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의 영원한 심판 -->
그런데 쓰러진 차원의 마도신이 굉음과 함께 허공위로 다시 튕겨져 나간다.
10중심들이 눈에서 흐릿한 놀람이 일렁거렸다.
퍼어어억-!
새로이 회색이 된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갑자기 벌인 짓이다.
비록 마도신의 오리진이 구현했다고는 하나 분명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맞다.
그런데 과거의 차원의 마도신을 망설임 없이 무참하게 패고 있는 것이다.
심하게 복부를 강타당한 듯 다시 피를 토하며 위로 날려진 차원의 마도신의 눈이 이글거리며 주시를 하고 있지만 표정은 싱글 벙글 이고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클클-! 죽은 척하며 허점 노리기?
그거 효과 좋지-!
다만 통한다면 말이다.”
그 비웃음의 대상인 차원의 마도신은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상대에게 느끼는 것은 완성된 차원과 마도의 혼합권능이다.
거기에 근원의 효과까지 완벽하기에 신력의 차이를 감안하면 결코 이길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2만년 동안 가속된 시간 속에서 죽어라 싸우며 분명 손에 넣었던 흑염의 정기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13써클의 마도가 송두리째 증발했다.
그 빈자리를 다른 정보가 채워져 있지만 분석할 시간도 없다.
어떻게든 저 자를 타도하고 다시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 상대가 마도신의 오리진이든 뭐든 말이다.
어차피 오리진에게 도움 받은 적은 손톱만큼도 없고 초기에 입문했을 때 받은 전뇌계로부터 받은 자료가 전부다.
그 기초자료를 기반으로 여기까지 강해진 것은 온전히 자신의 공인데 송두리째 빼앗기니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이를 갈며 달려들 수밖에 없다.
“으득-!
기간틱 메테오(Gigantic meteor)-! 코아(Core)-!”
차원의 마도신의 주변에 거대한 별들의 잔영이 겹치며 압축해간다.
가만히 보기에도 위험할 정도의 무엇인가가 준비되는 것 같지만 그 광경을 가만히 보던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험악한 경고가 터져 나왔다.
“이 멍청한 놈-! 구경하는 놈들이 많은 이런데서 밑천을 바닥까지 들어내지 마라-!
자기 무덤파기다.
무엇보다 마도신의 오리진인 내가 직접 구현한 미래의 ‘회색’이 된 나와 마도의 연산속도를 겨룰 셈이냐?
현실부정의 권능대결?
쿡쿡-! 하찮다.”
모습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 광경을 본 차원의 마도신이 다급하게 본인도 모습을 흐릿하게 지원지만 허공에서 다시 폭음과 함께 피가 터져 나온다.
프아아아악-!
“크윽-! 이런 빌.......빌어먹을......”
“난 미래의 너라니까.
어떻게 할지는 다 알고 있다.
내게 방해가 되면 과거의 나라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구나.”
모든 권능과 마도가 자신보다 위이고 마도신의 현실부정조차 엄청난 수준차이가 나니 대항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방금 미래의 자신이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니 마도신의 오리진이 흡수한 13써클을 기반으로 마도로 구현한 미래의 자신이 맞다.
목소리와 신력파장까지 자신과 같다.
거기에 창조신장의 증거인 27쌍의 빛의 날개와 거기에 덧붙여진 마신황제의 증거인 27쌍의 암흑의 날개는 항상 생각해왔던 최강의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런 꿈이었던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오리진의 오른손이 가슴을 관통하여 심장을 잡고 있었다.
더구나 권능까지 직접 접촉해서 제어하고 있으니 어떻게 반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두근두근-!
상대의 손에 움켜쥐어져 몸부림치는 심장의 박동을 스스로 느끼며 이를 더욱 악물어갔다.
승산은 아예 없다.
숨겨놓은 최종마도를 다시 발동해도 상대가 같이 발동하면 오히려 더욱 처참하게 당한다.
창조신장과 비견되는 10중심의 최고위 일족을 쓰러뜨린 비기이지만 원래 동일한 권능을 가진 존재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최강의 권능이지 이렇게 복사당해 버리면 끝장이다.
미래의 자신에게 모든 수단이 완전히 봉쇄되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처참한 상황인 것이다.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변해서 마도신의 오리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증오는 없지만 무척이나 대견하다는 듯 온화한 목소리였다.
그런 상대가 소중한 13써클의 권능을 흡수하고 목숨까지 위협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지만 말이다.
“현실은 무엇이냐?”
“.......지옥이외다.”
