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령계 대기소 '유격 화산'(遊擊 火山/Guerrilla Volcano) -->
창조신장이 다스리는 같은 신계와 같은 성단에 존재하는 항성계 규모의 마신황성이 지극히 칙칙한 검은 빛을 뿌리고 별 중앙의 1할을 차지하는 거대 궁성의 가장 안쪽에서는 마력이 끝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마신왕들이 모두 소집되어 엎드린 대전에서는 아무런 투기를 발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창조신들은 죽음을 안길 힘이 요동친다.
바닥에 깔린 26쌍의 암흑의 날개들이 검은 비단처럼 바닥을 온통 뒤덮고 하늘에는 마력의 검은 달이 그들을 비춘다.
끝없이 가중되는 마력에 일부의 수준이 떨어지는 마신왕은 터지는 신음을 이를 악물고 힘겹게 버티고 있다.
전원 소집된 후 이렇게 직렬 마력 연결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신마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아유타’의 습득과 숙련을 가상으로 속성 습득시키고 있는 중이다.
가상이라 죽지는 않지만 실패할 경우 받는 고통과 타격은 차라리 소멸이 나을 정도다.
허나 마신황제 어전에서 약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마신왕이고 뭐고 바로 처분을 당해 정기가 회수된다.
그러니 완전히 숙련할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고 그 와중에 발산되는 마력들이 마신황제 거성을 가득 채우고 이미 태양계규모의 마신황제성 전체를 뒤흔들고 있을 지경이다.
그러나 영광의 자리에 앉은 마신황제는 그 흔들림을 간단하게 억누르며 태평하게 비스듬히 누워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마신황제는 나른한 듯 담배를 깊숙이 빨아들이며 내뱉었다.
살기가 넘치는 미소가 아닌 나른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 넘쳐 있다.
“더러운 악마족이라........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로군.
곱게 길을 열어주면 살려는 준다.
책임자인 창조신들을 불러오라고?
푸후후후후후훗-!”
너무 웃겨서 화조차 나지 않는다.
이 주우주의 3할은 자신들 마신족의 소유였다.
5할은 신족이 가지고 있어 지배종족이고 나머지 2할은 대신족에게 점유당해 동결시켰다.
당연히 자신들의 영역의 정령계도 마신족이 관리한다.
물론 신족의 정령계처럼 여유정기를 뽑아내는 그런 낭만적인 것은 아니고 본신정기의 마지막까지 갈취하여 정신체의 가장 말단인 정령으로 되돌리는 정기 확보의 효율성만 최고인 구조다.
권능구조야 비슷하지만 신족과 달리 마신족의 넘치는 공격성과 생명력은 여유정기를 뽑는다고 끝장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방위마계에서 대치하고 있는 외부 주우주의 신족이 도발하는 의사와 문서는 지극히 귀여운 어조가 가득 들어있었다.
선전포고문과 비슷하지만 아무리 잘 쳐주어도 기껏해야 최고위 마신급의 창조신들이 짖어봐야 창조주급의 방위신계를 돌파할 수 없다.
그리고 돌파한다고 해도 어차피 별의 모든 생명을 모두 정기로 바꾸어 흡수하고 전투를 벌이면 끝이다.
신족처럼 신도를 지키기 위해 행성을 지킬 필요가 마신족은 절대 없다.
적에게 넘겨주느니 모두 죽여서 흡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창조신장은 이번 일로 마신족을 고용할 의사가 없는 것 같고........ ”
마신황제는 머리를 황제의 관처럼 원형으로 둘러싸고 하늘로 자란 26쌍의 검은 보석 뿔과 1쌍의 빛나는 보석 뿔을 빛내며 생각에 잠긴다.
외부 주우주의 창조신들이 얼마나 허약한지 알지만 수는 절대 무시를 못한다.
6배 이상의 병력의 차이는 쓰면 쓸수록 감소되는 신력과 마력을 가져 정기보급이 필요한 정신체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방어는 가능해도 전면적인 공격과 점령은 무리다.
