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계 원탁회의 -->
여주신들의 눈이 반짝이며 기뻐하는 모습에 황당할 지경이다.
나의 일에 왜 갑자기 저렇게 반색을 하며 주신을 성토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저 지식의 신이 저렇게 절망적인 난리를 부리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하지만 이 태초의 투신들이 감히 원탁회의장에서 신기를 잡고 투기를 피우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
아무리 주신급이 50명이지만 11써클의 마도사 출신이며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신이라면 시간을 투자하면 몰살이 가능하다.
사기꾼 주신이 나서도 원거리에서 타격하면 저들은 결코 버틸 수 없다.
저번 대신족과의 인증전에서 나의 힘을 확실히 알았을 것인데도 감히 투기를 보인다.
약자가 강자에게 무리지어 덤비는 것은 좋지만 비슷해야 가능하지 지금은 학살 수준의 승패가 갈린다.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감히 나에게 살기를 뿌리다니 이것들도 죽으려고 작정을 했다.
사기꾼 주신이 뿌린 소문에 핏대가 올라갈 정도로 화난 상황이다.
주신전으로 출근하려는 순간부터 사기꾼 주신의 얼굴을 생각하니 혈압이 올라 전력신력개방상태가 되었다.
여신들의 전용은 아니고 다만 유지시간이 여신들이 긴 것뿐이어서 수월하게 적용이 가능했고 근원의 일원과 연결하여 유지시간도 거의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사기꾼 신력 차이는 크지만 본신 신력으로는 대등하고 흑마도사의 힘까지 동원하면 우세를 점할 수 있다.
그래서 사과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끝장을 내려 했는데 마침 주신계로 폐관수련을 갔다고 한다.
그것도 가족까지 몽땅 데리고서 말이다.
창조신으로 승급예정이더니 아주 누릴 것을 다 누리는 모양이다.
주신도 아닌 최상급 신들을 주신계에 데리고 갈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간이 부었으니 내 악소문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지 말이다.
이 기회에 아주 박살을 내버린다.
가장 먼저 약자주제에 투기와 신기를 들이대고 있는 태초의 투신들부터 어루만져 준다.
나의 살의와 투지가 그들에게 광폭하게 다가간다.
그리고 신력을 실으며 말한다.
“전쟁의 신 앞에서 투기와 살기를 보이는 것은 나에 대한 선전포고이겠지?”
“모두 신기와 투기를 치워.
원탁회의장이다.”
지식의 신이 어느새 나의 눈치를 읽었는지 황급히 말리는 소리가 들리고 태초의 투신들이 순식간에 신기를 치웠다.
그리고 어느새 헛기침을 하며 갑자기 노인흉내를 내며 골골거리기 시작한다.
어떤 태초의 투신은 약병 같은 것을 꺼내더니 마시기까지 한다.
어디에도 아까 투지가 넘치는 모습은 없고 애써 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더구나 잔기침하면서 몸을 떠는 모습도 보인다.
‘이 교활한 영감들이!
충성을 바칠 사기꾼 주신이 없으니 지는 싸움에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없다 이거지?’
그보다 저것들 상위신인 주신에게 당한 것을 종속신에게 화 좀 풀려고 죽이다가는 미친놈이 발작하려는 꼴이 되겠다.
사정을 모르고 최고위 신들의 숨겨진 투기를 감지 못하는 최상급 중급신 이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여기서 날뛰면 바로 전쟁의 신이 행패를 부린 꼴이다.
그래도 원탁의 최고위신인 ‘극선’이기에 그런 꼴을 보이면 카르마에 아주 약간의 악영향이 온다.
‘으득-! 죽고 싶으면 어서 모두 덤벼보아라.
아주 꼬치를 만들어주마.’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투지와 살기를 거두고 원탁의 중앙에 시선을 향한다.
당사자가 없으니 화가 식었고 공적인 업무 이전이다.
폐관수련이면 꽤 장기간이다.
창조신의 자격을 얻은 이상 이 신계가 망하지만 않으면 이상이 없으니 마음을 푹 놓은 모양이다.
주신이 발생된 신계의 특혜로 마계의 전면전도 면제이고 말이다.
그리고 기생오라비 전 전쟁신까지 끌고 가서 수련을 시키다니 어지간히 창조신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지금 정신머리로 마신왕과의 인증전을 어떻게 이길 생각인지 모르겠다.
나중에 보면 초거대 주신살의 창의 압축버전으로 몸을 꿰어 줄 테다.
그리고 태초의 투신들이 서로 바쁘게 의지가 전달되는 것을 듣는다.
‘뭐야? 본신신력 50억의 중급주신? 분명히 20억이었잖아?’
‘차원의 주신은 일대 다수에 강점이 있어 여주신들처럼 협공이 안 돼-!’
