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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280화 (280/1,533)

<-- 정령계 대기소 '유격 화산'(遊擊 火山/Guerrilla Volcano) -->

그런 위험한 자료는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하여 일단 사무실로 이동을 했다.

내가 그렇게 정령계 대기소로 이동을 하자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어째 여기 주신뿐 아니라 신입 정령신들도 그러는 것 같다.

허름한 정문을 지나 조립식 신전과 같은 단층짜리 신전이 나오고 그 안에 들어서자 저절로 한숨이 쉬어진다.

“휴우-! 관리 유지는 아예 손을 놨구나.”

보기에는 깨끗해 보이지만 황급히 대청소를 한 티가 팍팍 났다.

여기 사열을 하러 온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물기라든가 푹 삭은 냄새는 바뀔 수가 없다.

평상시에 어떻게 하고 사는지 알만 하다.

그냥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만 치우고 산다.

“가만히 있어도 피곤해지는 곳이라서 말입니다.”

아까 두들겨 맞은 것은 완전히 잊은 듯 넉살좋은 웃음을 지으며 역시 낡은 사무실으로 안내를 하고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조심스럽게 자료를 꺼내온다.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정령계에서 내보내는 신은 우수하고 유능해야 하는데 관리가 어려운 신들이 너무 많아 운영차원에서 능력위주로 선별된 자료를 보여드렸습니다.”

“그래서? 특급관리 대상부터 가장 먼저 올렸느냐?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느냐?”

이것들이 준 능력우수 정령신 명단의 시작부분에 적혀있는 최상급 정령신이 내가 계약한 여정령신들이다.

능력이야 틀림없이 우수하지만 심성에 문제가 극히 많다.

모든 명단이 이딴 식으로 작성되었으면 신계를 하나 말아먹겠다.

다시 넘겨준 자료에는 분명 특급관리 대상 최상급 정령신 명단에 나와 계약한 정령신들이 적혀있었다.

거짓자료를 넘겨주다 들킨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고 있다.

“신계에서 신을 탄생시키고 육성하는 것에 비해 거의 공짜이니 이정도 위험은 감수를 해야지요.

다 고르시고 면접에서 골라내시면 되고 끝날 때에 말씀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주신급 이상은 역시 명단에 없군.”“주신급 이상은 무승부를 하거나 행성이 파괴될 정도가 되면 보내집니다.

인증전 초기에나 별을 날려먹을 정도로 막싸움을 했지 지금은 신계주신이나 마신이 지면 패전을 인정하는 분위기라 거의 없죠.

대신족에 패배하면 바로 행성을 동결하니 역시 오지 않고요.

최고위 신들은 여기서 단련을 하다 전부 다른 신계로 초청되고 최상급 신이하정도만 남아있습니다.”

“..........정말 없나?”

우둑-! 우둑-!

나지막하게 물으며 몸을 푸는 소리에 뚱보신이 정색을 하며 답한다.

역시 이것들은 좋은 말을 하면 듣지를 않는다.

“당연히 없다고 말씀.......컥-!”

신력으로 다시 신체를 결박하고 들어올렸다.

살들이 마치 터질 듯이 신력사이로 밀려나오는 것을

“나의 권능은 ‘차원’이며 나의 신격은 최고위다-!

모든 공간과 시간의 최상위의 신격이며 나의 탐색을 피할 존재는 창조신이상밖에 없고 저항도 주신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정령계 대기소에 나의 탐색에 저항하는 존재들이 있는데 주신이 없다고?

이제 확인은 없고 오로지 허위 보고에 대한 징계뿐이다.

한번 거짓을 말할 때마다 죽여서 하급신으로 만들어 주리라.

몇 명이냐?”

“커어억-! 2명입니다.

아니-! 5명입니다.”

목을 잡은 신력과 별도로 나의 손에 신력이 뭉쳐서 굉음을 내며 진동을 하고 자신의 얼굴에 다가서자 황급히 말을 바꾼다.

“사유는?”

“반란입니다.

주신계에 보고를 하지 않고 반란을 가까스로 제압하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신격을 봉인하고 구금조치를 하였습니다.” 이제 거짓을 말하면 바로 죽이고 다른 관리신을 부르는 것으로 결정하자 대답이 바로  나온다.

