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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과거가 모두의 머릿속에서 스쳐갔다.
이것과 같은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다.
자신들이 일족을 이끌고 창조신인 시절에 ‘가람’의 칭호를 쟁취하고 전대의 창조신장을 타도한 승가람마가 말했다.
모든 창조신이 집합한 상태에서 전달된 창조주님의 의지는 충격이었다.
‘창조주님의 지시로 오로지 발전과 강자만을 중시하는 새로운 질서의 우주에는 강자만이 우선된다.
대신족에 대항하기 위해 강자들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악마족을 마신족으로 인정하고 이 주우주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신계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따르라.’
거기에 대한 대답은 자신들의 대답은 지금과 같았다.
아무런 세력도 없이 본인의 힘만으로 창조신장의 자리를 얻고 창조주의 인증까지 받은 그에 대한 불만역시 폭발했다.
‘자신의 오리진을 타도하고 영광의 자리를 빼앗은 부덕한 자의 지시 따위는 듣지 않겠다.
타락한 악마족을 인정하라니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 망언을 사죄하라.’
용서할 수 없는 타락한 악마족을 인정한다는 선포에 그 자리에서 신족의 6할이 반란 결정에 찬성하고 승가람마를 포위했다.
그리고 그때 ‘진멸’이라는 창조신이 나섰다.
이 자와 비슷한 삼엄한 투기를 가지고 일족 앞에 막아선 것이다.
거기에 증오스런 마신황제까지 ‘진마’란 칭호를 보이며 나타났다.
‘걸려든 것은 겨우 6할인가?
가급적 이들 전부이기를 바랐는데 이것 참 나중에 한 번 더 일해야 하겠군.’
‘모두 신체를 빼앗고 새로운 우주를 위한 정기로 바꾼다.
신족의 체제 개편한 후에 마신족과 장기 계약을 위한 계약금을 지불한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마신황제의 말이 뒤를 이었다.
‘이거 정말 할 생각 이였어?
절반이 넘는 창조신들과 일족들을 모두 죽여 정기로 바꾼다고?
너희들은 신족이지 마신족이 아니라고.
그의 전장에서 반역자들과 싸우다가 어디 잘못 맞았냐?
미친 것 아냐?’
‘넌 마신족이나 잘 정리해라.
우리 일에 관여하지 말고 말이야.’
‘지금 저들과 우리 행동의 모든 것은 신족을 위해서다.
저들이 반란을 벌인 것은 신족의 명예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처단하여 정기를 회수하는 것은 신족의 번영을 위한 것이다.
악마족의 인정을 막기 위해 6할이 넘는 창조신들이 모든 일족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켜서 끝가지 저항을 하며 모두 토벌되었으니 외부의 누구도 비난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반란 끝에 자신의 약함에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일족 전체의 신체를 스스로 바친 위대한 결정은 신계의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고 그 희생역시 길이 전해질 것이다.
그렇게 신족의 역사는 기록되어지고 저들은 위대한 시작을 위한 희생자로서 적어질 것이다.
명예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영광스런 과거의 신족에게 선고한다.
숭고한 이상보다는 참혹한 현실의 타파가 우선이다.
과거의 창조신장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나 나는 다르다.
신족의 오리진으로서 신족의 존속과 발전을 위한다면 기꺼이 피의 길을 가겠노라.’
일족 전체를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 자신들을 완전히 무시한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대답에 일순 넋을 잃었다.
정기가 대규모로 필요해서 반란을 부추긴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 세력도 없이 단 둘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떠오르자 ‘진멸’이란 창조신이 서서히 움직이며 외친다.
‘아아-! 역사의 정리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고 나는 이들을 처분한다.
철없는 것들아-!
우리가 본 그의 세계와 전장은 대가없는 희생과 희생 없는 승리 따위는 절대 없었다.
498주우주의 안쪽에는 너희들이 만족하며 삶을 찬미한 허약한 이 주우주 따위는 순식간에 점령할 강자들이 넘쳐났고 그들 역시 그에 의해 약해지면 바로 처분당하기에 치열하게 싸우고 살아간다.
