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급신의 인수인계 -->
밤새도록 내게 시달리다 이젠 비음조차 못내고 움찔움찔 떨기만 하는 엘레노아를 마탑 침대 위에다 이동시키고 상쾌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어릴 때 갑자기 동정을 뺏은 복수에다 악소문을 낸 대가를 치르게 했더니 날아갈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나 침대에서 서큐버스퀸이 무섭지 대수림의 정화된 마기를 가진 나에게는 제일 손쉬운 상대일 뿐이다.
별 손도 안대고 마력만 투입해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쾌감을 느끼고 쓰러지니 말이다.
나름대로 마기를 주입을 했더니 배가 고파져 아공간에서 빵과 요리들을 불러들여 그 자리에서 먹기 시작했다.
나의 마탑은 정말 평안하고 따스하며 아늑하고 음식은 맛있었다.
우주수가 성장을 지속했는지 공간은 더 커져있고 수확용 골렘들도 많이 늘어나 있었으며 자신의 눈앞에는 끝없는 보리와 밀의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고 등 뒤에서는 시원한 바다바람이 살랑거리며 편안하게 한다.
정말 카르마의 계약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저 밑의 인질들이라 읽고 왕녀님과 성녀님이라 불리는 도움 안 되는 식객들도 내쫓아 버리고 조용히 마법이나 익히며 혼자서 살고 싶다.
하지만 카르마의 계약은 그랑조아가 당한 경우처럼 준엄하다.
계약을 어기면 아마도 여기서는 상관없지만 중간계에 나가면 물처럼 녹아내릴 것이다.
'그냥 간단하게 날 건들지 말라고 쓸 걸 그랬다.'
후회해도 이미 벌어진 일이고 3일 뒤면 미지의 신계에 최상급신으로 출근해야한다.
최상급 신조차 아차하면 끝장나는 것이 주신이 말하는 자유와 행복이 넘치는 세계라나 웃음도 안 나온다.
'곱게 미친 주신 같으니라고 그게 어떻게 행복하냐?
네 눈에는 그랑조아의 꼴이 안보이냐?
죽도록 고생시키다 단 한번 실수에 저 꼴이 되게 만드나?'
여유가 생기니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랑조아를 내가 종속신으로 받아들이다니 정말 인생 별꼴이다.
이왕 벌어진 일 고민해 보았자 자기 손해라 생각하고 엘프와 전쟁의 신국은 어느 정도 정리 되었으니 이제 나의 힘을 축적할 때다.
주신살의 창과 기간틱 메테오, 크레시 플랜트, 어택 오브 기간테스 클렌 까지 보여준 이상 신족 상대로 내 전력은 거의 드러났다고 보면 된다.
더구나 정령신은 신족대상으로 쓰면 안 된다.
자기들도 신족이니 당연히 거부가능하고 배교자를 심판하는 것처럼 전폭적인 협력은 고사하고 당장 강제 계약해지 당하고 계약자를 공격할 것이다.
결국 지금 가만있으면 대응책을 들고 나올 것이고 방심하다 뒤통수 맞기 딱 좋다.
흑마법의 오의는 크게 네크로맨서의 기술과 소환술, 흑마술로 나뉜다.
이중 나의 주력은 법칙마법으로 대표되는 흑마술이고 소환술은 부정적인 카르마덕분에 지금 정령신들과 계약하느라 죽을 고생을 하고나서는 손을 못 대었다.
환수계의 신수들을 소환하고 네크로맨서의 기술로 죽은 반신과 고신을 불러 계약해야 한다.
최상급신에게 비할 수 없으나 상급신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정령신과의 계약 때처럼 갑작스런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행해야 한다.
"모든 것은 뿌린 자에게 돌아가리니"
10개의 서클의 원이 빛나고 나의 몸을 방어하고 환수계에 마력을 연결했다.
이들 환수는 인간형의 지성체가 아닌 동물형의 생물이 오랜 수행으로 신격을 얻어 신이 된 것이다.
그래서 신체적으로는 신보다 강력하지만 지능이나 신력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거대하기는 산만한 것들이 많고 신이기에 강력한 지성을 가지지만 본질적으로는 야생동물이다.
5대 환수신이라 하는 강력한 환수 5개체가 왕국 비슷하게 정리했다지만 그 야성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간단하게 아차하면 잡아먹힌다고 스승이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마탑의 주위를 차원방벽으로 차단하고 전 마력을 끌어올렸다.
전면의 허공에 그린 거대한 소환의 문이 새하얗게 빛나며 환계의 문을 열어간다.
소환된 환계의 문이 열리고 뱀과 같은 몸체와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를 가진 황금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른 손의 발톱에 쥐고 있는 투명한 구슬에서 강력한 신력이 느껴진다.
