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240화 (240/1,533)

<-- 기계신에 대한 찬가 -->

우주공간의 한 쪽에 13쌍의 빛의 날개를 펼친 채 빛에 휘감긴 존재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주변에는 칠흑과 같은 어둠의 공간이고 저 멀리 무수한 별들이 보인다.

성스러운 빛에 휩싸인 인영의 입에서는 거친 언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제기랄-! 내가 정말 ‘극선’이 맞나?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

아니 ‘극선’이라 산 것인가?

잘못했으면 차원의 미아로 떠돌거나 창조신계에서 죽을 뻔 했다.

이 우주의 차원의 전체 좌표가 흔들일 정도로 전투를 벌이다니?

젠장-! 그래서 진정한 예비 창조신님과 마신왕후보라는 것이냐?

최고위 주신급의 차원의 권능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 이거지?

약한 말단은 서러워서 살겠나?

싸우려면 창조신계에 가서 싸우란 말이다.

왜 주신계에 와서 행폐야-!”

여주신들이 벌이는 짓을 수습하고 하도 골치가 아파 대충 정령계로 좌표를 찍고 차원이동을 했는데 바로 죽을 뻔 했다.

정령계는 이 우주의 모든 기반을 형성하는 토양이며 기초이기에 가장 외부이다.

행성으로 비유하면 주신계가 있는 곳은 행성내부라고 보고 정령계는 대기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러기에 공간이동은 어림도 없고 초장거리 차원이동을 해야 한다.

신계외부로 공간이동을 하고 정령계의 좌표만 확인하고 바로 차원이동을 했는데 높으신 분들의 인증전의 여파에 말려들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가는 길목의 차원좌표가 주신계와 창조신계 사이의 격리 우주에서 영겁동안 벌어지고 있는 창조신 인증전의 영향을 받아 아주 살짝 어긋나 있었던 것이다.

더 열 받는 것은 일부러 직격한 것도 아니고 공방전의 여파로 벌어진 일이고 그것조차 내 최고위 주신의 차원의 권능이 감당 못하고 튕겨진 사실이다.

약한 것은 죄이니 항의도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아주 미세한 오류라 의사전달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라서 눈치를 채지 못한 상태에서 최대출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는 최고위 주신이라는 것을 깜박한 점이다.

결국 내 잘못이다.

중급 주신으로는 무시할 오차가 최대출력상태인 최고위 주신인 상태에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초장거리 차원이동이라 그대로 창조신계로 튕겨나갈 수도 있었다.

절반의 확률로 창조신계로 신격도 갖추지 못하고 이동당해 고농도의 신력에 압살당해 죽을 뻔 했다.

이럴 때 ‘극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 한숨을 쉴 뿐이다.

절반의 확률이면 거의 좋은 쪽으로 가니 말이다.

주신계와 정령계의 사이의 우주에 운 좋게 걸쳐진 것이다.

“차원좌표의 안정화까지는 1달인가?

그때까지 여기서 이렇게 버티어야한다고?

바빠 죽겠는데 정말 짜증나네.”

저절로 인상이 찌그러진다.

이 사고를 황급하게 전뇌계에 연락을 하니 워낙 미세한 오류라 자연회복으로 결정을 보았다 한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하란 소리냐고 묻자 연속 장거리 공간이동을 하던지 안정화가 끝나는 1 달 후에 이동하란 결론이 통보되었다.

바로 구조를 원하면 별 하나분의 정기를 지불하란다.

언제부터 전뇌계와 주신계도 악덕업체가 되어가나?

다들 정기가 부족하니 인정사정이 없다.

최고위 주신체면에 구조요청을 하기도 뭐하고 장거리 공간이동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거리라서 결국 대기다.

절대 정기가 부족하거나 대가로 지불할 별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최고위 주신의 체면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1달을 여기서 버티고 말지 미쳤다고 이런 일에 별을 지불하나?

'헌신서약’의 대가로 주어야 되는 별도 아직 다 못 모았다.

누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가소로운 시도냐?

이를 부득부득 갈며 중급주신으로 신격을 떨어뜨리고 차원이동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미세한 차원좌표의 오류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결국 2주일째 이러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 떠서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마도의 구상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다.

아무리 마도에 열중해도 전후좌우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저 멀리 행성의 빛만 보이니 이건 마치 감옥에 갇혀서 멍하니 창살 밖의 하늘만 쳐다보는 꼴이다.

