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계 주신의 의무와 투신의 방식 -->
역시 나에 대한 투기나 살기보다 서로에 대한 경계와 분노가 크다.
대충 짐작이 간다.
일단 한 무리에 묶였으니 바로 서열싸움에 들어갔다.
물론 여기 로키나가 기본 이력서를 바탕으로 잘 만들었겠지만 순순히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말다툼을 하다가 나에게 시비를 가려달라고 달려온 모양이다.
신계 주신인 나의 허락 없이 전투를 벌였다가는 내가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정도는 그래도 과거 주신들이니 대충은 알 것이다.
모두 처분하고 봉인해서 권능과 신격만 운용한다.
그래서 끝없이 말로만 싸우다가 결판을 못 내고 내게 왔다.
민감한 직위문제라서 그런지 과거 정령계 대기소의 압제에 대한 혁명의 기수였던 3명과
상급신으로 끝까지 숨어 있으려 했던 자칭 은둔자인 2명까지 동시에 몰려왔다.
총 10명의 주신이 동시에 처참하게 떨어진 신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올리는 것을 보니 정말 병아리들이 삐악거리는 것을 보는 것처럼 귀엽다.
본래의 신력을 되찾는다면 모를까 지금은 내 일격도 감당 못하는 것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을 보니 두통이 몰려온다.
이번에 새로 고용한 정령주신들의 흥분해서 시뻘건 얼굴들을 보니 정말 피곤해진다.
소파 탁자위에 조직표의 맨 위에는 역시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가 올려있다.
저들의 과거를 모두 감안하면 합당한 조치다.
수장이나 대표 자리는 것은 단순한 권능이나 힘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재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나야 워낙 경험이 없으니 정기회복과 같은 이해관계나 힘으로 눌러서 완전종속을 시키거나 이익을 주어서 강제로 끌고 가지만 그것이 아무나 가능할 리가 없다.
지금 이들 중에 정령신에서 막 전직한 이들을 감당할 존재는 그녀밖에 없다.
주신으로서 집단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그 만큼의 권한도 있지만 책임도 따르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그녀가 밑의 인선을 허술하게 할리 없다.
그래서 그 밑으로 쭉 늘어서있는 명단을 한번 흩어보니 자신이 해도 이렇게 할 정도로 잘 구성되어 있다.
각자의 특성과 권능을 고려한 이상적인 보직 배분이다.
그래서 인상을 쓰며 묻는다.
“뭐가 문제냐?
능력과 권능을 고려해서 잘 만들었는데?”
그러자 바로 반발이 튀어나온다.
“나는 강하다.
이들보다 유능하다.
그런데 왜 내가 주신 중 보급에 유흥담당이냐?
보고 확인하고 조정해 달라-!
나의 창조력을 보라-!”
벌컥-! 벌컥-!
나의 말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술병을 들어 마시는 반라의 몸에 문신을 한 여주신이 보인다.
이미 머릿속에 암기한 내용이 저절로 떠오른다.
‘비사창천(飛巳蒼天) 쿠르카나.
술 마시다 신국을 말아먹은 주신이면서 감히 신계 주신인 내 앞에서 또 술을 마셔?
자신이 주신이지 술의 신이지 알아-!
이 전쟁판이 주우주에서 술의 주신 따위를 어디 다 써?’
당연히 울화와 비슷한 감정이 울컥 솟아오른다.
어찌된 것들이 이리도 친숙하게 느껴지는지 정말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느낌이다.정말 신계 주신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말 열성적으로 충성하는 부하 따위는 이야기 속의 그림과 같은 것 같다.
계약조건을 잘해주었는데도 이 꼴이다.
점점 감정이 고조되는데 이변이 벌어졌다.
우르르르릉-!
갑자기 사무실 안에서 뇌성이 울리기 시작하자 저절로 시선이 하늘로 향한다.
주신전의 높은 사무실 위에서 먹구름이 모인다.
그리고 더없이 그윽한 주향이 퍼진다.
쏴아아아아-!
갑자기 술의 폭우가 내린다.
사무실 안뿐만 아니라 밖의 정령계 대기소의 전체에도 내리고 있다.
갑자기 벌어진 어이없는 사태에 갑자기 쏟아진 술의 비를 막을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젖어간다.
온 몸을 적셔가는 독하면서도 향긋한 술의 비에 이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제 이들은 내 소속인데 창조력으로 하는 짓이 정령계 대기소 전체에 술의 비를 내리게 한다.
두고두고 주신계에 놀림감이 되고도 남는다.
