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수림 바깥과의 전쟁 -->
주신전의 전쟁신이 그대로 일어 선 자세에서 무너져 간다.
털썩-!
떨어진 무릎부터 금이 가며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에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다.
"안 돼-! "
주신의 반려이며 여신들의 대표 격이었던 농경의 여신이 비명을 지르며 전쟁의 신의 신체를 고정하려 했지만 신체를 유지하는 신령이 사라진 이상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것이 신의 죽음이며 신령을 잃은 신체가 겪는 결과이다.
하찮은 인간과 같이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신령이 저 창에 묶인 이상 상급신으로 재생도 불가능하다.
농경의 여신이 울며 어떻게든 신체를 모으려고 하지만 점점 먼지처럼 흩어질 뿐이다.
결국 주신에게 애원하는 것뿐이었다.
"살려줘요. 당신은 주신이잖아요?
당신의 아들이란 말입니다."
절규하는 아내의 부름에 주신의 신력이 반쯤 흩어진 전쟁신의 신체에 부어졌다.
파아아아악-!
운명을 일부는 조정 가능한 주신의 위대한 신력에 의해 전쟁신의 죽음이 멈추어졌지만 지연시킨 것뿐이었고 주신의 얼굴이 고통으로 굳어져 갔다.
방금 주신살의 창의 위력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일부 파괴한 것이다.
그 상처를 힘으로 압도하여 치료한 순간 지혜의 신이자 예지의 신이 입을 열었다.
"전쟁신이 죽는 운명은 없었습니다만 죽었습니다.
알고 계시지요?"
"……."
소멸하기 직전에 고정 된 전쟁신의 신체를 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주신이시여, 위대한 흑마도사는 10서클을 초월하여 작게나마 운명에 간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두 명의 최상급신이 당했습니다."
주신의 원탁의 의자 앞에 서서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미 편법으로 계약을 어긴 우리와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상급의 남신들이 신력으로 자신의 갑옷을 불러들이고 자신의 원탁에서 일어나 예지의 신의 뒤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그 수는 49명이고 주신과 같이 이 풍요로운 별에 도착하여 신계를 세우면서 살아남은 남신들 전부였다.
저기 눈치를 보고 있는 자신의 아들들과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난 남신들의 모습에 이가 악물려져 갔다.
더구나 이 가장 멍청한 전쟁의 신은 자신의 신국이 위험해지자 멋대로 강림하여 저렇게 손쉽게 당해 사기를 꺾었다.
"전쟁을 명하소서. 왕이시여."
주신의 얼굴이 너무나 비참하게 굳어져 갔다.
자신의 말만을 믿고 충성을 맹세하며 이 변경의 별에 와서 무수한 싸움을 거치고 겨우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격한 싸움 끝에 몇 번의 재생을 거친 자들이 많았다.
신으로서 죽음을 경험하며 싸우다가 재생을 포기하고 소멸한 자들이 얼마나 많았고 그것을 보고 얼마나 괴로워했던가?
겨우 평화롭고 안락한 신계를 만들어서 이들이 쉬는 것을 보고 얼마나 마음에 위안을 받았는지 몰랐다.
비록 거칠고 예의를 몰라 새로운 신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보아왔지만 전쟁터보다는 나았다.
그런데 힘의 끝을 모르는 10서클의 흑마도사가 버티고 있는 중간계로 1할의 힘밖에 가지지 못한 채 자청하여 강림하려 하고 있었다.
신계에 오르면 당장 최상의 최상급신이 될 수 있는 존재에게 1할의 힘으로 덤비려고 하는 것이다.
주신살이란 자신조차 침범하려하는 신기를 가진 적의 눈앞에 강림이란 허점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선봉은 언제나처럼 저이옵니다.
비록 주신살의 창이라 허나 버티어내겠나이다."
어느 새인가 야수신이 나타나 무릎을 꿇는다.
영겁의 세월동안 그는 항상 저 자리에 있었다.
수많은 신들이 자신을 떠나고 들어오면서 묵묵히 가장 힘든 자리에 있었다.
최고위의 최상급으로서 지위가 주어졌지만 믿고 맡길 자가 없어 연회와 편안대신에 피와 죽음이 넘치는 전쟁터를 지키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왕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저희들의 생명으로서 치울 것입니다.
명하소서. 우리의 왕이시여."
과반수가 저 창에 죽을 것을 알면서도 자청하는 모습에 짙은 회환이 몰려왔다.
어디서부터 잘 못되었는가?
흑마도사가 차원이라는 주신에 준하는 권능으로 신격에 올랐을 때 최상급의 신으로 받아들였으면 끝날 일이었고 그의 성격으로는 본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한 신계를 위해 봉사했을 것이다.