“그래 지옥이다.
내가 처음에 전뇌계에 마도신의 입문 자료를 올리며 처음 적어놓은 진실 중 하나지.
마도신으로서 정말 잘 배웠고 잘 해주었다.
상이다.”
퍼억-!
심장이 터져나간다.
상이라 해놓고 바로 심장을 터트리고 지금 육체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흑염의 정기를 산산이 분해해 간다.
지금 능력증폭을 감당하고 있는 흑염의 정기와 권능이 그렇게 허무하게 흩어져 가자 자연스럽게 다시 창조신급으로 떨어져 간다.
‘이 미친 오리진 같으니라고-!
누가 진리의 혈족이 아니라고 할까봐서 상이라 해놓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냐?
너도 상과 벌이 하나라고 말할 참이냐?
이대로는 강해지기 전에 모든 힘을 잃는다.
어설프게 흉내를 내지 말란 말이다.’
다행히 근원의 칭호와 차원의 권능 덕에 죽지 않는다.
머리만 완전히 박살나지 않으면서 연산만 할 수 있으면 결코 죽지 않을 정도의 불사는 이번에 이루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에게 알려졌는지 심장을 박살낸 오른손이 피를 뚝뚝 흘리며 머리를 잡아간다.
신력의 차이나 권능의 차이를 보면 약간의 힘만 주면 끝장이 난다.
아마도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소멸할 것이고 그럼 다시 바람성의 벌레가 된다.
대책도 다 사용한 이상 억년에 가까운 세월을 다시 벌레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소름이 오싹 끼치다 못해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한다.
그런 떨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마도신의 오리진이 조용조용히 묻는다.
대답을 하지 않는 순간 바로 머리를 부술 듯 신력이 집중된 것이 느껴지는 살기가 넘치는 기세였다.
마도신의 오리진이면 그러고도 남는다.
“현실이 지옥이면 천국은 어디인가?”
“........마음속이오.
천국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며 꿈이오.”
“중간까지 마도신의 입문서는 잘 읽었구나.
그런데 왜 대항할 수 없는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고 말을 함부로 해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가?
나를 공격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이것도 상이다.”
우두두두둑-! 꽈우우우우웅-!
“크아아아아-!”
머리의 써클에 집중되는 마력이 모든 것을 헤집어 놓는다.
마치 거대한 용암덩어리를 뇌에 들여 붓는 것과 같은 충격이 엄습한다.
조금 전에 당했던 흡수의 권능이 차원의 권능으로 성질로 변화되어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것이다.
같은 성향과 미래의 자신이니 정신과 권능을 보호하는 마도 방어막들이 없는 것처럼 뚫려나간다.
하지만 찾는 것은 없으니 헛일이다.
11써클 이하의 마도와 권능의 절반은 회색의 현자와 마탑과 결합되어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서 남겨놓은 것이 이렇게 적절하게 운용되었다.
‘절반의 차원의 권능을 교황으로 삼은 회색의 현자에게 맡겨놓고 마도의 절반역시 마탑에 분산시키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빼앗겼을 것이다.
그리고 마탑에 원격접속은 침입을 우려해서 나 자신도 불가능하게 막아놓았다.
제작자인 나라도 만들어 놓은 수천 겹의 차원방벽과 자연적인 대공동의 차원폭풍을 뚫고서 마탑과 직접 접촉해야 한다.
나의 기억을 가지고 나 자신이라도 예외는 없다.’
결국 포기한 듯 마력의 침투가 멈추었다.
“이런 역시 마탑과 원거리 접촉은 안 되는군,
도대체 무슨 방어체계이지?
아예 차원으로 분리를 했나?
그렇군........아예 원거리 접촉방법이 없어.
으음-! 그래도 미래의 차원으로도 접촉이 안 되다니 이럴 수가 있나?”
머리가 풀려져 허공에서 땅으로 낙엽처럼 떨어진 차원의 마도신이 이를 갈며 다시 판단한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마도신의 현실부정도 너무나 격이 달라 대처방법도 없다.
믿었던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도 대신족의 오리진에게 당해 가동이 불가능하고 저 정도 치명상은 바람성이 아니면 치유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2만년의 싸움으로 얻은 흑염의 정기마저 방금 모두 분쇄되었다.
지금의 자신은 처음 영원의 심판에 들었던 창조신급의 마도신일 뿐이다.
하지만 상대는 신력 1,000조를 넘나드는 마도신의 오리진이다.
권능의 수준차이도 절망적이기에 도망밖에 없다.