인간이나 신이나 자기 안위가 최우선인 것은 똑같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반란을 일으키지?

‘유격 화산’의 권능으로 여유 정기와 신력을 빼앗긴 상태에서 권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표식을 가진 정령계 관리신들을 이길 방법은 없다.

“반란 방법은?”

“정령 주신 3명이 병렬 신력연결을 통한 신력을 되찾고 소수정예로 관리신계에 기습을 해서 표식을 강탈하고 신력을 강탈했습니다.

신계 핵도 점령을 하려했으나 아까 보신 중급 주신 분에게 모두 격퇴되었습니다.”

“왜 정식보고를 하지 않았나?”

“반........반란의 발단이 저희들의 초기 신계형성의 과잉 관리 때문이었고 진압 과정 중에 무수한 관리신이 죽어서 신격이 하락되었습니다.

이대로 보고하면 그들의 신격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징계를 받게 됩니다.

그들을 구금하여 나오는 정기와 신력으로 회복을 시키는 중이었습니다.”

“3명은 반란이라 하고 나머지 2명은?”

“그게 저도 잘.......그것은 신계 주신들만이 아십니다.”

“밖에 숨어서 몰래 듣고 있는 것들?

자신의 부정을 숨기기 위해 최고위 주신에게 덤비려는 용기를 치하하마.

그리고 증거와 증인을 인멸하려 해도 소용없다.

일반 주신정도야 복구하고 되살리면 끝이다.

너희들이 여기서 지낸 시간동안 외부의 주신들의 권능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알면 그럴 생각도 못할 것인데 모르는 것이 죄로다.”

살기와 투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이것들이 그렇게나 굴렸는데도 불구하고 요령만 피우더니 어느새 회복하고 새까맣게 몰려왔다.

허름한 사무실 바깥에 수백 명의 투신들이 모여드는 것이 느껴진다.

일단 팔다리를 박살내고 목을 부러트려 제압하고 천천히 상황을 분석해야 하겠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며 이동을 하려하자 뚱보 신이 황급하게 외부에 소리치고 있다.

“물러서-! 우리 상대가 아니다.

신격은 최고위 주신이시지만 힘은 과거 우주의 최고위 창조신급이시다.”

“하지만 이것이 밝혀지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다.

중급 신계 주신님도 상대가 절대 안 되니 신기를 해제하시고 용서를 받으십시오.”

“........”

뚱보신은 말은 의외로 영향이 컸다.

투기를 일으키며 싸우려 하던 투신들이 모두 신기를 회수한다.

그리고 신계 주신 2명은 사무실로 들어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처분을 기다렸다.

본래 신계 주신은 이 정도까지 하위신의 말을 듣는 경우는 없는데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외부의 투신들도 모두 신기를 거두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나머지 주신 2명은 왜 불법구금을 했나?”

“정령계 대기소에서 용서할 수 없는 분란을 일으켰습니다.”

“분란? 무슨 분란?

재물도 정기도 신력도 모두 제한된 이곳에서 어떻게?”

“그것이.......”

신계 주신이 차마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 결국 대답한다.

“주신과의 반려 계약을 미끼로 관리신들의 신력 갈취를 했습니다.”

“.......”

골치가 띵하다.

무슨 소리인지 대충은 알겠다.

주신과의 반려계약은 하위신들에게 신력교류를 통해 최고위 신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거기다 최상급 권능만 개발하면 바로 주신급이 되고 여기서 벗어난다.

그러니 그 말에 다들 넘어가서 신력과 정기를 퍼주다가 관리신들이 당했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보고를 하지 않고 몰래 처리하다니 이상하다.

“몇 명이나 반려사기를 당했기에 보고조차 못하나?”

“그것이 그 주신들이 유혹계열에다 미모가 대단해서 대부분......”

“여주신이야? 너희들 설마?”

힘겹게 변명하던 중급 주신이 수치스런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옆의 주신도 얼굴을 떨군다. 신계 관리주신인 주제에 이놈들도 같이 당했다.

정령계 방위 신계의 신계 주신과 관리 주신이 모두 반려사기를 당해 신력을 갈취 당했으니 차마 보고를 못 한 것이다.

