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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104화 (104/1,533)

<-- 전쟁의 준비 -->

통합성녀의 앞에 내려놓자 그녀가 성물에 미친 듯이 달려든다.

그러나 잘린 손으로는 잡을 수 없다.

“잠시 만요.

여기 있어요.”

성물을 넘겨주자 잘린 팔로 안고서 눈물만 흘린다.

나의 성녀가 잘린 손을 그 녀의 팔목에 대고서 치유를 발현한다.

성스럽고 따뜻한 빛이 그녀들을 덥혀간다.

그녀들을 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잘린 팔이 단숨에 아물며 붙어간다.

저 정도면 최상위급의 성녀의 치유력이다.

‘전쟁신의 성녀가 치유의 권능이 더 낫다니 정말 웃기는군,’

신력을 운용하는 것은 인간이며 그 인간의 심성에 따라 변한다.

저 아이는 아무리 보아도 냉정한 전쟁의 신의 성녀로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자비의 신이나 치유의 신의 성녀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 기생오라비가 자기 이상대로인 순종적인 성녀를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공평하지 않군요.”

자신의 왼편에 살짝 무릎을 모으고 황녀가 앉는다.

그녀의 긴 금발머리가 흘러내리며 알몸을 가리고 그것을 젖가슴과 비부가 안보이게 정리한다.

“이제 벗어달라면 벗겠지요.

그녀가 한 것은 아닙니다.”

“........”

간이 정말 큰 여자다.

눈앞에서 내게 무례한 말 한마디로 도전했다고 했을 때 손을 잘라버리는 것을 보았으면서 입을 놀린다.

내가 용인하는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오려 하고 있다.

내가 화를 내며 여기서 그녀를 범하면 그녀는 기꺼이 안길 것이고 그것이 목적일 것이다.

모든 집단은 수장과 자는 여자가 집단의 여자를 지배하는 법이니까 말이다.

“원하는 것은 제국의 황제이냐?”

“오기 전에는 그러했습니다.

도착해서 여기를 보니 여기에 나라를 세우고 싶습니다.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대제국을요.

당신을 영원히 주신으로 모실 것입니다.”

이미 황제가 된 듯 전혀 여자답지 않은 정중한 어조다.

정말 똑똑한 여자이다.

점점 넓어지고 아무런 위협도 없는 이곳이라면 제국의 성립은 쉽다.

이미 제국을 세울 넓이는 이미 충분하다.

무엇보다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니 약간의 노력만 하면 금방 수십억의 제국은 형성된다.

외부의 인원을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이다.

“원하신다면 바깥의 제국을 모두 정복하여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오천 억의 인류가 당신을 주신으로 모실 것입니다.”

진한 피냄새가 몰려온다.

그녀의 목표는 중간계의 모든 나라의 통합이다.

영원한 젊음과 10만의 초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 인구의 반은 죽여야겠지만 말이다.

이 황녀라면 일상처럼 반역자를 처단할 것이다.

“명령만 하시면 방금 전처럼 이루겠습니다.”

“훗-! 네가 그럴 능력이 있느냐?”

나의 말에 처음으로 웃는 얼굴에 금이 간다.

절대적인 자기 능력의 확신에 신이 의문을 표현한 것이다.

“이중에서 저를 따를 여황의 제목은 없습니다.”

“그럴까?”

“저 황녀들의 능력은 저보다 미약합니다.”

“현재는 그렇지.

강해진 저들이 너를 반대한다면 모두 죽일 것이냐?”

“당연히 죽일 겁니다.

반역자에게는 죽음뿐입니다.”

황녀의 말에 도시의 황녀들이 얼굴빛이 변했지만 화를 내지는 않는다.

그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모두 나의 인질이며 나의 소유인데도 말이냐?

이 중간계의 모든 것이 나의 관리 하에 있다.

비록 그들이 나를 적대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무능하고 약한 주제에 주인을 몰라보고 이를 보이는 짐승만 아니라면 나는 그들을 수호한다.”

“........”

이제 답을 하지 못한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한 것 같다.

하긴 신의 입장과 황제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황녀들과 협상을 하겠다면 당연히 실격이다.

“영원한 제국은 없다.

과거 위대한 신들이 직접 다스리는 나라도 결국 망했다.

나를 주신으로 모시는 제국을 그런 모래성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가르침을 주세요.”

이제 깊숙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숙인다.

“나라가 왜 망하느냐?”

“외침이 2할이고 스스로 붕괴가 8할 이예요.”

“왜 스스로 붕괴하지?”

“빈부의 절대적인 격차발생, 신분 상승의 제한, 그리고 미래에 희망의 상실에 따른 국민의 이탈이나 지배층의 부패........지요.”

말하는 어조가 잠겨 들어간다.

정말 똑똑한 여자이다.

기계적인 대답 속에서 나의 의도를 읽는다.

“너의 나라에는 그것이 없을 수 가 있느냐?

권능으로 사람의 마음을 통제하고 협박으로 사람의 의지를 제한하는 그런 나라가 말이다.

그리고 인간들의 나라에서 그것이 제거 될 수 있느냐?”

“........없군요.”

“단 한 달 만에 너희들은 아무것도 부족하지도 위협하지 않은 나의 집에서 허락도 없이 전쟁을 벌였다.

그런 자들이 세운 나라 따위는 어떤 지원이 있어도 천년을 가지 않는다.”

황녀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무너지려 하고 있다.

“모두 죽이고 새로 받기에는 귀찮고 평판이 나빠져서 봉인하려 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벗어나는 재미있는 구경을 하게 했으니 이번만은 용서하지.

