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과의 비무 -->
검은 로브를 입은 흑금발의 남신이 거대한 책모양의 도서관에 들어간다.
그러자 한명의 여신이 그를 막아섰다.
"여기는 여신전용 도서관입.......흡!"
딱-!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나치며 오른 손가락을 튕기자 소리가 사라지고 허공에 그대로 거꾸로 매달렸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주위 여신들을 무시하고 묵묵히 가장 거대한 책이 있는 곳으로 간다.
안에는 열 명 정도의 여신이 있었는데 남신을 보자 화난 얼굴로 모두 일어났다.
"뭔데 도서관에 남신이 들.......읍!"
"뭐…….읍읍-!"
딱-! 딱-!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공중에 거꾸로 매다는 흑마도사였다.
신계에서 생활한지 한 달째이고 이미 거의 신계를 돌아보았다.
다른 최고위 최상급신이 당장 전쟁터에 가라고 하지만 간단히 씹어버리고 도서관과 신계유람을 할 뿐이다.
어차피 개판인 전쟁 같은데 아무 것도 모르고 가면 끝장이다.
게다가 전 전쟁신이 전쟁에 나선 적도 없어 강제로 보낼 명분도 없다.
저 엄마품의 기생오라비가 도움이 되는 적도 있다.
그리고 여신전용 어쩌고 하면서 가끔 덤비는 여신들은 모조리 입을 다물게 하고 거꾸로 매달았다.
공중에서 매달려 바동거리는 여신들도 이제 일상이다.
"오픈. 신계의 역사."
거대한 책이 펼쳐지며 영상이 떠오른다.
암흑의 공간에 갑자기 주위를 압도하는 거대한 암석행성이 나타났다.
주위에는 천 명 정도의 신들이 무릎을 꿇은 채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1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존재가 암석행성을 바라보자 푸르게 물이 생겨났다.
자신이 정령신으로 하는 것과는 규모가 다르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하고 있다.
적어도 창조신인 12서클이상이다.
잠시 후 생명이 넘치는 행성이 완성되자 그는 사라지고 신들은 행성으로 내렸다.
그들은 모두 신기를 들고 갑옷을 입은 전사들이었다.
'주신과 일천의 태초의 신'
그리고는 끝없는 전투의 연속이었다.
처음에는 창조신이라 추정되는 인물이 만든 행성에서 자연 발생된 토착신과 싸웠다.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한 거신들과 괴수신들이 그들과 악전고투를 하며 패권을 다투었다.
그들과 끝없이 싸우며 태초의 신들은 하나 둘씩 줄어간다.
그리고 주신의 승리로 행성의 안정화가 끝나자 마계가 열렸다.
마신들과 마왕들은 이 별의 소유권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였고 다시 신들의 숫자가 줄어든다.
마신과 주신이 모든 신력을 끌어올려 격돌하고 마왕과 태초의 신들이 서로 죽여 갔다.
전장인 달이 초토화되고 서로 죽음과 재생을 몇 번을 반복한다.
그리고 주신의 승리로 결판이 났다.
'마신이 이를 가는 이유가 있었군.
외통수였어.'
달을 통째로 결계로 가두고 달에 신족만 재생기를 장치하여 사투를 벌인 것이다.
재생되지 못하는 마왕들과 전장에서 바로 재생되어 싸우는 태초의 신들의 차이는 명확하다.
재생기를 파괴하기 위해 신살의 권능을 가진 마신이 부상을 무릅쓰고 달려든다.
그것을 검을 든 주신이 막아서고 태초의 신들이 몸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마왕들의 수가 줄어들고 태초의 신들도 줄어간다.
그리고 끝없이 재생되어 싸우는 신들의 승리였다.
최후로 남은 것은 주신과 50명의 태초의 신뿐이었다.
마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마계로 강제 소환되며 울부짖는 모습이 보인다.
'이 사기꾼 자식아-! 달에서 깨끗하게 결판내자고 했잖아-!'
대충 이런 입모양이다.
보나마나 그럴듯한 말에 넘어간 듯하다.
신계는 승리했지만 대부분의 태초의 신이 거듭된 죽음과 재생을 못 참고 소멸했다.
마계는 마신까지 소멸직전까지 가서 그 후 직접적인 침략을 못했다.
평화가 온 것이다.
그리고 주신은 진정한 주신이 되었고 다른 신들이 이주오기 시작한다.
'그랑조아?'
주신의 반려인 대지와 농경의 여신이 수백의 여신들을 이끌고 이주를 신청했다.
녹색의 머리카락이 일렁이는 그랑조아를 선두로 최고위의 최상급여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여신들의 아름다움에 환호하는 태초의 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병신들.'
한숨이 나온다.
아무리 무력에 자신 있어도 외부자를 한꺼번에 저렇게 받으면 주객이 전도된다.
결국 이 꼴을 스스로 자처한 것이었다.
뭐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다.
그리고 각자 결혼을 하고 신의 수와 별의 생명을 늘려간다.
창조신이 직접 만든 이 별은 너무나 풍요로워 끝없는 번영과 안정을 구가한다.
가끔 중간계로 마족이 쳐들어오지만 이미 너무나 격차가 커진 상태였다.
겨우 회복한 마신조차 그 격차를 메울 수 없었다.
평화로운 가운데 또 다른 적이 나타났다.
"대신족들."
외부에서 일반 행성과도 같이 거대한 요새가 이동해왔다.
