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령계 대기소 '유격 화산'(遊擊 火山/Guerrilla Volcano) -->
완전한 빛의 신의 육체가 되면서 겪은 부작용은 과다한 긍정적 감정의 적용이다.
어떤 경우에도 배교만 아니라면 자비를 베풀고 신도를 모으게 무의식적으로 통제를 받는다.
아마 마신으로 전직을 하면 반대의 경우이겠지만 ‘마도 기계신 혼합’으로 그것이 깨졌다.
원래 기계신은 말 그대로 주어진 임무만을 수행하는 감정이 없는 존재이기에 주신과 혼합하자 마도사로서의 냉철한 이성이 돌아온 것이다.
그 이성으로 냉정하게 선고한다.
“하위신들의 신계 반란의 패배는 승리한 신계 주신에게 무제한의 처벌권한이 주어진다.
이양을 받은 ‘하위신 징계권’을 발동하여 패배자들에게 모든 신력과 정기를 신계에 바치고 주신급의 정령신으로 돌아갈 것을 선고한다.
자발적으로 한다면 그 이상의 징계는 없다.
거부하면 죽여서 강제회수하고 바로 정령계로 보낸다.”
지극히 당연한 선고다.
신의 자비를 강제하는 규제가 없어도 나는 정말 관대하다.
진정한 빛의 주신으로서 그렇게 살기로 강제로 최고위 신이 되었을 때 맹세하지 않았는가?
물론 이래야 신력이 잘 오르니 말이다.
간단하게 신계에 추가 정기도 보급하고 이것들도 정령계에 보내 기여를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가두어 보았자 유지 정기만 들어간다.
감옥이란 것은 정말 이해가 안간다.
편하게 가두어 놓는다고 개심할 것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나?
강제 노동을 시키든 생산적 고생을 시켜야 그래도 바깥이 낫구나하며 조심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았을 때 계속 정기와 신력을 흡수하는 여기 정령계는 상당히 효율적이다.
“설마-! 새로운 정령계 대기소의 주신이 아니십니까?
감찰을 오신 것입니까?”
“들어주십시오―!
저희들은 관리신들이 정령신들을 너무나 가혹하게 대우하고.”
아직도 웃기는 소리를 한다.
그럼 인증전을 못 이기고 경쟁세력에게 행성의 주도권을 빼앗긴 신들에게 휴양을 시켜줄 것 같은가?
마신족이라면 바로 죽여서 모든 정기를 회수한다.
물론 거기도 마신 후보는 예외다.
자칫해서 주신보다 마신의 수가 부족하면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더럽게 운이 좋은 주신이 나와서 아무리 열 받아도 일단은 봐준다고 하더라.
나라도 죽어도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그 꼴은 못 본다.
그런데 여주신이 특이한 보고를 한다.
“정령여신들이 강제로 신력교류를 당했어요.
정식 항의를 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고 오히려 보복을 하려 했습니다.
더구나 단체로 하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빛의 신인데 강간? 그것도 집단강간?”
“강간이요?
인간기준이라면 맞습니다.”
“웃기는군.
여신들을 못보고 오래 있었다고 하더니 이것들이 마신으로 전직할 기세로군.”
빛의 신에게 도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마신이야 약자가 아무런 권리는 없지만 빛의 신은 자비란 개념 때문에 아무리 범죄자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그것을 어긴다면 신과 마신의 구분 따위는 필요가 없다.
카르마가 아무리 ‘극선’이라도 그 짓을 반복하다가는 사기만 치려던 주신처럼 끝장나는 수가 있다.
“신계. 방금 여주신이 고발한 사고한 관련자들의 명단을 내게 넘겨라.”
“자료가 삭제되었습니다.”
“........”
저절로 손이 얼굴을 가린다.
이 미친 것들이 신계의 기록 자료까지 지웠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함부로 관리 자료를 삭제하나?
신계 주신은 자신이 아니면 삭제가 불가능한 자료구조이니 무조건 본인 책임이 되니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도 할 리가 없다.
영원히 사는 신생에서 심각한 오점이 된다.
그런데 설마 신계내부의 영구보관도 건드렸나?
“신계주신이 직접 삭제했나?
이중 자동저장과 내부 자료는?”
“관리신이 입력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독자적인 자료보관방식을 사용하고 기존의 관리방식은 나중에 보관 정리하고 있습니다.”
“허-!”
관리신의 유능한 부정의 끝을 보여준다.
간단하게 보고용 자료저장은 문제가 있을 것을 빼고 한꺼번에 보기 좋게 정리하고 평상시의 자료는 독자방식으로 처리한다는 소리다.
무슨 일이 발생해도 보고용 자료만 나중에 잘 정리하면 끝이다.
신계의 새로운 자료구조를 만드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데 잘도 해냈다.