거의 주신 급의 환수라 판단되어 전 마력을 마탑과 연동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황금빛 용이 자신을 바라보고 입을 열자 역시 공격인가 하며 브레스를 예상하고 방어마법에 마력을 돌려 튕길 준비를 하는데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중후한 저음의 위엄 있는 친근한 목소리가 자신에게 들려온 것이다.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여 계약의 의식을 무척이나 기다렸네.
나는 황용이며 5대 환수신의 수장일세."
"아……. 그러세요."
나도 모르게 뜻밖의 존칭이 나왔다.
힘의 크기로 보면 거의 주신과 동급이며 아무리 차원의 권능을 가졌다지만 최상급 신급인 자신에게 소환될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이 연결한 환수 소환의 마법진을 강제로 열고서 강림한 것이다.
황용의 모습에서 빛이 나며 중후한 금빛 예복을 걸친 노인의 모습이 드러나고 자신의 앞에 내려섰다.
그 강대한 힘의 파동에 잠시 긴장했으나 어떤 적의도 없기에 애매한 대응이 나왔다.
당황한 자신의 눈앞에 다섯 개의 두루마기가 놓이고 황용의 말이 이어졌다.
"환수신과 계약하기에는 힘이 조금 부족하고 대신 다른 4대 환수신과 준비한 아이들이네."
좌르르르륵-!
다섯 개의 두루마기가 펴지며 보인 것은 검은 색의 단색으로만 여인이 그려진 그림이었다.
본신이 위에 작게 그려져 있고 모두 인간으로 화신한 절세미인도였다.
"자네가 여성을 좋아한다 길래 특별히 고른 여아들이지.
모두 환수계에서 소문난 미인들이고 우리 환수신의 직계라서 현모양처로 교육을 잘 받은 재원들이며 마계의 음란한 아이들이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특히 여기 내 손녀는 환수계에서 최고 미인에 현숙하기로 이름 높지.
자네도 그만 방황을 정리하고 집안을 확실히 다스릴 본처가 필요 할 때야."
"……."
말을 잃을 정도다.
환수계까지 여자 좋아한다고 소문이 나있단다.
그리고 말이 좋아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지 방황 어쩌고 하는 눈치를 보니 색마라는 뜻이다.
더군다나 본처 운운하는 걸 보니 환수계약이 아니고 결혼상대를 찾는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내가 말이 없자 이제 본격적으로 호객하는 것처럼 구슬리기 시작한다.
"영웅은 호색이니 삼처 구첩이 흠이겠는가?
다 선택해도 좋네만 본처는 잘 정해야 하겠지.
자고로 가화만사성이라 집안이 바로 서야 모든 일이 잘되는 법이고 내 손녀야 말로 제격이지.
젊은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능력이 높고 인의와 도덕으로 사람을 잘 다스리니 자네 첩들도 그야말로 꼼짝할 수 없을 걸세.
자네는 복 받은 거야."
그리고 슬그머니 다른 족자를 접고 화사한 인상의 미녀도를 자신에게 보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이 점찬아 보이는 황용이라는 환수신도 저 주신과 다를 바 없는 능구렁이이다.
내 반응이 없자 황용이라는 능구렁이 환수신은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족자와 더불어 커다란 상자를 5개를 꺼내놓았다.
"허허-! 갑작스런 제의라 놀란 모양이군.
지참금은 일단 여기 있고 결혼하면 나머지를 보내도록 하지.
젊은 사람들끼리 잘 사귀어 보게나.
그럼 늙은이는 이만 가도록 하지."
황용이 사라지고 족자에서 빛이 나며 그림과 똑같은 모습의 미인들이 나타나서 자신에게 다소곳이 큰절을 하고 낭랑하게 말한다.
"서방님을 뵙습니다."
이제는 머리가 텅 빌 정도이다.
정령신과 계약하며 죽을 고비를 수없이 겪었는데 환수를 소환하니 환수신이 나타나서 이제 방황을 정리하고 결혼하란다.
그리고 다짜고짜 지참금을 선불로 던져주고 계약할 최상급신에 준할 환수도 다섯을 남겨두었다.
아무리 카르마가 극악에서 극선으로 바뀌고 최상급신이 되었지만 이건 너무한 것이 아닌가?
아니 정말 인생은 직위가 다인가?
정말 조용히 살기가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한다.
약간 미소를 띠었지만 굳은 얼굴들을 보니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다.
지금도 큰절을 하고나서 미동도 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채 내 말만 기다리고 있다.
이건 하이엘프퀸들과 다른 의미로 정말 무섭다.
결혼이 아니라고 한다면 자살할 기세다.
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