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지도 모를 미래 -->
파멸유혼검(破滅幽魂劍)의 일격에 먼지로 변해 사라져버린 차원의 마도사와는 그의 의사와는 별도로 카르마의 계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절차는 진행되었다.
우우우우웅-!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에서 대신족의 울림과 같은 장중한 신력의 울림이 퍼져나간다.
그 주변을 도는 것은 반투명한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낭패한 얼굴의 500주우주의 창조신성이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나는 단지 전쟁을 멈추고 협상을 하자고 약속했는데 그것이 카르마의 계약이 되는가?
창조신장의 발언이기 때문에?
이건 말도 안 돼.’
후계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전투 중지를 약속했는데 여기의 영역은 그가 관리하는 499주우주이다.
일반 신이나 마신조차 철저히 계약에 의해 통제되고 거부할 경우 바로 처분되는 살벌한 곳이다.
직위가 높을수록 지독할 정도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신계라는 집단을 책임져야 하는 신계 주신이 아닌 이상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다른 주우주와 창조신장의 약속은 곧 카르마의 계약과 동일한 제약을 가져왔다.
이제 보니 능력은 창조신장 중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이 높던 499주우주 창조신장 승가람마가 어떠한 비난에도 입을 다물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본인의 관리영역을 벗어나서 창조신장계에 오자마자 미친 듯이 자신을 모독했던 자들을 모조리 박살을 내던 이유였다.
그것을 자신들은 야만스럽고 무식하기는 창조주와 똑같다고 간과했던 대가를 비싸게 치렀다.
“상대의 전투포기 및 이후 평화조약 성립에 따라 승리조건 성립완료.
칭호의 완전개방 및 제한 해제 지원 종료,
절대등급의 카르마 계약에 부과된 ‘일격필살’과 ‘완전승리’의 계약완수여부 확인.
칭호에 부과된 제한 완전해제에 따른 ‘일격필살’의 성립 판정...........”
차원의 마도신이 불완전한 11써클의 ‘전멸세계(全滅世界)’로 500주우주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을 몰살시키는 장면들이 재생되었다.
허나 일부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은 그 공격에서 살아남았었다.
그래서 그들을 기계 창조신들로 충돌시키고 방어신계로 돌진시켜 무참하게 갈아버리는 장면이 나왔다.
분명 일격에 무수한 신들을 일격에 쓸어버렸지만 살아남은 존재들이 있었다.
전과는 대단하지만 기준에 미달이었다.
일격필살을 성립시키지 못했다.
그것을 알기에 화면에 비치는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은 승리보다는 초조감이 더해간다.
과연 정확한 판정이 나왔다.
“불성립.......죽음 확정.”
우우우우우-!
무지갯빛의 양피지가 피에 물든 것 같은 적색으로 변하며 권능을 내뱉는다.
그것은 신조차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을 받을 존재는 이미 먼지로 변해 소멸되고 없었다.
시끄럽다고 그가 소멸시켜버린 것이다.
그러나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는 심판받을 자의 소멸을 용서하지 않고 바로 복구해서 죽음을 선고한다.
그렇게 먼지에서 순식간에 인간의 모습으로 복구된 차원의 마도신의 몸을 적색의 권능이 침투해 간다.
바로 침투한 부위가 순식간에 썩어서 떨어져나가고 뼈가 들어난다.
검게 변색된 썩어가는 피가 우주공간에 자욱하게 펴져나갔다.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자신을 침식하는 죽음에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처참한 전투에서도 신음도 내지 않던 투신이 지르는 섬뜩한 비명에 그 장면을 보는 모든 존재의 몸에 한기가 몰려왔다.
예비 창조신이 소멸했는데 그것을 복구하고 다시 죽음을 선고하는 카르마의 계약의 집요함에 질릴 지경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완전승리’의 성립여부 확인.
개인 대 개인이 아닌 개인 대 단체로 인한 전쟁으로 산정방식 변경.
신족이므로 정기의 숫자로 측정.........”
화면이 바뀌고 정기의 숫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499주우주의 화면에는 끝도 없이 숫자가 올라가고 500주우주의 화면에서는 반대로 내려간다.
총 210조의 숫자가 499주우주에 확정되고 그 숫자만큼의 적자가 500주우주에서 제외된다.
들어난 정기의 숫자에 전장을 지켜보던 모든 존재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우주와 절대계의 까마득한 역사에서조차 이 정도로 극심한 수치를 보이는 승리는 없었다.
겨우 항성계 규모의 전투에서 210조의 피해라니 주우주단위에서 거의 몇 억년을 패배해도 생길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패배다.
500주우주의 신계에서 전장을 주목하고 있던 강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지경이다.
정확히 신계가 가진 정기의 1할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것이 일부의 신계가 아닌 전 주우주를 관장하는 신계 전력이다.
