가진 자를 적으로 돌리는 미친 짓이었다.
결국 다혈질인 야수신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본신의 힘이 마왕을 능가하는 자가 마왕과 계약을 할 필요가 없다.
그랑조아-! 결국 네가 선을 넘었다.
신위전이든 결투든 뭐든 하자.
나를 속이는 자는 같은 신족이라도 용서하지 않는다.
나는 집지키는 개가 아니다."
야수신이 울부짖는 것과 같은 광폭한 신력이 주신전을 가득차고 적의를 들어내자 하위의 최상급신들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외곽으로 피했다.
그런 야수신의 도발에 차가운 미소로 주변을 돌아보며 대답하는 그랑조아였다.
야수신은 강하나 혼자였고 다수인 자신의 세력의 힘을 믿는 것이다.
"혼자서 우리 모두와 말인가요?"
"더 이상 이런 꼴을 보지 못하겠다.
경계에서 마족들과의 싸움에 내 부하들이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런 마족을 용납하며 거래하는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잔머리 돌리는 것을 볼 때마다 속이 뒤집혔고 내 하위신들이 정령계로 위폐 될 때마다 이를 갈았다.
끝장을 보자."
야수신이 발하는 지독한 원한의 감정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과거 자신과 같던 최상위의 최상급신이던 오크신의 신격이 이제 하위의 최상급신으로 격하되었다.
대수림에서 평화롭게 살던 오크들이 그랑조아의 하이엘프들에 의해 절반이하로 줄면서 격하되더니 이번에는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려 저리되어 버렸다.
용맹스런 태초의 전사계열의 신들이 중간계에 발전하면서 점점 힘을 잃어갔고 전사인 자신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 신격이 격하되었다.
죽음으로 신격이 초기화되는 신들은 대부분 여신이 되었고 이제 자신이 최전선에 서지 않으면 균형이 무너질 지경이었는데 전선에 시찰 나온 마왕들은 마족들과의 전투에서 피를 뒤집어쓴 자신을 여신들의 집지키는 개라고 모독했다.
미친 듯이 싸우다 겨우 안정화된 경계에서 주신전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데 나를 속였고 얼마 남지 않은 최상급의 남신이 또 격하된 것이다.
그것도 같이 과거에 같이 싸워왔던 전우가 말이다.
"그만들 두어라.
최상급신간의 다툼은 금지되어 있다."
피곤에 절은 거처럼 느껴지지만 무너지지 않은 위엄을 지닌 목소리에 지금이라도 그랑조아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버릴 기세의 야수신이 정중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왕이시여. 오래간만에 뵈옵니다."
"그대도 그런 과한 예를 할 것 없다.
신족은 마족처럼 계급사회가 아니며 모두가 평등하다.
단지 가진 힘에 따라 역할이 다를 뿐이다."
주변의 최상급신들이 분분히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자 주신이 아직도 피가 멈추지 않은 오크신을 간단히 회복시키고 피해를 입은 신격을 복구시키자 야수신이 고개를 더욱 숙였다.
강한 자는 존경받을 권한이 있다는 약육강신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아득한 과거 이계에서 주신을 자신의 신왕으로 모시고 전장을 달렸던 그 때가 자신의 황금기였고 살아있던 때였다.
'그때 거신족의 왕과의 싸움 때 소멸했어야 했어.
오래 살아서 이런 꼴을 보다니.'
이 별에 도착해 신계를 만들고 생명을 번성시키고 침략해오는 외적에 맞서 힘겹게 싸우면서도 빛나고 희망에 차있던 자신의 왕이 지금은 너무나 힘들고 괴로워 보였다.
"이번 일은 흑마법사들이 일으킨 일이다.
거기에 저 위대한 흑마도사가 민감하게 반응하여 움직이고 있다.
저 자의 힘이 강하고 괴이하니 각 신들은 정확히 파악 될 때까지 나서지 마라. "
"알겠습니다."
야수신의 무례한 언사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어 무엇인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그랑조아와 여신들이지만 아까 보인 야수신의 살기는 정말 이 자리에서 전투를 벌일 각오로 넘쳤고 남신들의 분위기가 점점 살벌하게 변하는 것을 느끼고 넘어가야 함을 알았다
"주신전에서 소란을 일으킨 야수신은 지금 경계로 가서 반성할 것을 명한다.
향후 지시가 갈 때까지 소임을 다하라."
"명에 따르겠습니다. 왕이시여."
더욱 고개를 숙여 답변하고 걸어 나가는 야수신의 뒤를 보는 주신의 눈이 잠시 젖어갔다.
'이것이 아닐진대!
내가 원하던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은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인데.'
자신의 부모를 모시다가 자신이 신으로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종속신으로 들어와 영겁의 세월을 같이 전장과 신족들의 세상에서 떠돌다 이 풍요로운 세계에 정착하여 주신이 된 지금까지 자신을 수없이 구하고 도와 준 가족보다 더한 심복을 어쩔 수 없이 징계해야 하고 아무도 가지 않아 전쟁터에 내몰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자괴감이 들고 있는 것이다.
주신의 출현과 동시에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다시 흑마도사에게 시선을 돌린 신들의 안색이 하얗게 변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