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시작 (대신족의 주신) -->
그런데 갑자기 주신의 표정이 싹 변한다.
평상시의 능글맞은 웃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아까 잠깐 보여주었던 왕의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지극히 경건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서 말한다.
“창조신님의 가장 빛나는 검이 되겠나이다.
이 몸이 소멸할지라도 신족의 영광을 위하여 가장 먼저 나가 싸워 당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이옵니다.
가장 충실한 신하가 창조신님을 뵈옵니다.”
마신의 입이 쫙 벌어졌다.
나도 기가 막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신계의 지식의 신을 쳐다보니 이미 모두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엎드려 있다.
그리고 황급히 나에게 전언을 보내온다.
‘차원의 주신! 빨리 예를 취하게-!
사정은 나중에 설명을 할 테니까 빨리-!’
지극히 급한 어조에 나도 황급히 주신과 같이 예를 취한다.
그리고 창조신의 말은 들리지 않고 아까의 전언을 전한 주신의 말만 들려온다.
“아직 예를 갖추지 않은 자가 있다.”
전언을 하러온 주신의 시선의 끝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마신의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보였다.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 외친다.
“나 말이냐?
마신왕님 외에는 누구에게도 고개조차 숙일 생각이 없다.
마음에 안 들면 직접 와서 굴복시켜라-!”
마신이 화를 내며 검을 뽑아든다.
“역시 무례한 마신족 같으니라고-!”
상대편 주신도 13쌍의 날개를 뽑아들고 임전태세를 하지만 상당히 격이 떨어진다.
장담컨대 마신에게 1분 안에 죽는다.
“그만하지.
창조신께서 기다리신다.
네가 뒷감당을 다 할 생각인가?”
경건하게 무릎과 고개를 숙인 주신에게서 신력이 끓듯이 오른다.
결국 전언을 전하는 주신도 불쾌한 듯 인상을 구기지만 황급히 전언을 연결한다.
신계까지 이르는 광대한 영역에 창조신의 신언이 울린다.
“신계에서 가장 빛나는 검이여.
이번에 창조신의 자격을 얻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노라.”
‘신계에서 가장 빛나는 검? 누가?’
멍하니 주신을 바라보니 정말 한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는 검신 그 자체다.
“또한 10명이상의 주신이 필요한 최고위의 대신족의 주신에게 겨우 주신 둘과 마신 하나로 도전하는 용기역시 치하하노라.
그대의 도전으로 나의 신계의 이름은 그에게 전해지고 치하와 포상을 받았노라.
비록 실패해서 소멸할지라도 그대의 이름은 영원히 신계에 남으리니 마음껏 싸워 우주의 관리를 왜 신족이 하는지 보여주어라.”
“오직 신계의 영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칠 뿐 이옵니다.”
정말 사기꾼 주신이 맞는지 이제 헷갈린다.
어떻게 저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전언을 전하는 주신도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진 것이 굉장히 못 마땅한 것을 보는 것 같다.
“그대가 보여주는 신계에 대한 충성은 항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마음껏 싸워 이기라.”
“승리의 영광을 오직 창조신님에게-!”
“언제나와 같이 그대의 승전보를 기다리고 있겠노라.”
공간을 가득채운 신력이 사라지고 전언의 주신이 뭔가를 말하려다 혀를 차고 돌아간다.
갑작스런 창조신의 난입에 투지가 확 꺾이고 주신의 돌변에 어이가 없다.
“헥-! 헥-!
죽겠네.
그리고 저 놈은 자기 별은 어쩌고 아직도 저러고 있나?
정말 무서워 살겠나.”
전언의 주신까지 사라지고 나자 주신이 숨을 몰아쉬며 투덜대기 시작한다.
역시 연기였다.
저 너구리 주신은 창조신까지 속여먹나 보다.
마신도 눈초리가 심상치 않은 것이 아까 전언 온 주신을 요절을 낼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지식의 신의 한숨이 섞인 전언이 들려온다.
‘창조신님은 다 좋은데 이런 의례를 무척 좋아하신다네.
지금 주신님처럼 안하면 찍힌다네.
방금 전언 온 주신도 전언을 받을시 무릎을 꿇지 않았다고 십만 년 째 심부름중인데 언제 풀려날지 몰라.
정말 불쌍한 분이고 자기를 대신할 주신을 끌어드리기 위해서 시비를 거는 거야.
절대 걸려들면 안 되네.’
‘십만 년간 주신이 전언 심부름을 한다 말입니까?
겨우 예의 하나 때문에?’
‘앞에서만 잘하면 아무 말도 안하시니 제발 싫더라도 하게.
지금 주신님도 옛날에 한번 창조신님의 회의실에서 기침을 한번 했다가 최악의 최전선으로 보내신 적도 있어.
오죽하면 지금 주신님이 저러겠나.’
한숨만 몰아쉬며 신세 한탄을 하는 주신이 이제 불쌍해 보인다.