인간출신의 신을 최상급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사악한 흑마도사를 소멸시키거나 중간계에 유폐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신들의 여론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언제나처럼 다수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제안을 발의한 그랑조아가 소멸을 집행하려하다가 중간신역이 무너지기 직전에 몰려 중지되고 중간계에 유폐하되 카르마가 '극악'이 되면 제거하는 것으로 미루고 흑마도사를 '카르마의 계약서'로 제한했다.
'이들만이 반대했었지.
그 무수한 비난을 참고서 힘에는 빛도 암흑도 없다고.'
주신의 눈이 이들을 벗어나 흑마도사를 내려 보다 눈이 커져갔다.
흑마도사의 10개의 빛의 원이 로브 위에서 빛나며 허공에 반투명한 무수한 창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것은 마력의 흐름에 따라 대나무의 숲처럼 흔들리며 유영하다 돌고 있는 빛의 원에 가시처럼 달라붙으며 이명을 발한다.
이계의 주신살의 창이 수천 개로 늘어나 빛의 원에 달라붙어서 마력에 감응하며 생명을 얻은 듯 울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하늘 위에 마도사가 이제 하늘을 찌르듯 확장된 빛의 마법의 서클에 붙은 창을 올려다보며 감정에 가득한 어조로 하늘을 향해 외쳐갔다.
"70년이다. 처음 신격에 올라서 싸운 그랑조아와 무승부를 한 이후로 숨죽여 너희들과 전쟁을 준비한 것이 말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평화로웠던 것 같구나. 나는 굴욕을 참으며 계약을 하고 이길 방법을 찾아 차원을 헤맸는데 말이다."
꽈르르릉 - !
대기가 난자되며 주신살의 창들이 대기를 가르고 중간계에 쏘아졌다.
"내가 사악한 흑마도사이므로 중간계에 유폐하는 '카르마의 계약'이라고?
30년간 마법만을 연구해 온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 못 했기에 카르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주신이 나를 악이라고 정한단 말인가?"
중간계의 허공의 하늘에 별처럼 주신살의 창이 실제로 빛나며 떠오른다.
그물처럼 온 하늘을 촘촘히 감싸며 중간계를 포위하기 시작한다.
"카르마가 극악이 되면 제한 없이 강림해서 나를 멸하겠다고?
아무 것도 안해도 부정한 카르마가 쌓이는 사악한 흑마법사의 수장으로 정하고서 말이냐-!"
검은 마력이 하늘을 덮듯이 퍼져가며 신력을 제한하기 시작한다.
신관들이 목을 잡고서 쓰러져 갔다.
주신살의 창의 결계가 신력 자체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카르마가 쌓이는 것을 연기하기 위해 이름마저 영구히 봉인해야 했다.
아니 그래도 좋았다.
신계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마탑에서 평생 조용히 살 생각이었다."
흑마도사의 열개의 원이 끝없이 팽창하며 중간계 전체를 원으로 감싸갔다.
"그런데 10서클에 도달하지 못한 하찮은 마왕주제에 나를 사냥하겠다고?
계약을 편법으로 비틀어 나를 죽이겠단 말이지."
우둑-! 둑-!
머리를 주신살의 창에 찔려 이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마왕들이 흑마도사의 마력의 파동을 직격으로 받고 납작해져 가고 중간계 전체가 열개의 마력의 원과 주신살의 창의 결계로 이중으로 봉쇄되어 간다.
주신급의 신력 개입을 막기 위한 이중의 결계였다.
"신계를 멸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신도를 없애는 것이다.
근원학파의 학칙에 따라 생존과 승리를 위해 후환을 철저히 없애겠다."
거대한 별들의 모습이 흑마도사의 뒤의 허공에 떠올랐다.
전쟁의 신의 신전을 강타하려 했던 별보다 더 거대한 별들이 수십개가 먼 허공에서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별을 향해 가속하며 다가오는 것을 아무런 가감 없이 비추어주고 있는 것이다.
흑마도사의 말이 다시 중간계 전체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광신도라서 고맙다.
순순히 성물과 성녀를 넘겨주었다면 이러지 못할 뻔 했다."
교황과 성녀의 귀를 찌르는 말과 함께 가속된 별이 대기에 나타나 각 신들의 신전에 스치듯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근원학파 학칙
1. 대가 없이 전쟁에 나서지 말라.
2.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고 승리를 차선으로 하라.
3. 자비로 후환을 남기지 말라.
4. 만전의 상태로 전투에 임하라.
5. 승리에 도덕은 없다.
6. 불필요한 원한을 만들지 말라.
7. 조직에 속하지 말고 마법에 힘쓰라.
8. 제자를 둘 경우 모든 지식은 기억전이로 물려준다.
9. 가장 높은 서클을 가진 마법사가 전장에서 모든 지휘권을 가진다.(강제)
10. 강제학칙을 거부시 모든 근원학파는 거부자를 심판한다.(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