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들의 신계로 출근 -->
진지하게 계속 항복하라는 소리를 외치는 것을 보니 정말 내가 이상한 것 같다.
잘해봐야 중급신들 정도이고 전력은 나와 비교할 가치도 없다.
척 보면 최상급신인걸 알 텐데 항복을 외치는 소리가 자신감에 차있다.
반드시 내가 항복할 거라고 믿는 것 같다.
정말 신기한 곳이다.
그리고 저 한심한 신기는 뭐냐?
적을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닌 충격을 주는 용도이다.
나를 범죄자라고 이야기했으면 제압을 하겠다는 뜻인데 상대방이 거칠게 반항하면 그대로 죽겠다.
저런 걸로 무슨 치안유지를 하라는 것인가?
인간들의 왕국에서도 수도라면 사고가 나면 완전무장한 기사와 정예병사가 뛰어온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훈련병 수준도 안 되는 병력이 오는가?
그것도 신체능력이 떨어져 직접 전투력이 낮은 여신들이 말이다.
그랑조아처럼 특수능력이 극도로 발달한 것도 아닌 주제에 말이다.
덜덜덜덜-!
얼마나 미숙한지 내게 신기를 겨눈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아직 시작도 안하고 위협도 안한 내가 어이가 없다.
자신의 신기조차 통제를 못하고 제대로 겨누지도 못하는 것들이 병사였다니 차라리 신계부터 밀어버릴 것 그랬다.
'주신 때문에 안 되지. 젠장-!'
주신은 완전한 11서클 마스터이고 나는 이제 10.5서클 정도이다.
최상급신을 초월하고 주신에 가까워 졌다.
허나 그 0.5서클의 차이는 엄청나다.
내가 9.5서클 정도인 마왕을 손쉽게 처리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그것만 아니면 벌써 신계와 전면전으로 싸웠다.
'차원의 권능과 소환의 물량으로 처리하면 어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위험하니 관두자.'
아직도 앞에서 파리처럼 앵앵거리는 한심한 여신들이 꼴 보기가 싫다.
"그라운드 핏싱"
가볍게 영창하고 마법을 발현되자 마력이 대지를 통해 순식간에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팟-! 팟-! 팟-!
'까아아악-!"
"꺄악-!"
제복을 입은 여신들 전원이 발목에 공간고정점이 생겨 거꾸로 들려져 허공에 매달렸다.
허공에 거꾸로 들려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명도 피하는 신이 없냐? 정말 한심하다.'
전사에게 생명과도 같은 신기는 남김없이 땅에 떨어져 있고 자신에게 반격하려는 신도 없다.
이것들은 상대 할 가치도 없다.
공중에 거꾸로 고정할 뿐 아무런 부상도 없는데 비명을 지르기만 하는 여신들을 지나쳐 계단으로 향한다.
아까 상급천사가 벌벌 떨며 문을 지키고 있다.
"계단이 여신 전용이란 것은 강제사항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며 말을 했다.
11서클만 되면 이놈의 신계부터 갈아 버릴 테다.
겁에 질렸지만 거의 조건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상급천사만 빼고 말이다.
"아.......아뇨! 여신부에서 내려온 권고사항입니다. 하지만 거의 법처럼 적용됩니다."
"하-! 그래? 법도 아닌 것으로 나를 모독하고 범죄자 취급했단 말이지."
아까 풀어준 나를 욕한 여신들을 찾았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자기를 구하러 와준 신들을 모른 척하고 모두 도망갔다.
마족도 자기를 도와주면 고맙다고 하는데 이것들은 말도 없이 사라진다.
뭐 이런 이상한 곳이 다 있는지 모르겠다.
구하러 온 훈련병들이 오히려 불쌍해 보인다.
딱-! 따당!따당!
마법을 해제하자 거꾸로 매달린 여신들이 모두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제 눈을 감고 싶었다.
단 한명도 몸을 돌려 착지하는 신이 없고 모두 비명을 지르며 머리부터 떨어졌다.
자동으로 이동하는 계단에 올라 주신전으로 이동하며 머리가 복잡해진다.
마계는 강하다.
마신의 능력은 주신조차 죽이는 신살의 권능의 11서클이다.
최상급신에 준하는 마왕은 천명에 가깝고 경지는 같지만 그들을 통솔하는 마황들도 3명이나 있다.
그 휘하 최상급 마족들의 수만 해도 백만을 넘고 그 이하 마족의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마계와 영겁의 세월을 싸워온 신계라 그 수준으로 생각했는데 이건 뭔가 이상하다.
"위선의 평화인가?"
마계의 위협은 끝이 없다.
마신은 넘쳐나는 마왕들을 신계의 전투에 투입하여 소모시킨다.
작은 꼬투리를 잡아 숙청하며 전쟁에 몰아넣어 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죽여도 필요도 없는 것들이 끝없이 나타난다고 마신이 투덜거릴 정도다.
그래서 신계와의 전투는 항상 있었다.
그런데 이곳은 너무나 평화롭다.
전장에서 수백만의 천사가 죽어가고 수만의 신족이 죽어 재생하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런데 이곳만은 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마계와의 계속된 전쟁과 죽음도 자신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 생활한다.