너희들처럼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자들은 모두 사라졌다.’
처음 겪을 정도의 엄청난 신력이 모든 창조신을 압박하고 신력의 원 속에 떠오른 것은 팔다리와 머리가 분해된 인영이 그려진 끔찍한 문양이었다.
거기서 퍼져 나오는 살기와 투기는 창조신이 자신들조차 꼼짝하지 못하게 한다.
‘498주우주와 창조주님이 방금 그에게 완전복속을 선택했고 우리 창조주님이 그에게 무참히 패배하였다.
이제 이 주우주는 499주우주로 칭해지며 카르마의 법칙이 적용이 시작된다.
그리고 패배 끝에 재활용된 창조신들이 대신족이 되어 다시 복귀할 기회를 잡기 위해 모두 몰려오고 있다.
이제 분열된 의견을 조정 할 시간이 없다.
그의 영역에서는 너희들처럼 결과보다 위대한 희생과 명예로운 과정을 주장하고 분열했던 신족은 모두 멸족되고 대신족만이 남었노라.
나는 신족의 일원으로서 그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
그러니 모두 죽어 정기를 신계를 위해 바쳐라.
창조주님께 반란을 일으킨 자들에 대한 처분을 지금 집행한다.’
거대한 신력의 파동과 함께 그리고 의식이 끊겼다.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신체를 잃고 정령신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 곳이었다.
여기는 지속적으로 자체 생산되는 여유 정기를 빼앗기고 방위신계를 위해 신격을 강제 활용되는 신들의 재활용을 위한 감옥이었다.
당연히 반항하고 벗어나려 했으나 관리자와 전뇌계의 전뇌신들에 의해 위험분자로 낙인찍혀 감옥에 영구 봉인되어 버리고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무수한 신들이 이곳으로 끌려와서 견디지 못하고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물론 자신들을 따르던 일족들도 모두 있었고 여유 정기를 끝없이 흡수당하는 희망 없는 삶에 견디지 못하고 모두 소멸 해갔다.
그 광경을 보며 세상을 원망하는 분노와 한이 차곡차곡 쌓여나갔지만 타락만은 할 수 없었다.
악마족을 마신족으로 인정할 수 없어 벌인 반란이고 혁명이었는데 자신들이 악마신이 된다면 그것은 정말로 용서할 수 없는 대죄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신념은 아집이다.
아집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일족까지 무의미하게 희생시킨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와 같은 투기를 가지고 그의 칭호까지 가진 최고위 차원의 주신이란 이 자도 같이 행동한다.
끝없이 도발하고 반항하자 바로 처분하려 달려든다.
과거의 그때도 신족의 명예와 존속을 위한 자신들의 반항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악마족의 인정을 동등하게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차별을 둔다고 했다면 일족 전체까지 가담시키지는 않았다.
반란을 부추기고 신체를 처분당해 정기를 빼앗긴 그때와 같다.
아니 이 자는 대놓고 창조신의 연산력과 권능만을 원한다고 말한다.
‘역시 우리의 사상은 필요 없는가?
오로지 능력만이 전부인가?’
그때는 분노로 일그러져서 일부로 감았던 눈이 다시 온 같은 상황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환하게 보여준다.
차원의 최고위 주신의 살기와 투기가 넘실거리는 신력 파동에 감추어진 너무나 절박한 삶에 대한 의지가 말이다.
명예를 이야기하는 자신들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고 발산하는 눈빛은 오로지 강해져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욕구만으로도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 정도의 강자가 어떤 사유가 있는지 모르나 이렇게까지 절박하게 삶을 갈구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살던 투신들에게 어떤 아름다운 이상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영겁의 세월동안 깨달았다.
“침묵은 거부다.
나의 강함과 신계의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어라.
대가는 넘치도록 후하게 줄 것이다.”
꽈우우우우웅-!
일순 신력이 급속도로 향상된다.
