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수림 바깥과의 전쟁 -->
수백만의 흑마법사들이 실체화된 유령들에게 처참히 찢기고 되살려지고 다시 죽는 것이 보였다.
두 마왕의 목을 양손에 든 흑마도사가 그것을 내려다보며 9개의 원을 빛낼 뿐이다.
처참한 비명과 튀어 오르는 혈육만이 하늘을 가득 매웠다.
기질이 약한 자는 오줌을 지리거나 기절하는 행운을 누렸다.
"저런 존재를 무슨 수로 토벌하라는 거냐?"
사악한 흑마도사를 토벌하라는 신탁으로 전쟁을 준비하던 인간들의 나라가 두려움에 떨며 한없이 움츠려 갔다.
살아남은 저서클의 흑마법사들의 눈이 뚫어져라 커져갔다.
저기서 저렇게 죽어가는 자들은 모두 자신들 위에서 신처럼 군림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이 벌레보다 못하게 무참하게 죽어간다.
무엇보다 저기에 흑마법의 극치가 있었다.
그들은 한마음으로 마음속으로 외쳤다.
'저 위대한 흑마법의 힘을 보라. 죽은 자를 되살리고 산자를 죽지 않게 한다. 마왕을 멸하고 법칙을 비틀어 자신에게 향하게 하는구나.'
자신조차 심판받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하나 마왕조차 유린하는 위대한 마도사가 흑마도사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다.
그들은 그 참혹함보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9서클의 마법과 마력의 흐름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몰입하고 이었다.
한참 동안의 살육의 시간이 지나고 여기저기서 빛이 일어나며 되살아난 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복수에 만족한 그들이 점점 윤회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비례해 '안티 카르마'에 당한 흑마법사들이 하나 둘 육신이 줄어들며 검은 구슬로 변해 갔다.
흑마도사는 크기가 제각각인 검은 구슬들을 공간으로 빨아들였고 그 과정은 여명이 밝아올 때 끝났다.
태양이 올라올 때 수백만의 흑마도사는 모두 사라지고 피에 완전 물들어 피의 바다처럼 보이는 대지만이 끝없이 이어져 하늘을 가득 채웠다.
"다음은 너희 차례구나."
흑마도사의 모습이 하늘에서 확대되며 로브의 얼굴부위가 자신들을 내려다본다.
제국의 황제와 왕들의 두눈이 찢어질듯 벌어져갔다.
거대한 무엇인가가 자신을 노리는 듯한 감각이 끝없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눈에서 자꾸 눈물이 나려했다.
"무엇으로 대가를 치룰 것이냐?"
머리가 하얗게 변해갔다.
흑마법사들이 밤새도록 찢겨서 죽고 되살아나다 소멸하는 모습을 본 직후다.
그런데 그 대상이 지금 자신들로 바뀐 것이다.
"너희들도 스스로 할리 없겠지."
"치루겠습니다. 원하시는 무엇으로도-!"
황제와 왕들이 이동구성으로 외쳤다.
조금만 실수하면 바로 저들과 같은 운명이란 감각이 온 몸에서 위기 경보를 발해 반사적으로 외친 것이다.
"좋다. 아직 나를 공격하지 않았으니 협상을 해주지."
"감사합니다. 위대한 마도사이시여"
자신의 눈앞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거대한 인영의 시선에 반사적으로 대답할 뿐이다.
"향후 정당한 흑마법을 다른 마법과 동등하게 대우하며 탄압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서약하며, 그 계약의 증표로 가장 존귀한 여성을 넘기고 그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나라를 원할 경우 양위한다.
이 계약은 그 여성이 죽기 전까지 유효하다."
"..."
혹시라도 한마디 말이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황제와 왕들이었다.
자신들의 운명이 달려 있으니 어떤 조건을 달아도 들어줘야 할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들과 관련된 내용에 당황한 흑마법사들이 그 내용을 깨닫자 왈칵 울음을 터트리는 자들도 있었다.
천한 신분으로 흑마법사가 된 이후로 처음으로 자신들을 옹호하는 것을 본 것이다.
비록 수백만의 흑마법사를 처단했으나 그 역시 흑마법을 익힌 위대한 마도사였다.
"어길시 상대방의 어떤 행위도 용납된다. 서명하라."
쫘아아악-! 쫘악-!
황금빛으로 빛나는 서약서가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나 펼쳐지고 금빛의 펜이 공중에 떠올랐다.
황제와 왕들이 계승문제가 나오자 잠시 멈칫했다.
가장 존귀한 여성이면 계승권을 가진 황녀가 된다.
여기는 문제가 없는데 태어나는 아이가 나라를 물려받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자신이 건재한 이상 문제없었고 비록 절대왕권이지만 황제나 왕의 자리는 그렇게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목숨이 걸려도 협박에 의해 결정될 사항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여성이 죽으면 계약이 소멸하고 어느 한 생각이 떠오르자 망설임 없이 서명하려 했다.
'잘하면 저 위대한 마도사의 수호를 받을 수 있다.'
딸에 대한 부정보다 마왕조차 농락하는 흑마도사의 협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스치자 서명하려한 것이다.
"그것은 '카르마의 계약서'이며 창조신의 권위이다.
어기게 될 것 같으면 거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를 것이니."
갑자기 들려온 흑마법사의 경고에 멈칫했으나 이미 선택은 했다.
사르르륵!
황금빛의 서명이 빛나며 계약서가 빛을 발한다.
"계약이 모두 성립되었다. 인간의 나라와의 은원은 정리되었다."
흑마법사의 양손이 휘저어지면 무엇인가를 그려가자 각 나라의 도시와 평원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러나 너희들 신전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든 성물과 성녀를 내놔라.
아니면 신국은 멸망이다."
중간계 전체를 광폭한 마력이 휩싸이며 무엇인가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돌변한 흑마도사의 태도에 당황한 황제와 왕들이 소리쳤다.
"흑마도사시여 계약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성물과 성녀를 원하시면 바치겠나이다."
그러나 흑마도사의 한마디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광신자를 설득하다니? 아직 나조차도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