그의 시험을 준비하느라 빠듯하게 운영하던 500주우주에서 이것을 복구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더구나 주요 신족 오리진 250명이 차원의 마도신의 신령연옥에 연금되었다.
신계를 구성하고 있는 신들의 권능이 지금은 이상 없지만 오리진이라는 권능의 중핵이 없는 이상 급속도로 약화되어갈 것이다.
더구나 주전력인 신계 수호신들과 패도신들이 극심한 부상을 입고 대부분의 주요권능이 공개되었다.
이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결국 500주우주의 신계의 거의 3할 정도의 전력이 이 전쟁의 패배로 날아갔다고 보면 정확했다.
단 1번의 전투로 받은 피해로는 믿을 수 없는 손실이다.
관련 긴급보고를 받은 창조신장의 얼굴이 절망으로 검게 물들 정도다.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는 것은 차원의 마도신의 일만이 아니게 되었다.
남은 정기와 오리진들을 어떻게든 돌려받아야 했다.
아니면 강력하지만 대량의 정기를 소모하는 주요전력이 모두 휴면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더구나 오리진들이 없이는 정기의 복구도 아득한 미래의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주변여건과는 상관없이 카르마의 계약서는 판정을 이어간다.
전리품으로 얻은 210조에서 100조가 창조신성의 승급에 들어갔고 남은 정기는 110조다.
세부 평가항목이 다시 들어간다.
전능의 휘와 전지의 성에게 들어간 5천억의 정기는 자체 조달이기에 제외되었다.
하늘위에 군림하는 주신들과 같은 용병주신들도 극심한 정기소모를 보이고 있지만 자체보유하고 있기에 역시 열외 되었다.
하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전쟁 중 소모한 정기가 문제였다.
신계 수호신과 패도신을 견제하면서 광역권능을 난사하며 차원의 권능으로 정신체까지 복구하느라 엄청난 정기가 소모되었다.
거기에 대신족으로 강제 변환되며 소모된 정기에 결국 499주우주에서 일부의 숫자가 감소되었다.
그러자 완전승리의 결과가 일정부분 흔들리듯이 변동되었지만 결국 압도적인 승리로 확정되었다.
그 장면을 살아있는 채로 끝없는 죽음을 경험하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이 이를 악물었다.
신체가 죽음을 겪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눈만은 카르마의 계약의 판정과 신력파동에 모든 것을 기울여서 집중하고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이 예상대로인가?
나는 영원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가?
예측대로이지만.........이건 너무하잖아?
이 정도라면 수고했다고 봐줄 수도 있지 않는가?
크으으윽-! 겨우 죽음이 창조신급의 흑마도사인 나를-!’
투덜거리며 치열하게 자신을 완전히 점유하려고 죽음과 싸우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대승이고 완전한 승리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조금의 배려도 예외도 없는 절대등급의 카르마의 계약서가 최종판단과 결정을 토해낸다.
여기까지는 자신이 보아왔던 칭호를 개방하고 ‘일격필살’의 기준을 통과 못한 모든 절대자들에게 대한 처단과정과 동일하다.
예상대로라면 분명 벌레가 된다.
칭호를 완전개방하고 동급의 대신족을 능가하는 극히 일부의 강자들만이 대신족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판정은 벌레였다.
그 결정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었다.
“완전승리 성립 불가-!
처단방식 판정.
대신족의 창조신으로 전환은 신격부족으로 불가.
대신족의 주신으로 전환역시 신체 능력 부족으로 불가.
최종 판정.........바람성의 생태계에 편입 결정.
등급은 최하로 조정되어 곤충부터 시작.
집행개시.”
꽈우우우우웅-!
카르마의 계약서가 최종판단에 의해 바람성으로 가는 공간의 문을 연다.
우주의 공간에 마치 거기 있었다는 듯이 하나의 문이 생기고 열린다,
열린 틈새로 일반적인 크기의 행성이 보인다.
푸른색이 일렁이는 어디에나 있는 일반적인 지성체가 살아가는 별이다.
그러나 그 별을 보는 모든 존재에게는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분명 499개가 넘는 주우주 너머의 별이다.
그것을 바로 연결시켜버린 상식을 초월하는 공간조정 능력과 저 별에서 느껴지는 있을 수 없는 정기의 양 때문이다.
저 정도의 크기의 평범한 별이 가질 수 있는 정기의 한계는 겨우 100억이다,
과거 주신계의 신계가 있는 우주의 중심인 초거대행성의 경우에도 1,000억이 한계였다.
하지만 주신성은 그 100배인 1조를 가진다.
창조신성인 경우 다시 100배인 100조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저 자그마한 별이 가진 정기의 양은 계측불가능이다.
별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일반적인 생물이 아닌 탓이다.
