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 생존전략-300화 (300/1,533)

<-- 정령계 대기소 '유격 화산'(遊擊 火山/Guerrilla Volcano) -->

한편 차원의 주신의 신계에서는 별 일이 없었다.

차원의 주신이 부재중지만 신계주신 대리인 가이아나는 전능신족의 일족이며 신력의 원을 본래대로 회복하고 상급 주신으로 복귀를 알리자 오히려 주신계에서 축전이 날아오고 다른 주신들인 전능신족들이 열렬한 환영과 축하선물을 보내고 있다.

전능신족이 비록 과거의 영광이 퇴색되었지만 서서히 본래의 성세를 되찾고 있는 최상위 신족이고 무엇보다 가장 유력한 예비창조신인 전능의 휘가 전능신족이기에 알아서 편의를 보아주는 상태다.

그리고 가이아나의 신력회복의 상태가 우주수의 정기와 아다만티움의 대신전의 정기에 힘입어 급속도로 최상급 주신까지 회복되어가자 또 다른 강대한 최고위 주신의 탄생을 바라며 지원까지 늘려주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과거 주신의 반려로서 쌓아온 헌신에 따른 극상의 평판이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

전투계열의 여주신들은 현재 본신신력 50억에 도달하여 완전한 중급 주신의 신력을 갖추었고 하복부의 신력의 원에 새겨진 마도 권능에 의해 보유 중이던 혼합정기를 흡수하며 급속도로 강해지는 상태다.

그리고 차원의 주신의 부재에 따라서 주신 대리인 가이아나의 허락을 받고서 대신전 지하의 수련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원래는 입궁이 금지하였으나 차원의 완전 종속신들의 수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워낙 신력의 차이가 크고 권능의 위력이 차이가 나 주신급의 3명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버티지를 못하는 것이다.

신계주신 대리 가이아나는 신계 주신과의 계약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원칙 하에 1개의 조건을 들고서 허락했다.

그 뒤 1천명의 종속신과 8명의 여주신의 수련을 위한 전투가 연일 벌어진다.

죽음도 소멸도 없는 최고위 주신이 만든 수련공간이라 실전을 방불케 하는 격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상대가 안 되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다른 주신급의 존재들이 서서히 실력을 회복해가자 백중세를 띠고 있었다.

더구나 그가 마도권능을 부여한 3명의 신족과 마족, 절대자의 대표자들은 자신들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다.

그들이 서로의 권능으로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며 자신들의 발목을 묶으면 바로 전체공격이 쏟아진다.

이 상태에서 신족들이 병렬 신력연결과 마족이 직렬 마력연결을 한 상태에서 덤비고 절대자들이 기이한 권능과 힘으로 덤비자 오히려 밀리고 있다.

처음에는 단 1명으로도 제압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8명 전부가 참전을 해도 백중세이다.

아무리 실전에서 장기간 멀어져서 전투감각이 줄었지만 이렇게 밀리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 여주신들이 결국 주신의 권능들까지 발동을 하며 밀어붙이고 있었다.

파지지지징-! 파지지직-!

각 속성의 최고위의 권능들이 공간을 유린하며 신족과 마족, 절대자들의 군세의 여기저기를 할퀴듯 물어뜯어간다.

신력의 격차를 제외하면 주신 중 최강의 권능과 전투력을 가진 최악의 재앙의 여주신들이란 이름에 결코 부끄럽지 않은 위력들을 보인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공격은 역시 벼락계열의 권능이었고 본신의 ‘천공의 여왕’의 모습을 완전히 보인 헤라가 수련 공간 전부를 영역에 집어넣고 원통형의 번개의 방어막에서 난사를 하고 있다.

“천공 벽렬회랑(天空 霹靂回廊)-!”

남주신들을 전장에서 유린하던 전성기의 위력을 완전히 되찾은 최고위의 벼락의 권능이 위용을 드러낸다.

아군도 가리지 않는 무차별의 천공의 벼락의 공격이 전장을 뒤덮고 비처럼 내리자 나름대로 진영을 가지고 압박하던 완전 종속신들의 군세가 단숨에 박살이 났다.

불시에 가해진 기습과 같은 권능에 그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튕겨진 완전 종속신들의 모습과 함께 전장이 고요를 되찾았다.

벼락의 잔향에 공간이 자욱하게 먼지와 재가 일렁이면서 시야를 가릴 정도다.

그리고 돌발적인 벼락의 최고위 권능을 같이 뒤집어쓴 여주신들이 험악한 소리가 뒤따른다.

자신들에게조차 언급을 하지 않고 발산한 권능에 타격을 입었다.

거기다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갖추어 입은 전신갑옷의 여기저기 그을리고 망가져서 화를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치이이잇-! 이년아-! 아군도 모두 죽일 셈이냐-!”

쏘면 쏜다고 말을 해야 할 것 아냐?”

“너희들이면 큰 피해도 없고 안 죽을 정도로 조정한 것이야.

그리고 저 아이들이 또 대비하면 안 끝나니 말이야.”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이렇게 다 죽이면 어쩌자고?

