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 비련의 정령 여주신 -->
감히 상위자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싸우다니 죽으려고 작정을 했다.
외부로 측정되는 신력이 아무래도 중급주신이니 얕보고 저런다.
절대계의 검색을 피하느라 차원의 마도의 외부발현만 안 막혔어도 아예 쓸어버리고 시작하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
일일이 설득하고 조정해야하는 약자의 지휘라니 말이다.
그마나 9써클은 상관없으니 정말 다행이다.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기세를 보이는 여주신들을 보면서 짜증을 듬뿍 담아 영창한다.
“클레쉬 플래닛(Clash Planet) 미니엄. 연속 발현.”
꽈르르르릉-!
굉음이 울리고 허공에서 커다란 바위크기로 압축된 수백 개의 행성들이 나타난다.어떤 권능을 가졌든 어차피 압도적인 신력과 힘 앞에서는 무력하다.
상급신이나 최상급 신으로는 결코 나의 9써클을 막을 수 없다.
그나마 최고위 신정도면 가능하지만 겨우 기본정기만 가지고 있는 정령신의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행성의 무게와 중량을 압축시킨 이것들을 막으려면 최소 신력 10억 이상이 필요하다.
파괴는 불가능하다.
압축시킨 이상 적어도 50억이 넘어야 할 것이다.
나름대로의 방어 대책인데 그런대로 쓸 만하다.그것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갑자기 드러난 행성들에 놀란 여주신들에게 위에서 아래로 던졌다.
회피는 이미 불가능하다.
9써클의 ‘차원천라(次元天羅)’로도 신력을 잃고 신격과 권능만 남은 주신의 공간이동과 기동력을 봉쇄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머리 위로 떨어지는 행성들을 바라보는 얼굴들이 너무나 창백해졌지만 알게 뭐냐?
아무리 신력이 부족해도 저 정도도 못 막으면 쓸모가 없다.
꽈아아앙-!
주신전을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행성들이 그대로 바닥에 박혔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최상급 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것이 보인다.
하긴 저들로는 행성 폭발의 여파도 못 견딘다.
그래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나약하다니 무척 단련이 필요하다.
너희들은 강제수련 당첨이다.
“크으으으윽-!”
“카아아아악-!”
“으윽-!”
“아아아아아-!”
여주신들을 깔아뭉갠 행성 밑에서 각양각색의 비명들이 들린다.
역시 전부 죽지는 않았다.
신계가 멸망해도 살아남을 정도니 나름대로 다 실력이 있는 모양이다.
천만다행이로다.
주신을 죽이면 카르마가 깎이니 조심을 해야 하는데 욱하는 성격이 문제다.
그 중 기특하게도 쓰러지지 않고 떨어진 행성을 두 팔로 버틴 연금의 여주신이 금방이라도 죽을 표정으로 묻는다.
“왜.......왜 저까지?
전 아무 것도.......”
방금 싸우려고 했던 두 명을 제외한 몇 명의 주신이 각자의 권능으로 행성을 들어 올리며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다가 그 질문에 나를 쳐다본다.
“계약 전이다.
정령계의 주신들에게 무례의 공동책임을 물었을 뿐이다.”
“그.......그럴 수가-!”
말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으면 조금 더 올려도 되겠다.
절대 질투심으로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벌은 공평하게 혹독해야 한다.
능력에 따라 가중 부담을 해야 공정한 것이다.
쿠우우우웅-!
“카으으으윽-!”
가뿐하게 행성 하나를 올리자 이제 말도 못하고 시뻘게진 얼굴로 버틸 뿐이다.
다른 주신도 무엇인가 말을 하려하다가 행성 하나가 추가되자 입을 꽉 다문다.
용병신으로 굴러먹다 운 좋게 최고위 주신이 된 내 주제에 무슨 영광을 얻겠다고 품위 있게 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유능하리다 믿고 일 좀 떠넘기려한 주신조차 전 정령신 앞에서 개인적인 전투나 벌이려 하다니 말이다.
빨리 끝내고 마지막으로 정령계에서 쓸 만한 신령이나 얻으러 가야하는데 시간만 끌게 한다.
거기서는 내 이계 정령신만한 강자들이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계약 전까지 정령신들의 잘못은 연대책임을 묻겠다.”
우우우우웅-!
신력의 원과 빛의 날개가 울부짖으며 확장한다.
