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시작 (대신족의 주신) -->
벌컥-!
내용물을 완전히 비운 뒤 마법용기를 다시 아공간으로 넣었다.
신력과 마력의 충돌로 금이 갈 것 같던 육체가 단숨에 아물었다.
더구나 약간의 신력의 증가와 육체가 더욱 강건해진다.
숨을 몰아쉬며 자신이 상태를 점검한다.
‘신력이 10억 미만이고 마력도 10억 미만인가?
‘근원의 지팡이’의 마력도 다 사용하고 마탑의 마력도 고갈되었다.
마왕의 마도구도 마력이 방전되고 근원의 달과 태양의 일시적인 병목현상으로 충전저하다.
완전 회복에 1달 이상은 소요되겠군.’
이거 주신급으로 부르기도 부끄러운 힘의 수치다.
축복의 모유로 육체는 회복되어도 신력과 마력의 충전이 늦다.
그래도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마신과 주신이 별에 초거대 대신살의 창으로 고정된 대신족의 주신을 난자하고 있지만 나의 공격 이후 생명력의 저하가 거의 없다.
‘설마 소멸을 각오하고 본체로 뛰쳐나올 생각인가?’
대신족의 거대한 외형은 신족과 마신족의 다수 대 일의 전투를 위한 초대형 생체갑옷이다.
본체가 핵과 생체갑옷을 연결하여 전투를 수행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그 핵과 생체갑옷을 버리고 본체로 날뛰는 경우다.
예상하건데 대략 2배의 공격력의 상승과 경이적으로 속도가 향상된다.
다만 방어력이 거의 없게 되지만 저 최고위급의 대신족의 주신이 방어를 포기하고 전력으로 공격으로 하면 괴물인 주신과 마신도 위험하다.
더구나 본체는 갑옷과 핵을 벗어나면 이긴다 해도 결국 소멸한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필사적인 공격이 퍼부어질 것이다.
아마 나의 공격의 속성을 알았다면 같이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드는 것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태양의 신위 개방-!”
13쌍의 태양빛으로만 빛나는 날개를 최대한 펼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넓게 펼쳐 이 태양계의 태양의 힘을 모은다.
태양의 힘은 가장 회복이 빠르다.
비록 나의 전용은 아니지만 나 역시 이 신계의 최고위 최상급신이다.
고갈된 신력이 빠르게 차오른다.
그리고 달 역시 나를 이 별의 신으로 인정하고 정기를 나누어 준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공간 왜곡-! 설정은 달 규모의 구형-!”
화르르륵-! 위이이이잉-!
태양빛을 달 정도로 공간을 구형으로 만들어 모으고 그 초점에 나의 태양의 날개를 위치시켰다.
즉시 나의 날개가 반응하며 불꽃처럼 타오른다.
달의 정기역시 공간왜곡으로 모여 나의 회복을 돕는다.
‘역시 즉각 참전은 불가능하다.
이대로는 거의 하루 이상이 걸려.’
근원의 달과 태양을 가진 나조차 1달 이상의 자연회복을 해야 할 완전고갈 상태를 하루로 줄였지만 여전히 늦다.
주신과 마신이 외부로 돌출된 대신족의 초거대 생체갑옷의 외부를 완전히 검으로 분쇄하고 대공동안으로 돌입한다.
그리고 ‘전투예지’의 위기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행성의 대공안의 신력이 흉험하게 상승하고 있다.
'빌어먹을-! 결국 뛰쳐나올 작정이다.
너무 몰아붙였다.'
꽈르르르릉-!
거대한 신력의 굉음이 대공동에서 울리고 ‘신멸’의 신력포가 그대로 작렬한다.
‘크아아악-!’
‘으윽-!’
주신의 비명소리와 마신의 신음소리가 전해져 온다.
대공동안을 가득 채우며 발사된 대신족의 주신의 신력포를 못 견디고 튕겨져 나간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은 듯 전신갑옷의 일부가 부서 졌다.
신체에서 소멸에 저항하여 재생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신계를 쳐다보니 엄청난 신력이 주신에게 보내지고 있다.
그렇지만 주신의 부상이 완치가 되지 않고 검을 쥔 손조차 떨리고 있다.
뚜두두둑-! 뚜둑-!
결국 주신의 왼팔이 ‘신멸’의 직격을 이기지 못하고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재생에는 엄청난 시간과 정기가 들어갈 것이다.
주신이 먼지로 변한 왼팔부위를 잠깐 보더니 어깨로 소멸이 전이되는 겨드랑이 근처를 검으로 잘라버렸다.
써걱-! 휘이이잉-!
