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지도 모를 미래 -->
그래도 교황이라고 계속 애원을 하려했지만 신체가 박살나고 남은 타격을 받고도 안 죽은 신체의 고통 때문에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 한계였다.
신기하게도 죽지는 않고 그이상의 고통만 주고 있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어떤 신기인지 모르지만 이건 반죽음직전까지 패고 또 패기 위한 구타 목적의 훈육도구가 틀림없었다.
그런 전쟁신의 교황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용족의 왕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차하면 자신도 저 꼴이 된 다는 것은 이미 눈치를 챘다.
이미 일방적인 결정사항의 통보지 여론을 듣는 자리는 아니다.
저 흑마도사출신의 주신에게 그런 배려나 자비가 있을 리가 없다.
먼저 나서지 않은 것도 신계의 최상급 신들 사이에서 인간형으로 몸체를 바꾼 백금신룡 에렌드라님이 끝없이 눈치를 주고 있는 덕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정신체에게 정기를 보급하는 지성체들의 일부에 자신들의 종족도 명시되어 있는 까닥이다.
용족은 신족의 관리종족으로서 신계의 지원까지 받고 있는 반신격인 종족인데 7써클에 도달한 성용들은 모두 소환되어 있다.
이것은 자신들도 선출전에 들라고 하는 의미다.
하지만 근처를 쓱 보니 어마어마한 숫자에 만만한 존재가 거의 없다.
1대 1로는 반정신체인 용족이 당연히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4명이상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겨우 5만정도인 용족에 비해 초월자의 숫자가 가장 적은 인간종족만을 따져도 이십만 단위가 넘어가고 전체로 따지면 1천만이 넘어간다.
아무리 주신성이라지만 7써클의 초월자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상상도 못했다.
거기다 차원의 마도신이 넘겨준 강화 세계수의 도움으로 현재 가장 강성해지고 있는 하이엘프의 경우에는 머리 수 뿐이 아니라 수준도 만만치가 않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용족으로는 결코 전부 상대가 가능하지 않는데 전쟁이 시작되면 집중적으로 공격당할 것은 분명 자신들이다.
이건 절대 치러서는 안 되는 전쟁이다.
“주.......주신이시여. 저희 용족은 지성체가 아닌 행성의 관리종족인데 왜 저희들까지 참여를 해야 하는지?
모든 용족들은 영광스런 창조신성의 관리종족으로서 이미 모든 힘을 다해 봉사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창조신성의 영향과 신계의 지원으로 8써클의 하급신이 된 용족의 왕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날벼락이었다.
“너희들은 일단 해고다.
용족은 지성체로 참전하라.”
“예예-!?”
너무나 간단하게 관리종족의 위치를 박탈당하고 관리하던 지성체로 내려선 용족의 수장들이 비명처럼 의문형을 내뱉었다.
너무 넓은 지역에 성룡이 적어 비록 일은 힘들지만 그래도 중간계의 관리종족이라고 신계의 지원을 받아 일반적인 생명체와는 비교할 수 도 없는 힘을 쌓아올리고 군림하던 용족이다.
이건 단숨에 해고를 당하고 가족까지 거리로 내쫓긴 가장의 기분이었다.
용족은 반정신체지만 생명체의 특성이 지성에 비해 너무나 강하다.
어디까지나 신계의 지원을 받아 지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신계 주신이 그 위치를 빼앗아 신계 지원을 잃으면 종족자체가 갈수록 퇴보하여 정말 덩치만 큰 도마뱀 괴물이 될 수도 있었다.
아니 아주 먼 과거에 그랬다.
거신족보다 더 강대한 파괴본능에 이성이 거의 없이 날뛰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완전 맹수에 괴물이었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추한 몰골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과거의 감정을 가질 여유마저 단숨에 깨부수는 냉혹한 현실이 다가 온다.
해고사유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주신성을 관리하는데 용족이라도 1백만 이상이 필요한데 겨우 50만도 안 되어 임무수행에 허덕이던 소수 부족이 무슨 수로 1백배이상 거대해진 최고위 창조신성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냐?