외부로의 발산은 무리지만 최소한 보여줄 수 있다.
나의 신격과 권능의 강함을 보이지 않으면 결코 이들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신력의 원이 단숨에 주신전을 초과하여 정령계 대기소 전체를 영역으로 집어넣는다.
나의 권능의 영역은 일반적인 주신의 천 킬로미터가 아니다.
그의 칭호로 인해 풀린 신체는 창조신과 동격인 백만 킬로미터다.
그러니 정령계 대기소가 넓다하나 쉬울 뿐이다.
그리고 정령계 대기소의 허공에 다시 수십 개의 행성을 띄웠다.
“관리신이든 정령신이든 구분하기 이제 귀찮다.
앞으로는 연대책임을 묻는다.
상위자를 모독하고 신의 품위를 손상시킨 책임은 정령계 대기소가 공동으로 져라.”
꽈우우우우우웅-! 꽈우우웅-!
본래의 크기에서 백분의 일로 줄인 행성들을 동시 낙하시킨다.
행성자체의 중력과 인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태에서 외부로 발산하게 만든다.
그것이 그대로 지상으로 내려 박아가자 당연히 난리가 난 정령신과 관리신들이 기겁하며 막아서는 것이 보인다.
최상급 신은 모두 내가 죽여 정령계로 보냈으니 죽도록 고생을 하지 않으면 막기 힘들다.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전 신력과 신격으로 방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마음이 풀린다.
“소리를 내면 행성을 추가한다.”
가볍게 협박으로 마무리하고 모든 정령신의 과거를 ‘퍼스날 히스토리(Personal History)’로 작성을 시작한다.
물론 마음속에서는 불만이 한 가득이다.
‘내 팔자가 다 그렇지.
언제 편하게 살았다고 부하 덕을 보겠는가?
사고나 치지 말고 조용히 살아라.
젠장-! 좋은 꿈이었어.’
투덜거리며 작성되는 이력서의 세부내용을 흩어보는 차원의 주신의 주변에는 수백 개가 넘는 행성을 깔려죽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는 정령신과 관리신들이 신음소리만 넘치고 있다.
차라라라락-!
잠시 후 모든 신청을 한 정령신들의 과거의 기록은 다 완성되었다.
수 만권의 책이 된 이력서가 허공을 날라서 각자의 앞에 떨어진다.
그리고 거기에 거의 동일한 내용의 계약서가 주어졌다.
“신계 공인의 계약서다.
거기에서 신력의 발전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무조건적인 충성이나 제약은 제외했다.
그리고 극선이 아닌 자는 신계에 들일 수 없기에 하위신계에서 카르마를 쌓게 한다.
극선이 되면 신계에서 직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단 주신급 이상은 그런 조치가 불필요하므로 제외다.
서명을 하도록.”
바르르르르-!
양손을 묶어놓고 모든 신력을 행성의 무게를 버티는 상황에 어떻게 서명을 하냐고 외치고 십지만 그럴 여력도 없다.
무엇보다 이런 광대한 영역에 수백 개의 행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주신이라니 상상도 가지 않는다.
도대체 밖의 우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 정도의 신이 겨우 최고위 주신인지 의문이 갈 정도다.
그런대 그런 사정 따위는 전혀 봐줄 것 같지 않다.
“전원 서명이 끝나면 풀어주도록 하지.”
어째 즐거운 표정이다.
말썽부리는 어린애들을 단체로 기합을 주는 선생님과 같아 보일 정도다.
얼마나 절묘하게 무게를 배분했는지 겨우 서명을 할 정도의 여력은 남아있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서명을 마무리하자 행성들이 사라진다.
서명을 끝낸 계약서가 날아가더니 누군가의 앞에 쌓인다.
“정리 잘하고 조직 잘 만들어라.
네가 정령신의 대표다.”
수천 장의 계약서를 보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를 다 알았을 것인데도 맡긴다는 것인가?
신계주신에게 반란까지 수차례 벌였었다.
방금 순간도 과거의 원수를 만나 감정을 못 이겨 싸움을 벌이려고 했는데도 말이다. 어떤 생각으로 맡기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이런 식은 절대 사양이다.
하려면 뺏어야지 떠넘기는 것을 받을 것 같은가?
난 계략의 신이며 반란을 수없이 벌였던 신이다.
그런 자신이 이까짓 강제 계약 따위를 순순히 따를 것 같으냐?