아무리 저렇게 우스울 정도로 약하면서 도발하는 그들보다 1써클 이상의 강함의 차이가 있어도 6대 1로 집중공격을 당하면 답이 없다.
더구나 정신체는 죽어도 부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공포나 두려움도 없어 끝없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
상대는 방위마계를 뚫을 수 없고 우리는 전면전을 치룰 정기가 없어 무리다.
그럼 답은 나왔다.
“아무래도 서로간의 전력의 확인하는 ‘전초전’정도로군.
푸후훗-! 거참 신족의 동맹은 정말 웃겨.
이런 식으로 서로를 복잡하게 견제하다니?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전쟁을 벌려 명확하게 서열을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미 그들이 보낸 모욕적인 서신은 안중에도 없다.
만약 이 주우주의 나름대로 강대한 창조신이 지껄였다면 당장 찢어 죽였겠지만 외부 주우주의 약자들의 헛소리에 반응할 가치는 없다.
약자의 강자에 대한 덧없는 비난과 울부짖음은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위안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도 마신도가 있어 신(神)자가 붙은 마신족이니 그 정도 자비는 있다.
“허나 쓸데없는 정기의 낭비는 차후의 패권에 도움이 안 되지.
너희들이 가서 방위마계를 지키며 통과도 접근도 상대도 하지 마라.
이 싸움은 신족간의 다툼이니 끼어들 필요가 없다.
대가를 받으면 참전하는 것으로 하지.”
최고위 마신왕들답게 가장 먼저 수련을 끝낸 그들에게 명령하여 바로 방위신계로 보내고 더없이 느긋하게 아직 수련중인 최상급이하 마신왕들을 마력으로 더욱 억누르며 수련을 앞당긴다.
어차피 영원체인 창조주들만 아니라면 결코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다.
외부 주우주의 점령은 병력이 모자라서 못하지만 초토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나 이 주우주의 지배종족은 생각하면 기분이 더러워지지만 분명 신족이다.
그들의 승인 없이 다른 주우주와 대규모 전쟁을 벌여서 시끄러워지면 저 창조신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결코 지배종족의 권위에 도전에 용서를 모르는 창조신장의 성향을 보면 종족전쟁은 각오해야 한다.
그럼 무참하게 지지는 않겠지만 이길 수는 없다.
절로 입맛이 써져서 깊숙이 담배를 다시 빨아들인다.
‘그의 칭호를 같이 가졌고 권능과 힘은 거의 동급이지만 저쪽의 창조신들의 신력이 미묘하게 앞선단 말이야.
같은 등급으로 붙으면 지는 경우가 많이 생기니 세력에서 자꾸 열세야.
이것들의 나태가 주원인이 아니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이 이상의 강한 수련은 역효과이니 정말 곤란하네.’
여기의 창조신장이 그의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요청하여 받은 칭호는 ‘가람(伽藍)’이다.
그는 대부분 개인의 권능과 신력에 집중되는 칭호와 권능이 부여하는데 저 독한 승가람마(Sangharama)는 그 당시 칭호의 부여를 연기를 간청하고 공을 세워 원하는 칭호를 받았다.
자청해서 그의 전장을 가다니 다른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이 의아해할 정도이지만 부여된 칭호와 그가 전장에서 얻은 힘으로 쟁취한 창조신장의 직위가 혼합되어 발생한 부과효과를 알게 되자 경악했다.
‘빌어먹을-! 칭호의 효과가 자신과 담당 신족의 신력과 권능의 수련효과가 항상 최대라니?
그것도 발동을 안 해도 항시 유지라고?
본인의 신분이 창조신장이면 사기잖아-!
십만이 넘는 창조신과 수십억이 넘는 주신들이 최대한의 발전 속도를 항상 유지하는데
그걸 어떻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따라잡아?
그래도 질 수 없어 계속 강해지라 갈구며 수련을 강화하다 보니 다른 주우주의 마신황제들까지 나보고 너무 무모하고 잔인하게 아래 것들을 다룬다고 욕한단 말이다.