남은 모든 권능을 모두 파악되면 바람가의 교보재로 활용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절대로 하고 싶지 않는 명령어를 내뱉는다.
“빠득-!
두........두고 보자.
나는 돌아온다.
‘이계탈출(異界脫出)’-!”
위이이잉-!
짧은 명령어와 함께 몸이 분해되며 이계로 보내지는 것이 느껴진다.
마탑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같이 이동을 시작할 것이다.
일단 자신만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더구나 완전자급자족 구조로 만든 생존마탑이 아닌가?
마도까지 절반을 상주시켜 만들어낸 방어력은 창조신급이상의 신계를 까마득하게 뛰어넘는다.
이계든 절대계이든 철벽의 요새가 되어줄 것이다.
죽어라 최고위 창조신급으로 발전시킨 신계를 놓고 가니 이가 바들바들 갈리지만 경고를 주신계에 보내놓았다.
차원의 신계를 건드는 놈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서 신령연옥에 처박아 넣어 준다고 말이다.
얼마나 통할지 모르지만 진심이다.
그렇게 만드느라 심신이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고 결국 이 꼴이 되었는데 최소한 곱게는 안 죽인다.
“어.......어라?
이건 아닌데?
겨우 이 정도로 포기를 해?
진리할아버님이 할 때는 모두 끝까지 버티던데.......잠깐 멈추어라.
이것도 간섭불가의 마도-!?”
당황한 마도신의 오리진의 목소리와 함께 절대계가 급속하게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절대로 못 막는다.
괜히 마도의 권능을 절반이상을 이 기능에 처박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 차원이동 중의 외부간섭을 막기 위해서다.
그 결과로 신력의 차이 따위도 상관없다.
이걸 막으려면 적어도 만 배 이상의 연산력을 가지고 발동되기 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발동되면 바로 사실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중간 변경은 불가능하다.
발동자인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면 외부에서 수정불가능의 권능인 것이다.
멀어지는 절대계를 느끼며 아련하게 감정이 느껴진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이계가 기다린다.
그것이 지옥인지 천국인지 이제까지 내가 해온 모든 노력이 결정할 것이다.’
그렇게 이계로 도망가는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며 당황해하는 마도신의 오리진을 향해 한숨을 쉬는 진리와 10중심들이었다.
역시 바람가의 혈손들은 강력하기는 한데 어딘가 한군데는 꼭 저런 약점이 있어 실수를 한다.
특히 바람을 맡고 있는 유일용신제와 보좌하는 2명의 오리진들의 표정은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다.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능력은 정말 두말할 필요가 없는데 이런 실수를 가끔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일족을 만들어 무수한 상황을 경험한 오리진들은 예외이나 혼자서 수련만을 해온 손자들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절대계의 관리조차 10중심들에게 반발도 하지 못하고 대부분 넘겨주어야 했다.
“경험부족입니다.”
“진리할아버님이 하시는 것을 책이나 옆에서 보고 성공을 배우기만 하니 이런 꼴이 나지요.
자고로 성공 뒤에는 그 이상의 실패가 있는 법입니다.”
“누가 모르느냐?
그보다 이걸 어쩐다.
또 아버님 앞에서 이런 실태를 보이다니.”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유일용신제가 이마를 손으로 대었다.
자신도 처음에 용신족을 이끌며 무수하게 당하고 고민했던 부분이다.
왜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말을 하는데 결과는 달라지는지 우직하게 수련만 한 단순한 성격은 결코 이해를 하지 못했다.
용신족 개개인의 심리를 이해를 못하니 통제는 고사하고 관리조차 될 리 없었다.
그래서 손을 거의 놓았더니 돌아온 것이 ‘초 희귀종족’이란 불명예에 보호조치다.
이런 수치도 없다,
과거의 회상을 그만하고 기가 막혀하는 자신과 비슷하게 파멸유혼검의 손잡이 끝을 본인의 이마에 대고서 지그시 누르며 분노를 속으로 삭이고 있는 아버지를 슬쩍 보았다.
보아하니 제대로 해결 못하면 또 두들겨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나설 수밖에 없다.
“아직 절대급의 차원권능을 완전히 복사하지 못했지?”
“예......예?
죄송합니다.
6할 정도입니다.
용호할아버님.”
민망하여 고개를 깊숙이 숙인 마도신의 오리진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원하던 절대급의 특이한 차원의 권능은 반쪽만 얻고 본인은 도망갔다.