‘차원의 공간이동을 막으려면 2단계 이상의 신력이 필요하고 원거리 전문 마도사출신이잖아!
그럼 거리를 1번이라도 주면 막을 수 없다고!’
‘커어어억-! 주신님이 과거처럼 사고를 쳤다고?
차원의 주신을 색신으로 주신계에 소문을 뿌려?
한참동안 그런 짓은 안하셨잖아-!’
‘왜 하필 결정적인 이럴 때에 그러신대.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그럼 우리가 조금만 잘못하면 차원의 주신이 죽이려고 달려들겠군.
전력을 줄여놓아야 하니 말이야.’
‘방금 전에도 전쟁의 신이 있는 곳에서 살기와 투기를 보인 것은 선전포고라고 죽이려고 했어.
조심들하고 최대한 넘겨보자고.’
‘으으으! 옛날에도 이러다 모두에게 찍혀서 대가도 없이 최전선으로 쫓겨날 뻔 했잖아!’
참 웃긴 것이 사기꾼 주신이 내 악소문을 내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자들은 없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종속신들까지 신용이 없는지 모르겠다.
한순간 폭풍이 일 것 같은 원탁회의장이다.
내가 오기 전에도 여주신과 태초의 투신들이 무엇인가 마찰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내가 알바가 아니다.
지식의 신이 주신의 대리를 맡고 있지만 그의 신력으로는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보아하니 거의 내전까지 갈 것 같으나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여주신들과 모든 계약을 완료하고 ‘헌신서약’으로 본신신력을 증가시킬 때까지 번영해 주어야 한다.
서로 싸우다 신계를 말아먹고 여주신들이 신력을 잃으면 그 순간부터 기약이 없는 장기계약이 된다.
그건 절대 사양이다.
따아악-!
가볍게 손을 튕겨서 사전에 준비한 물건들을 소환했다.
주먹만 한 신력증강 보석 안에 세계수(世界樹)의 수액인 ‘넥타르’를 담은 것이다.
우주수(宇宙樹)의 수액은 가치가 너무 과하여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가치로 말하면 여기 신계의 조그마한 개인신전을 살 정도다.
나야 약간의 마력만 사용하면 되는 일이니 아무 상관이 없다.
이번 중간계의 하위신계 형성에 약간 여론의 도움을 받기 위해 준비한 물건들이다.
대놓고 이야기해서 뇌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란 소리고 일일이 말로 설득하고 신경 쓰기 귀찮기 때문에 하는 짓이다.
그것을 주신전의 최상급신 천명의 앞에 모두 소환하지 잠시 놀란 것 같더니 가치를 알아보고 더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이 신계는 모두 가난하지는 않지만 절대 부유하지도 않다.
그러니 이정도 보석이나 사치품에 놀라는 것이다.
다른 주신성 신계의 최상급신 정도면 이 정도는 귀한 정도지 저렇게 놀랄 수준이 아니다.
덕분에 부의 집중이 없어 전체적인 발전이 빠르지만 이런 분야의 수준이 낮은 문제가 있다.
“모두 드십시오.
이번 용병대가로 많은 것을 받아 예의로 내는 것입니다.”
“호오-! 역시 화끈하군.
‘넥타르’인가?
잘 마시겠네.”
지식의 신의 감탄성이 울리며 보석병을 따고 마시자 은은하게 신체가 빛나고 신력의 불균형이 일부 보완된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최상급신들도 마시고 감탄성을 낸다.
다른 신계에서는 고위신의 전공이나 업적의 보상이기에 여기 신계 신 입장으로서는 마시는 상황이 거의 드물다.
대부분 신을 생성하고 발전시키기에 정기가 집중되기에 이런 귀물로 개인적인 포상보다는 훈장을 부여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력증강보석으로 만든 보석용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가치는 그것이 몇 배 더 크다.
이것을 돌려주어야 하는 고민들이 보인다.
“용병 복귀선물이니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 전쟁의 신의 업무추진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 말에 화색이 돌며 모두 챙기는 것이 보인다.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고 게다가 모두 이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받으니 비난받을 부담도 없다.
아까 다 죽어가는 노인 흉내를 내던 태초의 신들조차도 싱글벙글 이다.
당연히 여주신과 여신들도 기뻐하는 것이 아까의 대립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무슨 말이 나와도 좋게 넘어갈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진다.
'과연 공짜와 뇌물의 힘이 대단하긴 하군.
충성과 호의를 재물로 살 수 있다면 아끼는 것은 바보짓이지.'
전쟁터에서 경험을 되새기며 원탁회의의 흐름을 주시한다.
갑작스런 횡재에 다들 희색이 만연해서 원활한 진행이다.
이미 회의는 시작되어 중간계에서 각자의 영역으로 수많은 요청과 처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최상급 하급에서 시작된 안건들 중 간단하게 조치가 가능한 것들은 모두 바로 처리하고 안 되는 것은 상위신에게 보고하는 식이다.