지들이 여기 와서 해보라지.
순식간에 여기 신족들에게 쓸려나갈 약한 것들이 말이 많아.
정기도 얼마 없는 거지들 주제에-!’
같은 주우주의 마신황제인 자신도 절대 질수 없다고 그의 전장에 가서 공을 세우고 칭호를 다시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무력분야였다.
그 고생을 하고 설마 종족과 관련된 칭호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고 비웃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신족이 미묘하게 밀리고 있다.
그렇다고 그래도 마신황제인 자신이 책임을 느끼고 다시 그의 전장으로 가서 다시 종족관련 칭호를 받을까도 생각도 했지만 소름이 오싹 끼쳐왔다.
절대 알고서는 자의로는 죽어도 못 가겠다.
차라리 이것들을 이렇게 강제로 쥐어짜는 것이 낫지 다시 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차피 곱게 수련해도 최선의 효과를 얻는 것이나 죽도록 고생해서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이나 그게 그것이다.
죽지만 않으면 가끔가다 최상보다 더한 초월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종족 칭호를 가진 창조신장보다 개인칭호인 자신이 아주 약간 우위이니 끝장을 낼 수 도 있다.
수없는 죽음을 이겨온 최고위 마신왕들도 지극히 미세하게 우위이니 공멸은 가능하다.
외부 주우주의 웃기는 위협이야 최고위 마신왕들이 지키는 창조주급의 방위마계를 결코 통과하지 못하니 끝이고 뒷일이야 잘난 지배종족인 신족이 맡아서 할 일이다.
그래도 명목뿐이지만 동맹이라고 직접전투는 금지되어 접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들이 원하는 최고위직인 창조신들간의 다툼을 우려하여 예비창조신들을 동원하는 수준이라 조금 위태위태하다.
지금 직접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단 한곳밖에 없다.
영역침입과 상대방의 막말에 열을 받은 예비 창조신에게 우습게도 최고위 창조신이 5명이나 죽어나간 방위신계다.
어차피 어떤 시비라도 벌어질 상황이라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 어이 없는 상황을 본 창조신계와 마신왕계도 저것들을 정말 그에 대한 동맹으로 인정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언제인가는 다시 싸울 그와의 전쟁에 오히려 걸리적거린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오죽하면 동맹유지를 위한 전면방어에서 상대의 영역 확장까지 결정이 되려할까?
일단 물리쳤으니 상황을 주의 깊게 확인하는데 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칭호를 가진 주신의 절대자들의 투입과 외부 창조신들의 전면투입이다.
물론 수가 많다고 방위신계를 돌파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어이가 없게 외부 주우주의 창조신장까지 전장에 나선 것이다.
그래도 예비 창조신이 지키는 방위신계를 결코 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이지만 아무리 허약하다고 하지만 창조신장이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창조주들도 어지간히 열 받은 모양이군.
이러다 전면전이라도 치루겠어.
쿡쿡-! 그러면 정말 오래간만에 재미도 있고 부족한 정기도 채울 수 있겠군.”
마신족의 최대 장점은 집중공격에 특화된 마력과 생명체를 죽여 얻은 대량의 정기를 신속하게 흡수해서 가능한 기동전이라고 곱게 부르는 약탈이다.
카르마가 적용되지 않는 외부 주우주라면 행성단위로 죽여서 대량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조차 순간에 해낼 수 있고 이것이 마신족에게 가장 효율적인 전투방법이다.
원래 마신족은 그렇게 신족과 싸워왔고 행성단위의 살육을 반복해왔으니 괜히 악마족이라고 모든 우주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그런 짓을 하면 바로 그에게 벌레가 되니 꿈도 꾸지 못한다.
그냥 얌전하게 신족이 가꾼 신성을 뺏어서 발생하는 엄청난 정기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낫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행성살육을 하는 자신들보다 더한 행성침식을 하는 대신족이 있으니 악명도 많이 희석되고 사라졌다.
