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탄생 -->
실무자인 지식의 신과 3명의 계략의 마왕의 대화는 장시간 이어졌다.
주신에 과거 달에서 사기를 친 걸로 욕설을 퍼붓는 마신과 지은 죄가 있어 묵묵히 듣고만 있는 주신을 보면 인간들과 다른 것을 하나 알 수 있다.
‘망각도 없고 영원히 사니 한번 잘못한 것은 끝이 없군,
조심해야지.
역시 편법은 좋지 않아.’
인간의 기준으로는 셀 수 없는 영겁의 세월이다.
그 기간 동안 한 번 사기를 친 걸로 저렇게 욕을 먹고 한마디도 못한다.
“차원의 주신은 별을 어디로 할 거지?
마신계에서도 꼭 알려 달라하더군.”
“고향을 버리면 쓰나.
우리 신계는 수위권으로 발전된 곳이지.
나를 보게-!
창조신이 되는 자격을 얻는 주신이 얼마나 된다고!
이게 다 우리의 신계 덕이야.”
“아직 신력을 더 쌓아야 하지요.
나중에 완전해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당한 후계자가 있는 신계를 물려받으면 안 되지 않습니까?”
저 주신 놈이 아직도 포기 안했다.
영겁의 세월동안 사기 한번 친 걸로 욕을 처먹은 것도 무시한다.
저러다 내가 인수받고 창조신이 되어 자기를 영겁동안 욕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창조신이 되어서 또 저러고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
이제 실무자의 조정은 끝났다.
“간단하게 대신족과 전쟁이후에도 공동방위 협정은 유지하고 3계에서는 전투를 금지하나 경계에서는 전투를 인정한다.
그리고 가용전력은 여기서 방어전을 준비한다.
변한 것은 지금 대신족과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전투는 금지인가?”
“뭐 잠시 휴전이지.”
“적의 전력은 강대합니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마신과 주신이 다 여기 있는데 저들이 어쩌겠는가?”
“적의 손에 들어간 행성이 4개입니다.
최소 대신족의 주신이 4명이라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계와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쿵-!
차원의 주신의 말에 주위의 마왕과 신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대신족들은 기본적으로 신멸의 권능을 가진다.
마신의 신살에 비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신격이 반단계 정도 내려간다.
그럼 최고위의 주신이 4명이란 소리다.
“근거는?”
주신이 분위기를 읽고서 반문을 한다.
가볍게 할 말이 아니다.
아무리 자기가 강해도 대신족의 주신은 자신과 비등하다.
“저의 차원의 권능은 최상급신은 막지 못합니다.
그런데 각 행성의 핵에 대한 탐색을 방해받았습니다.
저의 차원의 권능을 막을만한 존재가 있다는 뜻입니다.”
“4개 행성 전부?”
“적의 행성요새가 있는 9행성은 주신급의 서로 다른 방어가 있습니다.”
“최대 5명이란 소리군.”
“하나는 완전한 주신, 또 하나는 미흡합니다.”
“총력전을 하면 완전히 밀린다는 뜻이군.”
“대신족의 주신이 별을 떠나는 것은 그 행성의 생명력이 고갈되어 폭파되는 순간뿐입니다.
정말 끝장을 보려고 하기 전에는 총력으로 못나옵니다.
지금은 각개 격파가 최우선입니다.”
“으음! 대신족의 주신이 4명이면 확실히 신계나 마계 단독으로는 무리지.”
“직접 보고 확인한 정보가 아닌 유추한 첩보이지만 상당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전쟁을 시작한 이상 최대한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영원의 번영을 위하여 지금은 힘을 합할 때라 판단됩니다.”
차원의 주신의 신언이 신족과 마족의 심령을 간섭한다.
신력이 높은 신은 자연스럽게 하위 신족의 사고를 자신의 의사로 이끈다.
그리고 신력에 반발하는 마족은 강대한 힘으로 억누른다.