아니 말단병사가 야간 초소근무를 하며 도시의 불빛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셈이다.

결국 이주일 후 생명의 자취가 있는 별을 찾아 장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했다.

다행스럽게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성과 과학을 갖춘 행성이 있었다.

주신계도 아니고 중간계도 아닌 이곳은 정령계와 중간계 사이에 있는 물질계이다.

우주의 구조는 대부분 가장 안정적인 구형이고 가장 중심에 창조주님이 계셔서 핵의 역할을 하신다.

그 다음에 양파껍질처럼 창조신계, 주신계, 신계, 중간계, 물질계, 정령계로 크게 나누어지고 그 사이에 환수계라던가 여러 가지 계가 뒤섞여 막을 이룬다.

내가 가려는 정령계는 바로 이 우주의 최고 외곽이며 다른 우주와의 경계막인 셈이다.

거기서도 다른 우주와 전투가 벌어진다.

그에게 종속되기를 거부하고 투쟁을 계속했지만 다른 우주가 보았을 때는 그의 지원을 받아 강대해지고 있기에 변절자 취급이다.

물론 그에게 도전했다 연속패배기록을 갱신하고 갈수록 더 두들겨 맞고 있는 창조주님 때문에 전면적으로 적대하지는 않는다.

성격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다른 창조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해진 상태라 창조주계에서 뭐라고 대놓고 말 못한다고 한다.

약간의 기분만 나빠지면 좋은 주먹 놔두고 왜 말로 하냐며 멱살 잡고서 흔드니 말이다.

그러고도 창조주계에서 어쩌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신 상태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 열 받은 창조주들이 밑의 창조신들을 시켜 대놓고 욕하고 전쟁을 도발한다.

창조주님에게 '과격한 행동은 민폐가 되니 자제해주십시오.' 하는 지극히 용감한 창조신 따위는 물론 없다.

과거에는 온화하셔서 평소에는 무척 자애로우신데 가끔 그와의 패배의 기억에 발작하신다고 하니 말이다.

그 발작이 말을 잘 안 듣거나 마음에 안 드는 창조신과 마신왕 앞에서만 벌어지니 문제다.

창조주님이 주제하는 회의 때마다 대신족의 창조신, 창조신, 마신왕을 구분하지 않고 참석하고 휘하 존재가 인증전에서 처참한 패배를 하면 대면보고를 한다.

그러나 패배보고를 하면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고 발작하시는 바람에 모든 최고위 층들이 보는 앞에서 얻어맞기 일쑤다.

반항은 안하냐고?

창조주님은 과거와는 달리 강해져서 전 우주의 전력이 모여 대항해도 못 이긴단다.

얼마나 한이 맺히셔서 단련하셨는지 창조신장님과 마신황제, 대신족의 창조신장이 연합해도 버티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과거 힘이 모자라서 마신족과 신족의 대립을 어쩔 수 없이 방치하던 창조주님이 아니다.

그에게 대항 의지를 불태우며 수련하고 도전하시다 영향을 너무 받았는지 신족과 마신족이 마찰이 발생할때 아래처럼 말씀하셨다.

“계속 잡음을 낼 것이면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싸워서 결판을 내고 약자는 모두 사라져라.

그리고 무승부가 나면 둘 다 지우고 대신족(代神族)에게 이 우주를 맡기겠다.

그와의 싸움에 도움이 안 되는 종족 따위는 나의 우주에 필요 없다.

나는 그에게 받은 치욕을 갚기 위해서는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강해질 것이다.”

정말 저 말을 신족과 마신족이 대규모 전쟁을 벌이려는 전장에서 하시고 전 우주에 선포하셨다.

기겁을 한 전장의 신족과 마신족이 항의를 했지만 정말 거기의 모든 존재가 지워지고 정기를 회수 당했다.

방금 그에게 패배해서 죽도록 맞고 돌아와서 발작이 일어난 상태였던 것이다.

그 당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과거처럼 연합해서 창조주님께 항의하려 하다가 정말 이 우주에서 신족과 마신족이 모두 지워질 뻔 했다.

창조주님 입장에서는 시키면 착실하게 행성을 만들고 번성시키는 일만 하며 우주를 발전시키는 대신족에게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가 주었고 그와 싸우다 패배했지만 강대하고 말 잘 듣는 유능한 대신족을 이 우주의 지배계급으로 삼으시려고 한 것이다.