지금은 너희들은 나에게 무가치한 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라.”

“저희가 어찌하면 제국을 세울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아니 유용성을 어떻게 증명하면 되나요?”

이제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다.

지금 대화가 이대로 끝나면 자신들은 영원히 인질이 되고 조금의 소란에도 석상이 된다.

한마디로 영원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간단하지 않는가?

저리하면 된다.”

나의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황녀의 얼굴은 납처럼 굳어진다.

치료를 끝낸 나의 성녀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세심하게도 통합성녀의 법의의 핏자국을 모두 지우고 옷까지 다시 정리하고 입혔다,

아공간에서 성녀의 무장인 방패와 메이스, 갑옷을 꺼내 알몸에 착용하고 일어선다.

멍한 표정의 통합성녀가 치료가 된 팔에 성물을 쥐고서 일어선다.

“그 옷 이겨서 반드시 벗기겠어요.”

“말하시면.......벗겠습니다.”

“아뇨, 저의 신의 뜻대로 싸워 이겨 쟁취하겠습니다.”

“신의 이름을 건 전투에 승부의 양보는 없습니다.

알고계시죠?”

“전력으로 갑니다.

반드시 그 옷 벗길 겁니다.”

결의에 찬 전쟁의 성녀가 신성력을 발산하고 통합성녀가 그 수십 배의 신성력을 보인다.

그 광경에 황녀의 얼굴이 당황해서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내가 웃는 것을 보았다.

“아름답지 않은가?

신도수 200억의 성녀에게 10억의 성녀가 도전한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외면한 상대를 위해서이다.

이곳의 불멸성을 믿고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도전할 각오다.

끝없는 도전 끝에 언제인가는 승리에 닿을 것을 진심으로 믿으면서 말이다.

너의 나라가 그런 인원들만으로 채워진다면 지금이라도 중간계의 인간들 전부를 넘겨주겠다.”

“불가능해요.”

고개를 들어 황녀를 쳐다본다.

그 눈동자에 보이는 것은 무서운 것을 본 혼란이었다.

“이성도 합리도 이해관계도 없는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입니다.

예측도 안 되고 조정도 불가능해요.

저런 인원으로 나라를 채울 수 없어요.

나는 그들을 지배할 수 없어요,”

감정의 벽이 깨지고 자신의 여황이 되어 지배의 욕망의 길이 막히자 무너지려 한다.

저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길이 어떻든 그녀는 강한 자이고 그 강함을 위한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탁-!

가볍게 등을 쳐 주의를 집중시킨다.

갑자기 자신에게 접촉하자 놀라서 나를 쳐다본다.

“너는 인간 중에서 나의 예상을 벗어난 첫 번째 여자다.

성급히 절망해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마라.

이곳에는 죽음도 늙음도 없다.

그 말은 배움과 기회도 무한하다는 뜻이다.

배워서 더 현명해지고 수련으로 강해지면 된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꿈에 도달할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때가 오면 나는 중간계의 관리자로서 그 꿈을 이루는데 조력할 것이다.”

나의 말이 마탑에 울려 퍼진다.

이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서 풀린 왕녀와 기사들까지 무릎을 꿇고 나를 바라본다.

투기와 신성력을 피어 올리던 두 성녀들까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의 선언이 이어진다.

“내가 창조한 이곳이라면 어떤 바람도 쉽게 이루어줄 수 있다.

도전하고 발전하여 나를 기쁘게 하라.

그것이 카르마의 의지이며 내가 그 잔인한 법칙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분이다.

통합성녀여 나의 의지에 따라 너에게 도전하는 성녀를 모독하지 말라.

만약 네가 그녀를 제압하고 전 성녀들을 통제하여 내게 신력만 바친다면 너의 바람을 이루어줄 것이다.”

통합성녀의 눈이 어지러이 흔들린다.

나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지만 믿기지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바람은 주신도 이루어질 수 없다.

카르마가 결코 용납하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

“카르마에서 벗어난 나의 마탑의 영역에서의 한정이지만 가능하다.

아무 부작용이 없는 영혼에서의 완전소생이 말이다.

나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10서클의 흑마도사이며 이미 거기에 도달했다.”

우우우우우웅-!

통합성녀의 신성력이 폭증한다.

주신의 성물에 스스로를 바친 수많은 통합성녀들의 영혼이 거기에 호응한다.

아무리 스스로라 해도 성물에 영혼을 봉인한 것은 영원한 감옥 그 이상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의 온기는 통합성녀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니 이제 그녀는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다.

그리고 불사와 불멸이 보장된 마탑에서는 나의 성녀가 포기를 할 때까지 이어진다.

“저보다 냉혹하시군요.

자신의 성녀를 이기지 못하는 영원의 싸움에 밀어 넣으시다니.”

황녀는 완전히 회복해서 이제 특유의 무표정한 기품서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어린애는 싸우면서 크는 법이다.

나의 성녀가 이겨서 통합성녀를 벗기면 그 자리는 취소다.”

“완전히 황녀들을 제압하고 다시 앉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그 정도면 용납하겠다.”

역시 이 여자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의 여황으로서 지배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여자도 나름대로 재미있다.

‘네가 선택한 의지의 싸움이다.

이겨라.’

통합성녀에게 무기를 휘두르며 돌진하는 모습을 보고 격려할 뿐이다.

신은 기적의 발현이 아닌 믿는 자의 의지를 돕는 것이 올바르다고 믿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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