직접 내가 하지 않아도 이들의 모든 행동은 신계 주신인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온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고 수치냐?
이것들을 정말 신계에 데리고 가야하나?
일은 안하고 주구 창창 술만 쳐 먹으며 억지로 시키면 술의 비만 내릴 기세인데?
아예 지금 봉인하고 신격과 권능만 활용할까?
아무래도 그것이 좋겠지.
그것이 나을 것 같아.
하지만 주신의 일방적인 처벌에 대한 주신계의 항의는 어쩌지?
아오-! 이것들을 그냥-!’
우드드드득-! 띵띵-! 띠띵-!
자신도 모르게 들어간 신체에 들어간 힘에 아직 불완전한 생체갑옷 기계신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역시 부하관리는 처음에 좋게 시작하면 안 된다.
완전히 박살내고 시작했어야 했다.
상위자가 점잖게 시작하면 하위자들을 무서워하는 줄 알고 덤빈다는 기본을 잠시 잊었다.
이것들이 정말 쓸모가 있을 까라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그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이딴 짓거리를 벌인 여주신이 크게 웃으며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카하하하-! 창조신급의 정기 흡수의 권능에서도 발휘되는 나의 창조의 권능을 보라-!
이게 나의 힘이고 권능이다.
나는 잘났다.”
빠짓-! 빠직-!
드디어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끊어지는 느낌이 오지만 절대 참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마신이 아닌 빛의 주신이기에 관대하고 자비롭다.
정령주신도 아닌 정식계약이 된 주신들을 죽이거나 소멸시키면 주신계에서 엄청난 조사가 들어와서 절대 참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다 나의 빛의 주신으로서 관용이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딱-!
“클레쉬 플래닛(Clash Planet). 연속 압축발현.”
- 마법계열 : 공간마법, 일부 국지 광역공격계, 발현시
- 효 과
기간틱 메테오는 행성자체를 파괴하여 술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메테오는 겨우 반경 10km정도만 파괴가 가능하다.
너무 위력이 낮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별을 파괴하지 않고 위력을 높이려는 구상 중에 나온 마법이다.
별의 외피의 3할 정도만 파괴하고 별 자체를 파괴시키지 않는다.
시행 마법은 메테오와 동일하게 행성을 소환하나 대기권에서 떨어트리는 것이 아니라 소환된 별을 목표 행성의 공전 방향 반대편에서 약간 궤도를 비틀어 급가속을 시켜 충돌하게 하여 목표지역을 파괴하고 남은 파편은 튕겨 나가게 한다.
일반 메테오는 비교적 느린데 비해 목표별의 공전속도와 자체의 속도가 더해져 방어하기가 어렵고 기간틱 메테오의 다음가는 파괴력과 효율성을 보인다.
현재는 아다만티움의 생산용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 제 한
차원의 권능이 없거나 10서클이하의 일반 마도사는 발현이 불가능하다.
- 처음 발현 후 주인공 한마디 : 어째 구슬치기란 놀이가 생각나네.
꽈꽈꽈꽈꽈꽝-!
“꽥-!”
“까아악-!”
“역........역시 이럴 것 같았어-! 커억-!
“전.......전 불만이 아니라 조.......조정을 왁-!”
주신들의 다양한 비명이 울린다.
그래도 입들은 살아서 여기저기서 항의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것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연대책임-!”
어차피 모두 같은 사유일 것이고 따로 하기 귀찮다.
바위덩어리 크기로 압축된 행성들을 주신들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남김없이 바닥에 처박았다.
특별히 각자의 신력을 고려하여 크기와 중력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서 머리만 나오게 하고 그대로 깔아뭉갠다.
약간이라도 신력의 운용이 약해진다면 주신의 신체라도 바로 박살이 난다.
아까의 흥분과는 전혀 다른 절박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거대행성의 압축된 질량과 중력에 저항하는 것을 보니 이제야 조금 마음이 풀린다.
약간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한다.
“나는 관대하다.
너희들을 안 죽이다니 말이다.”
“........”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도 못하고 감격 해하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가져온 조직표를 다시 본다.
이계주신 로키나도 당연히 정령주신들을 관리를 못하고 여기까지 데려온 죄로 행성 밑에 깔아놓았다.
정령신 대표면 열외를 시켜 줄 수도 있지만 뻔히 보이는 수작을 한 괘씸죄다.
도저히 이들이 감당이 안 되니 은근슬쩍 자신에게 해결하게 하려고 했다.
‘누구에게 다시 저 골칫덩어리들을 떠넘기려고?
