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신탄생 -->
우웅-! 웅-!
알현실의 중앙의자에서 13쌍의 날개가 황금빛으로 불타 펄럭인다.
이미 회복은 완료되었으나 차후의 전황에 신경이 쓰여 졌다.
‘주신의 무력이 예상치보다 아주 낮다.
절반정도 숨기고 나와 비무를 한 줄 알았는데 거의 전력이었어.
저 정도로는 결코 대신족의 주신들을 압도할 수가 없다.’
고민의 주체가 바로 떨어지는 신족 전력이었다.
대신족의 주신의 신멸이 거의 신살과 동격이라 가정했을 때 마신과 주신의 합공의 견딜 확률이 크고 전쟁이 장기화 되면 적의 증원이나 의외로 다른 대신족의 주신들이 별을 포기하고 합공을 하려 할 수 있다.
그러면 말 그대로 서로 끝장이 난다.
‘나의 차원천라(次元天羅)로 전 전장을 아우르기에는 신력이 부족하다.
마법역시 결정타를 줄 수는 있지만 그 이후 무방비다.
역시 아직 힘이 부족해.’
우둑-! 우둑-!
자리에서 일어나 몸 상태를 확인한다.
신력과 마력은 언제나처럼 만전이다.
다만 정신적인 피로만 쌓여있을 뿐이다.
‘태양과 차원의 신력이 20억, 마력이 15억인가?
최대출력으로 무한난사를 하면 내 몸이 버티는 한계가 마력이 완전 소모되는 1시간 정도이니 단기결전만이 답이다.
아직 태양의 신력과 달의 정기를 흡수하여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2달 뒤에는 사용할 수 없어.’
지금 전력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신족의 전진기지인 6행성을 본진인 신계 앞으로 끌어와도 고전은 필수였다.
‘주신의 200억의 신력이 해결책인데 저 정도로 전투감이 떨어지다니.’
마계에서 절대자로 군림하는 마신과도 대등한 힘이다.
그런데 형편없이 밀려 본진인 신계까지 내줄 뻔 했다.
지금 필사적으로 태초의 신들과 대련하며 감을 찾으려하고 있다.
하지만 마계와 협정 후 검을 놓은 것이 오래인 주신이 다시 예전의 무력을 회복하려면 전쟁 막바지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여주신들과 내전이겠지.
보아하니 상당히 감정들이 쌓인 상태이던데 그냥은 해결이 안 될 것이야.
주신이 창조신이 되기 위해 약간만 지금 체계를 보수하려해도 당장 내전이다.’
신도 200억의 주신과 50명의 태초의 투신들이 8명의 여주신들과 수천 명의 여신들의 전투를 벌이면 중간계는 여파로 그대로 멸망이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도 파멸을 막을 수 없다.
그럼 자신도 카르마의 계약서의 중간계의 관리자로서 책임을 물어올 것이다.
인간 5천억과 기타 종족 1조 5천억이다.
그 것을 죽게 내버려두었다가는 그가 직접 와서 자기를 단죄할 것이고 ‘안티카르마’따위는 비웃을만한 처벌이 내려진다.
전후사정 따위는 관계없다.
그가 행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판정이다.
몇몇 별이 그가 내린 처벌을 받았는데 지금도 오싹할 정도다.
얼마나 잔인하고 상상력이 뛰어난지 황당하고 그것을 시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에 전율한다.
어떻게든 신계를 안정화시켜서 중간계의 안정을 보장받아야 한다.
지금 주신에게 미친 듯이 얻어맞으며 대련하고 있는 전 전쟁의 신이 보인다.
그런데 대련이 아니고 울며 도망가는 것을 맹렬하게 화를 내며 뒤를 따라다니면서 때리고 있다.
그 광경을 보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지식의 신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기생오라비 전 전쟁의 신은 후계자로서 안 돼.
시간도 터무니없이 많이 걸리고 결코 여주신들을 감당을 못한다.
나도 안 되는 것이 남신이 주신을 이어 받으면 이 신계는 바로 내전이다.
결국 그랑조아가 다시 복귀하여 예비주신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그럴 의리까지는 없다.’
전력으로 그랑조아를 지원하면 20억의 하이엘프를 만드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어디까지나 추억과 강자에 대한 존중정도지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도울 의리는 없다.
그리고 이미 줄만큼 충분히 주었다.
최고위 최상급신 2명분의 신력이 지금도 소모되고 있다.
저 정도로 강한 상태라면 시간이 좀 흐르면 얼마든지 자력으로 복귀할 것이다.
‘주신과 이야기해보아야겠군.
여차하면 카르마의 계약서의 예외조항을 발생시켜서 마탑과 대수림이라도 다른 별로 옮겨야겠다.
신계가 원인인 계약위반이라면 카르마도 인정을 할 테니 말이야.’
자신이 이 신계를 위해 몸을 바쳐 희생할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없다.
시끄럽고 이기적이고 무능한 신계의 여신들에게 실망을 할 것도 더 이상 없다.
여주신정도면 강자로서 경애의 대상이지만 그 이하는 더 이상의 관심을 끊은 지 오래다.
“찾아온 신은?”
자신의 신언이 상급천사에게 전해지자 어딘가 굉장히 지친 어조가 들려온다.