거기다 관리하는 마신성에서 마신을 믿는 자들까지 무수하게 나오며 신앙을 받쳐서 조치를 해주다 보니 가끔 하위 마신족들은 자신들이 신족인지 헷갈려할 지경이다.
마신족의 정점인 마신황제인 자신이 세력균형과 정기 확보를 계산하는 것을 보니 알만하지 않는가?
외부의 주우주의 마신황제들은 깔끔하게 성단단위로 약탈하면서 산다는데 자신은 완전히 인간들이 말하는 회사의 회장이 된 기분이다.
지금도 저기서 엎드려서 눈치를 보고 있는 마신왕들이 내게 절대 충성을 바치는 이유 중 가장 큰 하나가 모두 빚쟁이들이라는 점이다.
썩을 것들이 과거 약탈을 하며 살던 것처럼 그냥 대충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되지 마치 신족처럼 직계는 주렁주렁 낳아놓고 부양한다고 난리를 친다.
물론 인증전에 꼭 필요한 신계 주신이나 신계 마신의 고용비용은 나조차 억 소리 나게 비싸다.
그걸 지불하느니 직계를 낳아서 대체한다는 생각은 좋은데 성장하기까지의 정기소모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먼 과거처럼 마신왕이 10억이 아닌 1,000억이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신족을 견제하기에 쓸 만한 마신왕들이 급하니 허가도 하고 정기도 빌려 주었지만 이제 모두 각자의 빚이 1조 단위가 훌쩍 넘어가니 무수한 마신성으로 이루어진 마신왕계도 조금씩 힘겨워 한다.
적자가 발생하면 창조신계도 그나마 상황이 좋다고 하니 가서 용병신계약을 추가하고 정기를 받아와야 한다.
다른 주우주의 입만 산 마신황제 놈들이야 대부분 떠돌이 마적수준의 가난한 것들이라 빌리지도 못하니 별 수가 없다.
어째 대기업에 하청을 부탁하러가는 중소기업 사장이 된 정말 끔찍한 기분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과거처럼 되는대로 살기에는 모두 너무나 강해지고 삶의 수준이 높아져서 아무리 내가 강자라도 마신왕계가 휘청대면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아무리 10조의 본신마력을 가진 자신이라도 5조이상의 마력을 가진 최고위 마신왕이 4명이 동시에 달려들면 감당이 안 된다.
만약 마신왕계를 없애고 옛날처럼 가난해도 약탈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자고 하면 당장 벌어질 일이다.
그러니 적자가 발생하면 마신황제 체면에 창조신장에게 수시로 운영 정기를 빌리러 가야한다.
신족에 대한 본능적인 증오 따위는 이런 생존문제 때문에 먼 과거에 날 린지 오래다.
‘아-! 전쟁이라도 벌어져 버려라.
이러다 짜증나서 돌아버리겠다.
전쟁으로 쓸모없는 마신들을 줄이고 약탈로 대박 한번 치고 나면 나아지겠지.
정기가 늘어나 마신성의 여건이 좋아지면 당연히 마신도도 늘어나겠지.’
겉으로는 부하들이 쳐다보니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부족한 정기를 계산하며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정기부족이야 지배종족이 되어 주신성의 창조권한만 얻으면 해결될 일이지만 여기 신족이 정말 만만치 않으니 진퇴양난이다.
그러니 차라리 다른 주우주와 전면전이라는 상황이 발생하면 남아도는 마신이나 줄이고 약탈로 정기를 확보할 생각까지 하는 마신황제였다.
물론 그 주우주의 마신황제가 영역침해라고 뭐라고 하겠지만 아무리 신도를 가진 마신이 되었어도 약한 자의 주장을 다 들어줄 만큼 자비로워지지는 않았다.
정기 확보에 방해하는 것들은 외부의 신족이고 마신족이고 모조리 치울 생각을 굳히고 스산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물론 자신이 오로지 살육과 증오에 물든 마신족답지 않게 늘어날 신도와 운영정기의 추가 확보예상에 신족처럼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