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의 개의 개 -->
수없는 대형화면에서도 특히 거대하게 떠오른 화면에 차원의 예비 창조신이 비추어진다.
비슷한 화면이 무수한 신들을 영상으로 비추고 있고 전신을 착 달라붙는 원색의 타이즈의 복장에 빛나는 선이 옷 위로 스치듯 무수히 빛나는 복장의 전뇌신이 주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사념을 글자로 바꾸어 주는 권능이 출력한 정보에 전뇌계의 특급 전뇌신은 기가 막혀 한숨을 푹 쉴 수밖에 없었다.
끝없이 머리 위에 사념을 해석한 글자가 말풍선으로 ‘두고 보자-!’만 계속 나타난다.
이런 수를 쓰지 않아도 감정을 못 이기고 부들거리는 몸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이상할 정도로 감정이 격렬하네?
예비 창조신에 도달할 정도의 존재면 거의 감정이 사라지고 이성만 남는데 이런 경우도 있나?
사회경험이 거의 없이 혼자 성장하고 용병신 생활만 한 부작용인가?
아직도 청소년 수준의 불안한 감정 상태를 가지고도 창조신 정도의 힘을 가지다니?
말 그대로 초대형 폭탄이로군.
나에게 특별 관리요청이 들어올 만 해.
정말 까다로운 관리대상이야.’
창조신에 거의 도달한 존재가 어떻게 저렇게 감정이 풍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격렬한 감정이고 뚜렷한 적의다.
습관적으로 계약자의 사념을 정확히 글자로 나타내는 권능을 개방한 것이 우스울 정도다.
나름대로 올바른 관계에 쓸데가 없는 치부 따위는 모두 없애고 지금 사태에 핵심적인 중요한 정보까지 제공했건만 받아들이는 상대는 전혀 아니다.
전뇌계에서 제공한 정보를 끝없이 의심하고 해결을 가능하다고 알려준 로키나조차 불러들이지 않고 스스로 다시 점검을 하고 있다.
카르마의 약자의 수호와 저 이동요새의 특성상 쓸데없는 노력인데 못 믿고 또 확인 작업이다.
이 정도면 계약자와 관리자가 긴장관계가 아니라 거의 원수지간이다.
이렇게 까지 엉망으로 꼬인 관계는 처음 볼 정도다.
자신의 옆에 신병의 부동자세로 바짝 얼어붙은 전임 하급 관리자를 살짝 노려보고 말을 한다.
“아예 전뇌계를 계약자를 착취하고 속이는 악의 집단으로 알고 있군요.
이 정도의 일로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달려드는 계약자는 처음 봅니다.
그리고 모든 지식과 정보를 총괄하며 주우주의 모든 세력의 발전을 지원하는 전뇌계가 이정도로 가치가 없었나요?
본인의 입으로 정확히 대답하세요.
무슨 짓을 했지요?”
“그........그것이.”
차마 말을 못하는 전임 전뇌신이었다.
겨우 주신급의 신을 상대하는 하급 관리자인 자신보다 어마어마하게 높은 창조신장이상의 존재를 관리하는 특급의 전뇌신이다.
능력은 이미 전설이다.
그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 되고 어떤 공적을 쌓아도 죄가 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돕고자 하면 어떤 쓰레기 같은 학살자도 영웅이 된다.
임무의 완수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이며 그녀가 맡은 어떤 존재도 결국 위대한 창조신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능력만으로는 이미 최상급 관리직이상으로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계약자인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없이 무조건 위대하고 고귀한 영웅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 무서움이고 그 여파를 감당 못한 계약자들이 계약이 끝나고 버티지 못하고 자포자기가 다수 발생하여 중간 관리직으로 못 올라가고 있다.
그야말로 전뇌계에서도 전설적인 현장 관리자인데 갑자기 인계명령이 떨어지고 인수인계를 하면서 식은땀만 흘리고 있다.