더 이상 서로에 대한 적의는 사라졌다.
물론 완전히 사라진 것이 잠재했지만 최소한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처방이 되리라.
원래는 마신과 주신이 해야 하지만 서로의 감정 때문에 본인들도 통제가 안 되니 이 수 밖에 없다.
“좋아! 서로 얼굴 안보고 전쟁을 준비하자고.”
마신이 호쾌하게 일어나며 전신갑옷의 투구를 착용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차원의 주신은 더 이상 용병일은 안하나?
골치 아픈 것들이 가끔 마계의 경계에 나타나서 말이야.
저 밥벌레 놈들이 자꾸 죽고 재생하고 난리야.”
“마계의 경계에서 이형신을 사냥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합니다.
대가만 제대로 주시면 말입니다.”
“주신을 고용하는 대가는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 보아야겠군.
그럼 다음에 보지.”
마신이 마족을 이끌고 가자 양탄자를 접어 공간에 집어넣었다.
주신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용병일도 하나?”
“가끔 의뢰를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래 것들이 처리하기는 힘들고 본인이 하기는 귀찮은 일이지요.
창조신이 되시면 정식으로 의뢰를 받겠습니다.
‘근원의 수행자’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허-! 신분을 숨긴 주신급의 강자가 용병을 한다고 주신계에 소문이 자자했는데 자네였군.”
“주신이 되었으니 앞으로 힘들지만 친분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렇지!
원래 친분이 소중한 것이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지금은 전쟁신입니다.
신계의 일이라면 부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
역시 자네는 신용이 있어-!
내 자식 놈도 반만 따라가면 소원이 없겠군."
기꺼운 표정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주신을 쳐다보며 지식의 신이 한숨을 푹 쉰다.
계산기를 꺼내 두드리는 것이 주신인 자신의 급료의 추가인상을 계산하는 모양이다.
“급료는 추가로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업무의 편의만 봐주시면 됩니다.”
“그렇지-!
요즘 신계도 빡빡해서 말이야.
업무는 걱정을 말게.
누가 전쟁의 주신의 업무를 딴죽을 걸면 내가 가만 안두겠네.”
누가 영겁의 주종관계 아닌지 하는 말이 똑같다.
어차피 재산이나 정기는 이미 나에게 의미가 없다.
내가 가장 자랑하는 마법인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는 나의 신격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특정 물질을 무한대로 생산이 가능하다.
필요한 정기야 무한의 달로 아무리 써도 넘친다.
약간의 정기를 더 받느니 조금 더 편해지는 것이 낫다.
그리고 마신이나 창조신들의 의뢰를 받아 처리해주면 편의도 상당히 받고 말이다.
차원의 주신인 자신이 다른 주신이나 마신들의 견제를 받으면 상당히 피곤해진다.
본신의 이동이 상대방의 허락하면 안전하니 말이다.
주신급의 강자가 용병을 받아들이는 것이 굉장히 희귀하니 나름대로 대가도 풍족하다.
이제 이곳의 방어에 전력을 기울일 테니 이제 좀 다시 쉬어야겠다.
그리고 신계에 오래 머물 것 같으니 신전도 조금 더 개조를 해야 하겠고 말이다.
“그랑라하-! 이야기 좀 하자.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신전을 옮기느라 바빠!
아이들도 옮겨야 하니 나중에 하자고.”
“이것아-! 차원의 주신을 정말 유혹할 생각이야!
네 딸의 종속 상위신이잖아.”
“곧 풀어준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 정도는 감수할 생각이야.”
“뭐야-?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까지 된 거야.”
“정말 끝까지 갈 생각이야?
이 신계는 어쩌고?
아니 별을 받아서 단독으로 주신으로 복귀하는 것은?
다시 남주신 하고 같이 별을 경영할 생각이야?
그 고생을 했으면서?”