그럼 중급신이 또 조치하고 안 되는 것은 다시 상위신에게 간다.
결국 간단하고 많은 작은 요청은 하급신이 하고 어려운 것일수록 신력이 강한 상급신이 하기에 노는 신이 없고 처리가 안 되는 일도 거의 없다.
극도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신계의 구조다.
중간계의 신도들의 요청은 대부분 전쟁과는 관계없는 것이다 보니 여신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워낙 넓고 풍부한 행성이라 국가간의 투쟁이 거의 없어 저기 태초의 투신들이 하품을 할 정도니 말이다.
게다가 워낙 번영에 관계되는 일이 많다보니 일부의 생산과 탄생특화 여신들을 제외하고는 여신들도 일이 적다.
이러니 인력이 남아돈다는 말이 나온다.
처리한 업무의 양과 질에 따라 바로 정기가 분배되고 업무가 없는 분야의 신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여기의 체계에서도 결국 빈익빈 부익부가 안 생길 수 없다.
체계가 요구하는 능력은 다를 지어도 개인차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처리하는 일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고 용족들이 관리하는 중간계에 가끔 침입하는 하급 마족토벌이라도 하려는 분위기가 왜 생겼는지 알겠다.
이미 영겁에 이르도록 가다듬은 체계라서 모든 업무는 순간에 처리되고 신도의 요청에 응한 대가인 정기와 신력이 신계로 유입되어 전체적으로 활기가 넘친다.
그리고 최상급 상급으로도 처리가 안 되고 남은 안건들이 원탁의 최고위신들의 앞에 놓인다.
그제야 원탁 회의실에 긴장감이 높아진다.
중급신이하들이 단체로 올린 청원과 중간계에서 올라 온 국가단위의 안건들이다.
이것이 바로 진짜다.
그리고 저절로 눈을 감아야하는 사태가 눈앞에서 벌어진다.
“그럼 중급이하 남신들이 올린 남신들의 상급신 할당제에 대한 안건은 거부되었습니다.
이유는 성에 의한 차별은 불평등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여신이 소수였을 때 여신들의 할당제는 통과시켰지 않소?
그런데 왜 지금은 불평등이고 차별이요?
남신들의 권리도 보장하시오-!”
지식의 신과 남신들이 핏대가 올릴 정도로 소리치는 것이 들리지만 신계 만능의 의결이 진행된다.
과거 상식이 안 통해 나를 그렇게 골탕 먹이던 ‘다수결’이다.
“다수결에 의해 부결되었음을 통보합니다.”
“말도 안 돼-! 이건 다수의 횡포요.”
“원칙에도 안 맞는 안건을 당연히 통과시킬 수 없지요-!”
“그럼 과거 당신이 주장하던 약자에 대한 배려는 뭐요?”
회의장이 단숨에 아수라장이 되고 고성이 오고간다.
‘다수결이라?
9할이 여신들이고 통과되면 자기 자리가 날아가니 거부가 당연하지.
지금 신계가 과거처럼 확장되던 시기도 아니고 안정되어 자리가 제한되니 말이야.
불평등한 차별적인 권리를 법으로 먼저 보장한 남신들이 병신들이지.
설마 상황이 바뀌면 여신들이 그것을 반대로 배려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원칙을 내세워 지금처럼 거부하면 끝이잖아?
있는 자의 아량도 정도껏이지 그 정도면 거의 정신병 수준이다.’
지식의 신이 얼굴이 시뻘게져 뭐라고 하지만 눈은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 냉정하다.
저거 연기다.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승인이 안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대로 넘기면 남신들의 지지를 잃고 자신의 원탁 최고위신의 자리도 위험하기에 하는 연기다.
여주신들도 입장을 아는지 심드렁하게 받아치고 있다.
진심이 아닌 상대와 진심으로 싸우는 것만큼 바보짓도 없다.
나의 전쟁신의 자리는 위험하지 않으냐고?
마신성이나 인증전 중인 세계가 아니면 모를까 주신성이면 거의 없다.
국가단위의 전쟁신의 일은 당연히 없고 정기의 대가도 거의 없으니 노리는 신도 없다.
오죽하면 기본이 최상급 상급인 주신의 직계인 기생오라비가 최상급신 중급이었겠는가?
원하는 놈이 있으면 당장 던져주고 이 웃기는 신계를 뜨고 싶다.
아니 이제 여주신들과 계약 때문에 그것도 안 되는군.
내가 나서면 이 흐름은 바꿀 수 있지만 이 난장판에 몸을 푹 담가야 한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남신들의 권리를 요청하는 안건은 줄을 잇고 올라오고 그때마다 희극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난 못보고 못 들었다. 아무것도-!’
눈을 뜬 채로 자고 싶을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