멀고 먼 미래에 10중심 중 회색으로 임명될 차원의 마도사가 이계로 도망을 쳤다는 사실이 바로 이계로 전파되면 그렇지 않아도 허신이라며 아예 존재자체를 무시하려고 하는 저들이 더욱 기고만장할 것이다.
결국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야 했다.
이계로 도망간 차원의 마도신을 잡아올 방법은 바람가의 혈손들을 한두 명 동원하면 간단하지만 집밖의 활동을 제한받고 있는 이상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자니 공석기간동안 용신족이 아예 멸종되는 수가 있다.
그래서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을 포기하자니 용신족의 부흥도 임무로 받아서 물러설 수 없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잡아와야 한다.
이럴 때는 결국 방법이 하나뿐이다.
최대한 처량하게 목소리를 내며 말을 한다.
“아버지-! 그래도 후손들이잖아요?애들이 어려서 실수를 했으니 용서하시고 이번만 도와주세요.
절대급의 차원의 권능이 필요한 것은 흑염일족뿐 아니고 저희들도 같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갑작스런 애처럼 애원조의 발언에 잠시 굳은 10중심들이었다.
유일용신제의 절대계 전투서열은 부동의 1위다.
유일하게 2명의 10중심을 감당한다.
더구나 희귀종족이지만 용신족의 개인의 강력함은 동급의 일족을 능가할 정도다.
개인의 능력과 바람가를 제외하고 혼자서 가진 세력만으로도 10중심의 일좌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저런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이다니 처음 보았다.
그러나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진리의 말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이런 반쪽짜리 아들놈아-!
또 이 한심한 과정을 밞느냐?
툭하면 도움요청이냐?
이런 꼴을 계속 보일 거면 당장 애들 데리고 모두 나가-!
언제 완전히 독립들 할래?
네가 집에서 안 나가고 버티니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하잖아-!
에라이-!”
퍼어어억-!
언제 휘둘렀는지도 모를 진리의 파멸유혼검의 공격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는 유일용신제를 쳐다보던 진리가 혀를 차며 말을 했다.
당연히 마도신의 오리진이 대상이다.
“갖은 고난을 겪고 얻은 희망 뒤에 바로 절망을 주면 바로 포기하고 말지 미쳤다고 버틸 것 같으냐?
그리고 1번에 끝장을 내야지 왜 연속으로 부여해서 도망치게 만드느냐?
네가 이계로 쫓아 갈 것이냐?
나는 이계의 지배자들과 맺은 약속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하........하지만 진리할아버님이 하실 적에는 통했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것입니까?”
“당연히 다르지-!
신이 천벌을 준 것과 벌레가 무는 것이 같을 수 없지 않느냐?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가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현실이란 말이다.
너는 마도신의 오리진이면서 오래간만에 현재에 개입을 하니 들뜬 모양이구나.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더욱 정진하라.
그래서 내가 일족을 만들어서 경험을 쌓으라고 그렇게 강조하는 것이다.
오로지 경험만이 이런 오류를 줄인다.”
“..........”
신과 모기를 들먹이는 잔혹한 비유에 말을 잊은 마도신의 오리진이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백번 들어도 옮은 말이다.
아니 마도신의 오리진인 자신이 현실감각이 더욱 철저했어야 했는데 현세에 최고의 지배자들인 10중심으로 개입을 하니 의욕이 앞서다는 것은 사실이다.
바람가의 혈손들에 비해 너무 약하니 살살 달래서 가르쳤어야 했다.
“가르침을 바라옵니다.”
“이런 실수의 뒤 처리는 이렇게 하면 된다.”
진리가 품에서 하나의 밝게 빛나는 작은 구슬을 꺼낸다.
그걸 바라보던 10중심과 마도신의 오리진의 입이 더없이 크게 벌려졌다.
갑자기 튀어나온 것치고는 상상도 못할 보물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예상도 못한 판결이 내려진다.
“받아라.
영원의 심판의 관문 통과보상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10중심 중 회색이 된 것을 축하한다.
이것은 관리신중 최강인 회색의 바람성이다.
그리고 인증하는 자가 주인이다.”
휙-!
아무렇게나 허공에 던져진 빛나는 작은 구슬을 보자 반사적으로 10중심들이 몸을 날렸다.
자신들에게 준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던져질 물건은 절대 아니다.
인증만 하면 절대로 돌려줄 생각은 없다.
작은 행성 크기지만 주우주와 맞먹는 정기를 가진 바람성이다.
