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령계 대기소 '유격 화산'(遊擊 火山/Guerrilla Volcano) -->
이를 부득 갈면서 은밀 권능을 가동하고 이동한다.
‘헤라’에게 살짝 배운 주신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암살자의 은신 권능에다 나의 마도까지 섞어서 창조신이상의 정밀탐지가 아니라면 발각이 안 될 정도로 향상시킨 것이다.
카르마의 탐색을 회피하고 이 은밀 기동까지 집어넣으니 정말 신력이 일반주신이다.
거기다 끝없이 나의 신력과 정기를 앗아가니 이동하는 신체의 부담이 그야말로 천근만근이다.
‘근원의 일월’로 정기를 복구하며 가까스로 정문에 도달하자 또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허어억-! 허어억-! 어느 시간 남아도는 창조신이 이딴 권능을 만든 것이야.
허억-! 포기도 진행도 선택하기 힘들게 정말 미묘하게 지독하잖아-!
휴우우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 권능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신격의 수준에 맞게 움직일 정도로 부담을 가하고 신력을 빼앗는다.
멈추면 잠시 회복하지만 착각이다.
정지하면 부담이 더욱 가중되어 정기가 더 빨려 힘들기에 계속 움직여야 한다.
중간에 잠시 쉬는 순간에 정말 못 일어날 정도로 정기가 흡수 된다.
그 권능 영역이 거의 항성계 수준이라 신에게도 부담이 가지만 목표가 바로 보이니 포기도 못하고 계속 이동하며 빼앗기게 되어있다.
그래도 결국 도착했다.
정문에도 문지기 신조차 없지만 ‘정령계 입소를 환영합니다.’라는 이상한 문구가 쓰여 있는 입구다.
거대한 고목과 같은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으스스한 붉은 색으로 도색되어 있다.
그 꼭대기 부분의 허름한 간판에 노란색으로 환영문구가 쓰여 있으니 웃기는 노릇이다.
아무리 정령계라지만 너무 살벌한 감각이라고 생각하며 은신을 유지 한 채로 일어섰다.
너무 힘이 들어 기둥을 붙잡고 일어서서 앞을 바라보았다가 순간 아찔해지며 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제기랄-!
어떤 창조신이 이딴 식으로 만든 것이야?
패배자는 골탕 한번 지독하게 먹어보라 이거지?
빛의 창조신 주제에 자비는 엿 바꾸어 먹었느냐?”
저기 아주 멀리 지금까지 죽도록 돌파하며 이동해온 거리만큼의 거리에 여기가 ‘진짜 정문입니다.’라고 쓰여 있는 것 같은 정문이 보인다.
거기에다 상급신정도로 되어 보이는 정령신 2명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을 보니 확실하다.
초죽음에 되어서 다 왔다고 안심하는 순간 뒤통수를 치는 악랄한 수법이다.
차라리 이 가짜 정문이 없으면 저기까지 바로 가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 우주의 상위자라는 것들은 모두 비정상이다.
부하를 사랑하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상위자들 좀 보고 싶다고 절규가 나올 지경이다.
내가 보고 당하며 배운 것이 이러니 ‘신의 자비에 대한 행복의 전도’라는 소리에 나조차 아무 말도 못하지 않는가? 온 몸에 맥이 탁 풀려서 그대로 기둥에 기대고 앉아서 숨을 몰아쉬며 신력을 회복해 간다.
정령계 대기소의 ‘유격 화산’의 분석은 거의 끝났다.
어차피 나의 권능은 ‘차원’이니 아무리 창조신의 권능일지라도 이 우주와 분리하면 최고위 주신에 도달했던 나를 못 막는다.
신력 부담이 더 가더라도 이 끔찍한 권능의 부담부터 끊는다.
나머지 모든 ‘차원’의 권능을 끌어올려 ‘정령계’로부터 간섭도 끊어 버린다.
지속적으로 흡수되던 정기와 몸을 압박하던 것까지 사라지자 긴 숨을 내쉰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조금만 쉬다 가자.’