단순한 계산으로도 창조신성이 제자리를 잡으면 용족이 1억 이상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추세로는 가망 없어.
용족의 수는 더 안 줄면 다행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정기나 보태고 관리 종족의 일은 창조신성에서 새로 발생된 거신족에게 맡기거나 남아도는 신들을 투입할 계획이다.”
“거신족-! 남아도는 신님들-!”
엄청난 불경을 범하는지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경악의 외침을 내뱉는 용족의 왕이었다.
생명체로서 정점에 도달한 것은 용족과 거신족이다.
행성의 자체 방어병기라고 말해질 정도로 강대한 육체와 힘을 가지고 초기에는 신과 싸울 정도로 강대한 종족이며 사실상 용족과 동맹이며 경쟁자 관계였다.
행성을 관리하기 위한 능력도 비슷하고 자신들은 대기를 거신족은 대지를 맡아서 정신체인 신족과 싸웠다.
그러나 용족은 갈수록 강대해지는 신족과의 전쟁에서 생명체의 한계를 느끼고 정신체로 진화를 위해 신족과 협력했다.
허나 거신족은 워낙 자존심을 내세워서 끝까지 싸웠다.
그렇게 생명체로 발전하다 주신격인 존재까지 생긴 강한 종족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이제야 신들의 까마득한 허공위로 쓴 웃음을 짓고 있는 거대한 거신족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 거체는 적어도 10킬로미터를 초과하는 것을 보니 적어도 주신성에서 발생한 거신족의 주신들이다.
그런 존재들이 십여 체가 넘게 돌아가는 상황을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었다.
신족의 적인 거신족이 왜 신계에 있는지 의문이지만 최소한 행성의 관리면에서는 용족보다 떨어지지 않으니 정말 맹렬한 위기감이 몰려왔다.
더구나 거신족뿐만 아니라 신들이 직접 관리하다니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도 없다.
아무리 행성의 영역에서는 10분의 1로 정신체의 힘이 감소해도 최상급의 신들이라면 용족과는 비교할 수 없는 권능을 가진다.
다른 신계라면 부족한 최상급 신들을 그렇게 부릴 리가 없지만 정령계가 대부분의 출신지인 신계에는 남아도는 것이 최상급 여신들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아닙니다―!
위대하신 신들께서 중간계까지 신경을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더구나 잘난 육체만 믿고 감히 신께 도전하는 불경한 거신족이라니요?
저희들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기회만 주시면 창조신성이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1억 이상으로 만들겠습니다.”
절실한 애원에 대한 대답은 냉정한 냉소였다.
역시 인간출신에 흑마도사라서 일말의 자비도 없다.
“말만 왕이지 겨우 부족장 권한을 가진 주제에 참 잘하겠다.
자기 잘난 맛에 멋대로 사는 어린 것들이 말 잘 듣지?
종족 전체가 개인자아가 극대화되고 집단의식은 결여된 덕분에 종족의 부흥은 고사하고 쇠퇴하고 있는 주제에 말은 더럽게 잘한단 말이다.
다짐만 하지 말고 실적을 보이란 말이다-!”
“실적을 보이겠습니다.
강제 하겠습니다.
무슨 제도라도 도입해서 달성하겠사오니 제발 기회를-!
그 동안의 신계에 충성한 공로를 보아서라도 증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닥쳐-!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해서 창조신성에서 발생될 거신족과 싸우지 않게 해주는 것이야.
너희들이 관리하던 종족들과 싸우게 해주는 것이 보상이다-!
가서 전쟁준비나 해-!
내 창조신성에 예외 따위는 없다.”
모든 종족들이 살고 있던 주신성이 창조신성이 되어 100배 이상 늘어난 영토와 생기에 웃고 있던 것도 잠시이다.
모든 종족에게 이제 진정한 악몽과 같은 시험이 시작되려하고 있었다.
이기면 주신성조차 비교할 수 없는 너무나 풍요롭고 거대한 창조신성을 독식한다.