당장 찢어발기려고 하는데 거기다 직위의 백지 임명장의 묶음까지 얹어준다.
완전히 알아서 하라는 소리다.
황당해서 쳐다보자 즐거운 것 같은 신력이 전해져온다.
“마음껏 해도 좋다.참-! ‘토리나’라고 잘 알고 있나?”
“........”
갑자기 너무나 짜증나는 그 이름이 튀어나온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다 알았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지긋지긋하게 자신을 따라 당기며 들어왔던 이름이다.
신계에서 얽히고 비교당하는 순간부터 고난이 시작되었다.
자신에게 없는 높은 신분과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얻은 인망을 바탕으로 얻은 영광된 승리는 자신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은 승리와 이익을 간단하게 더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 가진 힘에 감탄하여 의자매를 맺을 정도로 좋았지만 각자의 완전히 다른 입장과 성향이 점점 적대적으로 바꾸게 했다.
주신의 직계와 적대종족에서 전향한 신이 어울려서 좋은 일이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야 했다.
거기에 주변이 부추기며 몇 가지 사건도 끼어들으니 용납할 수 없는 적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신계가 멸망되며 다 끝난 일이다.
지금은 추억에 불과하다.
눈앞에 나타난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저 년만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다음 말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내 최고위 신계에 신계관리주신으로 있다.
총 32배의 신력지원을 받으며 현재 중급을 넘어 상급 주신을 바라보고 있지.
현재 상급신인 너와는 비교가 안 되는군.
아니 다시 대등해질 기회가 오려나?
시간이 갈수록 불가능해질 것 같은데?
아무 상관이 없나?
쿡쿡-!
잘 짜서 가져오고 관리를 잘하면 고려를 해 주지.”
꽈아아아아악-!
저절로 손에 힘이 가서 임명장을 움켜쥐었다.
어디서 감히 추억 같은 소리를 한다.
처음 신계에 자신의 악소문을 내게 만든 원흉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계략의 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식과 지혜의 신에 가까웠다.
그런데 자신은 그래도 피해를 줄여보겠다고 심혈을 기울려 만든 계획을 비겁하다고 떠벌리고 다니다 적에게 정보가 들어가서 산통을 다 깼다.
그래서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시행하여 겨우 승리를 했더니 본인은 전장 맨 앞에서 남들이 볼 때 몇 번 화려하게 번개를 치고 망치를 휘둘러서 공적을 다 가져갔다.
그래도 신계에서 처음 맺은 의자매라 한 두 번은 참아주고 몇 번은 좋게 이야기 했더니 적반하장 격으로 아예 대놓고 난리를 치며 소문을 내는 바람에 신계에 도저히 못 믿을 계략의 신으로 확정하게 만들었다.
몇 번 가벼운 복수는 했지만 그 무식한 힘과 권능으로 더 화려하게 날뛰며 승리 후에 계략을 다 까발리며 자신을 비난하며 오히려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을 하고 승리를 해도 역효과와 의심을 사서 궁지에 몰렸다.
결국 반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형성하는데 아주 지대한 공연을 한 원수다.
더 열이 받는 것은 악감정으로 하면 마음 놓고 복수라도 하겠는데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안타까운 감정으로 충고로서 그러니 처리를 망설이다 그렇게 되어버린 사실이다.
결국 자신이 상급신으로 떨어져 여기에 처박히게 한 가장 큰 원흉인 것이다.
무엇보다 일족까지 포기하고 선택한 반려를 뺏어간 일을 용서할 까 보냐―!
맹렬하게 계약서와 이력서를 보며 조직도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이미 방금 보았던 자신과 같은 신계의 여주신따위는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저 정도는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
지금은 건재를 알게 된 가장 큰 원흉을 처리할 때다.
그것도 최고위 신계 관리주신으로 지내며 벌써 상급 주신을 바라볼 정도로 잘 먹고 잘 산다고 하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자신은 정령계 대기소에서 정기흡수를 피해 상급신으로 위장한 채 숨어서 연명만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너보다 인정받아서 상위자가 되어서 마구 부려 먹어주마-!
옛날과는 반대의 입장에 처하게 해줄 것이야.
마침 저 과격한 신계주신도 너보다는 나와 잘 맞을 것 같으니 이번에는 내가 유리해.’
복수심에 활활 불타며 계략을 짜는 것조차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