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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62화 (62/1,533)

<-- 최상급신의 인수인계 -->

허공에 그려진 다섯의 마법진에서 다섯 명의 인영이 나타난 순간 마도사의 머리 위에서 교소가 터져 나왔다.

"오호호호호-! 계약자여 이 순간을 기다렸노라.

나를 보고 조아리지 않은 건방진 정령왕과 계약자 모두 화형이다."

화아아악-!

높은 여자의 웃음소리와 함께 대수림 중앙에 갑자기 거대한 태양이 떠올라왔다.

쫘아아악-! 쫙!

그 태양 속에서 드러난 화려한 보석과 황금으로 장식된 부채를 부치고 색색의 자수로 장신된 궁장을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신이 부채로 쫙 펴서 입을 가리며 말하는 음성이 대수림을 울린다.

"그러나 짐은 너무나 관대하노라.

지금이라도 엎드려 빈다면 특별히 소멸만은 면해주겠노라.

다만 그 건방진 육체만을 불태울 뿐이지-!"

그리고 가공할만한 열기가 10km주변을 송두리째 증발시키고 100km를 불길에 휩싸여 태워간다.

대수림의 기온이 순식간에 수십 도를 가파르게 오르내리며 주변의 공간을 열대야로 화했다.

갑작스런 열기에 황급히 멈춘 하이엘프퀸들의 얼굴이 바짝 타오르기 시작했다.

저것은 단순한 열기가 아닌 암흑을 멸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불길은 오직 하나였다.

"뭐-? 설마 태양신?"

"맞다. 계약자! 한 순간도 정령합신을 풀지 마라.

반경 10km에 들어가면 중급신이하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불태워진다.

정령계의 힘이기에 잠시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최상의 지옥의 불을 다루는 마왕급이라 생각하라."

대수림이 순식간에 불타오르며 연기가 하늘을 찌른다.

자신들이 영겁을 지켜온 대수림이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불타오르는 것이다.

‘저 흑마도사는 엘프의 신이도 한데 어머니의 숲을 이렇게 쉽게 태우는가?’

이 어이없는 상황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그러나 이정도로 물러설 수 없다.

"제 124차 생존자들은 앞으로 나서라."

서릿발 같은 실버엘프퀸의 목소리가 대수림을 울리고 수십만의 인원이 전열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현시간부로 저 정령신을 최상의 불의 속성의 마왕으로 정의한다.

모든 얼음의 정령력을 일제히 쏟아 붇는다.

뒷일을 생각하지 마라."

"하-!"

휘우우웅웅-! 우웅!

짧은 복창과 함께 얼음의 정령들이 무수히 튀어나와 실버 하이엘프퀸의 정령검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투명한 얼음이 전신을 덮어가고 검에 집중되어 거대한 얼음의 검을 만들어 갔다.

"계약자여 태양의 영역 안에서 버티는 것은 30초다.

그 안에 일격을 가하라."

"충분하다."

퍼어어억-!

주변의 대지가 터져나가고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인영이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태양의 정령신의 앞이었다.

짧은 순간에 20km의 거리를 육체의 힘으로 달려 뛰어넘은 것이다.

태양의 정령신은 자신의 가슴을 노리고 뻗어가는 거대한 얼음의 검에 참으로 즐겁다는 듯 부채를 얼굴을 입을 가린 채 감탄사를 발할 뿐이었다.

"호오-! 내 앞에 도달한 아이가 얼마만이던가?"

째깡-! 쨍-!

어디선가 나타나 거대한 얼음의 검을 가볍게 막아내는 엄청난 길이를 가지고 폭이 좁으면서 곡선으로 휘어진 외날검에 당황한 순간 온몸이 갑자기 무엇으로 난자되는 것 같은 격렬한 위기감을 몰려왔고 검이 일순 사라지더니 어느 새인가 검이 8개의 검 날로 늘어나고 뱀처럼 휘어지며 자신의 전후좌우와 위 아래로 동시에 베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두개의 검 날이 휘둘러지는 동시에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위기감에 있는 힘껏 얼음의 정령검의 손잡이를 양발을 모아 힘껏 차 넣고 권역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의 팔다리와 가슴과 등의 6군데가 갑자기 깊숙이 배어져 피가 터져나갔다.

무너지는 팔다리를 황급히 얼음으로 감싸 고정시키자 섬뜩한 느낌이 자신의 목과 발목을 추가로 노리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서 굴렀으나 발목과 목에서도 추가적으로 피가 터져 나왔다.

과도한 출혈에 정신이 아득 해지 것을 참고 다시 얼려서 지혈시키고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내 검을 꺼내본 것은 정말 오래만이로다.

그리고 살아있다니 정말 기특한지고."

오른손에는 부채를 부치며 섬뜩하게 웃음 짓고 왼손에 자신의 키보다 큰 외날 검을 장난감처럼 가볍게 들어 등 뒤로 돌리고 서있는 그 모습은 분명히 우아해보였으나 서늘한 공포를 일으키는 마왕과 같았다.

일순 하이엘프퀸의 진군이 태양의 정령신에 의해 멈추어지자 뒤의 엘프사수들에게서 수많은 정령의 화살이 한기를 품고 날아왔다.

거의 수백만에 이르는 얼음의 정령화살이 하늘을 덮고 태양의 정령신의 반대속성인 얼음의 기운을 최대한 집중한 채 쏟아지는 모습은 마치 얼음기둥이 하늘에서 생겨나 태양신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잡기는 치워라."

파우우우웅-!

짧게 공기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폭 10km의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순 모든 화살을 흡수하며 튕겨내고  그 회오리는 단숨에 가로막는 하이엘프 군단 중앙을 무너트리며 수십만의 인명을 날려 보내고 거대 세계수를 직격했다.

꽈르르릉-!

세계수가  부러질 듯 휘청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수많은 잎이 날리는 와중에 태양의 정령신 뒤에서 가늘고 긴 오른쪽 다리를 높이 차올린 갈색피부의 여성의 일갈이 터져 나왔다.

"죽음을 선택한 배교자들이여 앞으로 나서라.

내가 직접 찢어주겠노라."

어마어마한 여신의 살기가 하이엘프제국을 직격하고 그 방금 행한 무자비한 일격과 살기에 기가 막힌 레드엘프퀸이 무의식적으로 불의 정령왕 에게 물었다.

"정령신이란게 마신계열인가? 살기가 마왕보다 더 하는데?"

"그건…….나도 잘 모르겠다. 묻지 마라. 계약자."

어딘가 겁에 질려있고 힘이 쑥 빠져있는 정령왕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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