조건이 필요하지만 발현시키기만 하면 조 단위의 신력을 가진 존재들을 백억이 넘게 육성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10중심처럼 본신신력 1,000조가 넘는 존재조차 육성할 수 있고 명령권까지 발동시킬 수 있는 보물 중의 보물인 것이다.
더구나 인증을 하면 결코 주인을 바꿀 수 없어 안전하기까지 하다.
같은 정기를 가졌으면서 관리신이 수없이 필요한 쓸데없이 광활한 주우주와 행성 하나인 바람성의 가치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바람성의 소유는 곧 절대계의 지배자로서의 증거이도 했다.
10중심이 되어야지만 진리가 부여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바로 진리 곁에 있던 마도신의 오리진과 유일용신제조차 체면과 상황을 망각하고 득달같이 달려들려 했다.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하나다.
‘인증만 하면 바람성의 주인이 된다.’
그 유혹에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한 마도신의 오리진 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허나 던져지는 것과 동시에 발산된 진리의 서슬 퍼런 투기에 몸이 굳는 순간 허탈감이 엄습했다.
아까 이계로 도망가던 차원의 마도신이 심장까지 박살나고 넝마가 다 된 몸을 날려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성의 핵을 채가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간다.
“이건 내꺼다-!
내가 죽을 고생하며 얻은 내 전공이고 보상이란 말이다-!
아무에게도 안줘-!
죽어도 못 줘-!
그리고 바로 인증완료다-!
이제 내꺼야-!
카하하하하하-! 카하하하.......핫-!?
크허어어억-! 큰.......큰일 났다-!”
잘 이계로 도망가다가 마지막으로 상황을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본 것이 문제였다.
갑자기 보상으로 던져진 비할 수 없는 보물인 바람성의 핵에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혀 반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다시 절대계로 돌아온 것이다.
덕분에 이계탈출의 권능이 완전히 부하가 걸려서 재발동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아까 장난처럼 자신을 흡수하려던 마도신의 오리진이 이제 살기까지 풀풀 날리면서 쳐다보고 있다.
아니 양손으로 꽉 쥔 바람성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자신이 무슨 멍청한 짓을 했는지 깨달은 차원의 마도신이 공황상태에 빠진 것을 보며 진리가 이런 반응이 당연하다는 담담하게 말한다.
“이제 ‘이계 탈출’의 재발동은 마탑에 다시 직접 접촉하여 마도진을 재배열하기까지 불가능하다.
정상적으로 처리해.”
“예-! 과연 진리 할아버님.
모든 변동요소를 누를 정도의 보상이라면 어떤 강압수단이라도 상관이 없군요.
이 미진한 손자가 오늘 크게 눈을 떴습니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우둑-! 우둑-!
가볍게 주먹을 어루만지며 몸을 푸는 마도신의 오리진 이었다.
아무래도 너무 수준이 낮아서 얕보다 큰 망신을 당하고 가문의 이름에 먹칠까지 할 뻔했다.
아니 엄청난 이익을 볼 수 있는 일을 실패할 뻔 했다.
그렇다고 죽이자니 개인감정에 의한 살인은 금지되어 있고 공적으로는 죽여서는 안 되는 오리진과 일족의 관계다.
그래서 반쯤 자기혐오에 넋이 나간 차원의 마도신을 바라보며 진리와 비슷하게 감정을 최대한 가라앉히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느새 오른손에는 목검형태의 파멸유혼검이 들려있었고 투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우리 분위기 좋게 이야기 좀 하자.
생각해보니 나도 진리할아버님에게 수련을 받을 때 정말 다 포기하고 싶기는 했다.
그런데 말이다........마도신이 이기기 힘들다고 이계로 바로 도망을 가?
그리고 보상 때문에 이성조차 잃어?
이거 마도신이 맞아?
마도신은 악마가 아니고 신이란 말이다-!
승리와 생존을 위해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모두 수단으로 사용하는 위대한 투신이자 현자-!
그런데 현재 마도신 중 최강인 네가 도망을 가?
악착같이 버티며 끝까지 대들어야지-!
그 와중에 이길 방법이나 최소한 살 길을 찾으란 말이다.
거기에다가 제대로 소화도 못할 보상 때문에 죽을 자리를 다시 찾아?
넌 답이 없다.
일단 맞자-!
죽거나 기절할 걱정은 마라.
파멸유혼검으로 당하면 상처도 죽음도 기절조차 없다.
미칠 노릇이지만 그것도 안 되니 더욱 돌아버릴 것 같더란 말이다-!
당장 정신 차리지 못해-!”
방금 전과는 격이 다른 굉음이 바람성에 한참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