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탄생 -->
“주신의 신력이란 지독하군.”
혀를 차면서 신계의 문에 내려앉는다.
자신의 날개에서 방사되던 태양의 신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금만 실수하면 마탑을 날려버릴 것 같아 황급히 신계로 이동하지만 여전히 날개는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자신의 등 뒤에서 타오르듯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본신의 힘이 아닌 근원의 태양의 힘을 빌려 오른 주신의 신격이라 무척 고생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 능력은 최대출력을 무한대로 난사하고 태양의 신격까지 갖추었기에 주신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이 신력개방상태를 해제를 못하는 것이 문제다.
“주신이 되었다고 광고하는 꼴 같군.”
그렇다고 중간계에 있자니 이 강대한 신력에 그대로 난리가 날 것이 뻔해 어쩔 수 없이 신계로 올라와야 했다.
“그 꼴을 또 봐야하나?”
여신전용이라 불리는 자동 신계계단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래도 신계에서 있을 곳은 주신전 밖에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야한다.
그렇다고 저기 구석의 나선길로 가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을 못한다.
“또 많이 매달아야 하겠군,”
시비를 거는 여신은 모조리 매달 생각을 하고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전의 그 부지런한 상급천사가 황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죄송합니다. 여기는 여성.......”
자신의 등 뒤에 날개를 보는 눈이 점점 커져간다.
최상급신이라고 광고하듯 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신력이 소모되는 일이라 대부분 접고 다닌다.
“열세........쌍? 그것도 태양의 신격........주신님이라고요?”
털썩-!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은 것을 보며 고개를 저으며 계단에 오른다.
겨우 상급천사가 주신급의 신력에 압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쯤 되면 어떤 여신이 달려와서 성희롱을 외치면서 집단으로 달려오던데 조용하다.
이상해서 주위를 보니 여신들이 있기는 있다.
그런데 비분강개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고 두세 명씩 모여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 뭐냐?
이것들은 항상 예상 밖이야.’
달려들지 않으니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주신전에 내려서자 자신의 신력을 느꼈는지 태초의 신들이 모두 전투태세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 뒤에는 완전무장한 상급신들과 일부 최상급신까지 나와 있다.
거기다 주신까지 나와서 멀뚱거리며 자신을 바라본다.
하긴 갑자기 또 다른 주신이 나타났으니 비상이 걸릴 만도 하다.
자신을 향해지는 투기에 몸이 또 욱신거린다.
주신의 신력을 얻었고 마왕의 마도구도 얻었다,
처음처럼 지지는 않는다.
후우우웅-! 후우우웅-!
열세 쌍의 날개가 펴지면 황금빛으로 불타오른다,
분명히 저 주신의 권능을 저항하고 있다.
신계 전체에 퍼진 ‘현실조작’의 권능의 영역을 자신의 태양의 신력이 확실히 덮어 막고 있는 것이다.
모자라는 신도 수는 최대출력으로 막고 있다.
영역도 대등하고 이 정도라면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
비록 검신이지만 자신역시 근원학파의 흑마도사다.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하면 결코 지지 않는다.
더구나 검사라면 하이엘프퀸들과 지독하게 싸워왔고 가장 익숙한 상대다.
무엇보다 나의 수준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주신과의 카르마 계약서.”
황금빛이 빛나는 계약서가 공중에 떠오르자 모두의 시선이 거기에 모인다.
그리고 설마 하는 눈으로 자신을 쳐다본다.
물론 흑마도사때와는 외모가 거의 다르다.
흑금발이 완전 금발로 바뀌고 신체로 바뀌며 내 신체에서 이룰 수 있는 완정한 미형이 된다.
그러니 못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주신과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나오니 눈치를 챈 모양이다.
“지금 주신과의 싸움을 규정 예외를 신청해.”
“자네 결혼 안했지?
내 처제가 참한데 어떤가?
조금 더 젊은 아이가 좋으면 내 조카도 좋고.”
“........”
또 나왔다.
저놈의 곱게 미친 소리를 하는 특기가 말이다.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퍼진다.
그러나 다시 당할 내가 아니다.
다시 투기를 끌어 올리고 신력을 추가로 개방한다.
“자아-! 전쟁과 엘프의 신이 주신의 힘을 가진 것을 축하하지.
신계의 경사로다.
모두 박수로 환영하세.”
투기를 뿌리던 나에게 태초의 신들까지 박수를 친다.
이거 정말로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여신들이 나의 13쌍의 날개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은 느낌이지만 살기는 없다.
그리고 어디에도 적의가 없다.
완전히 김이 빠져버렸다.
“하아-!”
한숨을 쉬며 마력을 풀어버리고 계약서를 되돌린다.
자신의 경쟁자가 나왔는데 저 주신 정말로 기뻐하고 있다.
