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들의 신계로 출근 -->
"캑-! 무기는 결재가 안 나와서 못 가져왔습니다."
눈치가 빠른 중급신인지 대답과 존칭이 나왔다.
그 대답을 듣자 마도사는 바닥에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죽일 것처럼 노려보는 흑마도사의 시선에 황급히 부동자세를 취한 중급신은 속으로 욕이 엄청 나왔다.
'빌어먹을 년들! 신력도 제대로 측정 못하나?
상급신이라고? 최상급신이잖아-!'
여자들을 희롱한 변태가 있다는 신고와 함께 치안경찰여신들이 갔다가 추하게 털렸다.
범죄자가 상급신이상이라는 울며 훌쩍이는 추가보고에 황급히 제압부대를 이끌고 왔는데 이건 최상급신이다.
그리고 검은 로브를 입은 모습에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떠올랐다.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 젠장 암행감찰인가? 형님이 아무 말 안했는데.'
며칠 전 마왕 2명을 죽이고 고위 흑마법사를 몰살시킨 공으로 최고위의 최상급신으로 승급된 중간계 출신의 신이다.
중간계 전체를 박살낼 정도로 강력하고 성질 더럽고 여자 밝히는 신으로 상대할 경우 각별히 주의하라고 신상명세와 얼굴까지 내려왔었다.
그런데 이 여신들이 사진도 안 보았는지 시비를 건거다.
저 검은 색의 로브를 보면 모르냐면서 돌아가면 가만 안두겠다고 이를 갈았다.
"무기 어디 있냐?"
짧은 물음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건 보나마나 감찰이다.
잘못 대답하면 자기 목뿐 아니라 지점장님까지 위험하다.
"북구지점 무기창고에 있으며 상급부대에 사용요청을 하고 승인이 될 경우 지점장님과 제가 입회하여 안전하게 이중 봉인을 풀고 지급하게 되어있습니다.
현재 승인대기 중입니다."
"승인? 이중 봉인? 입회?"
아직 신계에 올라 온지 얼마 안 되어 물정을 모르는 최상급신에게 공손히 대답했다.
"범죄자 진압 중에 저희 무기에 다친 여신이 발생하여 상급부대 관리 하에 평시에는 무기고에 보관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신들은 무기 가지고 있던데?"
"여신들은 전투능력이 떨어져 위험하다는 상급부대의 추가 지시로 휴대합니다."
"......."
흑마도사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몰아쉰다.
살기가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자꾸 위기감이 몰려온다.
분명히 바르게 대답했는데 이 최상급신의 반응은 갈수록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한참을 있다가 다시 물음이 왔다.
"무기 언제 오냐?"
"제가 추가보고해서 상부에서 승인하면 제가 본점에 가서 지점장님과 같이 무기고를 열고 가져오면 2시간정도 예상됩니다."
"2시간이라?
기다려 줄까?"
"아 예! 그래주시면 바로 무기를 가져오겠습니다."
"병력은 쉬게 하고 너만 다녀와라.
난 주신전에 출근하니 2시간 뒤에 여기서 다시 보자.
그 전에 준비 다되면 전쟁의 신을 찾아라."
"아. 감사합니다."
무언가 이상했지만 최상급신을 무기 없이 제압할 수 없었다.
암행감찰이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신상에 좋다.
괜히 규정을 들먹이며 말다툼을 하면서 감정을 상하게 하면 자기 인사고과만 깎인다.
병력들도 무언가 분위기를 느꼈는지 방패를 내려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비켜드려.
2시간 뒤에 다시 오신단다.
그리고 10분간 휴식!"
방패를 든 병력들이 신속히 벌어지며 그 사이를 연신 한숨을 쉬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상하네.
분명 규정대로 다 처리했는데.
아-! 빨리 보고를 해야지.'
발에 불이 나게 뛰어 지점으로 달려가는 지휘 중급신이었다.
그런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머리를 흔들고 주신전으로 들어서며 이를 갈았다.
'으드득-! 저런 병신들을 가지고 전쟁을 하라고?
2시간이면 수천 번은 죽이고도 남겠다.'
광활한 주신전의 대문을 통과하자 저 멀리 한 무리의 여신들이 달려온다.
나름대로 흉험한 기운을 풍기는데 이제는 우습지도 않다.
그랑조아를 기준으로 삼은 자신이 웃길 지경이다.
아까 자신을 모욕하여 공중에 매달자 도와준 신들을 외면하고 도망쳤던 여신들이 보인다.
기세등등한 것을 보니 패거리를 이끌고 복수하러 온 모양이다.
좋은 정신자세다.
쓰레기라 생각했는데 전사였던 모양이다.
"저 자예요!
저 흉악한 남신이 저를 강간 했어요-!"
"인정사정없이 마구 때리며 변태처럼 굴었어요."
"저 로브 벗기면 알몸에 문신투성이예요.
분명 전과가 많을 거예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