이 태양계의 가장 외곽행성에 안착한 그들은 서서히 진군해왔고 오랜 평화에 물든 신족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그들은 신살의 속성을 기본으로 가진 진정한 신멸자들이였다.
수로는 압도하나 질로 밀린 신족들은 거침없이 밀렸고 결국 10개의 행성 중 9개를 빼앗기고 본성 앞까지 도달했다.
그때 주신은 결단을 내렸다.
우르르륵-!
주변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저 멀리서 신기를 든 치안경찰여신들이 몰려오고 지겨운 여신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남신 이예요.
갑자기 여신전용 도서관에 들어와서 모두를 저렇게 성추행했어요."
"......."
이제 웃기지도 않는다.
이 여신들은 무조건 성추행과 성폭행이다.
머릿속에 그것 밖에 든 게 없나 보다.
마계의 서큐버스도 그러지 않는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은데 도서관이 거의 모두가 여신전용이고 몇 개 없는 남신전용 도서관은 자료도 없고 너무 멀다.
남신전용 도서관은 당연히 없다.
참 미친 것들이다.
죽어라 싸워서 겨우 차지한 별을 여신에게 바치고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니 참 대단하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지 않나?
내가 주변 신계의 신이었다면 개판이라고 욕할 것 같다.
하긴 주신 자신도 개판이라고 하는데 말 다했지.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라 아예 노예직전이다.
자신에게 신기를 겨누고 있는 여신들이 또 합창한다.
"당신은 변호신을 선임.......읍-!"
딱-!
저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다.
간단한 마법하나 대항하는 여신도 없고 대화자체가 안 된다.
그랑조아가 왜 그리 긍정의 카르마를 탐내 필사적으로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었는지 알 것만 같다.
내가 봐도 안 망하는 것이 이상하다.
어떻게든 주신이 되어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치안경찰여신들도 모두 매달고 도서관 문을 나서자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전진.......헉-!"
"무기 가져왔냐?"
방패만 든 병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도 보아서 익숙해진 얼굴들이고 낭패의 표정이다.
1달 동안 여기저기 가보니 모두 여신전용에 남성금지라 모두 무시하고 들어갈 때마다 신고 받고 출동하더라.
너희들은 여신 전용 지키는 것이 임무고 여기는 남신 수용소냐?
도로와 휴게소까지 모두 여신전용이다.
대로 외에는 모두 남신 불가표시가 붙어있다.
한참을 어쩔 줄 모르던 중급신 지휘관이 가까스로 대답했다.
"그게 아직……. 결재가 안되어서 말입니다.
1시간 30분 정도만 기다리시면."
"나중에 주신전으로 와라.
난 한 달 만에 퇴근한다."
"저 그게 곤란합니다.
성폭행 신고 처리는 최고위 최상급여신 부처인 여신부까지 보고가 되어서 말입니다."
"또 내가 강간했다 하더냐?"
"아하하하하. 정말 죄송합니다."
손가락 하나 안 대는데 강간당했단다.
어떤 여신은 성폭행 당해 임신했다고 바락바락 우기며 운다.
이대신황 여와도 그러지 못한다.
여신부인지 나발인지에 내가 강간하고 임신시켰다고 올라간 허위신고가 수백 건은 넘을 것이다.
여신부인지 뭔지가 주신전에 몰려와서 나를 탄핵하기에 주신살의 창을 얼굴 옆에 박아주었다.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나고 최상급여신들이 길길이 날뛰기에 내가 신계에서 지낸 모든 입체화상을 빠르게 틀어주었다.
모두 입 닥치고 가만 안 있으면 봉인시킨다고 날뛰니 조용해지더라.
정말 이러라고 만든 마법무구가 아닌데 재생시킨 숫자가 셀 수 없다.
"이터널 메모리."
허공에 그려지는 나의 이동모습과 여신이 말을 걸다 거꾸로 매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음성도 틀어줄까?"
중급지휘관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이것도 수없이 반복되니 자신도 지치나 보다.
"아닙니다. 전쟁신님. 참 그거 언제 양산하실지?"
"비싸!"
이 중급신은 두려움도 없는지 다가와서 마법무구를 살펴보며 간절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지 마시고 만들어 파십시오.
엄청나게 비싸도 팔릴 겁니다."
"너희들이 만들어 팔면 되잖아?"
갑자기 중급신의 표정이 굳어지며 푹 숙인다.
"성범죄예방차원에서 영상을 녹화 재생하는 모든 촬영기기는 남신은 제작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갈수록 가관이다.
"성범죄를 일으킨 남신을 조사해보니 여신을 찍은 사진과 영상물이 나와서 아예 원인자체를 없앴다고 규정이 내려왔습니다."
"........"
뭔가 한이 맺혀있는 것 같다.
"촬영기기의 소지는 가능하지만 불시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을 가지고 있으면 예비 성범죄자로 분류되어 무조건 직위해제에 정령계행입니다.
하지만 전쟁신님은 중간계에 사시니 제작이 가능하시지 않습니까?"
간절한 어조에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냥 그대로 살아."
중급지휘관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병사들도 실망하는 표정이 장난 아니다.
이놈의 신계는 정말 정나미가 떨어진다.
열이 받아 퇴근길에 여신전용 계단이라고 말하고 제지하려는 여신들을 모두 매달았다.
무슨 열매가 맺힌 것 같은 꼬락서니다.
아주 썩어빠져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