지금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심각한 상황을 파악하고 다급하게 직위를 장악하고 백배 사죄했다.

신족에게 반기를 들며 은근슬쩍 창조주님께도 대항을 하려던 마신족도 그대로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터무늬 없이 강해진 창조주는 발작하면 단호했고 자신들 혼자서는 감당 못할 대신족들이 이미 무수하게 들어와서 창조주님께 아부를 하고 있으니 정말 모두 처분 당할 상황이었다.

이렇게 처분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상황이고 대신족과의 주도권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하기에 창조신님들 입장에서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대신족과 마신족의 상대도 골치 아픈데 상대도 안 되는 것들이 짜증나게 한다며 주신만을 파견 보내 막고 있다.

이 우주의 주신은 전투능력만으로는 다른 우주의 창조신급이지만 다른 권능은 약하기에 열세를 보여 방어만 한다.

이곳이 바로 창조신들의 전장이며 상대는 다른 우주의 창조신들과 정예 병력이다.

창조신들이 직접 나서기에는 체면이 안서고 창조신끼리의 사투는 정치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곁으로는 그에 대항해 창조주들간의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데 최고위층인 창조신들간의 전투는 문제가 커지기에 하위 주신들만 고생하고 있다.

물론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수준이지만 정말 위험하다.

아무리 전투능력이 허약한 다른 우주의 창조신들이라지만 주신의 권능만으로는 정면대결은 위험하고 주신에 비해 높은 신격의 타격으로 소멸되기도 하기에 주신들이 가장 꺼려하는 전장이다.

그리고 너무 광대한 지역이라 구역을 나누어서 창조신님들이 관리하고 사고를 친 주신들이나 마음에 안 드는 주신들을 보내서 견제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지역담당 주신이 적대 창조신들에게 소멸되면 소생되기 전까지 대가를 받고 파견을 보내기도 한다.

사기꾼 주신도 거기 보내져서 열심히 정기와 별을 벌고 있을 것이다.

이 우주의 주신을 소멸시킬 정도면 상대 창조신도 어느 정도 강자인데 삼가 명복을 빈다.

그런데 막상 행성에 내려서니 어이가 없다.

꽤 장거리를 이동해서 찾은 발전된 행성이고 과학이라는 기계신들도 엄청나게 발전되어있어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온 곳이다.

나는 빛의 주신이기에 빛의 날개를 활짝 펴고 우호적인 의사도 보냈다.

그런데 다짜고짜 공격을 받고 있다.

하위 물질계의 모든 공격은 현실을 조작하고 법칙을 주관하고 변화시키는 주신계의 신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아예 존재 자체의 밀도가 다른 것이다.

내가 아다만티움이라면 이곳의 모든 현상과 변화는 공기이하다.

최소한 태양이상의 고열이나 블랙홀이상의 압력에만 약간의 타격을 받는데 이것들이 가소로운 금속체와 광선들을 쏴댄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작은 거인족 형태의 금속인형과 유선형의 비행물체들에서는 무수하게 광선과 작은 금속물체가 날아오다 나의 존재자체의 압력을 이기지못하고 자연 소멸한다.

우주를 여행할 정도로 기계신이 발달된 곳이라 그런지 행성의 상공에서도 커다란 고열의 빛줄기가 무수하게 나를 노리고 발사되고 있다.

행성주변의 위성과 우주공간에 떠 있던 금속 배에서도 끝없이 포화가 쏟아진다.

그래보았자 최고위 주신인 나는 고사하고 일반주신 하나 어쩌지 못한다.

아무 영향도 없지만 슬슬 짜증이 나고 있다.

바쁜 와중에 잠시 쉬려고 하다가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무수한 기계신들이 느껴지고 나에 대한 적의로 움직이고 있다.

아직 물질에 지배되고 현상조차 간섭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신이라고 불리기도 부끄럽다.

“죽고 싶으냐?

아니 모두 부서져서 완전히 기능이 정지되고 싶으냐?

기계신들이여-!

너희들은 신들이 쓸모없어 방치한 세계의 최종 관리자라는 것을 잊었느냐?

반신보다 못한 주제에 감히 최고위 주신인 내게 덤비다니 각오는 되어 있느냐?”

하위 물질계에 상위 주신계 최고위 주신이 강림하여 분노를 들어냈고 그것은 별 전체와 태양계를 뒤흔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