또 무슨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 건가?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창조신에 도전하실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그렇지.
다른 신계가 알면 얼마나 부러워할지 모르겠군.”
‘창조신에 도전할 자격?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어찌된 것이 축제분위기다.
자신이 비록 최고위의 최상급신이 되었지만 몇 달 전에 해도 신계를 멸망시키겠다고 난리를 치던 흑마도사다.
그런데 모두 자신의 날개만 쳐다보며 기뻐하는 남신들과 점점 뜨거워지는 여신들의 눈이 예사롭지 않다.
“주신으로 임명된 자가 또 다른 주신을 별에서 탄생시킬 때 창조신의 위에 도전할 자격을 부여하지.
정말 고맙네.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자네라면 금방일거야.”
띵-!
저 주신이 나보고 정말 고맙다고 한다.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규정이 있다.
그는 도대체 어떤 성향이기에 이런 파격까지 인정하나?
강한 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유지해야 한단 말인가?
그것이 자신을 위협할 지라도 말인가?
“주신의 힘을 가진 자는 별을 받아 새로운 세계의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고 이 별의 주신도 될 수 있지.
물론 내 뒤를 이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네.
여기는 자네 고향이 아닌가?”
얼굴이 굳어진다.
고향이라고 해보았자 거의 평생을 자기를 죽이려고 달려든 기억밖에 없다.
지금 전투를 벌이자니 다들 잔치분위기 직전이다.
잔뜩 투기를 올린 내가 미친놈으로 보인다.
“하아.”
투기를 풀고 날개를 최대한 접었다.
저 여신들의 눈초리도 이제 이해가 간다.
신위전과는 전혀 상관없이 새로운 별의 주신이 될 존재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단 한 번에 인간들의 세계로 치면 왕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어쩌고 해도 본인의 신력이 낮으면 단숨에 찬밥신세인 것은 이곳도 같다.
그런 존재에다 색신이라는 소문이 나있다.
지금 주신의 정이야 공처가라 꼼짝도 못하지만 반려가 없는 색신이라면 유혹만 잘하면 얼마든지 정을 받고 신력을 올릴 수 있다는 눈초리다.
그러니 나를 맛좋은 먹이로 보는 시선이다.
게다가 여기가 자유연애를 우선으로 하는 곳이라고도 했다.
더구나 주신이면 최고위의 여신조차 신력을 끌어 올려 한층 주신에 다가설 수 있다.
그 독한 그랑조아조차 신력의 증진이라면 수단방법을 안 가렸으니 지금 저들의 마음이 욕망으로 들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어느새 다가온 자신에게 다가온 주신이 친근한 어투로 아주 나지막하게 말한다.
주위의 신들이 들리지 않도록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자고로 여자는 현모양처야 하지.
내 처제는 신계에서도 아주 드문 참한 여신으로 다른 신계에서도 아름다운 여신으로 유명하네.
자네만 좋으면 당장 연결해주지.”
“.........”
어디선가 들었던 어조다.
환수신인가 뭔가가 하는 영감이 와서 막무가내로 여성 환수를 다섯이나 남겨놓고 가서 진땀이 났었다.
한참을 설득해서 일단 계약만 하고 돌려보냈지만 자신과 계약이 되어 돌아갈 때도 자신을 ‘서방님’이라 부르며 갔다.
그 망할 영감하고 지금 주신이 거의 겹쳐진다.
그리고 이 주신이 더 고약한 것이 여신들 중 누구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다.
‘대지와 농경의 여신........억지로 떠밀렸군.’
자비로운 모습이지만 눈빛이 날카로워진 것이 한창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아무리 순종적이지만 그녀도 주신의 반려이다.이런 일을 밀릴 수도 없고 밀려도 안 된다.
잘못하면 아예 여신들 사이에 발언권을 잃을 수도 있다.
최고위 최상급 여신들의 시선도 심상찮고 조금씩 다가오려는 기색이 보인다.
답이 없는 신위전보다 새로운 주신의 반려가 매력적이기는 하다.
더구나 색신으로 소문난 나이니 주신 급의 정까지 덤으로 얻는다.
아예 곁에 붙어 어깨동무까지 하려는 주신을 보고 가볍게 저지하며 말한다.
“대신족과의 전쟁을 시작하지요,
누구보다도 위대한 주신이시여.”
나의 그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그대로 말을 받는다.
“전쟁의 신이니 결말도 알려주겠지.”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나의 뻔뻔한 말에 주신의 얼굴에 금이 간다.
주신의 얼굴에 이제까지의 그려진 미소가 아닌 진정한 미소가 그려진다.
정말 많이 참아왔던 맹수가 극도의 기대로 이빨을 드러내는 모습에 나 역시 웃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