그러나 지면 모든 일족이 알몸으로 다른 행성으로 내쫓기는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주관한 차원의 마도신은 뭐가 불만인지 연신 이를 부득 갈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부득-! 난 너무 마음이 약해.
내가 당한 것의 1할도 안 내려주다니.
이래서야 언제 홀로 대신족과 인증전을 치루고 창조신이 되지?
아니 승리보다 이제는 생존이 문제로군.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현재 전력을 극대화해서 이겨주마.
그러나 저러나 이것들을 이끌고 과연 가능할까?”
신이 부족하여 정령신계에서 마구잡이로 모은 악연들의 집합체들이다.
자신이 자초했지만 과거의 악연으로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신들인 것이다.
그리고 창조신성에 살기에는 너무나 허약한 종족들이다.
그런 이들을 이끌고 대신족의 창조신의 일족과 싸워야 한다.
창조신성으로부터 추방이 가혹한 것은 안다.
그러나 어차피 대신족과의 전쟁에 밀리면 행성을 봉인이고 그럼 지성체는 모두 정기제공을 위해 동결된다.
패배하면 바로 나무에 열린 열매 꼴이 되어 정기보급원이 될 신세들이다.
오로지 승리 외에는 길이 없다는 것은 차원의 마도신 뿐이 아니었다.
그에 의해 공동운명체로 묶인 모두였다.
그러니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 이겨야만 한다.
비록 아직 절실한 것은 자신뿐이지만 곧 모두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의 악연도 직위도 모두 허상에 불과하고 치열한 현실에서 싸워 살아야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말이다.
본인들이 깨닫지 못하면 주신인 자신이 알게 해준다.
악의가 넘치는 주위와 무능한 부하들에게 발목을 잡혀 개죽음을 당하는 것은 과거로 충분하다.
그러나 난관은 너무나 많고 신족들이 지금 앞에서 하는 짓을 보니 지금도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저것들이 아직도-!
신도가 될 지성체들 앞에서조차 정신을 못 차려.’
그렇게 다짐하던 차원의 마도신에게서 아옹다옹하는 신계의 신들 전부를 능가할 만한 투기와 살기가 해일처럼 서로를 향해 감정을 들어내며 전투 직전인 신들을 강타했다.
예비 창조신을 뛰어넘어 이제 일반창조신보다 강대하다는 평가인 차원의 마도신의 살기에 더없이 창백해진 신들을 향해 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서늘한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다시 신계 주신으로서 절대명령을 아로새긴다.
“신계내부에서 전투를 금지한다.
본인의 수련과 업무에만 집중하고 싸울 자는 신계 밖으로 나가 정정당당히 싸워라.
그리고 승자가 패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이것을 어기는 신은 그 상위자와 하위자까지 ‘신령연옥’에 감금하고 강제노역으로 처분한다.
처벌을 거부하려는 신은 나를 이겨라.
그런 신이 생기기 전에 내가 곧 주신(主神)이며 절대의 계율이다.”
그야말로 폭거이며 도발이다.
신들에게서 엄청난 반발의 파동이 생기지만 그것을 다시 힘으로 눌러버린다.
‘근원’과 ‘차원’의 칭호를 2개를 부분 가동하여 일반창조신을 넘어서는 예비 창조신이며 ‘영원의 심판’을 거친 자신에게 저 정도 신격과 투기는 수가 얼마이든 상관없다.
이미 일반신과는 격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과 신계 신들의 신격과 권능의 충돌에 여기저기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신들이다.
그것을 오연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더 이상 직접적인 반응이 없자 허공에 시선을 돌려 저 멀리 절대계를 쳐다본다.
손에는 어느새 ‘파멸유혼검’이라 불리는 ‘살생과 파괴 불가’의 절대신기가 들려있었다.
그에게 받은 ‘근원’뿐 아니라 ‘차원’의 칭호를 가진 절대자로서 인정받은 증거이다.
더구나 ‘영원한 심판의 시작’을 견디어 내고 그에게 직접 받은 감당을 못할 영광과 시련의 증거이다.
