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시작 (대신족의 주신) -->
그러나 결국 그 정기를 입 바로 앞에서 겨우 외면했다.
살 확률이 있어야 달려들지 이건 정말 아니다.
순도가 문제이니 다른 상승 방법도 있겠지.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주신과 마신의 의사교환이 이루어진다.
‘젠장 역시 안 하려나?’
‘정말 한계인 모양인데.
흑마도사가 서클상승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11서클의 흑마도사가 되려면 최상급이상의 마신의 정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인가?’
‘아니!’
‘뭐야-! 너도 사기를 쳐?’
주신과 마신의 의지교환을 훔쳐 듣는 순간 멍해졌다.
저 마신이 주신처럼 사기를 친다는 말인가?
정말 믿을 존재가 없다.
그러나 다음 말에 주신도 기가 막혀했고 몰래 듣던 나도 기가 막혔다.
‘마신왕님의 정기와 마기로도 가능해.’
마신왕이라면 나 같은 주신은 벌레처럼 학살이 가능한 존재다.
저 괴물 같은 주신도 아마 10초 이상 못 버틸 것이다.
특히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질계의 존재는 아예 보는 대로 죽인다.
그런 존재와 계약하라니 불가능하다.
그것도 자신의 힘과 정기를 나누어주는 동등계약을 한다.
차라리 불속에 뛰어드는 나방이 낫겠다.
‘........미안하다.
다 나 같은 줄 알았다.’
‘뭐가?’
‘그런 것이 있어.
아 나도 정말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별 생기고 결혼하니 이렇게 되는군.’
‘신계에서 제일 미친 검이 사기를 치고 다닐 지는 아무도 예상 못했지.’
‘아하하하하. 제발 그 별명 좀 잊어주라.
그리고 그때 미안했다.’
‘그냥 죽어주면 안되겠니?
아니 어차피 소멸이 될 거니 상관없겠군.
창조신이 잘하면 부활시킬지도 모르니 잘 해봐.’
‘글쎄.......난 바닥에서 혼자 커서 그런 기회는 없어.
이 정도만 해도 신계의 기적이지.
그래서 자식 놈이라도 기반 잡아주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말이야.
너는 그래도 마신왕의 직계이니 부활이 가능하지?’
‘만명이 넘는 직계에서 주신에게 패해 계승권도 없는데?
다른 마신 놈들이 좋다하고 마계를 접수만 할 거다.’
‘으득-! 어떻게든 묶어놓기만 하면 되는데.’
‘저 대신족의 주신놈이 눈치를 챘는지 가까이 안 온다.
이 합격기는 도대체 어떤 놈이 만든 거야-!
강한 것은 좋은데 상대가 다 눈치를 채고 발동이 너무 느려.’
아예 포기한 어조다.
주신과 마신의 합격기는 완성이 되었지만 척 보아도 누가 맞아줄만한 기술이 아니다.
나처럼 공간을 이동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투척형이다.
그리고 소모되는 마력과 신력으로 보아서는 오래 유지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신족의 주신이 핵에서 본체를 끊고 행성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크기가 거의 거신족 만하게 구 모양으로 줄어들었지만 신력은 거의 200억을 초과한다.
그리고 주신과 마신의 합격기 쪽으로 신력포를 집중한다.
‘하하. 정말 끝인가 보네.’
그 모습을 보고 주신과 마신의 허탈한 웃음이 들린다.
나 역시 그 엄청난 신력의 발동에 입이 벌려졌다.
그런데 갑자기 내 뒤쪽에 마기의 유동이 강하게 느껴진다.
퍼억-!
“크헉-! 왁-!”
꿀꺽-!
삼켰다.......!
선금으로 제시한 마신의 정기와 마기 1방울을 삼켜버렸다.
어떤 새끼가 손으로 내 뒤통수를 쳤고 머리가 앞으로 튕겨지며 입을 열고 있던 상태라서 그대로 삼켜버렸다.
마신이 제시한 카르마의 계약서가 빛을 발한다.
계약의 성립을 알리는 소리다.
‘멈춰-!
이건 사기다.
누구냐-! 누가 이런 짓을 한 것이냐-!
카르마의 계약 중간에 타인이 개입을 하다니-!
그건 주신이라도 불가능하단 말이다!’
나의 마음속의 비명과는 다르게 카르마의 계약서가 장엄한 빛을 발한다.
“계약을 승인한다.
고귀하고 위대한 흑마도사의 무모한 용기를 치하한다.”
‘이런 젠장-!
원래 그런 말은 안 붙잖아-!
그냥 계약종료만 선언하지 왜 무모한 용기를 치하해.’
나의 비명과 같은 절규 속에서 카르마의 계약서가 사라진다.
정말 난리가 났다.
창조신에게까지 올라가서 다시 저런 말이 붙을 정도면 빼도 박도 못한다.
마신과 주신이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마신의 정기와 마기를 바탕으로 드디어 11개의 서클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 위로 찬란한 11개의 빛의 원이 굉음을 내며 회전한다.
정기가 모자라서 일시적인 11서클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11서클이 가능한 20억도 아닌 10억 미만이다.
어떤 놈들이 각성을 하면 신체가 바뀌고 완전히 회복된다는데 에너지 불변의 법칙은 어디다 약으로 팔아먹었냐?
갑자기 인간이 신되면 누가 신력을 줄 건데?
