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신의 교황의 사정 -->
전쟁의 신국.
과거 7억의 신도를 자랑하던 제국은 지금 몰려드는 인구로 15억을 초과하여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의 대신전 앞에 설치된 ‘전신의 진정한 축복’이라 불리는 불사불멸의 대광장에 매일 수천의 전사와 마법사들이 자신의 무력과 세력의 명예를 걸고 사투를 벌리며 그 명성을 더하고 있었다.
그 광장을 둘러싼 거대한 관람석에는 수천만의 시민이 함성을 지르며 승자의 이름을 연호하며 이런 피가 끓는 초인들의 투쟁을 목격하게 해준 전쟁신의 축복에 감사한다.
본래는 전쟁신의 교황선출전이 끝나고 3년 뒤를 기약하면 공사 중인 대광장이었다.
그런데 죽음도 부상도 존재하지 않게 하는 위대한 10써클의 마도가 존재하는 광장에서 전 중간계에서 몰려든 마법과 마도사들이 어떻게든 마도의 한 자락이라도 건지러 몰려왔었다.
그리고 광장에 걸린 마법진에서 순수한 마력이 항시 다량 유동되고 자신들의 마력을 높이는 현상을 알게 되자 아예 천막을 치고 눌러 앉고 순식간에 천막촌이 형성되었다.
거기에 흑마법사들까지 대부분 몰려왔으니 그 수는 이미 수만이 넘었다.
오라의 증진에도 효과가 있고 대련과 사투가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지름길인 전사들 역시 몰려들었는데 처음에는 구역을 나누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넓은 대광장이 꽉 채워지고 오라가 난무하는 대련 중에 날아온 유탄에 부상하거나 겨우 자리 잡은 천막이 날아가는 일들이 속출하자 시비가 붙어 결국 전투가 벌어지고 말았다.
인명피해나 부상의 우려가 없어 전력으로 날뛰는 초인들 앞에 수만 동의 천막이 단숨에 날아가고 그 다음부터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리고 있다.
광장을 벗어나서까지 감정싸움을 벌리려 했으나 이곳의 교황은 10써클의 마법갑옷 ‘전신의 갑옷’에 의해 8써클의 중급신이 된 존재다.
거기다 일천이 넘는 7써클의 마스터들이 치안을 유지하는 공이라도 세우겠다고 눈을 부라리고 있다.
결국 대광장안에서만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거기에 따라 전쟁의 신국은 장사를 시작했다.
7써클 마스터수준의 신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의 성물이 대량으로 절실히 필요하여 돈독이 오른 부교황이 관람료와 숙박비, 거기다 소모품까지 거액으로 초인들에게 부과하여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초인들의 항의는 있었지만 단 한 마리로 일축했다.
“그럼 나가.”
젊음을 되찾고 절실한 신앙과 대량의 성물의 지원으로 7써클의 벽을 넘은 부교황의 패기가 전쟁신의 신전에서는 그들을 압도하는 것이기에 말을 더 이상 못하고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8써클의 교황까지 신력을 줄기줄기 뿌리고 있으니 말이다.
어차피 초인들은 다 부자라 큰 문제도 없었고 말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전쟁신의 교국은 오래만 에 시끄러워졌다.
대부분의 제국과 왕국들의 최고위층이 모두 모인 것이다.
알현실의 거대 원탁을 꽉 채운 황제들과 왕들이 전쟁신의 교황과 부교황을 상대로 성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간들이 대부분 모시는 신들의 교황과 대주교들도 자리에 모여 수천 명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쟁의 신국이 선봉으로 나서주어야 하오-!”
“하이엘프 퀸들은 8써클의 중급신으로 확인되었으니 당연히 전쟁신의 교황께서 나서주어야 하지 않소-!”
“수만의 노예들을 모두 강탈당했는데 왜 이리 무시하시는 것이요?”
“그리고 이 황당한 공간 이동비는 뭐요?
초인은 1000골드에 귀족은 남작이 1만 골드고 작위가 올라갈수록 1만 골드 추가?
왕족은 10만 골드에 황제는 100만 골드를 내라니 당신들 미쳤소?
이번에 이곳에 이동하면서 낸 골드가 1,000만골드요-!
그것도 왕복비라고 1,000만 골드를 선금으로 더 빼갔단 말이오-!”
