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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259화 (259/1,533)

<-- 기계신에 대한 찬가 -->

기계 황제가 서명을 마치고 덜덜 떨고 있자 차원의 주신이 말을 잇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만 신에게는 소유권이란 개념이 인간하고는 달라.

가지다는 것이 아니고 인정한다는 뜻이다.”

“예?”

“정말 개인적으로 가지기를 원했으면 신이 아닌 용병신으로서 대가를 요구했을 것이다.

신에게 소유권이란 바로 이런 것을 뜻한다.”

놀라는 기계 황제를 쳐다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차원의 주신이었다.

여기 인류의 무지는 정말 끝이 없다.

정신체인 신에게 물질계의 소유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다만티움 정도의 귀물이라면 상관이 있지만 탐욕스런 인간의 지배자처럼 모두 다  가져보았자 쓸모도 없고 관리책임만 늘어난다.

화면이 넓어지며 처음에는 별이 다음에는 태양계가 보여 지고 마침내 성단전체가 보여 진다.

그리고 성단전체에 어떤 기운이 형성되며 문양을 그리는 것이 보인다.

원안에 삼각형이다.

그 문양이 성단전체를 감싸고 빛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하는 기계인류와 인류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의 모든 영혼이 나 차원의 주신을 인지하고 신으로서 받아들였다.

그 증거가 너희들이 살고 있는 성단 전체에 인증된 것이다.

즉 신의 소유권이란 이 성단이 나의 영역이라는 명패를 의미한다.

다른 신들은 이제 나의 허락을 받거나 나를 타도해야 들어오는 것이 가능하다.

신에게는 그 영역에 사는 모든 지성체가 자신을 받들든지 말든지 상관없다.

신의 존재를 부정만 안하고 배교행위만 하지 않으면 된다.

믿음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그럼 보호만 하시고 아무 상관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기계 황제가 반색이 되어 외친다.

저 말 그대로라면 수호자의 역할이다.

자신들의 기계제국이 잃은 전력과는 비교가 안 되는 힘이 자신들의 편에 선 것이다.

협조만 약간 받을 수 있다면 점점 줄어드는 자원 때문에 그렇게 원하던 타 성단의 진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달콤한 상상은 바로 끝났다.

퍼억-!

“커어억-!”

차원의 주신이 이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계제국의 황제를 발로 차버렸다.

차여진 머리를 손으로 감싸 안으며 신음하는 기계 황제를 쳐다보며 말한다.

“멍청한 머리지만 잘 들어라.

신은 이 우주의 지배종족으로서 창조주께서 만드신 이 우주를 번성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기본 임무다.

그런데 우주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기본인 별을 분해하고 생명체를 학살한 것들을 보호라고?

본래대로라면 너희들 기계인류는 본래 처리대상이지만 가치가 없어서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

타 성단에 진출을 한다고?

모든 주신들이 나처럼 자비로운 줄 알아?

다른 성단을 담당하는 주신들이 잘못된 진화를 이룬 너희들이 알짱거리면 살려둘 것 같으냐?

더구나 별을 파먹는 해충들을 그냥 둘 것 같아?

너희들이 본래 내 소속이었으면 초장에 멸족이었다.”

어떻게 때렸는지 기계 몸이 구현하는 한계를 아득히 초월하는 고통이 밀려와 말도 못하고 머리를 부여잡는 기계 황제였다.

정말 신의 일격이라서 그런지 영혼의 일부까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별은 공해에 찌들어 몽땅 폐기 직전에 인류는 부여 된 100년의 수명도 제대로 못살고  약과 기계의 도움으로 연명하여 평균 50년 미만에 죽는다.

태어날 때 부여된 정기조차 강해지기는커녕 약해져서 정신체인 신은 고사하고 흔한 사령조차도 인지를 못 해.

덕분에 별들도 정기가 증가되지 않아 모두 고사 직전이지.

더구나 주제넘게 영혼에 손을 대어서 기계 몸과 결합하여 수명만 강제로 늘려서 살아가는 주제에 꿈도 크다.