“최고위 최상급여신 8분이 오셨다가 가셨습니다.
그리고 깨어나시면 그랑라하님께서 업무면담 요청이십니다.”
“연락드리도록 하라.
내원의 휴식실에서 뵙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편히 휴식을 취하시기를.”
무엇인가 군기가 바짝 들어있지만 좋은 일이다.
저렇게 열심히 하면 나중에 좀 챙겨주어야겠다.
강당과 같은 크기의 길게 이어진 복도를 지나 숲과 호수가 보이자 숨이 확 터지는 느낌이다.
역시 고쳐놓기를 잘했다.
모든 고민이 싹 날아가는 것 같다.
잠시 멍하게 그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언제 흑마도사인 자신이 중간계 전부와 신계를 책임지고 살았는가?
혼자 살아남기 바빠서 하이엘프제국과 싸우고 마법을 필사적으로 익히던 존재였다.
언제부터 힘도 미치지 않는 미래의 일을 가지고 고민하였던가?
앞에 걸린 것도 처리하기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무엇인가 깨달은 느낌이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과 깨달음이 말로 튀어나왔다.
“그래-!
이번 일이 끝나면 마탑에 박혀서 11서클의 연구나 하자.
신들이 신계와 중간계를 말아먹든 나와 무슨 상관인가?
카르마의 계약서만 아니면 혼자 살아남기도 바빠.
신계의 계약위반으로 깔끔하게 계약서를 파기하고 대수림과 마탑을 옮겨야지.
이계의 주신과 마신들의 용병이나 뛰면서 죽도록 싸우다보면 무슨 수가 나오겠지.”
그냥 하던 대로 살기로 결정하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그건 곤란해.”
한기가 모락모락 피는 여신의 음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아무리 정신을 놓고 있어도 자신의 감각을 속인 사실에 흠칫 놀라 뒤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이 준 옷을 입고 화려하게 단정한 너무나 아름다운 천공의 여왕 헤라가 있었다.
빛나는 금발을 휘날리며 도끼눈을 뜬 채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살기나 투기는 없지만 엄청 화가 난 것 같았다.
‘권능이 '주신살'이었지.
거기다 은밀 속성의 주신급의 암살자.’
직접 당해보니 소름이 쫙 올라온다.
자신이 무방비로 뒤를 잡힌 것이다.
그리고 저 멀리서 다른 7명의 여주신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나름대로 화사한 옷을 입고 꾸민 것 같지만 헤라보다 옷도 상당히 떨어지고 무엇인가 부족해 보이지만 신력은 상급의 주신이었다.
조심스럽게 차원의 권능을 점검한다.
여차하면 위험을 감수하고 이계로 도망가야 한다.
신력을 개방한 것을 보니 정말 3명이상은 감당불가다.
거의 신력 15억에 달하는 거의 최상급에 준하는 주신들이다.
화사한 미모는 눈에도 안 들어오고 위기감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어떤 권능이 있을지 파악이 안 된다.
망할 ‘주신살’이나 ‘신살’의 속성이 하나 더 있으면 여기서 즉사할 수 도 있다.
‘응? 위기감이 전투감각이 아닌데?'
미묘한 불안감만 들고 전투예지가 발동이 안 된다.
8명의 여주신들이 모두 가까이와도 전투의 감각이 들지 않는다.
“긴장할 필요도 도망갈 필요도 없어.
이번에는 정당한 거래를 하려 왔으니까.”
“그렇습니까? 천공의 여왕 헤라님 아니 그랑라하님.”
“이 안에서는 헤라라고 불러도 돼.
그리고 당신도 주신이니 존칭은 하지 말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헤라?
신력전이는 시간이 나는 대로 하기로 하였는데 왜 갑자기 다 몰려왔는지?
저에게 더 이상 바라는 일이 없을 텐데?”
자기와 거의 동격인 여주신 8명이 다 몰려와서 정당한 대화를 말하니 기가 막힌다.
조금만 이상한 기미만 보이면 차원이동을 할 준비를 한 채로 말하자 한숨을 푹 쉬더니 여주신들을 둘러보고 말한다.
헤라는 정말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꾸민 여주신들의 모습과 자기 시선을 피하는 모습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러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래서 무슨 대화가 되겠어?”
“카르마의 계약서라도 작성할까?
절대 여기서 전투는 안 벌인다고?”
“무엇보다 또 무슨 수작을 더 벌리려고!
정확히 계약해야지.”
“이것아-! 더 이상 안 당해!
우리 있는 곳에서 정확히 추진해.”
“보아하니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니었군,
확정된 것처럼 말하더니 말이야.”
“정말 모녀가 똑같아!
수단방법도 안 가리고 무슨 짓이야?”
“독점은 곤란해-!
우리도 급한 사정이 있다고.”
한순간에 여주신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시장판을 연출하자 갑자기 벌어진 난장판에 어이가 없어진 차원의 주신이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정말 이 신계는 감당이 안 돼.’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것처럼 험악한 여주신들의 험악한 말다툼 속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차원의 주신이다.
‘정말 따뜻하고 조용한 마탑이 그립다.
이 신계는 어떻게 한시도 조용한 적이 없냐?’
한숨만 늘어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