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라승혼(修羅乘昏)-! 전부를 위해 희생한 신계 수호신 -->
그는 기울어진 술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마시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저 수준의 강함으로는 이제 차원이자 근원이라 불러야할 차원의 마도신이 보여준 광역권능의 효과가 너무나 기가 막힌 것이다.
500억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살아오며 무수한 차원의 권능을 가진 자들이 많이 있었지만 저런 권능이 나온 적이 없다.
대부분 독자의 차원을 형성해 진정한 강자와 주인으로서 군림하기를 원하지 남 좋은 일을 하려는 절대자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약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광역 승급지원이라는 사상초유의 차원의 일면을 깨운 것은 저 차원이자 근원이 최초다.
원래 저럴 필요가 전혀 없다.
거의 궁극에 도달한 차원의 절대자는 너무나 유능하고 강대하다.
독립된 세상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자신도 꽤 강하기에 자연스럽게 강력한 부하들이 따른다.
거기에 스스로 강자들을 창조까지 가능한기에 저런 부하들에 대한 광역권능지원이 필요가 없다.
이미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12써클에 올라 차원의 권능을 발휘할 것을 예상하고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결국 차원의 창조신의 권능이 발동하는 것을 보고 승산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처음 설정한 차원의 창조신의 권능은 필요한 연산력과 신력이 동급에 비해 10배 이상이나 전장상황에 따라서는 창조신장조차 타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든 초월적인 설정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갑자기 본인의 수준의 하락을 각오한 1써클의 광역 상승지원이 튀어나오자 모처럼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연산력 부족으로 전장에서 고정까지 되어 버렸다.
창조신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비이성적인 선택이다.
“하하하하핫-!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웃음이던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다 결국 홀로 군림하는 ‘차원’의 권능이 저렇게 변하다니?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광역지원권능을 선택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차원의 권능을 가졌던 존재들 중에서는 유래가 없군.
이건 ‘근원’의 칭호의 영향은 아니고 개인의 성향이로군.
타인의 애정을 아직도 저런 식으로 갈구하다니 어린애로군.
하하하하하핫-!”
허나 웃으면서도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다.
큰 대가가 필요하지만 생명체는 정신체가 부활이 가능하고 정신체는 영원체가 복구가 가능하다.
생명체가 생명체를 죽음에서 부활시키고 정신체가 정신체를 소멸에서 복구시키는 것은 해당 주우주에 영향이 너무 크다.
유한한 생명체는 죽음이 순환의 시작이고 무한인 정신체는 소멸이 끝이다.
그 기준이 바로 질서를 유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자신들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기에 신이고 절대자인 것이다.
그래서 그 이상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상위의 존재외에는 허가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그 영향까지 감당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허락이 되어 있다.
그런데 자신의 차원영역 안에서 차원외의 존재인 정신체를 복구했다.
아주 미묘한 일이다.
물론 그 영향까지 ‘차원’이란 권능으로 감당했지만 정신체가 정신체를 죽음에서 부활도 아닌 소멸의 복구를 한다는 것은 책임질 수 없는 무책임한 일이다.
막약 창조신들이 소멸된 신을 모두 복구해달라고 차원의 마도신에게 몰려가면 과연 거절을 할 수 있을까?
저 능력으로는 결코 거절을 할 수 없으니 끝없이 복구하다 자멸할 것이다.
본인이 감당만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해도 상관은 안하지만 창조신정도로는 결코 이렇게 주변 영향을 해소할 수 없고 질서 자체가 뒤흔들린다.
지금도 차원의 권능이 독립된 세계를 구현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거의 지역우주 단위의 재조성이 필요할 정도의 악영향이다.
물론 ‘차원’을 가진 절대자이외의 존재가 저러거나 모든 제한을 해제하는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이 아니라면 본인뿐만 관련자 전원을 이미 벌레나 대신족으로 만들어 피해복구를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용케도 버티고 있으니 처분은 일단 보류다.
“흐음.