그가 살고 있는 별이며 그가 영원한 심판을 내린 초월자와 절대자들이 모인 곳이다.
물론 생명체 중 최하위인 벌레로서 말이다.
문이 그 별에 가까이 가며 대기에 무수하게 떠 있는 작은 벌레들이 보인다.
마치 신입을 축하하는 것처럼 크고 작은 엄청난 생명체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의 바람성-!
능력이 부족하여 대신족이 되지 못한 모든 패배한 절대자들과 정신체들이 벌레나 지성체로서 살아가는 곳.........치이이이이잇-!
각오는 했지만 무슨 저런 끔직한 살기와 투기가 행성을 벗어나서 항성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절대자들의 지옥이라는 소문이 정말이었다.’
겨우 주신급으로 올라서서 멀리서 덜덜 떨면서 보던 것과 직접 당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자칫하면 영원히 저들의 일원이 돼야 한다.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 상위의 개체를 혼자서 도전해서 이겨내야 한다,
그것을 끝없이 반복하여 본래의 신격을 되찾았을 때 자유다.
허나 주우주 역사상 그 자유를 얻은 자는 거의 없다.
저 별에서 벌레로 시작하고 끝없이 이기고 승리하여 승급하더라도 단 1번이라도 패배하면 다시 생명체의 최하층의 바닥으로 떨어진다.
모든 생명체가 오로지 승급을 목표로 하면서 비록 신체는 벌레라고 그의 심판을 받을 정도로 절대자로 군림하던 지식과 기억, 권능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다.
단 한순간의 방심으로 신조차 벌레에게 죽어나간다.
그리고 저 별에서는 죽음과 소멸조차 없다.
끝없는 투쟁과 도전만이 존재할 뿐이다.
본래는 그에게 패한 존재들이 모여 다시는 패배하지 않기 위해 무한한 승부와 단련을 하는 별이라고 하였다.
허나 주우주의 제압을 위해 대신족을 만들고 남은 능력미달의 떨거지들을 벌레로 처분하기 시작한 지금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절대자들의 지옥이다.
저 별에서 사는 생명은 모두가 절대급이며 초월급인 생명체만이 호시탐탐 승급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노린 탓이다.
오죽하면 영원한 심판이라기보다는 영원한 지옥이라는 별명이 더 쓰이고 있다.
그것을 보던 이마의 신령연옥의 오리진들과 창조신들의 신령들이 이제 아예 발광을 하려한다.
나의 소멸도 저들을 신령연옥에서 해방을 시키지 못했다.
다시 복구되니 똑같이 복구되었다.
지금 내가 저기 떨어지면 자신들도 같은 신세라는 것을 안 것이다,
죽음을 선고하던 적색의 권능이 물러나고 급속하게 신체가 회복한다.
대신 황토색의 권능의 빛이 몰려온다.
저 것을 맞으면 그대로 벌레로 변하고 바로 저 별로 끌려간다.
나의 수준은 주우주 천체를 보면 역시 평범한 존재 이하였다.
그의 영원한 심판으로 정상적인 대신족도 되지 못하고 벌레가 되어야 한다.
창조신장은 고사하고 창조신장의 후계의 상대에도 쩔쩔매는 이 꼴로는 아무 것도 못한다.
황금빛으로 일렁거리며 타오르는 빛의 날개가 13쌍이 동시에 펴지며 다가오는 카르마의 계약의 권능에 전력을 쏟아 붓는다.
“‘차원’의 권능은 모든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고 구성한다―!
차원 창세(次元創世)―!
어떻게든 진행을 잠시라도 막아라―!”
다가오던 황토색의 권능이 주춤한다.
정면으로는 그가 만들어낸 권능의 극히 일부지만 결코 저항할 수 없다.
하지만 노리는 것은 카르마의 계약 자체가 아닌 주변 공간과 시간이다.
모든 차원의 권능을 동원해서 빛조차 느리게 만들 정도로 시간의 흐름을 늦춘 것이다.
공간도 무수하게 중첩시켜 실제 이동거리를 끝없이 늘렸다.
카르마의 계약서도 돌발 상황에 주춤한다.
하긴 주우주의 신이 그의 권능에 반항하는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그의 벌을 상으로서 받을 차례다.
그의 자랑이 되는 대가를 치루기 위해서 어떤 미친 짓이라도 한다.다만 이제 푸른 행성의 대기 전부를 새까맣게 물들인 벌레와 생명체 무리를 보니 저절로 영창이 나온다.
“이계로 가는 문을 열어라.
차원의 문-!”
나의 뒤로 지금의 내가 겨우 통과할 만한 차원의 문이 열린다.
이건 조건반사이고 보험이자 협박의 재료다.
결코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다.
이대로 도망가려고 절대 등급의 카르마의 계약까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자꾸 뒷걸음이 쳐져지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