전쟁이나 신계에 도움도 안 되는 '여신 전용'이나 만들며 서로 감정을 소모한다.
그러다 마계와의 전면전에 밀리면 모두 사라질 무가치한 것 때문에 말이다.
10서클에 도달하기 위해 차원과 우주를 살피다 가끔 자신의 별과 세계를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일족들도 많이 보았다.
그들은 아무 희망도 없이 받아주는 신계를 찾아 죽기 전까지 방랑하다 사라져 간다.
그들의 우주선은 배고파 서로를 잡아먹어 무인선이 되거나 동력을 잃고 무덤이 된다.
그 처참함은 이들은 모른다.
'자신들의 영혼 뿐 아니라 자손 중 반을 받치겠으니 자신들을 받아 달라 애원했었지.'
일부 지배자 인원은 자신의 시선과 존재를 알고 위대한 신을 부르짖으며 매달렸다.
자신이 마탑을 그렇게 확장한 것도 그런 이유도 일부는 있다.
물론 받아줄 생각은 절대 없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삶과 죽음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니 말이다.
그들은 자신의 별과 세계를 잃은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번 별을 잃은 일족은 다시 잃게 될 것이다.
그런 불안한 일족을 받아 줄 신은 없다.
그들의 처절한 말로와 이들의 거짓된 평화로운 모습이 겹쳐지니 구역질이 날것만 같다.
우우우웅-!
계단이 끝나고 주신전과 주변을 둘러싼 건물들이 보인다.
그리고 갑옷과 방패로 중무장한 중급의 남신들이 계단 앞에 방패의 벽을 만들고 있다.
투기도 훌륭하고 훈련도 상당한지 질서정연하다.
'조금 이른 판단인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를 보아도 정예병 수준이다.
눈빛에도 힘의 차이를 알면서도 두려움이 없다.
신체역시 건장하고 단련이 잘 되어있다.
지휘관인 남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진-!"
꿍-! 꿍-!
발의 박자에 맞추어 방패를 앞세우고 신중히 다가온다.
'훌륭하다.'
수백 명의 남신이 발 구름이 일치되며 자신을 압박한다.
신력이 방패에 집중되고 빛을 발하고 그것은 벽이 되었다.
어쩐지 유쾌해져 마력의 벽을 만들어 그 벽에 부딪쳤다.
쿠우우우웅-!
마력의 벽이 신력의 벽과 맞부딪치자 방패를 밀은 1열의 등 뒤를 뒤의 열들이 방패로 밀어 지탱한다.
자신들을 뛰어넘는 힘에도 단 한명도 날려지거나 비명을 지르는 자는 없다.
저절로 흡족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처다.
'그래야지. 이제 마력의 벽을 뚫고 어서 오너라.'
이제 자신들의 무기로 저 마력의 벽을 꿰뚫고 자신에게 돌진해올 것이다.
이제야 신계의 정예병의 실력을 볼 수 있게 되어 흡족한 기분이었다.
명목상이지만 자신이 '전쟁의 신'이 아니었던가?
개판인 훈련병들만 보다 저런 정예병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쿵-! 쿵-! 쿵-!
조금 뭔가 이상하다.
방패로 계속 마력의 벽만 두드리고 있었다.
쿵-! 쿵-! 쿵-!
마법의 벽을 계속 방패로 밀기만 하지 다른 행동이 없었다.
이상하여 그들을 살펴본 나는 기가 막혀 한숨을 쉬고 말았다.
꽈직-!
마력으로 신력의 벽을 뚫고 지휘관인 중급신만 목을 잡아 자신의 눈앞에 들어올렸다.
갑자기 발생한 사태에 남신들은 동요했지만 더 빠르고 강하게 벽을 두드린다.
꾸꿍-! 꾸꿍-! 꾸꿍-!
이제는 짜증나는 그 소리를 배경삼아 나는 치솟는 울화를 참고서 지휘관의 목을 오른손으로 조이며 물었다.
"중급신들 주제에 감히 나를 놀리느냐?"
"켁-! 켁-! 무슨 말씀이신......."
최상급신의 살기와 투기에 그대로 노출당한 중급신이 사시나무 떨며 대답한다.
"무기는 어디에 있느냐?
왜 병사가 방패밖에 없어?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고?"
정말 주신만 아니라면 이것들을 모두 갈아버리고 싶다.
자신에게 덤비면서 무장을 해제하고 덤비다니 이런 모욕도 없다.
그런 내 눈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멍한 표정의 중급신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그라운드 핏싱(공간마법, 광역제압계, 발현시)
- 물고기 낚시를 하는 것처럼 대지나 기타 영역에 닿은 부위를 고정점으로 하여 상대방을 들어올려 허공에 꺼꾸로 고정한다.
돌진해오는 기사들이나 병사들을 처리할때 쓰며 그 범위는 마력에 따르다.
벗어나는 방법은 발현시 영역을 벗어나거나 자신의 고정점을 분리시켜야 한다.
물론 고정된 신체부위를 절단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 처음 발현 후 주인공 한마디 : 조금 어중간하다. 발목 자르고 달려들면 끝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