카르마의 검색 회피와 주신계의 탐지 거부와 은신, 정령계의 권능차단까지 하고 유지하니 아무리 차원의 최고위 주신이라고 해도 신격이 주신급까지 곤두박질 쳤다.
내가 그의 마도로 이룬 권능이 아니라면 하나의 유지로도 힘든 일이기에 당연하지만 오래간만에 약해진 신체의 감각에 졸음이 몰려온다.
힘들면 서있던 몸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십고 누우면 잔다고 하더니 내가 그 꼴이다.
얼마나 신의 신체가 혹사를 당했는지 인간의 육체처럼 잠을 자려한다.
하지만 신의 수면은 기본이 몇 천 년이다.
신력과 정기를 완전히 회복하기까지의 강제 수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정말 곤란하기에 조치를 취한다.
‘잠시만 자자.
근원의 일월을 연결해서 신력과 정기를 완전히 회복하면 바로 일어나게.’
눈을 감자마자 바로 의식이 끊긴다.
그러나 주위의 경계를 하게 최소한의 의식은 남겨두고 잠에 빠져들었다.
기계성단에서의 나의 경솔한 처신과 이 정령계의 상황을 보니 아직도 나는 멀었다.
보다 완벽한 준비와 강대한 힘만이 나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신의 신체를 다시 회복해가면서 이를 꽉 물고 잠에 빠져 든다.
뚜벅-! 뚜벅-! 뚜벅-!
얼마 안 되어서 잠에서 다시 깨어난 것은 대규모의 인원이 이동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신력의 완전회복은 안되었지만 접근하는 하위 신들의 숫자가 수천 명이 넘는 듯 소란스럽다.
물론 은신하고 있는 이상 들킬 수는 없지만 경계를 하기 위해 눈을 뜨고 감각을 일깨웠다.
그리고 나의 눈에 저 멀리 아까의 투명한 구역으로 구분된 통로 아니 거대 포신으로 이동해 오는 신들이 보였다.
거기서도 이 악질적인 속임수 문을 발견했는지 탄성이 터져 나온다.
“허억-! 드디어 다 와간다-!
힘들 내세요.”
“이제야 정령계에 도착했군.
정말 힘들었어.”
“아아아. 어서 가서 쉬도록 해요.”
저 통로는 길로 규정된 곳이라서 내가 돌파해온 영역만큼의 부담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흡수는 하고 있다.
거기다 공간이동이 통제되니 신력으로 이동하는데 벌써 가중 부담을 받는 투신계열의 남신들은 여기저기서 스스로 소멸을 하는 듯 신령만이 날아서 정령계로 이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여신이나 관리계열 남신들도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는지 모두 이동을 하는 것조차 힘든 표정이다.
그래도 이 속임수 문을 쳐다보며 가까스로 몸을 가누며 이동을 한다.
‘쯧-! 다들 거의 한계로군.
여기 도착해서 가짜 문에 속은 것을 알면 절반이상은 자멸하겠군.’
인증전에 패해 기껏 세운 신계를 마신족에게 빼앗기거나 대신족에게 패배해서 행성이 봉인되고 강제 이동되는 신들이다.
신도를 잃어 허신이 되어 사라지지 않은 본신신력이 강한 최고위 신급 이하 신들이 여기로 보내진다.
물론 선택권 따위는 없다.
신계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주신급 이상이 아니면 주신계의 이동 결정을 거부하면 바로 정기회수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정령계 대기소에서 이 가혹한 환경을 이기고 강해져서 주신 급의 신이 되거나 다른 신계의 선택을 받는 수밖에 없다.
정령계로 넘어가면 엄청난 정령신들의 수에 묻혀 선택되기도 희박하다.
거기까지 가서 신을 모집할 만큼 급한 신계도 거의 없고 말이다.
무엇보다 신계를 1번 말아먹은 신들을 고용하는 것이 꺼림칙한 점이 크다.