그런데 주신계가 그것을 인정했단 말인가?
“호환성의 문제가 있는데 허가가 된 사항인가?”
“정령계 대기소의 신계 구조 발전사항으로 건의된 사항이며 시험운용기간 중으로 허가가 되었습니다.”
“시험기간?”
“정령신계가 생기고 나서부터 지금까지입니다.
10만 2천년이 경과되었습니다.”
“.......”
썩을 신들의 시간관념과 관리신들의 영악한 농간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신계 구조를 조금 보완했다고 보고하고 시험기간 운운하며 자신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구조를 장기간 운용해 왔다.
감찰을 하려해도 독자 구조를 모르면 수박 겉핥기식이다.
이러니 신계 주신도 무력하게 관리신의 말에 따른다.
과거로 돌아온 성질 같아서는 당장 불러다가 패고 십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빛의 신이다.
규정과 방침을 지키며 진화와 발전을 주관한다.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부정을 숨겼는데 나는 마도사출신의 주신이다.
어지간한 관리신의 수작 따위는 어림도 없다.
무엇보다 내 관리신계에서 전 사기꾼 주신이 직접 지운 자료까지 다 되살리고 신계구조 제작자체에 부정을 넣어서 정기를 훔치던 관리계열 여주신까지 잡아낸 것이 바로 나다.
어떤 은폐도 나의 마도는 ‘차원’을 기반으로 하기에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통제하며 연산력이 위이기에 이런 방해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간들의 관리신이라면 완벽한 은폐이지만 나는 지우기 직전으로 독자 신계규격의 시간을 되돌리면 끝이다.
신계 자료에 ‘하위신 징계권’의 사실조사차원에 접근하여 이 뚱보신이 지우기 직전의 과거로 되돌려 자료를 모두 뽑아냈다.
덤으로 다른 지운 자료도 모두 찾아냈다.
그런데 지운 자료의 양이 엄청나 수백만 건이 넘는다.
하긴 10만년동안 10건만 부정이 발생해도 100만 건이기는 하다.
“정말 재미있군―!”
신계주신이 주도권을 잃고 관리신이 주도권을 잡으면 어찌 되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자료다.
자체 정기 빼돌리는 기본에다 주신계에서 지원되는 것조차 교묘하게 분배했다.
그리고 자료조작과 같은 수준 낮은 부정은 아예 없고 독자 신계구조를 통해 현실과는 다른 완전한 이상적인 운용을 묘사하고 있다.
빼돌리는 분량도 거의 절반이상에 사이좋게 나누어 가지고 신계주신은 그야말로 용돈정도 주면서 무마한다.
완전히 여주신에게 차여 정신없는 신계 주신을 가지고 놀았다.
그리고 거의 창조신급의 정령신계의 신전이 허름하다 했더니 이정도로 거하게 빼돌렸다.
완전히 미친 것들이다.
그러니 아무 수련도 안하는 관리신이 9억에 도달할 정도로 신력을 쌓는다.
처음에는 관리신도 ‘유격 화산’의 권능을 회피하는 표식도 없이 같이 수련했는데 막대한 정기를 주신계에 받치고 건의로 받아내었다.
정말 마신이라면 대성할 자질이지만 요즘 마신도 강함이 필수니 어쩔 수 없이 신으로 남은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여주신의 말이 사실이고 이들의 반란이후로 신계주신이 강제 신력교류는 철저히 금지시킨 모양이다.
이들도 강제신력교류를 하다 이미 막장인 정령신들이 폭발하자 너무 격렬한 저항에 겁을 먹고 외부에서 여신이나 반신들을 정기제공으로 유인해서 가정을 이루거나 인간계의 환락가와 비슷한 것을 만들어 유지하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어 탄식이 나온다.
마계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게 마계야? 신계야?
이런 꼴은 보고 풀려나니 정령신들이 신계에 가서 개판이지.
뿌득-! 이것들이 모두 원흉이었어.”
내가 신계 주신이 되기 직전과 직후에 벌인 여주신들의 행동들이 이해가 갈 정도다.
자신들이 지내던 정령계가 이 꼴이라 보고 배우니 음모라든가 반역은 기본이다.
더 가관은 지금 허락도 없이 정령계 대기소를 벗어나려는 관리신들이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도망치려 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정말 미쳤다.
마신이 될 것도 아니면서 주신계가 총괄하는 주우주에서 어디로 갈 수 있는가?
최고위 주신의 감각을 속일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직접 상대도 귀찮다.
어차피 내가 필요한 것은 제정신만 차리면 장차 최고위 주신이 될 여기 신계주신의 동맹과 우수한 정령신 뿐이다.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처리한다.
“주신이상을 제외하고 표식의 권능을 전부 해제해.
