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급신의 인수인계 -->
정신이 멍한 상태로 대수림 주변으로 공간이동을 하고 머리가 과다한 고민으로 달그락 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마탑으로 향한다.
최상급신이 되었지만 신도가 항상 치고받고 싸웠던 엘프들이다.
신력이 전해오고 있지만 극히 적고 마도사인 내게는 아무 도움도 안 되어서 마탑 안의 우주수로 돌려 버렸다.
하긴 하이엘프 제국의 원수이며 신국들을 모두 멸망시키겠다고 수십의 별을 불러들인 흑마도사가 빛의 일족인 자신들의 신이라는데 나라도 황당하겠다.
그나마 마왕들을 처단하고 흑마법사들을 대부분 몰살시켜 카르마가 '극선'이 되어 하급신의 신력이라도 되는 것이며 그나마 하급신도로 유지되는 것이 정말 용할 지경이다.
교황격인 하이엘프퀸조차 혼란한 의지를 보니 원래는 배교자로 넘쳤을 것이다.
신이 되니 엘프들의 모든 것이 전해져 온다.
인구수 하이엘프는 12억이고 엘프는 1,024억이다.
그 중 직접적인 신력이 되는 광신도들이 10억 정도이다.
이 넓은 중간계에서도 독보적인 광신도 수이며 과연 이러하니 주신을 노렸지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리고 신위전에 나가 당선될 인기를 얻으려고 사악한 흑마도사인 나를 죽이려고 발악했지.
사실을 알고 보니 정말 저 놈의 신계와는 상종도 하기 싫을 정도다.
직위가 높아져도 아무런 권리나 특혜도 없고 그랑조아의 경우를 보니 한번 실수하면 끝장이다.
당연히 중간계와 마계처럼 계급주의인줄 알았지 저런 꿈과 환상이 넘치는 조직인줄 몰랐는데 카르마의 계약서에 최상급신이 되겠다는 조항을 내 손으로 써 넣었다.
그것도 그동안 원수였던 엘프를 신도를 받아 관리해야하고 전쟁신의 역할에 중간계의 운영까지 덤으로 말이다.
그나마 방치하면 카르마의 계약에 당장 험한 꼴을 보게 된다.
'정말 돌아버리겠다. 어디 한 놈만 걸려봐라.'
빛의 최상급신에게 도전하는 것은 카르마에게는 큰 죄악이다.
카르마도 벌고 울화도 풀어 버리려고 자근자근 밟아줄 생각을 하였는데 정말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
거대한 대수림의 주변에 엎드려 절하는 하이 오크와 나가들이 무수히 깔려있다.
"고귀하고 위대하신 흑마도사께서 돌아오셨다."
"위대한 전쟁의 신을 찬양하라."
푹-!
저절로 로브 안의 고개가 숙여 졌다.
나만 보면 죽이겠다고 달려들던 대수림의 종족들이 안면을 싹 바꾸고 당장 내 신도로 귀의할 기세다.
바빠서 끝장을 못 내고 던져 놓았던 오크엠페러조차 전신을 붕대와 부목으로 감싸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엎드려 있다.
반신이며 오크의 교황이라 거의 다 나았을 것인데 저러고 있다.
저것부터 끝장내고 갔어야 하는데 마왕이 추가 소환되는 것이 빨라 미처 마무리를 못 지었다.
저것이 오크신의 아들이 아니고 중립 중에서 선에 안 속하면 당장 없애버릴 것이다.
용족들은 아예 안 보이는 걸 보니 다른 마계의 문을 핑계 삼아 도망간 모양이다.
나에게 미쳤다느니 저주받을 것이라고 욕한 용족부터 잘근잘근 밞아주려고 했는데 말이다.
아니 몇 명 남아있고 마력을 보니 용황과 용왕들이다.
그럼 중간계의 수호종족이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포기하면 안 되니 어디 덤벼봐라.
그런데 이것들도 배신이다.
"고귀하고 위대하신 흑마도사에게 귀의한 아이들이 있어 데려왔습니다."
인간으로 변한 옥황과 용족들이 나를 보자마자 납작 엎드리더니 몇 명이 앞으로 나왔다.
머리카락이 검거나 하얗고 색색이 다른 미녀들 일곱이 화려한 보석과 드레스로 단정한 채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의도적인지 숙인 살짝 벌려진 드레스 상의 위로 풍만한 가슴이 흔들리는 것에 잠시 시선이 갔으나 이상한 일이다.
거의 용왕급인 드래곤들인데 주신에게서 나한테 귀의를 한다고?
"자의로 이미 선택했습니다.
부디 잘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모시는 신을 바꾸는 행위는 신들에게 정한 가장 큰 죄악이고 만약 바꾼 신의 가호가 없으면 처참한 꼴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 저 여자들의 감정이 전해오는 것을 보니 정말인 것 같다.
불안과 초조, 절망과 책임감인가?
신에게는 자신에게 귀의한 신도의 모든 감정과 사고가 흘러들어오는데 약하지만 연결된 것을 보니 자의로 개종한 것은 확실하나 좋아서 할리는 없고 아마 나의 보복이 두려워서 자의 반 타의 반이다.
"그리고 태어나는 아이가 원할시 각 용왕의 뒤를 이을 수 있게 용언으로 맹세했습니다. 각 용족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아름다운 저와 용왕의 직계입니다."
나의 말이 없자 불안해진 듯 용황의 추가적인 설명이 들어왔다.
갑자기 일어난 황당한 사태에 정말 짜증난다.
'누가 용족 여자를 달라고 그랬냐?
화나 풀게 차라리 덤비란 말이야.'
중간계의 인간국이야 황제나 왕들이 절대왕정으로 권력을 가지고 있고 계승권을 가진 왕족이 인질로 잡는 게 가장 확실하며 태어난 아기가 왕위를 계승할 권리가 있다면 이중으로 꼼짝을 못하게 되니 그런 것인데 너희들은 이십만도 안 되는 소수부족에 부족장이잖아?
족장 딸이 무슨 권력이 있고 용왕은 가장 강한 놈이 왕의 칭호를 얻은 것이다.
용언의 계약은 어겨 보았자 자기 마력만 봉인되고 나중에 주신이 풀어주면 끝이잖아?
한숨이 나오는 상황에 자기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용족여성들에게 전해오는 감정이 자기에게 전해지고 있다.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희생 할 생각으로 귀의했는데 내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아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절망하고 갈망하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의 신도의 고통과 간절한 바람이 신인 자신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래 넘어가자.'
신이 된 부작용이다.
신도의 감정에 민감해지고 그것을 해소해 주려하고 무의식적으로 닮아간다.
처음에 자비가 넘치는 신이라고 하지만 믿는 신도들이 악행을 행하면 극단적으로는 마신이 되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대부분의 신은 신도를 몰살시킨다.
하급신이 마신으로 타락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이 마신이 되어서 성공하는 것은 마신들의 견제 때문에 지극히 어렵다.
"만족한다."
짧게 말하고 그들을 지나쳐 나의 마탑으로 고속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외의 사태의 연속에 지긋지긋한 감정을 느끼며 마탑에서 쉬고 싶을 뿐이다.
나를 따라 황급히 이동하는 용족의 여성들을 느끼며 나는 이것이 시작인 줄 몰랐다.
그리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치게 되었다.
'엘레노아-! 누가 색신이냐? 누가-!'
나의 첫 이성이자 내 불행의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