성단에서 나가는 순간이 이 성단에 속한 모든 인류와 기계인류가 처분되는 순간이다.

정당한 명분만 있으면 아예 싹 밀어 버리고 별과 계약하여 신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이 해충들아-!”

기계인류에 대해 가차 없는 평가를 내리며 새로이 만들어진 황금빛으로 빛나는 조종석으로 걸어간다.

뚜벅-!

그리고 앉기 직전에 의자를 쳐다보며 말한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의자에 신력과 정기를 미약하게 빨아들이는 장치가 되어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유사시 쓰이는 것 같은 구속 장치도 은밀하게 되어있다.

일반 투신인 주신이라면 모르겠지만 마도사이며 이미 창조신의 감각을 가진 차원의 주신의 이목을 속일 수 없다.

“‘이데아’라고 했지?

수작부리면 죽인다.

망가진 이 우주와 인류에는 관심 없다.

나의 신계에 주신들과 신, 중간계의 인류는 부족하나 약한 존재들을 받아들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지식이 탐날 뿐이다.

너희들이 추진한 기계신 계획의 합리적인 교류를 바란다.

이미 모든 신력과 권능을 잃고 소유권을 잃은 너희들이다.

이 성단을 제패한 기계제국과의 계약에 따라 이 성단은 나의 소유권이므로 주신이라도  지식과 권능의 거래의 계약을 제시할 수 있다.

구 우주에서의 법도에서도 당연한 일이라 안다.

소유권이 없는 너희들은 거부할 수 없다.

거부하면 법도에 따라 이 성단에서 추방한다.”

“........인정합니다.

주신대 주신으로서 지식과 권능의 계약을 승인합니다.”

좌석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아까의 화려한 황금빛이 더해지며 거기에 입체영상이 나타났다.

그 입체영상은 곧 실체화를 이루며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이 일렁이며 풍만한 육체를 가진 여신의 모습으로 보인다.

등 뒤에 화려하게 일렁이는 13쌍의 날개가 주신임을 증명한다.

하지만 마치 안개가 낀 듯 흐리한 모습이 신력의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신체조차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신력의 보충을 위해 의자에 앉아서 차원의 주신을 쳐다보며 말한다.

“구 우주 최상위 창조신 ‘이데아’가 현 우주 최고위 주신 ‘차원’에게 인사드립니다.

신력을 잃고 신격만이 남아 있으나 분명 저는 구 우주에서는 최상위 창조신이었습니다.

그 신격은 분명 현 우주에서도 최상위 주신입니다.

그러니 무릎은 꿇을 수 없습니다.”

“굴복은 필요 없다.

원하는 것은 기계신의 지식이지 복종이 아니다.

더구나 사연 많은 여신은 질색이다.

거래만 시작하자.”

딱-!

가볍게 손을 튕겨서 반대편에 의자를 만들고 원형의 탁자까지 만들어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탁자위에는 간단한 다과까지 차려졌다.

흐릿한 화려하게 차려진 다과를 보며 씁쓸하게 말한다.

“저는 이제 먹지 못합니다.

이 영광의 의자에서도 이 정도 신체의 구현이 한계입니다.”

“신력과 정기가 없어 신체가 거의 와해직전이란 것도 안다.

주신 접대용으로 만든 우주수(宇宙樹)의 수액과 과실로 만든 다과니 어느 정도 보충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회복하고 기분 좋게 거래하도록 하지.”

“.......현 우주에서는 우주주가 흔한 모양이군요.

과거에는 최고위 창조신조차 접근이 안 되는 금지 품목이었는데.”

“지금 우주는 과거와 다르게 많은 것이 풀렸지만 아직도 주신에게는 극히 희귀하지.

그래서 이건 내 자작품이다.

나는 그에게 마도를 받은 절대자이기도 하니 이 정도는 가능하다.”

“그의 마도를 받은 절대자?

그래서 이렇게 강력했군요.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마시겠습니다.”

다과를 들고 우아하게 마시는 여주신의 몸이 입술부터 뚜렷해진다.