“돈 애기는 그렇다 치고 왜 추기경들과 대신관들을 최전선으로 보내는 거요?
덕분에 우리 측도 신전에 견습신관 밖에 없을 지경이오-!
아무리 전쟁터에서 신앙을 찾는다지만 너무하지 않소?”
그러나 전쟁신의 교황과 부교황은 얼굴에 미소만을 머금고 들어줄 뿐이다.
부교황이 뿌듯한 눈빛으로 이번 회의에 몰려온 자들이 지불한 금액과 사올 성물의 양을 생각하며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교황은 갑옷 덕이지만 완전한 8써클의 중급신이 되어서 인간들의 투기나 위압은 가소로울 뿐이다.
아니 전 용사시절에도 인간들중 최고의 강함을 가졌기에 상관이 없었다.
가장 잘 나가는 신의 교황이 되고 보니 어디를 가도 대접받고 젊어져 과거의 용모까지 회복하니 화려한 봄날이다.
돈이야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 전쟁신의 교황은 황제조차 존중해야 하는 자리다.
얼마 전에 모든 신국을 지우겠다고 위협하던 중간계 출신의 흑마도사가 마왕 2명과 수백만의 흑마도사를 말살하고 전쟁의 신의 신격을 부여받고 신계의 최고위 신이 된 상황이니 말이다.
거기다 종속신이신 백금신룡님까지 그 아름다운 거체로 부지런히 순찰을 돌며 존재를 각인시켜주니 결코 황제 부럽지 않다.
다가오는 여성들도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말이다.
신앙심이야 여기는 전쟁신의 교국이고 새로운 전쟁의 신이 가장 강한 자가 교황이라 못 박아준 덕분에 잘 싸우고 포교만 잘 하면 된다.
포교도 중급신의 빛의 날개만 과시하며 기적만 몇 번 일으키면 자동이다.
나머지는 부교황이 알아서 해주고 빛의 신의 교황이기에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범죄만 안 저지르면 되는 것이다.
3년 뒤에 선출전만 걱정하면 되고 중급신이 된 지금 본래의 힘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물론 7써클의 한계를 넘는 것은 무리지만 갈수록 한없이 가까워지고 있다.
중급신이 되어서 안 일인데 결국 인간의 한계는 7써클이고 이것을 넘으려면 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반신이었거나 종속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쟁신님이야 보상이 화끈하시니 이대로 일만 잘하면 언제인가는 허락하실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날이 계속될 수 있다.
그래서 타국에서 최대한 긁어내려고 회의장소도 이곳으로 정한 것이다.
교황과 부교황의 화기애애한 의사전달은 계속되고 있다.
‘교황이 잘 살려면 역시 교국이 잘 나가야 되는 것이지.
참 잘했소. 부교황.’
‘덕분에 이번 예산확보도 초과달성입니다. 교황님.
품위 유지비는 팍팍 상향 시켜 드릴 것이니 이번에도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시오.
최대한 길게 잡아놓을 테니 골드 수거나 잘 하시오.”
‘하이엘프 제국의 준동은 백금신룡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신도확보입니다.
침략은 아니니 한 달만 기다리면 모두 대수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이엘프 퀸들과 이야기도 끝났습니다.
같은 신을 모신다고 설명을 잘 해주더군요.’
‘한 달이라?
너무 짧지 않소?
내년 예산까지 거둘 생각이었는데?”
‘참 아쉽지요.’
‘정말 그렇군.
그런데 이것들은 제정신이 아니군.
전쟁의 신님께서는 엘프의 신이시기도 하신데 엘프를 노예로 삼은 것을 문제 삼으시면 어쩌려고?
다들 죽을 생각인가?
전쟁신님의 교황인 나보고 그분의 신도를 줄이라고 강권하는데 다들 미쳤군.
거기다 중급신인 하이엘프 퀸들은 5명이고 나는 혼자인데 어쩌라고 하는 것인지?혼자 움직이지도 않고 7써클 마스터 수준인 하이엘프 리틀 퀸들 수천 명과 1,000만 명이 넘는 정예 전력을 수족처럼 지휘하며 오는데 무슨 수로 싸우라는 것인지?’