조금 미묘하군.
하지만.......하하하하하하-!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의 권능을 가진 절대자가 다른 존재들에게만 이득이 되는 창조신의 권능을 선택하다니 이런 희극도 없군.
이거 다음 단계도 기대가 되는데?
하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대전을 가득 채우자 조심스럽게 왼쪽 벽의 문이 열리며 3명의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모두 그와 같은 복장에 비슷한 평범한 얼굴을 하였지만 각기 상반된 분위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등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각기 다른 1쌍의 날개의 빛들이 인간과는 다른 종족들임을 알리고 있었다.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무척 놀란 듯 움찔하였으나 곧 공손하게 큰 절을 올리고 그대로 일어서 고개를 숙인 채 가운데의 인영이 나직하게 말한다.
“할아버님을 뵈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
3명의 인사를 그가 가볍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받는다.
“오냐. 너희들도 건강하게 복 많이 받도록 하여라.”
영원한 절대자이상의 존재들에게 건강이나 장수하라는 무엇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미소에 오른쪽에 있던 황금빛의 날개를 가진 인영이 같은 미소를 띠며 공손히 묻는다.
“모처럼 즐거우신 것 같사옵니다.
역시 499주우주의 창조주이옵니까?”
499주우주 창조주의 무수한 도전을 가볍게 제압하고 올 때마다 저렇게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기분이 좋으셨는데 이번처럼 크게 웃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해 놀라 것이다.
다른 주우주의 창조주들은 1억년도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이미 주우주의 복속을 혼자서 시작하신지 400억년이 경과하고 498개의 주우주가 완전히 절대계에 동화되었다.
동화의 단계는 언제나 똑같았지만 누구도 막지 못한다.
‘제압 후 지원하여 최대한 발전시키고 낙오자들을 개량한 대신족으로 자립을 시험한다.’
제일 먼저 창조주와 모든 전력을 혼자서 완전히 제압한다.
창조주와 동격의 권한을 얻고 같이 주우주의 관리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와 절대계의 모든 권능의 정보와 지원단체인 전뇌계와 대신족을 전폭으로 제공할 정도로 모든 지원을 다한다.
목적은 극한의 발전 가능성의 발굴이기에 그야말로 비약적인 진화를 돕는 것이다.
물론 발전과 진화에 방해되는 모든 것은 그가 직접 처리한다.
그리고 신족의 1세대가 경과한 후로 해당 주우주에서 진화와 발전 도중에 발생한 창조신급 존재를 변화시킨 대신족을 전원 투입하여 생존의 자격을 시험한다.
이 과정 중에 소수의 대신족의 투입은 전투경험을 쌓으라는 의미다.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단독의 점령전쟁이고 오만한 지원이지만 시행하는 것이 그이다 보니 아무 문제가 없다.
너무나 간단한 전쟁이고 심판이지만 이 과정조차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주우주가 부지기수였다.
강함의 차이는 그렇다 치고 그의 지원이 워낙 다르니 창조주들에게서 절대계로의 전향이 엄청나다.
아니 순수한 강함과 창조력의 결정체인 대신족을 상대하는 것에 절망을 느끼고 동화를 택하는 것이 맞다.
결국 창조주들은 부하들의 이반을 감당하지 견디지 못하고 휘하에 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499주우주의 창조주는 달랐다.
부하들이 이반하면 타우주에서 문제가 되어 추방되거나 도망친 존재들을 무차별로 받아들여 싸워왔다.
처음부터 다른 창조주들이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모든 신족과 마족을 이끌고 뒤에서 지휘를 하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최전선에서 도전한 존재였다.
주우주의 모든 것을 가진 창조주 특유의 품격과 오만은 모두 버리고 마치 말단병사처럼 그에게 제일 먼저 달려들었다.
환희의 외침을 지르며 말이다.
“드디어 증명할 기회가 왔다.”
이유는 모른다.
다만 동화차례가 된 창조주들이 두려워하는 것에 비하면 마치 이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도전을 해 간다.