과거에서 문제가 있을 만한 자료 폐기도 못했으니 약간만 들추어도 끔찍한 상황이 온다.
아니 설사 폐기를 했다 해도 어떻게든 찾아내서 책임을 묻고도 남는다.
괜히 전뇌계의 관리자에서도 극히 희귀한 특급이 아닌 것이다.
방금 전까지 전능의 휘와 500주우주의 창조신과의 전투로 떠들 석하던 주변의 전뇌신들도 죽은 듯이 본인의 담당 계약자만 주시를 하고 있다.
비록 인사권은 없지만 전설적인 특급인 그녀의 말을 무시할 전뇌신은 어디에도 없기에 하급의 전뇌신 따위는 징계가 필요하다는 말 한 마디면 대신족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3류의 관리자는 자신의 감정을 못 누르고 계약자와 본인까지 망치죠.
2류는 자신의 이익만을 보고 계약자를 착취하다 자신만이 살아남습니다.
1류는 계약자를 발전시키고 자신도 성장합니다.
하급 전뇌신인 당신에게 1류의 관리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3류가 아닌가를 묻고 있습니다.
아니 소속 조직까지 이렇게 욕을 먹이다니 3류 이하로군요.”
“...........죄송합니다.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한마디라도 대꾸를 하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밀려왔다.
이미 자신이 한 일은 다 알고 있고 어떤 목적이 있어서 저렇게 나오고 있다.
자신에게 용무가 없었으면 말 한마디로 처분할 권력이 있으니 말이다.
지금 납작 엎드리지 않으면 바로 대신족이 되는 수가 있다.
하도 과거에 엉망인 계약자라 지은 죄가 있으니 항의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다.
그렇게 고개와 허리를 확 숙이자 과연 다음 절차가 나온다.
“전뇌계의 관리자는 어떤 상대도 반드시 창조신이상의 존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관리대상을 고르는 것은 무능의 극치입니다.
그래서 전임자의 무능을 문제 삼아 인계를 거부해서 완벽한 내 경력에 오점을 남길 생각은 없습니다.
허나 그대로 넘어갈 생각도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과거 계약자의 현장요원으로 파견을 가세요.”
몸에 힘이 빠져 숙였던 허리가 90도로 더욱 굽혀진다.
속에서 비명이 나왔다.
이제 보니 저 야만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주우주로 직접 파견을 보낼 모양이다.
창조신장이 피투성이가 되고 창조신들이 죽어나가는 전쟁터다.
물론 모든 장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우주간의 전면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이상 절대 평화로운 곳은 없다.
거기다 과거 계약자는 용병신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자신이 빨리 포기하고 소멸하라고 용병신으로 주로 보냈더니 완전히 그 쪽으로 성향이 굳어져서 정기가 필요하면 분명히 참전할 것이다.
지금은 워낙 험악하고 신계의 상황이 급해서 회피를 하고 있지만 조금의 가능성과 이익만 있다면 바로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살도록 자신이 유도했으니 말이다.
다른 온화하고 부드러운 관리신으로서의 방법 따위는 알지도 못하게 했다.
비록 자신이 그렇게 하도록 했지만 그동안 계약자가 치룬 용병신의 악전고투에 서늘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도 화면 너머로만 보았던 저 피가 난무하는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다.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질 지경으로 혼란이 밀려온다.
‘너무 위험해서 아무도 자원해서 안가니 나를 투입한다고?
설마 가려는 현장요원이 아무도 없어서 전뇌신이자 관리자인 나를 보낸다고?
이럴 수는 없어.
나를 보면 가만 안 두려고 할 것인데?
이런 잔인한 방법을?
정말 저 야만스런 현실계로 가야해?
나 혼자서?’
너무 당황해서 주변의 전뇌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는데 배신감만 밀려온다.
주변에 가족과 같은 동료라고 친하게 지냈던 전뇌신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혹시라도 시선이 마주칠까 급급히 고개를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해가 간다.
전뇌계는 현실계에 직접 개입이 금지되고 권력을 포기하고 지원만 하는 대신에 평화를 얻었다.