시간과 공간이 고정된 영향 탓인지 대신족도 조용하고 별에 고정된 대신족의 주신도 움직이기는 하는데 '경계'까지는 사정거리외다.
지금은 긴장보다 창조신의 난입에 뒷골이 마구 쑤시는 것 같다.
어찌된 세상이 위로 올라가면 편해질 줄 알았더니 갈수록 요지경 속이다.
능력이라면 지금 주신도 넘치는데 눈치만 보는 한물간 중년의 아저씨 꼴이다.
‘역시 대충 벌어서 혼자 사는 것이 만수무강에 좋겠어.’
주신이 되어 별을 받게 되면 바로 저 창조신의 직속이 된다.
그리고 내 관할에서 주신이 나올 때까지 저 허례허식의 창조신을 모셔야 한다.
한번이라도 실수하면 십만 년 이상 심부름만 해야 한다.
역시 내가 별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
남 밑에 있다 정말 한순간에 훅 가는 수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풀린다.
준비해.”
마신도 지식의 신의 전언을 들었는지 화가 풀린 모양이다.
하긴 주신체면에 잔심부름하는 것 이상의 치욕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나은 복수다.
주신도 겨우 긴장에서 풀렸는지 다시 투기를 일으키고 있다.
제약이 풀리며 대신족의 수많은 최상급신이 이동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경계에 오면 일일이 잡아야 하니 저것들부터 정리다.
“먼저 제가 갑니다. ‘클레쉬 플랜트 맥시멈’-!”
별을 불러 타격하는 9서클의 마법의 연속발현이다.
지금 내가 가능한 수량은 총 80개다.
“대신족의 주신이여. 어디 한번 막아봐라.”
우주공간에 80개의 행성이 그 모습을 드러낸 동시에 최대의 가속으로 전진기지 행성으로 향한다.
꽈우우웅-!
대신족의 주신의 입에서 빛의 파동이 터지며 행성들을 파괴하려하지만 정면에는 모두 치운 상태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노리는 것은 네가 아닌 네 부하떨거지다.’
정면의 궤도를 모두 피한 상태에서 전진기지의 행성을 모든 면에 행성을 박아 넣었다.
꽈득-! 꽈득-! 꽈득-!
섬뜩한 굉음과 폭발음이 들리는 것 같은 광경에 몸이 절로 떨려온다.
80개의 별 전부가 거의 같은 크기인 전진기지 행성에 틀어박히는 것은 시행한 내가 보아도 장관이다.
단숨에 상급이하의 대신족이 전멸했다.
어차피 주신을 상대할 수 없는 떨거지들이니 전황에는 상관없다.
무엇보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플랜트 쉐이크!”
9개의 마력의 원이 빛나고 정신없이 각 행성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별에 박혀 폭발직전인 별들이 원을 그리며 행성의 표피를 마구 유린하며 깍아 들어간다.
그러자 대신족의 신력이 담신 수많은 비명이 온 우주를 채워간다.
‘키에에엑-! 키엑!’
“카아아악!”
별과 별이 마찰하며 나는 막대한 열량을 이용하여 최상위급의 대신족도 남김없이 갈아버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생긴 아다만티움도 착실하게 챙기고 말이다.
별이 태양처럼 마찰열로 타오르고 표면을 계속 깎자 대신족들이 주신을 제외하고 모두 소멸했다.
“신멸의 권능은 흑마도사인 내게는 안 통한다.
내게는 최상급신조차 분쇄하는 별의 충돌과 태양의 신력까지 있다.
결국 너희들은 내 밥이란 소리다.”
크우우웅-! 우웅-!
한번에 모든 일족을 잃은 대신족의 주신의 굉음이 우주공간을 채운다.
별의 대공동에서 달보다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름 4,000km가 넘는 거체가 행성에서 꾸물거리며 기어 나오는 모습은 정말 기분이 나쁘다.
마치 기생충이 숙주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별의 기생충이 맞긴 하다.
다만 우리와는 다른 사상을 가진 양립할 수 없는 적이다.
“크와아앙아아!”
동족을 어이없이 잃은 비통한 울음 같기도 하고 도발하는 포효 같기도 하다.
뭐 일단 귀찮은 것들은 다 없앴으니 다음은 주신과 마신의 차례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이 다 놀라는 표정이다.
“이게 9서클? 차원의 상급신의 권능이라고?”
“전장을 완전 깔끔하게 바꾸는 마법이군.
편하게 되었어.”
최고위 대신족의 행성이 표면부터 갈아버렸으니 살아남는 것은 거의 주신급의 강자다.
별이 부딪치며 나는 굉음에 놀랐다면 지금은 감탄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솟아나오는 몇 명에게 다중 연속마법을 발현할 준비를 한다.
10개의 원이 아우성치고 반투명한 11개째인 비명을 지르듯 떨려온다,
그리고 주신살의 창을 마력이 허용하는 한 무수히 만들기 전에 차원의 권능으로 끌어들여 영창한다.
“나는 세상에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