그리고 휘하의 전력조차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광기에 찬 창조주의 전투를 보이며 이기지는 못하지만 어떤 공격도 버티고 버티었다.
그래서 아무리 길어도 하루면 끝날 주우주 전 전력의 제압이 이틀이나 소모되었다.
3명의 머리에 499주우주의 창조주가 영원체이면서도 너무나 권능과 힘을 소모하여 말소직전에 도달할 정도로 고갈된 신체를 이끌고 최후에 정신을 잃으며 짐승처럼 외친 목소리가 생생히 울려 퍼졌다.
“보라-! 이 어리석은 자들아-!
나와 내 주우주는 너희들보다 2배 이상 버티었다.
난 틀리지 않았다-!
모든 존재에게는 창조주가 앞장선 강함의 추구야말로 올바른 길이다.
화합은 진정한 위기 앞에 방해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정답이었다 말이다.
나야말로 진정한 창조주다.”
지독한 원한과 만족에 싸인 외침을 내뱉으며 그렇게 499주우주의 제압은 끝났다.
499주우주의 창조주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절대계가 조사한 결과는 의외였다.
간단하게 창조주들에게서 499창조주는 왕따였고 관리하는 주우주역시 최약체로 멸시받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창조주들과는 너무나 다른 이상과 행동 때문이다.
“통일과 화합이 아닌 다름과 경쟁이야말로 세계의 발전원리이다.
또한 창조주는 그 전면에 서서 앞장서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결코 달콤한 결과만을 원하는 권한의 위임은 책임의 회피다.”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모든 존재의 위에 오른 창조주들에게 가진 주우주의 안정과 번영은 당연한 일이고 필요한 양 이상의 정기가 자동으로 보급되는 이상 더 이상의 전투를 할 필요가 없다.
창조주의 위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며 창조주들끼리 싸워도 주우주가 존재하는 한 영원불멸의 존재성을 획득한 영원체의 특성으로 승부조차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신족이 지배세력으로 대리 관리를 하고 타락을 방지하기 위해 악마족이 저항세력으로 움직이고 창조주간에는 서로 평화로운 삶을 영유하고 있는데 갑자기 다시 현장에서 뛰면서 경쟁하자고 주장하니 미친 창조주 취급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어렵게 직접 주우주를 이끌어 왔다.
창조주가 나서서 주우주를 직접 관리하며 현장에서 뛰자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모든 존재들이 분명 강해지기는 하지만 버티지 못하고 편한 생활을 찾아 다른 주우주로 가버리고 그들에게서 시작된 악소문이 당연히 돌아서 하위의 주우주로 낙인찍혀 갔다.
모든 노력과 열정을 다하고도 맡은 주우주는 갈수록 약해져 가고 평가는 나빠진다.
그럴수록 미친 듯이 더욱 일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유능한 창조신이상의 존재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자 이제 창조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편의를 무시할 정도로 일만을 해갔다.
보다 못한 창조주들이 집단으로 499주우주의 창조주에게 경고했다.
“창조주답게 직접 일을 하지 말고 부하들에게 위임하고 창조주의 품위를 지키라.
이 이상 특이행동을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
“난 내가 믿는 나의 일을 할 뿐이다.
너희들이 정한 품위는 너희만 지켜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결과만이 모든 것을 심판할 것이다.”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관계에서 정상적인 대화가 될 리가 없다.
결국 창조주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무시를 당해도 본인의 수련과 주우주의 발전에 매달렸다.
그렇지만 모든 주우주에게 고립된 주우주는 성장한계가 있었고 점점 피폐해져 갔다.
물론 소속된 개인들은 분명히 강했지만 버티지 못하거나 포기한 존재들이 워낙 많아 수가 너무 적은 것이다.
결국 절대적인 충성을 받아야할 부하들에게조차 외면당하면서 망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다른 창조주들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을 멈추지 않은 499주우주의 창조주에게는 그의 주우주의 동화를 위한 지원은 구원 이였다.