부하를 편하게 살려고 두지 사고를 친 것 해결해 주려고 하는지 알아?
그럼 부하를 왜 두냐?
혼자 다 하고 말지.’
그런데 아무리 다시 보아도 잘된 조직도다.
자신이 해도 이 이상으로 권능과 직책을 잘 연결할 수 가 없다.
최고의 효율성을 보일 것으로 보이며 지금 신계의 구성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거기다 하위 조직인 최상급 신들의 배치도 거의 완벽하다.
그런데 어디에 불만이 있다는 것이야?
정령계 대기소에 술의 비를 내인 초유의 사태를 벌인 주신에게 묻는다.
물론 잠시 행성을 조금 들어서 말을 하게 해준다.
“넌 창조 권능과 현재 교양수준을 보면 보급과 오락담당이 맞는데 뭐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냐?”
그러자 더없이 억울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나는 신계 주신이었다.
광대와 막일꾼은 절대 안한다.
꽥-!”
꽝-!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다.
행성을 바로 그대로 찍어 눌렀다.
성질 같아서는 하나 더 추가하고 십지만 지금 신력으로는 절대 못 견딜 것이니 참는다.
어쩌면 다들 하는 소리가 다 똑같은지 모르겠다.
과거의 영광이고 나발이고 다 말아먹어서 망했으면 처음에는 바닥부터 시작해야지 신계 주신의 품위를 감히 새로운 신계 주신 앞에서 찾으면 어쩌라는 것인가?
나보고 자신들을 모시고 살라는 것인가?
이대로 신계로 데리고 가면 보나마나 현재 있는 여주신들과 작당을 하거나 서로 싸울 것이 확실하다.
신계에 가기 전에 이것들을 어떻게든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신계 주신답게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난 마신이 아니니 이런 감정적인 폭력은 평판을 나쁘게 한다.
‘그래 나는 신계 주신이다.
빛의 신으로서 자비를 가지고 하위자에게 관대해야 한다.
조금 흥분을 한 것 같으니 천천히 다시 풀면서 하자.’
다시 행성을 약간 들어서 겨우 만든 부드러운 음성으로 기진맥진해가는 술주정뱅이 여주신에게 묻는다.
“그래서 권능에는 딱 맞지만 천해 보여서 하기 싫다는 것이냐?”
“난.......난 신계 주신........히힉-! 힉-!”
빠지지직-!
죽어도 신계 주신을 입에 붙고 사는 것에 저절로 핏대가 올라선다.
역시 주제파악을 못하는 철없는 것들은 매가 답이다.
꽝-! 꽝-! 꽝-!
주신전에 행성이 들려졌다 다시 내리꽂히며 나는 거대한 굉음이 한참을 울린다.
그리고 바깥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가 신계 주신이지 너희들이 신계주신이냐?
이성? 합리? 관대? 자비? 이 정신없는 것들에게?
웃기고 있네―!
가장 잘하는 일을 주면 골라주면 그대로 할 것이지 지금 누구 앞에서 감히 찬밥과 더운밥을 따지느냐?일을 고르는 것은 잘나신 도련님들이나 하지 용병신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고-!
너희들이 정말 일을 선택할 수 없는 설움이 무엇인지 알아?
아무 대가없이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강제로 해본 적이 있냐고?
왜 낭만적인 언사를 남발하며 남의 뼈아픈 과거가 생각나게 하고 난리냐?
그래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폭력이야말로 진정한 만능의 해결책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리라.”
바깥에서 안의 상황에 귀를 기울이던 최상급 정령신들은 이제 주신전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방아가 찍히는 것 같은 충돌음의 연속에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황급하게 자리를 떴다.
역시 높은 분들의 분위기를 보기로 결정한 것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손에 쥔 보직조정신청서를 모두 조심스럽게 찢어 버렸다.
자신들도 과거와는 너무 다른 직책에 기겁을 해서 항의를 하러 왔다가 주신들이 모두 주신전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따라왔다가 보게 된 광경에 기가 질려버린 것이다.
세상에 행성을 압축해서 주신들을 패는 신계 주신은 영겁의 삶 동안 처음 보았다.
그것도 겨우 보직에 불만을 보인다고 주신들조차 연대책임을 물으면서 패는 것을 보니 만약 자신들이 대상이었으면 처분도 가벼울 것이 뻔하다.
자고로 조직에서 먼저 성급하게 행동하면 대부분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으며 소리라도 나면 혹시라도 불려 들어갈까 봐 극도로 조심하며 물러서는 최상급 정령신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