중급 주신까지 당했으니 분명 유혹과 신력흡수의 권능에 특화된 여주신이다.

“너희들도 당한 것이냐?

이런 멍청한-!

너희들은 당당한 신계 주신이지 않는가?

단기간이지만 휴가를 내면 언제든지 주신계와 신계로 갈 수 있다.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정령 여주신에게 반려 사기를 당해?”

“........”

무릎을 꿇은 주신들이 회한이 몰아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어떤 여주신이 이런 외진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 주신에게 반려를 하겠습니까?

기존의 반려였던 여주신도 여기로 발령이 되자 바로 떠나고 그 여파로 신계가 엉망이 되어 결국 주신계 직할로 관리를 위임시킨 주신들에게 말입니다.”

“정말 바로 떠나가더냐?”

“명령서 도착하고 바로 다음날 일방적으로 떠났습니다.

자신은 절대 고생을 하려고 반려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더군요.

능력 없고 실패한 주신은 질색이라고 가슴에 못까지 박았고요.

충격을 받아 잠시 신계의 일을 신경을 안 쓰는 사이에 후궁들과 신계관리 주신, 최고위 신들까지 모두 주신계에 반려의 자격으로 건의해서 계약을 해제하고 위자료 명목으로 자기 신계로 데려 갔습니다.

워낙 자료와 지원세력을 잘 준비해두어서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신계가 거덜이 났습니다.

결국 제 곁에 남은 것은 직계이며 제 후계자였던 이 아이 1명뿐입니다.”

절절히 감정이 드러나는 진실의 말에 구석의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서 이야기해라.”

남주신 으로서 기가 막힌 일이다.

요즘 주신들의 반려계약의 해제가 빈번하다고 하더니 별 사정이 다 있다.

남신이 힘든 주신생활을 하다 굴곡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기회로 삼아서 기반을 모두 빼돌렸다는 소리이다.

보아하니 전형적인 투신계열이라 대처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한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그 정도로 탈탈 털어서 빈털터리로 만들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평소에 준비를 다했다는 뜻이다.

요즘 여주신들은 정말 무섭다.

그러려면 뭐 하러 반려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 위자료 때문인가?

큰 문제가 없으면 헤어지면 절반은 상대방 여주신에게 무조건 주게 되어있으니 말이야.

1번 해제당하면 이 주신처럼 신계를 말아먹겠군.

난 아예 하지를 말아야겠어.’

“감사합니다.”

정령계 관리 주신이 힘겹게 몸을 일으켜 소파에 몸을 싣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그렇게 이 정령계에 파견을 오니 당연히 여주신은 구경도 못하고 주신계에서도 외면을 당했죠.

어이없게도 제가 창조신님에게 징계를 당한 이유가 예의문제가 아니고 여주신에게 폭력적이고 음란하여 징계를 먹었다고 소문이 나서 다시 반려를 구하기는 꿈도 못 꾸고 이 아이도 같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어-!”

안 봐도 어떻게 된 사정인지 알 것 같다.

보나마나 과거 반려 여주신이 자기 입장을 위해 그렇게 소문을 만들었을 것이다.

신계를 거덜 내서 후환이 두려우니 아예 매장까지 착실히 해서 복귀할 기회까지 막은 셈이다.

이 정도까지 하는 여주신은 정말 드문데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의문이다.

옆의 뚱보신도 무엇인가 이해가 간다는 듯 눈시울을 붉히며 듣고 있다.

“그런데 죽어서 신격이 주신격으로 떨어진 정령 여주신 2명이 주신으로 신력이 회복되면 반려가 되어주겠다고 유혹을 해온 것입니다.

제 관리주신의 사정상 정령 여주신을 상대하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거부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2명이 저와 이 아이에게 한명씩 따로 유혹을 해 와서 몰랐는데 나중에 정식으로 반려를 맺으려고 대화를 하다가 이상함을 깨달아서 정밀 조사를 해보니 대부분의 최상급 신들이 당해서 신력을 조금씩 넘겨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상급 신이상이 모두?

유혹의 권능이 어느 정도이기에 중급 주신까지 그렇게 당해?

그리고 넌 여주신에게 그렇게 당하고 나서 다시 반려를 맺을 생각이 드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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