창조주로서 존재의미를 증명해줄 유일한 방안이었기 때문이기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그마치 10세대를 버티며 본인과 휘하세력을 강화하며 도전을 계속해왔다.
영원한 행복을 추구하는 그에게는 다른 창조주와 맞서서 영원한 투쟁을 선택한 창조주가 나쁘게 여기지 않기에 나름대로 좋게 생각해주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대답은 외외였다.
“아니다.
499주우주에 이번에 부족하나마 차원의 창조신이 생겼다.
그러나 권능이 재미있어 웃고 있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의미는 지대했기에 모두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입에서 재미가 있어 웃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소리이며 차원의 창조신이 나왔다는 것은 곧 영역확장을 의미했다.
자신들도 절대계의 지배세력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주우주의 변화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력을 이끌지 않는 그 외에는 차원의 창조신이 탄생했다는 말을 무시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화면을 잠시 바라보며 차원의 마도신을 살펴본 본 3인의 얼굴에 곧 황당하다는 표정이 모두 떠올랐다.
“창조신으로서는 개인에 대한 1써클의 승급지원만으로도 대부분의 권능이 소모되는데 그걸 광역으로 하며 자신의 하락을 감수하다니 이게 무슨 비효율적인 선택인지?
그리고 연산력 부족으로 움직일 수도 없다면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아닙니다.”
“다른 현실부정은 이해가 가는데 왜 차원의 창조신이 저런 악수를 두었는지?
차라리 자신을 1써클을 상승시키고 이동하며 싸우면 저보다 더 강력할 것 인데?
아무리 부하를 승급시켜도 본인이 약하면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마신을 마신왕으로 만들어도 초월의 권능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본래 위력을 가질 수 없는데 초월의 권능을 가진 주신이상의 존재는 무척 희귀합니다.
본래 차원이 필요한 인원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서로 종족이 달라 관점도 다르다 보니 의견은 나누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차원의 창조신으로서는 낙제인 권능이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웃기는 했지만 직접 전투적인 부분이지 그 점만 무시하면 절대계에서도 수위에 들 만한 권능이다.
“허나 보조적인 권능으로서 더없이 유용은 하다.
창조신급의 신격을 느껴본 존재들은 느끼지 못한 존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성장에 유리하고 차원의 권능이면 지원조차 가능하다.”
“하지만 할아버님. 정작 본인이.........”
감히 반론을 하지 못하지만 저건 너무 이상했다.
절대적인 명령권을 가진 창조신장이면 모를까 자 차원의 창조신은 아무리 보아도 흑마도사의 마도신이다.
그럼 자신보다 승급된 부하들을 다룰 수 없다.
힘이 전부인 흑마도사나 마도신이 인망이나 덕으로 자신보다 강해진 존재를 다룬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일반적인 빛의 신들도 부하들과 힘의 관계가 역전되면 당연히 탄핵되거나 반란이 일어난다.
저 소멸에서 복귀시켜 마신왕으로 승급시킨 마신도 만약 차원의 권능이 없으면 다시 소멸된다는 보장이 없었다면 어떤 사정이 있어도 저런 계약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저 정도 경지의 존재에게 과거의 고마움과 현재의 손해 중 어느 것이 중요할지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
혼자서 전장에서 싸워야 하는 마도신이니 웃고 있는 것이지.
어떻게 감당을 하려나?
하하하하하하”
“차원의 창조신이 저런 권능이라니?
훗! 흥미롭군요.”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듯 같이 웃으며 화면을 쳐다보는 3명의 얼굴에서 서서히 영향을 분석하는 듯 눈빛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의 입장으로서는 영 아니지만 만약 부하로 둔다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절대계의 입장에서는 출신이 인간이든 신이든 마신이든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바로 전부이기 때문이다.
한편 차원의 신계는 편안했다.