과거와 현재를 조율하는 드높은 권능으로 밝은 미래를 유도하는 것에만 주력하기에 신격과 권능은 절대계의 어느 계층보다 높지만 직접 전투를 경험한 전뇌신은 없다.
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전뇌계를 권력의 주체로 보지 않고 도움을 주는 복지단체로 생각하기에 다툼도 없었다.
권력을 가진 모든 존재들의 투쟁을 돕고 정보를 제공한다.
계약자의 주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선택을 돕는다.
그래서 모든 전투와 투쟁, 비극은 화면 너머의 정보에 불과했는데 자신이 직접 저 화면너머로 보내질 판이다.
아니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고 통보였다
거부하는 순간 바로 대신족이 될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도 없다.
“기간은 저 계약자가 완전한 창조신이 되는 순간까지입니다.
당신이 이끌어낸 전뇌계를 불신하는 계약자와 운명을 같이 하세요.”
털썩-!
결국 최종 선고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계약자와 운명을 같이하라는 것은 죽으면 같이 죽으란 소리다.
아니 자신은 전뇌신이니 감정과 모습을 바꾸어서 대신족으로 재활용된다는 소리다.
특급 전뇌신은 완전히 넋을 잃고 멍해진 전임 전뇌신을 무시하고서 주변을 쓸어본다.
이제 이들의 차례다.
아무리 499주우주에 조금만 방심하면 파괴신이 될 존재들이 넘쳐나 아무리 바빠도 절대 해서는 안 될 선이 있는데 모두 저질렀다.
이미 한참 어긋나 있는 전뇌신들이다.
규정을 어기는 잘못을 하면서도 그것이 죄임을 모른다면 이미 구제불능들이다.
사정 따위는 봐줄 필요도 없으니 이미 자신에게 전달된 명령서를 허공에 띄워서 전면에 보인다.
“카르마가 ‘절대선’에 거의 도달한 전능의 휘의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발동한 비상명령에 정보와 미래예측, 최선의 선택지를 제공하여 설득해야 한다.
허나 개인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 규정을 집단으로 어기고 계약자의 주변에 악영향을 주어서 강제 참전을 유도한 사실은 모두 확인 및 보고가 되었다.
상층부의 판결을 선고합니다.
이번 사태는 그에 의해 주어진 전뇌계의 절대적인 의무를 무시하고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동일 상황의 발생을 막기 위해 일벌백계를 한다.
현 시간부로 저 전쟁이 끝날 때까지 499주우주의 범죄 관련자 전원을 비상임무대기 및 공동운명체계로 전환한다.
계약자가 죽거나 그에 준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전뇌신은 대신족으로 전환한다.
또한 형벌기간동안 특급 전뇌 관리신인 ‘르 사르비아’의 판단 하에 즉결처분도 허용한다.”
뚝-!
전뇌신들이 관리하던 무수한 화면들이 일순 모두 꺼지고 차원의 예비 창조신의 화면만이 남았다.
전뇌신들이 너무 놀라서 관리 화면을 유지하는 권능을 유지를 못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리자가 죽으면 대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로 대신족으로 개조를 하겠다는 말이잖아?
그리고 이건 말도 안 돼-!
지금 저기서는 어떤 존재이든 최소한 평균 1번이상은 죽는다고 예측이 되었단 말이야-!
완전히 사형선고야-!”
여기저기서 소요가 있었으나 지은 죄들이 있으니 차마 항의를 하지 못하고 가는 비명만이 나올 뿐이다.
그런 반응과는 별개로 명령서를 잘 볼 수 있게 각자의 정보체계로 전송하고 차갑게 말한다.
“규정에서 어긋난 관행의 일반화와 정당화의 주장은 관리자로서는 최악입니다.
그런 존재는 그가 만든 체계 중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인 전뇌계의 관리자로서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뇌신의 관리실패는 강력한 파괴신의 발생으로 귀결되고 우주의 대량파괴와 발전의 저해로 나타납니다.