잘려진 팔이 소멸의 힘과 신력이 잠시 충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곧 사라지고 팔도 사라졌다.
빛의 신혈이 우주공간에 뿌려지고 그것을 가볍게 회수하고 익숙한 손길로 지혈한다.
마신의 상태는 주신보다 나았지만 전신갑옷이 완전히 파손되고 중요부위만 가린 마신족 특유의 급소갑옷이 나타났다.
더 이상의 아름다움이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모양과 크기의 젖가슴과 엉덩이가 급소갑옷으로 극히 일부만 가린 채 들어났다.
전쟁을 잠시 잊을 정도의 매혹적인 몸이지만 지금 마신의 얼굴을 보면 소름이 오싹 끼친다.
투구조차 분해되어 들어난 더 없이 아름다운 맨 얼굴에 감정이 완전히 사라져있다.
더 이상 여유도 미소도 없다.
귀 옆에 난 보석과 같은 13쌍의 작은 뿔이 완전히 길어져 황제의 관처럼 머리를 빛나게 감싸고 13쌍의 검은 날개가 이제 심연처럼 주변의 빛을 빨아들인다.
자신만만하게 들어간 대공동안에서 대신족의 주신에게 당한 일격에 자랑이던 마신왕의 후계자 갑옷까지 파손을 당하자 이제 눈이 뒤집힌 모양이다.
‘이래서야 승산이 없다.’
황급히 측정해본 결과 주신의 신력은 150억이고 마신의 신력은 170억이다.
방금 전의 최후의 ‘신멸’의 신력포에 50억의 신력이 날아간 것이다.
그리고 대공동안의 대신족의 생체갑옷이 급격히 분해되고 신력이 응집하기 시작한다.
생명을 유지하던 핵까지 포기하고 내게 죽은 일족의 복수와 자존심을 위하여 존재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증가를 마친 추정신력은 200억 이상이다.
나의 ‘거신족 신의 필살의 일격(Deathblow of Gigantes God)’으로 신격과 권능에 치명상을 입었는데도 저 정도다.
만약 과거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거의 400억이 넘을 것이다.
단지 최고위의 대신족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200억이다.
이성을 거의 봉인하고 오직 전투만을 행하는 대신족의 신위에 절로 머리가 흔들린다.
‘차원의 주신. 더 싸울 수 있는가?’
결국 주신의 참전요청이 왔다.
대신족의 신력은 일반 신족과 마신족에게 2배의 영향을 가진다.
주신과 마신은 결국 400억의 힘을 가진 상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정도 전력으로는 최상급의 마왕에게 도전하는 풋내기 용사일행이 된 것 같다.
아무리 신계와 마계의 무한의 지원이 있더라도 대신족의 주신에게 방금 전처럼 직격을 당하면 재생하기 전에 소멸이다.
무엇보다 지금 나의 몸 상태로는 가까이 갈 수 도 없다.
그런 나의 반응을 알았는지 마신으로부터 전언이 왔다.
‘동작만 한번 멈추어 주면 된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내가 가진 것 중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주겠다.’
마신의 검이 이제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심연이 되어 공간을 먹어간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니 마신족 최강의 권능을 발현한다.
저것에 맞으면 어떤 상대도 소멸이다.
모든 시간과 빛과 공간까지 흡수하여 초고온과 초고압으로 분쇄하는 절대기 중 하나다.
적중되면 창조신미만의 모든 존재를 소멸시킨다.
문제는 발동시간이 많이 걸리고 준비하는 대상자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배 이상의 힘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주신역시 오른팔로 검을 역수로 잡고 무엇인가를 준비한다.
주신의 검이 하얗게 변해가며 역시 하얀 태양과 비슷한 구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거기서 신력이 요동치며 마신의 심연과 연동하며 하나가 되어간다.
어떤 굉음도 파동도 없이 단지 그것만 존재한다.
이 우주 위에 오로지 그 것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장엄한 존재감이 넘친다.
대신족의 최고위의 주신마저 존재감이 짓눌리고 있다.
‘최상위의 주신과 마신만이 가능한 합격기다.
창조신과 마신왕미만이라면 적중되는 순간 힘의 차이와 관계없이 소멸한다.
이 우주의 존재라면 말이다.’
‘대신족의 주신을 단 한순간만 묶어라.
너와 동등한 카르마의 동등계약이라도 하겠다.
흑마도사의 11서클을 위해서는 11서클을 초월한 최상위의 마신의 정기와 마기가 필수다.
아무리 대수림의 마기가 정순해도 10.5서클 이상은 한계다.’
쿵-!