나처럼 신계 반란을 없었던 것으로 무마하기 위해 2단계 이상의 승급을 시켜서 빈자리가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는 채울 수가 없으면 또 모를까?
이곳으로 이동해 오는 신들의 표정은 여러 가지이지만 공통적인 것이 있다.
더없는 피곤과 절망 속에서도 입술을 깨물고 다리를 끌면서 이동하는 투신들과 눈물자국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도 화장을 지우지 않은 여신들의 얼굴에 서린 독기들이다.
정령계 대기소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다들 필사적으로 쓰러지려는 자신과 투쟁중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이라도 쓰러지려 하는 저들이 이 문을 보고 다시 가야할 길이 더 남았다면 어떻게 될까?
나처럼 정기와 신력을 지속 보급해주는 ‘근원의 일월’이 없으면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한다.
대부분 여기서 탈락할 것이다.
이것만 없다면 거의 저 곳에 도착할 신들이 여기서 가혹한 놀림과 절망에 쓰러질 것이다.
나 역시 전장에서는 승리를 위해 누구보다 잔혹하고 냉정한 투신이라 자부하지만 이런 희롱은 좋아하지 않는다.
전사는 전쟁터에서 죽어야지 이런 길에서 이런 놀림감으로 죽어서는 결코 안 된다.
‘차라리 인증전에 패한 순간 다 죽여서 정기를 회수하란 말이다.
이렇게 가혹한 현실과 싸우는 자들을 놀리지 마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
‘강해진 만큼 자유스러워지리라.’가 강자의 특권이며 그가 칭호에 새긴 말이다.
창조신의 권능이라 하더라도 분석이 끝난 이상 일정부분은 변형을 시킬 수 있다.
“차원천라(次元天羅)-! 권능 영역제한. 정기와 신력회복 지원!”
순간적으로 13쌍의 빛의 날개가 튀어나오듯이 등에서 터져 나오며 이 짜증나는 가짜 정문을 휘감았다.
더럽게 불길한 붉은 색의 기둥을 휘감아서 전부 찬란히 빛나는 아다만티움으로 대체했다.
허름한 간판조차 모두 바꾸자 신력과 정기가 급속히 회복되고 이 주변에서 ‘유격 화산’의 정기흡수를 멈추었다.
저렇게 힘겹게 처참하고 힘든 현실과 싸우는 신들에게 다시 앞으로 걸어갈 정기를 보급해 줄 것이다.
그리고 아예 파손이나 이동이 불가능하게 칭호까지 한계까지 부분 가동을 하고 전력을 초과 발휘하여 현실과 미래에 고정시켜 버렸다.
그의 권능이 미세하게 섞인 이상 이제 이것을 손실 시키려면 최소한 창조신이 와야 할 것이다.
아니 혹시라도 그를 보게 될까봐 손을 대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말만 ‘정령계 입소를 환영합니다.’라고-!
환영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이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낸 중간문은 아까의 필사적으로 싸우며 사는 전사들을 우롱하는 흉물이 아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이정표가 되어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나중에 시비 거리가 될 수 있으니 ‘차원의 주신의 방문기념 기증’이라고 써놓아야겠다.
작업을 그렇게 마무리를 짓자 바로 변화가 왔다.
강대한 신력들이 자신을 포위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순간이지만 최고위 주신을 능가하는 신력과 권능을 발산했으니 눈치를 채는 것이 당연하다.
물론 장거리의 탐색에 걸리지 않도록 결계도 쳤지만 바로 앞의 정령계 대기소까지 눈치를 못 채게 할 수 없다.
하위 주신의 싼 입이야 막으면 된다.
여기를 이렇게 장난친 것을 보니 정령계 대기소 관리 주신 놈들이 마음에 안 들던 판이다.
중급 주신이 1명, 일반 주신 1명이 나를 앞뒤로 포위를 하고 있다.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자들이 먼저 왔는지 저기에 추가병력도 이동하고 있다.
여기 주신은 공간이동의 제한은 받지 않는지 아무 부담이 없고 여유로운 표정이다.