수련이 안 되잖아-!

그리고 내 갑옷 어쩔 것이야-!

당장 물어내-!”

흑발의 여주신이 헤라의 태연한 말에 열을 더 받아 소리쳤다.

물론 오래간만에 꺼내 입은 주신이 입는 전투갑옷이 망가진 이유가 더 컸다.

벼락의 속성인 그녀에게 이 정도의 벼락은 결코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갑옷과 옷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신계관리주신이 되자 주신계가 주는 정기가 과거 원탁의 신 때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해져 정말 큰 마음먹고 다시 구현한 것인데 망가졌다.

다시 구현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니 물어내라고 저렇게 소리를 치는 것이다.

그러나 헤라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면서 먼지가 가라앉는 전장을 가리켰다.

벼락의 권능을 가진 주신의 최고위 광역기에서도 버티고 서 있는 종속신들이 있었다.

수련 중에 추가로 주신급에 도달한 4명과 대표인 3명이다.

그리고 사망에 이른 존재는 아무도 없고 모두 중상에서 멈추었는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주신들이 모두 놀라서 말을 못할 정도다.

설마 사망자도 없고 저렇게 버틸 주신급이 있을 줄은 몰랐다.

중급 주신인 자신들도 다 막지 못하고 방어구에 손상을 입었는데 놀라운 일이다.

“헤에에? 정말이네.

이 정도면 보통 중급주신은 못 견딜 정도인데 설마 아직 싸울 힘이 남을 정도로 막아낸 것이야?”

“그이가 부여한 마도 권능의 복합 발동.”

헤라가 짧은 해설 한마디로 착착한 심정과 상황을 대변했다.

기하학적으로 빛나는 마력의 원이 저 종족 대표인 주신급 3명의 심장에서 떠올라 삼중으로 방어막을 형성하고 대부분의 벼락의 권능을 방어했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주신급 3명이 중급 주신들이 연합해도 감당하기 힘든 자신의 최고위 벼락의 광역권능을 대부분 무효화시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낸 것이다.

그것도 기습적으로 발동한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벼락의 권능을 말이다.

전력도 아닌 반사적으로 발동시킨 허술한 마도권능이 보여주는 방어력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리고 저 마도권능은 자신들에게도 아무 대가없이 부여될 수도 있었다.

본인 신계의 신계관리 주신의 강함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제공할 성향을 가질 차원의 주신이다.

자신들이 그렇게 연속된 판단착오와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런 후회가 밀려오는 심정과는 관계없이 그나마 같은 벼락속성이라 가장 친한 흑발의 여주신이 울상으로 자신의 망가진 갑옷을 매만지며 애통해 하는 것을 보고 머리가 아파왔다.

도대체 어떤 신계였는지 보고 싶을 정도로 여주신이면서도 가난한 티가 넘치고 욕설을 달고 산다.

이것이 정말 진짜 여주신이 맞는지 과거를 확인을 해보고 십을 정도다.

본래 주신이라는 것은 신들의 최고의 존재로서 극히 뛰어난 재능과 한계를 넘는 수련으로 모든 면에서 능력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

그것은 아무리 자신들의 직계라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능력에 분명 지적인 능력이 포함되는데 아무리 잘 쳐 주어도 머리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지가 않다.

분명히 부족한 지력을 무력으로 덮으면서 올랐을 것이다.

하긴 그러니 자신과의 사귐에서 손해를 보면서도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자신의 망가진 갑옷을 어떻게든 수리를 하려고 창조의 권능을 해보려 하지만 전투계열의 여주신으로는 주신의 갑옷의 섬세한 수리는 절대 무리다.

구현에도 정말 큰 정기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전투력만 극대화한 자신들은 솔직히 물질창조에서는 일반 주신보다 떨어진다.

그러니 다른 여주신도 자신들이 갑옷이 처참히 망가진 것을 확인하고 화를 참지 못하고 발작하려 했지만 본인들의 권능이 모자라 방어를 못했으니 참는 표정이다.

여주신의 자존심상 자신이 약해서 생긴 손해를 다른 동료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흑발의 여주신이 대표로 이렇게 투덜거리고 있을 뿐이다.

“아오-! 그 가장 더럽고 치사한 년이라면 마법으로 이런 것은 쉽게 고칠 것인데?

나도 배울 것을 그랬어―!

가르쳐 준다고 했을 때 잠깐 들어보니 머리가 아파서 안했더니 정말 후회가 되네.”

또 여주신 체면에 쌍욕이지만 이젠 일상이니 넘어간다.

원탁의 신 시절처럼 최고위 신의 품격을 훼손한다고 달려들 신도 이제 없으니 말이다.

요즘 지식의 신과 태초의 투신들에게 ‘사모님들’이라는 존칭과 함께 깍듯하게 인사까지 받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정말 얼마 전까지 서로 약점을 찾고 만들기 위해 독설을 주고받은 과거가 믿기지가 않는다. 그런데 잠깐 다시 생각해보니 흑발의 여주신의 입에서 신기하게 굉장히 긴 형용사가 튀어나온 것이 신경이 쓰인다.  대부분 ‘썩을’이라든가 ‘비겁한’, 심하면 ‘빌어먹을’정도로 간단하고 빈약한 어조로 말하는데 대단한 원한이 있는 모양이다.