우주수의 정기가 신체에 유입되며 저절로 복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마른 모래에 물이 뿌려지자 바로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처럼 더욱 실체화해간다.

오래간만에 접하는 대량의 정기에 저절로 황홀해지는 듯 붉어진 입술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려졌다.

창조주가 하사품으로 내리던 과거에도 못 누리던 호사지만 정말 이정도로 비참하지는 않았다.

최고위 창조신이 되기 위한 지배종족으로 획기적인 수명과 강함을 가진 기계인류를 구상하고 자매들과 전 신계의 총력으로 탄생시키느라 신력과 권능이 거의 고갈되어 장기 휴양 중에 당한 사고였다.

지배종족으로 인정한 기계인류가 신을 과학이란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어이없게도 한 순간에 신으로서 존재와 성단의 소유권을 잃고 신력까지 통째로 유실 당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저절로 화가 치밀다 못해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본신신력의 단련 없이 관리신의 전공을 살려 오직 신도로만 구성했던 대가를 가혹하게 치룬 셈이다.

신도로 이루어진 200억이 넘던 신력이 사라지고 신격만 남아 허신이 되는 것만을 기다리는 처지였는데 그나마 살아남을 길이 생겼다.

기계인류들이 자신들이 만든 병기를 숭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함과 가공할 힘을 동경하여 우상이 되어가기 시작한 기계병기와 행성제압병기의 인공지능 속으로 몰래 파고들어 대신 함으로써 약하나마 신앙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신들이 그렇게 치욕스럽게 연명해야만 했고 자신들의 모든 것인 성단이 기계인류에 의해 엉망진창이 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었다.

그런데 운이 좋은지 나쁜지 성단을 지나가던 강력한 최고위 주신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이것은 기계제국을 타도할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준비하려 했지만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무식한 투신계열이지만 어느 정도 지식의 가치를 아는 마도사이며 그의 마도를 받아서 자신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것 같으니 거래를 마치면 어느 정도 신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의 존재를 다시 이 성단의 인류가 인정한 순간 허신에서 어느 정도 권능도 회복했다.

신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진실로 믿는 자들이 늘어나고 신앙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제 인공지능에게 가해진 제약 따위는 무시할 수 있기에 생각이 자유로워지고 있어 더욱 즐거워졌다.

이제 기계신의 몸체를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기에 기계제국의 정리가 바로 가능해진 것이다.

방금 당했던 파손의 복구가 문제지만 시간문제이다.

저 강대한 최고위 차원의 주신의 약간의 도움만 얻는다면 바로 시작할 수도 있고 그 대가로 전해줄 지식과 권능은 충분하기에 저절로 미소가 어린다.

우주수의 광대한 정기로 신체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모처럼 느껴지는 신체의 활력에 더욱 즐거워졌다.

차원의 주신도 가볍게 다과를 하며 상대가 어느 정도 신체가 회복하기를 기다린다.

그런 화기애애한 다과를 마시는 협상모습을 쳐다보며 입을 딱 벌리는 기계 황제였다.

저런 신이라는 존재가 성단제압병기에 숨어있었는지 누구도 몰랐다.

아니 신을 부정하는 기계제국의 특성으로 무의식적으로 외면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은 성단을 완전히 제패한 기계제국의 황제인데 이건 완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약한 자의 설움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설움도 사치임을 깨닫게 되었다.

“정식 계약을 해야 하니 말을 높이겠습니다.

원하는 것은 기계신과 탑승자의 융합으로 2써클을 상승시키는 기술입니다.

최상급 신까지라는 한계가 있지만 무척 뛰어난 권능입니다.

최상급 주신 2명이상의 복합권능의 결합이라고 생각됩니다.”

“대가로 주실 수 있는 것은?”

“카르마가 저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파괴든 창조이든 적정하게 지원하겠습니다.

일단 이것부터 대가로 올리도록 하지요.”

“허어억-! 신이시여-!”

차원의 주신이 원탁에 올린 것은 기계인류의 모든 본체가 있는 ‘머신 판데모니엄’ (Machine Pandemonium)이 비추어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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