그런 존재의 발생을 예방하고 창조신으로서 우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게 인도하는 것이 전뇌계의 관리자의 성스런 임무이며 거기에 어떤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죄가 발각된 이상 모두 책임을 지기 바랍니다.
만약 이번 규정위반으로 계약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들이 창조신이 되어 생길 미래의 발전이익까지 계산되어 손해보상이 개인 청구될 것입니다.
그 규모는 오로지 대신족이 되어 그 피해를 메꾸는 것밖에 없습니다.
어떤 가문이라도 파산될 액수이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완전히 하얗게 변한 전뇌신들의 얼굴을 보다가 여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
조금 잔인하지만 말을 해야 할 상황이다.
약간의 시행의 오차라도 바로 전면전에 앞으로 500주우주가 될 곳의 절반이 소멸한다.
어떻게든 저 방위신계에서 국지전으로 유도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 임무 교대자들도 전원 출근하여 대기하십시오.
499주우주와 500주우주간의 전쟁 상황이 끝날 때까지 499주우주의 전뇌 관리자 전원은 퇴근 및 교대가 없습니다.
거부할 경우 즉결 처분입니다.”
그와 동시에 잠시 침묵이 있다가 멀리서 난동소리가 들려온다.
꺄아아아아아악-!
꽈아아앙-!
두두둥-!
‘저것들 죽여 버린다.’
‘왜 우리까지 피해를 입어야 해-!’
‘도대체 언제까지 대기야-!
이건 사기야.’
죽어도 정기만 있으면 신체를 부활하는 신들의 전쟁은 엄청난 장기전이다.
정기가 고갈되어 부활이 불가능할 때가지 싸우기에 지역우주이상의 광활한 지역의 대전쟁은 기본이 일 만년 이상이다.
그래서 499주우주가 아무리 압도적인 전력이라 해도 500 주우주를 완전 제압하는 데는 절반의 파괴와 오천만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영원을 사는 신들의 반 세대에 가까운 초장기전인 것이다.
그리고 전뇌신들의 일생의 절반을 공동책임으로 직장에 모두 바치라는 잔혹한 명령이다.
그래서 어디선가 수없는 비명소리까지 들리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
거부할 경우 금지된 ‘전뇌신의 현실계 관여’라는 죄목인 만큼 전원의 처벌이 내려질 것이고 전뇌계의 처벌은 오로지 대신족으로 재활용밖에 없다.
관리하고 있는 주신급 이상의 존재들이 워낙 강력하고 영향이 커서 문제가 발생하면 기본이 행성의 파괴이고 복구하는 데는 대신족 이외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처벌에 융통성은 없다.
대신족의 최고위 창조신 비율 중 많은 수가 계약자의 관리를 실패하거나 현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전뇌신이라는 것이 증명한다.
장구한 시간을 자유와 모습을 잃고 활용당하다 겨우 피해를 복구하고 제자리로 돌아온 고위 전뇌신들은 모두 관리 실패와 현실계 불법개입이라는 말에 이를 간다.
아니 자신과 같은 꼴을 만들어주려고 벼르고 있다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어린 것들이 감히 겁도 없이 편하게 일을 한다고 융통성을 발휘하며 현실계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니 이런 가혹한 조치가 떨어진다.
이제 저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관리업무가 최우선이다.
모처럼 개선의 여지가 많은 계약자이며 난관이 많은 임무라서 의욕이 솟구치는 기분이다.
할 일은 많지만 저 정도 계약자는 무수히 갱생시켜 창조신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본인을 괴롭혔던 전임 관리자를 마음대로 하라고 보내주면서 관계부터 개선을 하고 시작하자.’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는 전임 관라지에게 잠시 시선을 보낸다.
저렇게 잠재력이 넘치는 계약자가 잘못된 선택으로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고 카르마를 개선시켜줄 생각도 하지 않고 포기한 어리석고 무능한 전임이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따위는 없다.