차원의 마도신이 본인의 절대 자랑스럽지 못한 전투성향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여 신계자아에게 전투상황에 대해 절대적으로 함구하게 한 덕이다.
물론 나중에 다 밝혀지겠지만 직접 현장을 보는 것과 나중에 기록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다르고 저 정도 규모의 파괴가 이루어지면 정확한 기록도 힘들다.
물론 차원창세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한복원’을 지원받은 그랑조아는 전장상황을 알고 있지만 주신급으로 겨우 복귀한 지금 수준으로 창조신이상의 전장으로 판정이 난 이상 신계를 통한 권능 지원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더구나 차원의 마도신으로부터 신계자아와 같은 어떤 말도 하지 못하게 ‘명령’까지 받은 상태이며 종속신으로서는 본인에게 아무 위해가 없기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제 기존의 수백억의 엘프들을 거의 하이엘프로 바꾸어서 중간계의 자연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공으로 카르마의 ‘극악’에서 벗어나 ‘극선’에 도달한 신체를 회복시키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신계에 환희에 차서 복귀해보니 완전히 변해있고 대부분이 처음보는 신들이다.
결국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주신들을 찾았지만 모두 후궁이 되어 주신의 신전에 있다는 소리에 기가 막혔다.
여주신들이 남주신들을 얼마나 불신하고 싫어하는지 잘 아는 이상 예절이나 주변의 시선을 따지지 않고 바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찾아낸 것은 여주신들과 정령주신간의 엄청난 살기가 몰아치고 있는 우주수의 대욕탕의 안이었다.
같이 주신전의 우주수의 대욕탕에서 몸을 담그며 회복하고 저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여기도 상황이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아아아. 상황이 많이 복잡해졌네요. 어머니.”
“그.......그렇지.
하지만 곧 정리가 될 것이다.”
어쩐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말을 돌리는 그랑라하의 모습도 낯설고 그 강하신 이모님들이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욕탕에서 같이 몸을 담그고 있는 주변의 존재들을 경계하고 있는 것도 기이했다.
상급 주신에게조차 당당했던 분들이 복잡한 얼굴들이다.
그리고 대욕탕의 반대쪽에 언제 이렇게 수가 늘었는지 본래 신계에서는 귀한 주신급들이 우글거리며 그 넓은 대욕탕을 채우고 있고 감히 여주신들에게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는 정령 여주신들도 거의 이백을 넘기고 있다.
자신들은 주신이 8명이고 주신급은 겨우 5명인데 정령신들의 신체가 없다는 제약을 고려해도 최소 2배가 넘는 전력 차이다.
그 중앙에 최상급신의 신체이면서도 자신조차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은 차원의 권능을 줄기줄기 뿌리는 흑발의 정령신이 가장 문제다.
아무리 보아도 차원의 권능인데 이질적이지만 묘하게 강화되어 있어 척보아도 강하다.
거기다 차원의 권능으로 신체가 약한 정령신들의 회복도 돕고 있다.
이건 적이라면 정말 심각한 상태고 같은 신계라면 어떻게든 과거처럼 동맹을 맺어야 한다.
어차피 여주신들도 그렇게 동맹이 되었으니 어렵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주변의 분위기를 보니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서로 철천지원수를 보는 표정이다.
아마 차원의 주신이 신계 안에서 투쟁금지이고 어긴다면 모두 차원의 정령계로 감금한다는 통보가 없었으면 벌써 여기저기서 전투가 벌어졌을 것이다.
“과거의 적들이군요?
최초의 주신대전에서의 생존자들인가요?
투신이 대부분인 남주신들은 모두 정기와 권능을 회수당하고 처분을 당했으니 그 반려나 소속 여주신들이군요.
동맹 가능성은 전혀 없겠어요.
정상에서 바닥에 처박은 것이 저희들이었으니 신계에 들어온 이상 똑같이 복수하려고 덤벼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현재 무승부로 대치중인가요?
이게 사실이죠?”
“그.........그래.”