아마 순간 신력을 발산하고 바로 주신급 이하로 봉인했더니 나를 자신들보다 하위신의 침입자로 생각했는지 가볍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내가 바꾼 중간 문을 쳐다보며 혀를 차며 말한다.
저것이 통째로 아다만티움인지 모르고 단지 색깔만 바꾸고 신력과 정기의 회복을 돕는 권능으로 생각한 모양이라 그런지 욕심도 없다.
“쯧-! 정말 악취미지.
그래서 이렇게 한 것인가?
주신급이면서 창조신의 권능 안에서 작업하느라 고생이 많았군.
패배자들을 위해서 이렇게 하다니 불법 침입자 주제에 마음씨도 좋아.
그리고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모르지만 정식으로 주신계에 신청을 하라니 더럽게 말을 안 듣는군.
그리고 규칙을 어기는 자에게 신들은 마신들보다 더 잔혹하니 순순히 체포되지 그래?”
마치 선생 같은 말투에 저절로 인상이 써진다.
이런 짓이나 하며 괴롭히는 주제에 무슨 생각해 주는 척을 해주는 것이냐?
속에서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악감정을 듬뿍 담아 답변해준다.
“그렇기는 하지만 마신보다는 대부분은 낫지.
그리고 어디서 최고위 주신에게 반말이냐?
정령계 대기소의 중급 주신주제에 감히-!
그렇게 까불다 죽을 각오는 되어 있느냐?”
퍼어어억-! 퍼어억-!
“에-? 커어어억-!”
“뭐-! 와아아악-!”
유들거리는 말투가 마침내 신경질을 나게 한다.
바로 공간을 뚫고 양손을 뻗어 한손에 하나씩 목을 잡아 제압하고 들어올린다.
반항? 방어?
3단계 이상의 차이가 나는 상대로 가능할 리가 없다.
단순한 최대출력의 신력차이만 해도 450억 이상으로 6배의 차이다.
그래서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이 가능하다.
여기까지 오느라 강제로 당한 그 동안의 고난에 대해 가뿐하게 정산해 주리라.
저절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우두두두둑-! 우두둑-!
“크어어억-!”
그래도 중급 주신답게 방어를 하려 하지만 아무 상관없이 목을 부러트릴 정도로 힘을 더 해갔다.
그의 칭호의 부분 개방이 풀어준 주신의 신체는 창조신 급까지 제한이 없을 정도로 강하다.
겨우 본신신력 50억 정도의 중급 주신 따위야 마도도 필요 없이 신체의 힘만으로도 이제 죽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우주와 분리하느라 신력을 소모하고 있기에 이렇게 접촉해서 나의 결계 안으로 끌어들이며 마음껏 최고위 주신의 신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와 접촉하는 순간 중급주신 정도는 이렇게 된다.
하위 주신정도야 몸으로 이렇게 박살을 낼 정도이다.
전혀 마도사 답지 않지만 지금도 연속하여 찾고 있는 탐색을 피하려면 별 수가 없다.
‘근원’의 마도사는 결코 마도 외에는 몸으로 적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그거야 남들 다보는 정규전일 경우에만 그렇지 이런 은밀한 기동이 필요한 침투전까지 그럴 수는 없다.
우리 학파는 승리에 따른 생존이 최우선이다.
역시 흑마도사답게 현실 우선주의인 것이다.
이때까지 억지로 당한 정기흡수와 이 속임수 문에 당한 분노를 한껏 실어서 말한다.
“이 짜증나는 권능 때문에 한 고생과 악질적인 장난에 쌓인 울화를 최고위 주신인 내게 반말을 하며 모욕한 너희들을 족쳐서라도 풀어야 하겠다.”
명분도 확실히 있다.
내가 신력 봉인을 해서 주신급으로 오해를 하고 몰라서 했든 그것은 너희들 사정이고 정령계를 관리하는 당사자들이다.
마침 잘 걸린 2명의 정령계의 관리 주신을 노려보며 투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