단지 관개개선을 위한 선물정도이고 본인의 책임이니 당연히 감수해야할 것이다.
현장요원은 전뇌계의 절대적인 보호가 끊겨 혼자 알아서 살아남으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아무 경험이 없다면 상당히 심한 꼴을 당하게 될 것이지만 다 자업자득이다.
고립무원의 전뇌계의 현장요원의 입장을 알려주면 알아서 화풀이를 하고 기분을 풀 것이다.
정상적인 관계로 조정하고 세심하게 관리를 하면 저 정도의 능력이라면 창조신은 금방이다.
승급에는 성격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니 기본은 되었고 외부 여론을 자신이 잘 포장해주고 이끌면 된다.
그럼 자신의 완벽한 경력에 다시 공적이 추가되고 이제 현장에서 물러나 중간 관리직으로 올라간다.
그것도 무사히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성공을 하면 중급 중간관리자로 바로 승급이 보장이 되어있고 너무 희박한 성공확률로 인해 실패해도 손해는 없다.
창조신장이상만 관리하는 특급인 자신이 겨우 예비 창조신의 관리를 맡고 이미 시작한 전면전 예방이라는 무척이나 큰 보상이 걸린 도박과 같은 임무를 받아들인 이유다.
아니 자신의 완벽한 경력에 금이 가니 그것도 용서할 수 없는 손실이기도 하다.
현장요원으로 전임 관리자를 보내놓고 감정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모든 499주우주의 관리자를 움직여서 전면전만을 막아내면 완료다.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도전할 가치는 있어 모처럼 자극이 되고 있다.
하지만 차원의 예비 창조신을 비추는 화면을 보고서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정말 말 안 듣는 계약자네.
계약된 정령신을 아무 사유가 없거나 계약해지 없이 마음대로 죽이면 카르마에 악영향이 오는데 왜 저러지?
뭐? 전뇌계가 추천한 해결방안을 못 믿겠다고?
또 함정이나 계략일 것이라고?
저 정도 불신이면 이미 중증이야.
시간 좀 걸리겠어.”
화면에 나타난 사념을 문자로 바꾸어주는 말풍선에 끝없이 ‘도저히 못 믿겠다.’와 ‘다 죽여 버린다.’라는 말이 새빨갛게 도배가 되듯 빼곡하게 가득 차 있고 거대 육전 괴수형 이동요새를 허공으로 통째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수십 개의 압축된 행성이 거대 늑대신의 주변을 공전하면서 그 인력과 척력만으로도 신체를 부술 기세다.
주변의 정령신들과 거신족의 주신이 놀라서 도망치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말려들은 정령신들은 일일이 차원의 권능으로 빼내면서 이동시키고 계속 공중으로 끌어 올린다.
이미 대지까지 이미 송두리째 들려지고 모래알처럼 부수어 지고 있다.
창조신의 완전권능영역인 일천 킬로미터 이상의 공간과 시간, 대지 전부를 조정하고 있다.
일반 창조신도 가능할지 의문이 갈 정도로 강대한 권능을 보여주는 차원의 예비 창조신의 전신에는 살기와 투기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외치는 소리를 들어보니 알겠다.
“역시 전뇌계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었어―!
감히 나를 또 공격해-!
내 생명을 노렸단 말이지?
모두 날려버린다.”
몸 상태를 긴급 점검을 해보니 목 부근에 가는 피가 흐르는 부상을 입고 있다.
가볍게 피부가 갈라진 정도지만 마도 기계신이라는 생체갑옷을 가진 계약자의 엄청난 방어력을 보면 분명 잘못하면 치명타였을 것이다.
절로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다.
“499주우주는 관리자뿐만 아니라 정령신들도 제정신이 아니군요.
계약자를 진심으로 공격해서 스스로 유리한 상황을 버리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그 새 무엇이 잘 못되었나요?”
전뇌계의 관리자들을 징계하는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과거의 자료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