그랑라하와 여주신들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하나하나 정령 여주신들을 지목하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을 들을 때마다 그랑조아의 이마가 좁혀졌다.
들어 불수록 만만한 정령주신들이 아니고 신체가 정상이라면 자신도 방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투신들이다.
신체가 없는 상태로도 여주신들과 대등하게 싸웠다니 놀라운 힘이고 주신대전의 생존자들이며 정령계에서 이제까지 버틸 정도면 이해가 간다.
그나마 자신이 신계에 복귀를 해서 어느 정도 전력의 비율을 맞추었다.
다시 싸운다면 어머니와 여주신들의 통합신력연결로 이길 자신은 있다.
허나 자신들이 저 정령주신들을 상대가 가능해도 워낙 수가 많이 차이나니 공멸을 피할 수 없다.
자신들이 살아남아도 휘하 여신들은 모두 전멸이 될 것이다.
단기 결전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이면주신’이라는 기괴한 마도권능을 가진 로키나와 지금도 행성이 압축된 별들을 이제는 공깃돌을 돌리듯 수면위에서 손가락으로 튕기고 있는 헤파이스가 문제다.
한눈에 보아도 연산력이나 신체가 자신들보다 우월하다.
헤파이스 역시 비록 전투경험 부족으로 토리나에게 지기는 했지만 다시 붙으라고 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신계의 방어막을 통한 공격이 통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의 오의를 익힌 신체에 타격을 줄 방법은 오직 ‘헌신서약’을 통한 상위신격으로 승급을 한 후 집중공격이 유일한 공격법인데 그러면 다른 정령 여주신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어 세력이 전멸할 우려가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그랑라하가 나서서 주요 인물들을 암살을 하자니 신계주신이 공식전 외에는 금지를 한 것이 발목을 잡는다.
이 명령을 무시를 하기에는 예비창조신이 된 차원의 주신이 마음에 걸린다.
신계 주신이 되어서 한 첫 명령이기에 사정을 보지 않고 처분하려 할 것이고 새로 편입된 정령신들이 때는 지금이라고 가세하면 완전히 세력이 기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첫 번째의 전투에서 무승부이후에 개방된 주신전에서 서로 과거의 신력과 신격을 회복한다고 대욕탕에 몸을 담그고 이렇게 대치중이다.
이렇게 밖의 상황을 신경을 쓰지도 못하고 서로 능력이 뒤쳐질까봐 완전 무장상태로 욕탕에 푹 잠그고 있고 수백 명이 넘는 주신급 이상의 고위 여신들이 모두 그러면서 외부의 변화도 신경을 못 쓰고 있다.
그나마 차원의 주신이 창조신이상의 적이 넘쳐나는 살아남기 힘든 용병전쟁 중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자신이 유일할 정도다.
이 차원의 주신전은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독립된 세계의 구조였기에 출입이 허가된 주신급 이상의 존재와 일부의 연락을 맞은 최고위 신들 외에는 연락책이 없는 것이다.
지금 밖에서 신계와 행성이 창조신성으로 엄청난 발전을 벌어지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차원의 권능으로 연결된 자신과 저 로키나라는 마도신외에 없다가 서서히 퍼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누구도 정기회복과 신체구성에 이상적인 우주수의 정기가 넘치는 대욕탕을 벗어나지 않고 이런 대치중이다.
당장 전투가 벌여도 시원찮은 원수가 눈앞에서 빠르게 회복 중이라 벗어날 수가 없다.
창조신성의 행성과 신계라는 열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쉽게 커졌지만 과거 때문에 그것을 서로 쉽게 누리지는 못하는 한심한 꼴이다.
“차라리 상급주신인 신계주신을 견제하기만 하면 되었던 과거가 상황이 나은 것 같군요.
같은 여신들끼리 견제를 해야 한다면 남신이나 신계주신의 독주를 막을 수가 없어요.
