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준비 -->
회색의 현자 사이아나가 붙들러 온 것은 순식간이다.
그녀의 가치는 그 지혜와 권능이 있지 육체능력은 최하위였기 때문이다.
울며 발버둥 쳤지만 어느 새인가 에르피나의 옆에 던져졌다.
“네가? 말도 안 돼?
너의 권능은 ‘완전기억’과 ‘정보조합’인데?”
검은머리의 현자영령을 보는 흑마도사의 입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이 떨어졌다.
처음의 살기조차 사라지고 말없이 그녀의 모든 기억을 읽어간다.
그리고 한참 후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현자정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허-! 권능이 아닌 ‘완전기억’으로 습득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조합하여 흐름을 읽어낸다.
그리고 거기에 따라 모든 대책을 강구한다.
특별한 권능이 아닌 단지 초월적인 지혜의 축적으로 행하는 단순한 예측?
이러니 파악이 될 리가 없지!
그러나 인간의 현자의 단순한 넘겨 짖음에 내가 모두 파악당해?
그것이 나를 패배직전까지 몰아넣었다고?
어떻게 소멸시켜 줄까?”
허탈한 흑마도사의 말이 울리고 이제 현자영령이 체념한 듯이 다시 대답한다.
‘교황이 되겠습니다.’
“........”
상상을 초월하는 말에 그 장면을 보던 모든 이가 기함을 한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에르피나와 황녀까지 얼굴이 얼마나 놀랐는지 입이 벌어지는 것을 모를 정도다.
“.........뭐라고 했느냐?”
‘옆의 에르피나와 같이 하겠습니다.’
‘카악-! 이 가스나가 또 무슨 소리를-!”
갑자기 자신까지 이 무서운 신의 교황을 들먹이니 잊고 있던 고향의 방언의 튀어나올 지경이다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지만 현자의 눈은 단 한시도 흑마도사를 떠나지 않는다.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게 반짝이며 한 올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
그녀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절대 그녀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저들 모두를 당신의 신도로 하고 영원하지는 않으나 끝없이 발전되는 세계를 여기에 구현하여 언젠가는 이상적인 신계로 만들겠습니다.
원래 불가능하나 에르피나와 저는 가능합니다.’
“.........”
이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흑마도사가 다시 차를 스스로 따라 마신다.
그런 표정과는 상관없이 현자의 말은 이어진다.
‘에르피나의 ‘심상확인’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모든 인원을 통솔합니다.
거기에 저의 지혜면 가능합니다.
저를 중간에 버리시지만 않으면 말입니다.’
“........”
이제 처참한 감정이 말에 섞여 들어온다.
어느 새인가 검은 눈방울에는 아까와 다른 회한의 눈물이 흐른다.
다가올 처참한 결말을 막기 위해 사람들에게 말할 때마다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
모두 그녀를 비난하고 심하면 죽이려고 들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끝없이 예측하기를 강요하고 다시 비난한다.
그런 평생을 살다 죽어 영령이 된 지금 다시 그 상황에서 이렇게 된 것이다.
가슴이 막혀오는 느낌이 에르피나를 덮쳐왔다.
‘그래 그녀를 외면한 것은 나였지.
처참한 진실을 보기 싫어 외면해서 제국을 잃고 나도 죽었어.’
흑마도사의 말이 다시 허공을 울린다.
“내 대답은?”
‘거........거부입니다.
언제인가는 혼자서도 이룰 수 있는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 하는군.”
쨍강-!
벌컥-! 벌컥-!
너무나 목이 타서 찻잔을 던져버리고 주전자를 들어 벌컥거리며 마시기 시작한다.
자신의 처분을 기다리는 현자는 이제 고개를 숙이고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심상은 이미 체념이다.
우롱당한 자신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녀를 소멸시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이 이능이 아닌 권능은 너무나 위험하다.
만약 자신에게 이 ‘확률 예측’이 다시 칼날을 세운다면 피할 수 있을까?
신계에 붙어 나를 노린다면 정말 답이 없다.
그리고 아까는 정말 천운이었다.
자신의 승리를 위한 ‘희생 감수’의 이능이 자신의 육체의 제어권을 일부 빼앗아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영문도 모르고 끝날 뻔 했다.
‘결코 살려 둘 수는 없으나.......너무나 아깝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무한히 발전하는 신계는 세울 수 있으나 시간이 너무나 걸린다.
그러나 이 현자는 엄청난 단축이 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이런 천운과 그것을 능가하는 노력으로 신의 권능조차 우롱하는 고유권능을 가진 인간이 나올 수 있을까?
결코 없다.
있다면 한낱 인간의 이름이 신계의 최우선 자료에 오를리 없다.
또한 최상급신들이 저 권능의 무서움을 두려워하여 사계에 방치할리도 없다.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얻어야 한다.