“주신이 별을 하나만 가지란 법은 없잖아?
능력만 되면 몇 개도 가능해.
그리고 꼭 결혼할 생각은 없어.”
“너 당장 이야기 다시 해-!
6개월간 어디까지 파악한 거야?”
“나중에 봐.
신력전이 명단은 잘 정리해서 보내고.”
“그랑라하-! 이것아 끊지 말.......”
폭주하는 여주신의 전언을 끊고 복잡한 눈빛을 하며 이제 거의 정리된 좁은 신전을 지나갔다.
황량한 것이 자신이 이를 악물고 떠나온 신계와 같았다.
자신이 영겁의 세월을 쌓아올린 신계가 남편의 바람기로 무너졌을 때 그 비참함과 원통함은 누구도 모른다.
“거의 눈치를 챈 모양이지만 이미 늦었어.
아직 어린 그랑조아에게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할 수는 없지.”
하급신이 된 정도는 그 아이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더구나 차원의 주신의 도움이라면 순식간에 다시 복귀할 것이다.
그럼 주신의 후계자가 남신에다 저 꼴인 이상 그랑조아가 이곳의 주신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
후계자에게 줄 별이야 창조신이 되고나서 하나 주면 된다.
그래서 주신도 어느 정도 자격만 되면 어떻게든 다른 주신에게 넘겨주고 창조신이 되려고 난리다.
그러나 자신들이 버티고 있는 이상 어떤 주신도 오지 못한다.
그랑조아는 이곳 출신이고 이미 자신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그 아이 혼자서는 이곳의 주신은 무리고 내가 도와도 힘들다.
아무리 자신들의 지지를 받아도 너무나 이 신계가 광대하고 큰 것이다.
저 차원의 주신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쉽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저 무심한 차원의 주신을 잡을 수 있을 리도 없다.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보니 어떤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단지 강자에 대한 경애와 존중의 감정을 보일 뿐이지 절대 애정이나 애욕을 가질 존재가 아니다.
누가 색신이라고 소문을 냈는지 모르지만 정말 한참 잘못되었다.
끝없이 강해지기 위해 단련하는 완벽한 수련자이다.
그랑조아와의 관계도 보아하니 단지 신력전이를 위해 맺은 관계일 뿐이다.
정신체인 신들이 신력전이를 위해 정을 나눈 것을 진정한 육체관계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 결혼이나 요구를 강요하면 저런 존재는 절대 응하지 않는다.
자신이 주신으로 있던 신계에서도 저런 존재는 타협보다는 투쟁을 원했다.
그러니 차라리 빚을 조금씩 지우는 것이 낫다.
그것이 육체관계라도 말이다.
수많은 최고위 최상급신 중 하나인 그랑조아는 그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주신인 자신이라면 강자에 대한 존경심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자신에 대한 경애의 감정은 확인한 사항이다.
그리고 그를 잘 내조하고 돕는다면 자연스럽게 딸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 줄 것이다.
결코 시류나 집단에 흔들리지 않는 가장 믿음직한 아군이 될 것이다.
“태양의 신력과 달의 무한의 정기까지 동시에 운영가능하다면 이미 창조신의 영역이다.
지금은 이곳의 주신이 될 그랑조아를 위해서도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야.”
결국 딸의 장래를 위한 어머니로서 결의를 다진 과거 위대한 천공의 여왕이었던 헤라였다.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은 여주신들이 가만히 있을 여신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신이 될 정도로 강대하고 권력욕이 강한 존재들이다.
창조신에 근접한 주신을 자기 아군으로 만드는데 자신보다 더한 방법은 쓰고도 남는다.
이곳의 신계에는 관심이 없지만 차후에 별을 얻고 신계를 만들 때 저 정도의 주신의 전폭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설마 나처럼은 안하겠지.
남신이라면 이를 갈던 여신들이니 말이야.”
약간 불안하면서도 고개를 흔드는 그랑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