뜻밖의 말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주신급인 10억에 10개가 된 고리가 320억이 되어도 기미만 있지 11개로 늘어나지 않는 원인을 깨달았다.
‘단지 순도의 문제였는가?
그러니 아무리 마력을 흡수해도 안 되지.
대수림의 정순한 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탁한 마계로는 가지 않는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마기와 미력의 원은 자석과 거기에 붙는 철과 같다.
무엇보다 정순한 대수림의 마기를 기반으로 끌어 모은 광대한 마력이 나의 10.5서클이다.
그런데 이것 이상의 순도가 없어 잠시 생각에서 제외하는 실수를 했다.
그러나 12서클을 바라보는 최상위의 마신의 정기라면 대수림의 마기를 능가한다.
우우웅-!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카르마의 계약서다.
주신급이라도 한번 하기 힘든 절대의 계약을 벌써 나는 몇 번을 하고 있다.
그때마다 목숨이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다가 최고위의 대신족의 결전까지 왔다.
덕분에 주신도 되고 힘도 얻었지만 갈수록 위험한 상황에 말려들어간다.
나의 목표인 생존과 편안하고 행복한 삶과는 멀어진다.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은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와 동등한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마신의 정기와 마기를 주어 11서클로 이끌어 준다.
그 대가로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는 지금 대신족 최고위 주신의 행동을 막는다.’
너무나 간결한 계약내용과 내가 갈망하는 11서클이 보인다.
마신왕을 바라보는 최상위 마신이 이런 최악의 소멸을 바라보는 상황이 아니라면 동등계약을 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이 넓은 우주에도 저 정도 마신은 단 10명 정도만 존재한다.
주신성(主神星)을 놓고 신력 200억 이상인 괴물과 같은 주신들과 결전을 벌이는 한없이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 존재가 아무리 주신이지만 나와 동등계약을 할 리 없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당장 별을 동결하고 다른 마신들과 같이 토벌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지금 대신족의 주신의 본체와 싸울 힘이 없다.
싸우다 소멸하면 신계를 못 가진 나는 재생의 기회도 없다.
역시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좋겠다.
11서클도 좋지만 소멸하면 끝이다.
살아서 행복해지는 것이 우선의 목표지 11서클이 목표가 아니다.
11서클은 생존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나는 목표와 수단을 구분 못하는 멍청이가 아니다.
주신과 카르마의 공동전선의 계약으로 나는 최선을 다해 적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대가로 거의 탈진상태다.
이런 공적을 감안하면 카르마의 부정적인 적용은 없다.
결말을 못낸 것은 어디까지나 주신과 마신의 부진이기 때문이다.
나의 신계가 있는 별도 아닌 이상 내가 소멸까지 각오할 필요는 없다.
깔끔하게 별을 동결시키고 다른 주신들의 지원을 바라는 것이 낫겠다.
엄청난 시간이 들어가겠지만 그동안 그랑조아와 저 신계를 지원하면 그만이다.
흑마도사인 나는 여기 주신과 마신처럼 저 별이 모든 힘의 근원이 아닌 것이다.
결국 정중한 거부의 의사를 전한다.
‘정말 지금은 힘이......’
‘선금으로 조금 정기를 주도록 하지.
11서클을 약간이라도 맛보아라.’
마신이 자신의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어 피를 내고 타액을 조금 섞더니 나에게 이동시킨다.
눈앞에 마신의 정기와 마기가 섞인 단 1방울의 정이 나타났다.
나의 10.5개의 마력의 원이 요동친다.
나의 마력이 모두 저 정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모든 감각이 저것을 취하라고 아우성친다.
이성과 감성이 맹렬하게 충돌하며 그 정에 다가가는 육체를 막는다.
저 것에 손대면 탈진된 이 상태로 신력 200억 이상의 대신족의 주신의 본체를 막아야 한다.
초거대 대신살의 창에 박힌 생체갑옷이 거의 사라지고 그 안에서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살기어린 투기와 신력이 일렁이며 태양계를 겁박한다.
만전의 상태에서도 방심한 상황을 노려 치명상을 입힌 것이 다였다.
지금 적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 것이다.
틈 따위는 없고 같이 소멸하자며 눈앞의 나만을 노릴 것이다.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순식간에 소멸이다.
그러나 나의 눈은 마신의 정기와 마기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못한다.
나의 마도사로서 서클 상승의 욕망이 점점 이성을 잠식한다.
‘역시 마신족의 영원히 군림하는 위대한 마신이로군.
흑마도사를 유혹하는 법을 알고 있어.’
한없이 망설이면서도 점점 다가가는 나의 육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