신력의 원에 떠오른 원안에 삼각형의 모양이 바뀌며 삼각형이 원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신력과 마력의 발산이 일순 멈추고 끝없이 흡수를 시작한다.
“그에게 받은 칭호는 ‘근원’이며 나의 마도는 근원학파이며 오로지 전장에서 생존을 하기 위해 특화된 마도이다.
마도는 전능하지 않으나 무한하다.
그래서 어떤 권능이라도 모두 받아들이고 반드시 뛰어넘는다.
나는 완전한 11써클을 이루고 12써클이 되어 창조신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선’을 넘어선 ‘절대선’이 필요하고 창조신성급의 신계의 발전은 필수이다.
그럼 겨우 이 지긋지긋한 이용만 당하는 소모품의 삶에서 벗어난다.
이 길을 막거나 방해하는 존재는 모두 처분한다.
내가 겪은 약자에게 부여된 운명처럼 가장 잔혹하고 잔인하게 말이다!
카르마가 허용하는 한-!”
신령이 강제로 분해되며 근원의 길잡이로 흡수가 시작된다.
차원의 권능이 불가능한 것을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하게하고 11겹의 마력의 원이 끝없이 강화되며 접촉된 신령들을 빨아들인다.
주신의 신격으로서 있을 수 없는 창조신의 신격을 통째로 흡수하고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막으려고 필사적으로 발동한 고위의 권능조차 남김없이 해석되고 분해되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크어어어억-!’
‘혼자서 우리들 모두의 연산력을 뛰어넘는다고-!
카아아아악-!’
정령신왕들의 의지가 비명을 뿌리며 정령신계를 뒤흔든다.
처참한 비명과 함께 주변에 흩어져 있던 팔다리 부분이 구속력을 잃고 제일 먼저 흡수된다.
신령들의 일부분이 ‘근원의 길잡이’에 지팡이 자체에 11겹의 신력의 원이 일렁인다.
만족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떠오른다.
“너희들은 근원학파의 옛 종주들보다 다행히 도움이 되겠구나.
과연 과거 우주의 창조신들이다.
10써클의 추가 발동이 가능하겠어.
너무나 고맙구나.
신족에게 처음 받는 이익이고 호의다.”
정령신왕들에게 이대로 흡수당하면 정말 끝장이라는 처절한 위기감이 몰려왔다.
말이 좋아 창조신이지 주신이 창조신이 되는 경우는 과거의 우주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신체와 신력을 되돌려준다고 하지만 과연 정상일리 없다.
아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이 정도의 권능을 보이는 존재가 스스로 소모품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그럼 자신들이 본래의 힘을 되찾아도 결코 과거의 위치를 찾을 리가 없다.
더구나 현재의 주신계라 불리는 지배층이 보인 자신들에 대한 혐오적인 반응을 보아서는 분명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 들 것이다.
개인을 뒷받침하는 조직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안다.
이대로 진행되면 정말 영구히 자신들이 부렸던 천한 신분의 투신들처럼 사냥개같이 부려지고 버려질 것이다. 그것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자신들은 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일족을 재건해야만 한다.
비록 지금의 우주에서 새로운 일족의 오리진이 있겠지만 어차피 강함만이 있다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승가람마가 보여주었다.
복수도 생존도 힘이 있어야만 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는데 이제 신력의 원마저 빨려 들어간다.
정말 이 차원의 최고위 주신은 과거 최고위 창조신이었던 자신들 열 명의 연산력을 압도한다.
마도사 출신이라고 하더니 연산력만큼은 일반적인 신의 기준을 초월하고 있다.
“받.......받아들이겠다.”
그 말과 동시에 흡수가 멈추었다.
자신들이 그에게 퍼부은 말을 그대로 복사한 것과 같은 질문이 되돌아왔다.
“카르마가 주제하는 권력의 개인 나의 개가 되겠다는 거냐?
창조신이 되기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고 공언하는 나를 맹종하시겠다고?
고귀한 신념과 명예를 버리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하는가?”
“신념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뿐이다.