“가장 더럽고 치사한 년?”

나의 물음에 생각만 해도 정말 짜증이 난다는 듯 대꾸가 뒤를 이었다.

“그런 년이 있었어.

무식한 거신족 출신주제에 머리는 더럽게 좋아서 마법까지 잘 쓰고 주신보다 강한 주제에 거인족과의 전쟁에서도 절대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음모만 꾸미면서 자신은 아무 손해도 보지 않고 비겁하게 뒤통수만 쳤다고-!”

“음? 그것은 정말 뛰어난 신이잖아?

신이 신력과는 반대되는 마도까지 배울 정도면 보통의 재능과 노력으로 안 되는데?

내 신계에서도 마도를 익힌 신은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거인족과 전투를 벌여도 자신의 손해가 없이 승리했다면 오히려 굉장한데.”

“아니야-! 그 년은 비겁하고 사악한 것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군을 적을 유혹하는 미끼로 쓰는 년이라고-!

그것도 몇 번이나 그랬다고-!”

칭찬하는 어조에 격렬하게 반응을 하는 것을 보니 대충 짐작이 간다.

저기의 미끼라는 것이 보나마나 본인일 것이다.

하긴 튼튼하고 강하면서도 벼락의 권능과 굉음으로 눈에 잘 띄고 시끄러우니 적을 유인하는 역할로는 최고이겠다.

더구나 이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주신정도면 그야말로 전장에서는 최고의 미끼였겠다.

아마 적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을 것이다.

외모야 저렇게 아름답지만 속은 그야말로 망나니인줄도 모르고서 다가오다 저 무식한 힘과 벼락의 권능에 모두 죽었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그녀가 여기 주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과 비등하게 무수한 수로 신계의 적인 괴물들 악마족과 거인족을 학살한 전적을 가진 진정한 강력한 투신이다.

그것만은 정말 인정할 만하다.

저 더러운 입만 아니라면 최고일 것인데 고치는 것은 포기했다.

뭐 다스릴 신계도 지금은 없는데다 현재 신계관리주신으로서 무력을 담당하는 이상 상관은 거의 없다.

“아오-! 그 년하고는 직접 결판을 냈어야 했는데 그 꼴을 해가지고 절대 어울리지 않게 눈이 뒤집혀서 썩을 주신에게 직접 달려들어 뒈지고.......젠장-!”

무엇인가 씁쓰름한 어투다.

언제나 낙천적인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한다.

무슨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죽었어?”

“그래. 그 뒤 소멸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어.

지독하게 끈질긴 년이니 모두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뒤 마신족과의 전투가 무승부가 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지.”

“그럼 정령계에 있을 수 도 있겠는데?”

“나도 찾아보았는데.......최상급 정령신중에 없었으니 소멸을 했겠지.

워낙 전쟁이 치열했으니 혼자서는 버티지 못해.  더구나 아군이나 적이나 구분 없이 원한을 워낙 많이 사서 도와줄 존재도 없었고.......”

“........”

아마도 계략을 주로 쓰는 모사출신의 신들이 겪는 마지막을 겪었을 것이다.

자신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자신과 신계의 승리만을 목적으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신들의 최후는 언제나 똑같았다.

적보다 아군에게 먼저 버림받는 비참한 최후였다.

그것은 언제나 있는 비극의 하나일 뿐이다.

신계가 자신의 눈앞에서 멸망할 때 이미 그런 동정심은 다 버렸다.

더 이상의 그녀의 과거 회상에 관심을 거두고 가이아나에게 가봐야 한다.

그런데 그이의 완전 종속신들이 태세를 갖추고 다시 정렬한다.

마도의 권능이 여린 전장이 모든 부상과 신력, 직접 만든 갑옷과 옷까지 수복한지 다시 만전의 태세다.

어떻게 주신급까지 이렇게 무한하게 복원하고 치료하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랑조아의 ‘무한복원’이 신력의 회복에는 비할 수 없이 뛰어나지만 물질까지 저렇게 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상위 주신이 착용할 만한 신기까지 복원하다니 알면 알수록 기가 질린다.

그러나 이제 다시 원점이다.

아까 추가타를 집어넣어서 모두 죽음을 내려주어야 부활하는 시간이 조금 걸리고 수련이 잠시 멈추는데 설마 이렇게까지 잘 막아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까처럼 맥없이 당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마도 권능이 최대한 발휘되면 진형의 전부를 덮고 있다.

저래서는 광역기로는 치명타를 넣을 수 없다.

‘이런 가이아나가 늦었다고 화를 내겠는데.’

허나 투기를 일으키는 상대들을 앞에 두고 물러서거나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할 여주신들은 없다.

주신의 권능을 다시 일으켜 그대로 다시 달려들 뿐이다.

다시 굉음과 번개가 몰아치며 격렬한 전투가 개시되었다.

현재 그의 신계는 이렇게 평화스러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