‘하위신 징계권’의 필수사항이다.
모든 관리신을 구속한다.”
“명령을 받듭니다.”
막 정령계 대기소의 정문을 벗어나려한 관리신들의 비명이 들인다.
모든 투신들도 평소 얼마나 편하게 지냈는지 ‘유격 화산’의 권능에 비명도 못 지르고 땅에 처박히고 있다.
그동안 빼먹은 정기로 신격에 비해 과다하게 보유한 신력이 모두 회수되고 있다.
갑자기 자신의 하위신들이 그 꼴이 되자 신계주신이 황급히 이동해 왔다.
당연히 짜증이 나서 그대로 목을 잡고서 들어올렸다.
“이.......이게? 커헉-!”
“넌 저것들 처벌에 관심 끊고 일이나 해-!
선발된 정령신이 조그만 문제만 있어도 너도 저렇게 된다.
나중에 동맹이고 뭐고 지금 처리해 버리겠다.”
덤으로 여기 산처럼 쌓여있는 삭제되었던 부정 자료를 몇 개 집어서 얼굴 앞에서 넘겨주었다.
목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던 신계 주신의 눈동자가 더없이 커진다.
목을 놓고서 떨리는 손으로 정신없이 자료를 들추는 모습을 보며 덤으로 방금 찾은 강제 신력교류 및 집단 시도의 항의 자료까지 던져주자 완전히 얼이 빠졌다.
아무리 자신의 신계에서 자립권이 보장 되는 신계 주신이라지만 이 정도의 문제는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신계주신은 후궁을 수백 명을 두어도 상관없고 대부분의 행위에서 신력과 정기만 유지 하고 발전시킨다면 용서된다.
마계에 져서 모든 소속신은 정령계 대기소에 보내져도 신계 주신은 다시 기회를 줄 정도다.
허나 자신이 관할하는 신계의 완전한 타락은 그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대죄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창조신님이 직접 모든 정기와 신력을 강탈하고 말소할 것이다.
신으로서 존재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대충 보니 한 1만년 정도만 지나면 정말 마계 저리 가라할 정도로 타락하겠다.
그러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정 자료들을 다급하게 쳐다볼 뿐이다.
“저.......저.”
뭐라고 말을 해야 되겠는데 모르는 모양이다.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정령계 대기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조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 아니다.
나의 옆에 쌓인 수백만 건의 부정 자료를 쳐다보더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직계인 일반주신도 달려왔는데 아버지가 보던 자료를 빼앗아 보고 역시 입을 딱 벌리더니 맹렬하게 투기가 피어 올리며 소리쳤다.
“앞에서는 한 가족 운운하더니 뒤에서 이런 짓을 해-!
다 죽여 버린다.”
“이.......이럴 리가 없는데.
그래도 힘들 때 유일하게 위로해준 신들인데.
가족보다 나를 더 챙겨준 그들이 이럴 리가........없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직도 저런 소리를 한다.
정말 최고위 주신도 될 수 있는 강대한 투신이 반려에게 배신당했다고 저렇게 망가질 수 있나?
정말 반려는 잘 골라야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퍽-! 와르르르륵-!
부정 자료의 산을 쳐서 그대로 신계주신에게 무너트린다.
자신의 몸을 때리는 자료를 맥없이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간다.
신의 뛰어난 감각이 그 안의 내용을 모두 읽어가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족보다 더 좋은 사이라고 믿었던 하위신들의 모든 부정의 내용을 말이다.
털썩-!
주신의 무릎이 굽혀지고 그대로 양손이 땅을 짚었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그래도 신계 주신과 최고위 주신이 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신이다.
아무리 충격을 받아 무능해져도 진실과 거짓을 구분을 할 수 있다.
영원의 반려뿐만 아니라 한 가족이라고 믿고 있던 하위신들에게까지 완전히 배신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짐승과 같은 신음이 입에서 새어나온다.
“으으으-! 으으윽-!”
화르르륵-!
빛의 신력이 어둠에 물들어간다.
더할 수 없는 배신감과 신계에 대한 절망에 신이 마신이 되어간다.
신과 마신은 본래 앞과 뒤와 같은 양면과 같기에 저렇게 바뀔 수 있다.
하얀 종이에 검은 먹을 듬뿍 먹으면 검은 종이가 되는 이치다.
허나 검은 종이를 하얗게 칠한다고 다시 완전한 하얀 종이는 될 수 가 없기에 마신으로 완전히 전환하면 그걸로 끝이고 다시는 주신으로 되돌아 올 수 없다.
창조신님 이상이 아니면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옆에 있던 직계인 주신이 황급하게 달려들었다.
“아버지-! 안돼요.”
“크르르르륵-!
다 죽여 버린다.
나를 배신한 것들 모두-!
그년도-! 여기 신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