이것을 스스로 버리지 않는 한 자신의 운명에 평안은 없다.
지금보다 더한 반발과 시련을 감수하고 저들을 이끌어야 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원망과 증오를 보이는 지성체고 신들을 보면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
허나 꽉 움켜쥐고서 진심으로 기원한다.
‘진리시여-!
칭호를 가진 절대자 모두의 자랑이시며 공포인 ‘전부(全部)’ 이시여.
저는 다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하오니 제발 자비를-!
이건 너무 가혹하옵니다.
제 몫을 하기는 고사하고 가만 내버려두면 자멸하려는 저들을 이끌고 뭘 어떻게 하라 하십니까?
차라리 용병신시절의 과거처럼 저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할 때가 백배 나았나이다.
어떻게 저런 것들을 데리고 살아남으란 말입니까?’
상위자의 자비가 절실한 것은 저들보다 자신이 더했다.
저들은 소멸되면 끝이지만 이제 자신에게 소멸도 안 된다.
그것이 ‘근원’이며 ‘차원’으로서 ‘상’과 ‘벌’을 받은 대가이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땅으로 떨군다.
이제 이런 자비를 바라는 것도 사치다.
더 이상 그럴 입장이 아니다.
‘역시 안 되겠지요.
이것이 칭호를 가진 절대자의 길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집단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용납될 일이 아니군요.
허나 저 혼자가 아닌 전부를 이끄는 입장이 되어서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길 것입니다-!’
쿠쿠쿵-! 쿠우웅-!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상을 불허할 정도의 신력과 질량이 신계에 가해지는 듯 그 거대한 대신전이 뒤흔들린다.
그리고 거신족의 주신들이 경이로운 눈으로 저 멀리 하늘을 쳐다본다.
생명체로서는 가장 거대한 자신들조차 믿기 힘들 크기의 존재가 보였다.
해방된 대신족의 창조신이 마치 어머니의 자궁에서 잠들고 있는 것처럼 태아처럼 다리를 양손으로 안고서 반투명한 중심핵에 싸여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전쟁 끝에 얻은 대신족의 창조신의 해방된 신체는 현재 피해복구를 이유로 저렇게 잠들어 있다.
잠들어 있지만 주신성에 버금가는 크기의 저 신체를 유지하고 복구하는데 들어가는 권능과 정기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 부담을 혼자서 모두 감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차원의 마도신이다.
그런데도 신계의 모든 신을 압도할 정도로 신격과 권능을 보인다.
신계에서 가장 높은 영광의 자리에 앉은 차원의 마도신이 자신의 파격적이며 독재적인 결정에 뚜렷한 적의를 보이는 모든 신과 지성체들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고 다짐한다.
‘자비는 약자의 증거니 강자는 오로지 스스로 힘으로 독존(獨存)할 뿐이다.
어떤 시련도 남의 도움은 원하지 않으며 본인의 힘으로 처리를 한다.
이것이 강자이며 칭호를 가진 절대자의 기본이던가?
하지만 이런 엉망진창인 창조신성의 신계를 이끌고 대신족의 창조신의 일족 전부와 독자 인증전인가?
잘들 살아남겠구나.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어차피 벌어진 일이 아닌가?
인증전이고 신계운영이고 다 싸워 이겨주마.’
자신은 투신이고 용병신이며 신족에게는 천한 인간출신의 신이다.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은 채 진정한 창조신성의 주인으로 길이 열렸다.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강제로 말이다.
이것이 절대등급의 카르마계약에서 ‘완전승리’와 ‘일격필살’을 이루지 못해 그에게 받은 영원한 심판의 일부였다.
누구에게는 영광이겠지만 주신성의 창조력을 얻자마자 생존마탑에 틀어박혀 은퇴와 은거를 꿈꾸어온 자신에게는 이런 악몽도 없다.
험한 세상을 모르고 차마 앞에서 덤비지는 못하고 뒤에서 욕하는 지성체와 신들을 보니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아 좀-!
차라리 절대계에 용병신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