이 여자가 세운 신계는 영원보다 더한 발전과 진화를 이룰 것이다.
자신은 그저 그녀를 믿기만 하면 된다.
저 두려운 어떤 일도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회색의 진실 앞에서 말이다.
‘결국 나도 걸어야 하나.
쿡-! 나는 흑마도사다.
대가를 주지 않고 얻을 수는 없지.’
“신위 완전개방!”
다시 한 번 열두 쌍의 황금빛의 날개와 한 쌍의 반투명한 날개가 펴진다.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강대한 신력 앞에 성녀들의 눈이 몽롱해지고 아까 능욕당해 분노하던 소생된 성녀까지 다가가려 한다.
신에게 바쳐진 성녀에게 강대한 신력만큼 매혹적인 것은 없는 것이다.
다른 영령과 현자조차 그 빛에 매혹되어 간다.
그 강대한 신이 자신의 황금빛 날개를 잡았다.
우드드드득!
황금빛의 신혈이 튀고 그 찬란한 빛의 날개가 찢겨진다.
갑자기 벌어진 처참한 광경에 성녀들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너무나 아름답고 강대한 신이 스스로 자해함을 보고 안타까움의 비명이다.
그리고 오른쪽의 6개의 날개가 모두 찢겨나가 편익의 6쌍과 반투명한 1쌍만이 남았다.
뜯어진 빛의 날개가 스스로 날아 누군가의 등에 달라붙어 가고 다시 찬란한 빛을 발한다.
그리고 뜯겨져 나간 자리에 다시 반투명한 빛의 날개가 그 자리를 채웠다.
“환영한다. 차원의 교황이여.”
차원의 신의 말이 울리고 다시 12쌍의 날개는 찬란한 빛을 찾았고 그것은 다시 접혀지며 흑마도사의 흑금발이 다시 돌아온다.
그 의미는 간단했다,
자신의 신력의 절반을 통제하고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넘긴 것이다.
만약 교황이 하고자 한다면 그 신력의 반을 봉인할 수 있다.
그 의미를 아는 성녀들이 전율한다.
새로이 교황으로 임명되어 자신의 신과 똑같이 흑금발의 머리를 가지게 된 회색의 현자가 힘겹게 묻는다.
자신의 등에 달린 날개의 빛과 흑금발로 변한 머리카락에 모든 것을 안 것이다.
자신에게 신으로서의 절반의 운명을 넘겼음을 말이다.
‘신이 아닌 인간이셨습니까?’
“아직은 인간이다.”
‘제가 졌습니다.
영원토록 당신을 위해 전력으로 모시겠습니다.’
“무리하지 마라.
일단 이곳부터 안정시키라.”
‘예. 가자-! 에르파나.
힘이 생겼으니 진실의 끝을 보러가자고. ‘
모든 마도사영령들과 황제영령이 같이 날개를 펼쳐 호수의 다리로 날아가는 차원의 교황이 된 회색의 현자를 바라보며 황녀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입니다.
무척 감정적이시군요.”
“훗-!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자를 부하로 두는 것은 이상에 불과하지요.
마지막에 배신당할 뿐입니다.
다만.......”
다가와 고개를 숙여 흑마도사의 손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조용히 일어나 허리를 숙이며 경건하게 예를 표한다.
“다시 왼쪽 옆에 앉을 때가 무척이나 기대되옵니다.
인간인 신이시여.”
“나도 기대하겠다.”
황녀도 사라지고 이제 마탑 위에는 2명의 소생된 미와 사랑의 성녀와 현직 성녀가 남았다.
모든 영령과 인원이 다리위에 모여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들을 쳐다본다.
아까의 신위개방 때문인지 그녀들은 극도의 예를 표하며 무릎을 꿇고 손을 앞으로 뻗은 체 있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빛나면서 알몸을 부분적으로 감싸고 양탄자가 깔린 바닥에 부드러운 거대한 젖가슴이 눌려서 옆으로 퍼져있다
그리고 풍성하고 둥근 엉덩이는 높이 들려져 호흡을 할 때마다 유혹하듯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여신조차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가진 미와 사랑의 여신의 전 성녀와 현직 성녀가 알몸으로 보이는 유혹적인 모습에도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차원의 성녀가 되겠느냐? 리브나.
너의 힘은 나의 성녀로 합당하다.”
“영광이옵니다.
제 모든 것을 다해 신께 봉사하겠습니다.”
“바라는 것은?”
“지금은 없사옵니다.
다만 지금은 안아 주시옵소서.
그리고 더욱 강해져서 봉사하겠나이다.”
흑마도사를 바라보는 전 성녀의 눈은 상상을 초월한 파격적이고 관대한 처분에 감격하고 신력에 대한 열망으로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