‘다들 무리라고는 알고 있는데 하이엘프 노예들을 빼앗긴 자국의 귀족들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서 항의하는 것으로 보이기로 이미 이야기는 되어있습니다.
그냥 들어주시면 됩니다.’
‘하이엘프 제국이 강하다고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저 정도인지는 몰랐소.
하이엘프를 돌려주기를 거부하는 일부 귀족의 정예병들이 막아섰다가 전멸을 당했는데 저 쪽 피해는 거의 없었다고 하더군.’
‘전쟁신님의 종속신이신 그랑조아님의 권능은 치유와 복원이기에 죽지만 않으면 완전회복이 가능합니다.
백금신룡님께서 절대 건들지 말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신계에서도 얼마 없는 최고위 신중에서도 강력한 주신급 신입니다.’
‘중간계의 제약을 받으면서도 저 정도라니.......’
저 멀리 대수림에서 지금도 향상되고 있는 빛의 신력이 느껴진다.
백금신룡님을 뛰어넘은 지는 이미 오래고 중급신인 자신의 계측능력도 넘어섰다.
최고위 신의 신력이라는 소리이고 강림한 마황들과 사투를 벌인 자신은 알 수 있었다.
이미 마황들을 순식간에 처리할 수준이다.
그런 투신이 버티고 있는 하이엘프 제국과 결전을 벌이자고 하는 황제는 없었다.
단지 국내에서 자신들의 하이엘프 노예들을 빼앗긴 귀족들이 하도 말이 많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외치니 대책회의 하는 시늉을 하러 왔을 뿐이다.
물론 대광장에 모인 초인들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끌어들일 생각도 있어 직접 온 것이다.
덕분에 바가지를 왕창 먹기는 했지만 자신들 입장에서는 푼돈에 불과하다.
이미 바가지의 대가로 하이엘프 제국의 사정과 한 달 뒤면 물러난다는 정보를 뒤로 들은 상황이다.
한 달만 회의를 하는 척하면 해결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항의하지만 느긋하게 전쟁신국의 명물들을 즐기고 있고 휘하들도 눈에 띠는 무소속 초인들을 초빙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렇게 한바탕 항의하는 것을 찍어 본국에 보내 불만을 무마하고 자신들은 오래만의 휴식을 즐기면 된다.
웃기게도 계승권이 있는 왕녀들을 인질로 보냈는데 그것이 정권의 안정을 가져왔다.
인질이 아닌 왕권의 증명을 최고위 신이 보증해준 것과 마찬가지이게 야망을 가졌던 대귀족들이 조용해졌다.
막말로 반역을 일으켜 왕이 되어도 황녀가 복귀하면 고스란히 내주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태하던 계승자인 황태자와 왕자들도 필사적으로 열심히 일하며 자리를 공고히 하려 노력 중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청해서 수행하며 차기 황제자리를 굳히려고 한다.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황녀를 암살하려 해도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신의 인질을 건들일 수도 없기에 필사적으로 인망과 실적을 쌓고 있어 자신들도 한가해진 것이다.
골치 아픈 모든 일이 절대적인 존재가 나타나고 그 편에 서니 다 해결되었다.
과거처럼 왕권을 위협하는 대귀족들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후계자도 알아서 잘한다.
뭐 말을 안 들으면 전쟁신님의 의지라고 바꾸면 되기에 꼼짝도 못한다.
그래서 입은 소리를 쳐도 눈은 웃고 있다.
전쟁신의 교황과 부교황처럼 만면에 여유 있는 미소를 피우지 못하지만 말이다.
“웃지만 말고 대책을 세우란 말이오.”
“식사하고 회의를 다시 합시다.
확인할 것이 많으니 일정은 일주일 후요.”
“그럽시다.
우리 쪽도 준비할 것이 많으니 이주일 후도 좋소.”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이주일 후로 합시다.
식사는 만찬장에 준비되어 있소.”
찍고 있던 영상이 꺼지는 것을 확인하자 다들 화기애애한 얼굴로 바뀌고 친분을 쌓는 중이다.
어차피 통치행위에 필요한 형식상의 회의이고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아군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야말로 전쟁신의 교황으로서 중급신의 분위기와 용모가 가장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늘리고 있다.
신의 기적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각 제국에 전쟁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귀족들을 개종시키고 있는 중이다.
전쟁신의 교국은 지금 폭발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