이대로 다시 끝날 수 없다.”
“뭐 상관없겠지.
나 홀로 모든 반란자들을 처리하기는 귀찮으니 쓸 만한 도구가 필요하니 말이다.
나의 하위 주신이 된 것을 환영한다.”
그대로 신령들에게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근원의 길잡이가 발하는 10겹의 신력의 원들을 보면서 차원의 주신은 아쉬움을 참을 수 없었다.
기회를 보아서 그대로 흡수해서 개인 전력을 강화하려고 했는데 이게 한계다.
‘이미 흡수용량도 꽉 차서 더 이상은 쓸모가 없으니 말이다.
정련된 데몬 아다만티움으로 다시 만든 근원의 길잡이로도 일반주신 이상은 무리인가?
제길-! 쉽게 강해진다고 좋아하다가 말았군.
역시 쉬운 것이 없어.
허나 겨우 창조신의 최하의 기준에 도달했다.’
허나 과거 창조신들의 팔다리를 흡수한 근원의 길잡이가 보여주는 증폭력은 10써클의 2중창이 추가다.
많이 흡수해서 더 여유가 있지만 더 이상의 출력은 바로 부서지기에 무리다.
그러나 드디어 최대출력이 1,000억을 뛰어넘어서 임시가 아닌 진정한 예비 창조신으로 올라섰다.
근원의 길잡이에 흡수당한 팔 다리를 완전히 잃고 납작해져서 땅에 내동댕이쳐진 반역 전문인 정령신왕들이 예뻐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더 급한 일이 발생했다.
‘윽-! 계약의 연결이 더 흐려져?
정령계의 결계를 통과하려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찌된 된 일인지 이계 정령신들이 정령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황급히 확인을 해보니 방어신계가 창조신장과 전능의 휘님의 전투로 타격을 막느라 제어가 약해진 틈을 노리고 빠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예비 창조신의 신력에 도달하여 상승된 위기 감각이 경고를 보낸다.
이들이 이렇게 정령계를 벗어나면 진정 골치 아픈 일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저들은 최고위 주신이 된 자신과 계약해서 얻은 정기로 과거보다 더 강한 신체를 얻었다.
그리고 아마도 차원의 권능과 마도조차 일부 익혔을 것이다.
그러니 독하게 계약자도 무시하고 탈주 중이다.
아니면 정식 계약자인 자신조차 이렇게 확인이 안 될 리가 없다.
이대로 정령신 계약이 유지된 상태에서는 저들이 치는 모든 사고는 자신에게 복구 책임이 돌아온다.
가진 권능만으로 보면 일반 행성정도는 순식간에 파멸시킬 수 있고 과거에 자신들을 소멸시킨 적들에게 가진 원한들도 만만치 않기에 돌아가면 바로 난리를 칠 것이고 거기에 자신의 책임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까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천신만고 끝에 ‘극선’이상 겨우 올린 카르마가 깎인다.
그래서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신체를 되찾은 폭풍인멸(暴風人滅) 엔릴이 가진 바람과 물로 동화되어 버리는 은밀의 권능은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신조차 파악이 힘들다.
근처에 있다면 모를까 이런 장거리의 탐색은 안 된다.
오로지 같은 권능을 가진 정령신정도가 감지가 가능하고 다행히 여기에 그것을 복사할 만한 전능신족들이 있다.
권능의 기본적인 구성정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구현하고 바로 추적이 가능할 것이다.
“처음지령이다.
나와의 계약을 위반하고 도망친 이계의 정령신들을 잡아라-!
사고를 더 치기 전에 어서-!”
“...........”
감히 하위 주신주제에 대답이 없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주변상황을 다시 인식하자 할 말을 잊었다.
본인이 이들의 팔다리를 잘라서 흡수해서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깜박했다.
‘젠장. 개로 부리더라도 먹을 것과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잊었네.
그렇다고 다시 토해낼 수는 없고 이걸 어쩐다.’
세상 참 좋은 일이 생기면 꼭 나쁜 일도 따라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