여신들이 공공의 적이 아닌 서로가 경계를 하면 신계주신에게 어쩔 도리 없이 기댈 수밖에 없고 그럼 신계 전체의 발전을 위한 기존 여신위주의 모든 질서가 무너져요.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결국 그랑조아의 입에서 곤란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힘의 회복이 최우선이다.
주신급으로서는 초월적인 강함을 지녔던 과거의 수준으로 돌아왔으나 변화된 신계 사정에 대응할 정도가 아니다.
더구나 창조신성으로 승급된 신계와 행성의 관리도 자연적인 안정이 될 때까지 신계자아에게 맡기고 창조신성이면서 강화된 신계관리주신의 자격요건을 빨리 충족시켜야 제대로 신계의 지원을 받아 전력차이를 벌릴 수 있다.
이건 저 쪽도 같기에 모두 필사적으로 회복에 전념을 하고 있고 당분간은 이런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아마도 신계주신이 용병전투에서 돌아와야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랑조아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신을 보호하듯 둘러싼 그랑라하와 여주신들을 쳐다보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자신의 입장이 그랑라하의 딸이고 어릴 적부터 서로 돌려가며 키우다시피 하신 여주신들이다 보니 이런 물음을 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지만 이건 꼭 사정을 들어야 했다.
“어머니. 그리고 이모님들........자발적으로 후궁이 되셨다고 들었는데........그것도 모두 같이.........남주신들을 싫어하지 않으셨나요?
그리고 정식반려도 아니고 모두 후궁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일인가요?
더구나 어머니까지?”
결국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은 여주신들이 이미 준비되었던 답변을 쏟아내었다.
자신들이야 과거 신계주신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왕처럼 지내던 시절을 경험을 했으니 거부감은 적지만 그랑조아처럼 여신위주의 신계에서 자라난 여신의 입장에서 신계주신에게 후궁이 여러 명이 붙는 것은 도저히 용납을 못할 일이다.
아마 ‘헌신서약’까지 존경하는 어머니인 그랑라하가 주도해서 한 것을 알면 차원의 주신과 사생결단을 내려할 것이다.
물론 주신으로서도 대신족의 주신과 대등할 정도로 강하다가 예비 창조신에 이른 차원의 주신을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 자신들보다 초월권능을 가지고 있어 언제인가 반드시 창조신이 될 그랑조아의 미래를 위해 막아야 했다.
무엇보다 언제 이렇게 부하들에게 후한 창조신을 만나 이런 막대한 지원을 얻을 기회가 올지 모른다.
어떻게든 이 체제를 장기화하게 유지해야 한다.
“임시란다.”
“맞아.
동맹의 증거라고.”
“계약을 하고 주변의 신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야.”
“보렴.
아무 제한도 없잖아.”
“후궁이면 이것저것 해야 하지만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후궁이라기보다는 동료지.”
궁색하지만 그래도 사실에 근거한 변명에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하고 의혹을 지우지 않는 그랑조아에게 진땀을 흘리는 여주신들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반대쪽에 떨어진 남주신들에게 배정된 욕탕에서는 지금 화기애애한 대화가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었다.
일단 우주수의 수액에 몸을 담그기만 하면 부족한 정기가 보충되니 서로 이야기를 하며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
지식의 신과 태초의 투신들은 워낙 수가 차이가 나니 여주신들과의 권력싸움은 포기하고 오직 강대한 신계주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이 상황을 즐기기로 작정을 했다.
더구나 전능신족이며 현재 가장 강한 상급 주신인 가이아나가 자신들의 대표를 맡고 있으시니 잘 막아주실 것이다.
용병신으로 힘겹게 살다 겨우 자리 잡은 주신성에서 여주신들과 치열하게 대립하다 겨우 찾아온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물론 강대한 예비창조신인 차원의 주신 덕에 얻은 여유이기에 더 강한 신이 생긴다면 변하겠지만 당분간 그럴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들 즐거운 것이다.
거기다 창조신성소속의 신이라니 어지간한 신으로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기회이고 영광이었기에 더욱 미래에 대한 기대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