힘을 담는 그릇이 커지는 것이지 따로 채워야 한다.
11서클이 되어 마력이 급속도로 회복되고는 있지만 11서클의 마법도 만든 것이 없고 아까의 ‘거신족 신의 필살의 일격(Deathblow of Gigantes God)’의 열화버전도 마력부족으로 발동불가능이다.
저 사기꾼 주신과의 카르마 계약처럼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극악한 마신에게도 충성을 받는 영원히 군림하는 마신과의 카르마 계약의 부정적 적용이면 다시 ‘극악’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또 누구에게나 공격받고 노림을 받는 비참한 인생이 보인다.
그것을 어떤 놈이 내 뒤통수를 쳐서 이 계약을 하게 만들었다.
“하아! 정말 미치겠다.
그런 미친 짓까지 했는데 이제는 바닥까지 박박 긁어야 하나.
어떤 놈인지 두고 보자.”
정말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할 것 같다.
마탑에 나의 의지를 연결한다.
‘차원의 교황들이여, 차원의 성녀와 전쟁신의 성녀여.’
이제는 이 아기들 손이라도 빌려야할 상황이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다.
몇 달 전에 쓸모없다고 봉인하려던 상대에게 도움을 받아야 되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조용하고 따듯한 나의 마탑의 전경이 보인다.
정말 빨리 저기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
취소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왜 모두 벗고 있지?
영체인 영령들까지 영체 옷까지 모두 벗은 상태다.
30만에 가까운 젊은 여성들이 나체로 거리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그 알몸으로 영령 둘과 한명이 조를 짜서 수련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입으라고 다시 명령한 적이 없다.
마탑 내에서 전쟁을 벌인 대가로 봉인을 하려다 벗기라 했고 그 다음에 입으라 한 적이 없다.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차원의 교황과 성녀뿐이다.
설마 저거 힘으로 입지 못하게 하고 영령까지 전원 벗긴 건가?
눈앞에서는 대신족의 주신이 신력포를 쏘려하고 마탑에 연결된 내 의식은 돌발 상황에 어질 거린다.
‘젠장-! 지금 그게 문제냐.
알몸으로 지내든 말든 조용하게만 있어라.’
이 정도의 사태에 흔들리기에는 나의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나의 의지가 차원의 교황과 성녀, 전쟁신의 성녀에게 전해지자 그녀들이 무릎을 꿇는 것이 보인다.
한없이 경건한 얼굴로 쳐다보는 그녀들에게 겨우 입을 떼어 말했다.
‘너희들의 권능을 내게 부여하라.’
주신 체면에 이제 성녀와 교황에게 손을 내민다.
신이 신성력을 성녀와 교황에게 내리는 것처럼 그들의 권능도 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 이 바닥까지 긁고 있는 상황에 필요한 것은 전쟁신의 성녀의 권능인 ‘전장공유’와 차원의 교황의 ‘확률예측’, 차원의 성녀가 보내주는 ‘신력통합’ 뿐이다.
그런데 저 ‘확률예측’이 대신족의 주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으니 나의 ‘전투예지’로 보완을 해도 아슬아슬하다.
과연 현자의 영령이다.
내가 보낸 정보를 기반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였다.
그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황제영령이 ‘심상확인’과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전 성녀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그녀들의 경건한 찬가가 우주수로 빨려 들어간다.
그 우주수의 신력을 차원의 성녀가 수습하여 나에게 바친다.
나의 모든 신력이 단숨에 차오른다.
지금 저기 모여 있는 5만에 가까운 성녀와 신녀의 신력통합은 100억을 초과한다.
나의 13쌍의 날개가 완전히 차원의 신력으로 바뀌어 빛으로 일렁인다.
그리고 전쟁신의 성녀가 황급히 자신의 ‘전장공유’의 권능을 발한다.
차원의 신이자 전쟁의 신인 나에게 신도로 귀의한 20만의 영령의 모든 전투기술과 권능이 나에게 귀속된다.
마치 수없는 수련을 영구히 반복한 달인중의 달인이 된 느낌이다.
손끝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하나까지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회색의 현자의 고유권능인 ‘확률예측’이 나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대신족의 주신의 신력포의 궤도와 위력, 막는 방법이 눈앞에 떠오른다.
나의 직접 전투경험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거의 정확하다.
‘무운을! 우리들의 신이시여.’
성녀와 교황의 간절한 응원이 들린다.
겨우 100억의 신력과 10억의 마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내가 보낸 정보만으로도 그 정도는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라면 막는 것은 가능하다.
차원의 신의 신성은 2배 이상의 출력을 보장하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주신이지만 흑마도사다.
너의 ‘신멸’의 영향 따위는 안 받는다.
달려들기만 아는 맹수따위에게 죽으면 마도사로서 웃음거리다.
‘이제 저들을 봉인시키기는 글렀군.
여주신들에게 본신신력을 단계별이 아닌 일시불로 받았으면 결과가 달라지려나?
아니 그래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군.
어차피 ‘차원개벽(次元開闢)’도 대신족의 최고위 주신에게는 1단계 신격하락 뿐이야.
그래보았자 처참하게 밀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신족의 주신의 신력포를 향하여 달려든다.
아무래도 만신창이 이상이 될 것 같다.
도대체 어떤 놈이 내 뒤통수를 쳤는지 나중에 가만히 안 놔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