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의 영원한 심판 -->
바람성이 통째로 뒤흔드는 굉음과 충격이 한참이나 계속된 뒤에야 정적을 되찾았다,
그 동안에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도 모두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가고 ‘진리’의 영원의 심판을 통과한 존재가 늘어났음을 알리는 소식들도 모든 주우주와 절대계에 퍼져갔다.
그리고 유일하게 비어있던 관리신들의 최강인 ‘회색’의 10중심에 임명되었다는 정보도 무엇보다 빠르게 퍼져나갔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겨우 신력 100억을 가진 예비 창조신이며 신력 1,000조를 달성하고 다른 10중심들과 동격의 강함을 증명하여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질 때까지 수여될 수 없는 ‘바람성’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바람가의 혈손인 마도신의 오리진이 미래의 ‘회색’을 구현하여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드디어 관리신들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나타났고 ‘마도신’이란 사실이었다.
모든 빛의 신들 중 가장 이단이며 전투에 특화된 관리신이란 점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전쟁의 시작이었다.
겨우 마도신의 입문서만을 전뇌계에 등록시키고 방치하던 오리진이 드디어 현실에 개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10중심으로 임명된 마도신의 강함에 입문서를 찾아본 모든 신들은 전율하게 된다.
‘현실은 지옥이다.
그 지옥을 바꾸기 위해서는 신성이든 마도이든 상관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서 모든 것을 변혁한다.
영원히 없을 낙원을 언제인가는 구현하고 말리라.’
이것이 마신인지 빛의 신인지 모를 정도로 자욱한 살기와 투기가 범벅이 된 입문서는 그 이후의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직업을 버리지 않고 정식입문을 하지 않는 존재에게는 창조신이든 창조주이든 내용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단지 초급서의 표지내용에 적힌 글로 내용을 유추하면 아래와 같았다.
‘현실을 부정하라.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와 제도, 규칙을 부정한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로지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하나의 존재와 사실만을 따르라.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현실에 비해 너무나 약하고 전부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언제인가 올 대변혁을 위해서 자신을 현실에 나타내지 말고 끝없이 강해져 간다.
그런 존재를 인식하고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어지간한 마신들의 직업입문서의 내용보다 더한 빛의 신의 입문내용에 놀라서 긴급히 소환된 마도신들 조차 입을 꾹 다물 뿐이다.
억지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있지만 소환을 응한 존재들은 그나마 온화한 편이지만 지독한 독종들이었다.
강함과 직위여부를 떠나 자신들의 의지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거짓을 섞지 않을 존재는 없었다.
그런 정보를 잘 못 얻으면 큰 일이 난다.
거기다 마도신의 오리진이 현실에 개입되면서 절대급의 신이 될 수 있는 기초자료까지 전뇌계에 모두 풀렸다.
그것도 500주우주를 단독으로 초토화시킨 차원의 마도신의 오의를 기반으로 하는 자료들이다.
마도신들에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강해질 수 있는 정보와 권능들이 지원되었다.
힘이 없어 이를 악물고 시킨 대로 해온 마도신들인데 이제 위로 강해질 기반까지 생겼다.
만약 원한을 맺으면 그 뒤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상위자의 소환조차 응하지 않는 마도신들은 상종 못할 악질들로 낙인찍힌 신들이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 폭풍의 핵이 되어버린 마도신의 오리진과 차원의 마도신은 서로 이를 부득 갈면서 노려보고 있었다.
뿌드드드득-! 으드드득-!
마도신의 오리진이 구현한 차원의 마도신의 미래와 현재는 날개 수만 다르지 결국 같았다.
대상이 누군지는 이미 관심이 없어지고 오로지 자신을 핍박한 존재에게 이를 갈며 적의를 들어내는 과거의 차원의 마도신과 말귀를 못 알아먹고 덤비는 과거의 자신을 무차별로 성질대로 패다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잠시 멈춘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나 모두 감정적이고 자기 주관대로였다.
아무리 두들겨도 굴복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진득한 살기만 더해가는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자 방법을 바꾸어 설득을 시작하는 것이다.
“쓰지도 못할 바람성은 인증을 바꾸어 내게 당장 넘겨라.
돼지 목의 진주다.
과거의 어리석은 나”
“내가 쓰레기라도 공짜로 남에게 넘길 것 같으냐?
보상을 가져와.
미래의 멍청한 나.”
서로 대놓고 살기를 날리며 서로를 노려보는 시선이 심상치가 않았다.
이제 확실히 마도신의 오리진이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니고 미래의 자신임을 인정한 차원의 마도 신이었다.
무엇보다 남에게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강해진 자신이라면 고집불통의 하위자를 상대하라면 당연히 이렇게 나왔을 것이다.
일단 성질이 나서 두들겨 패고 잘 구슬려 보았을 것이다.
물론 성공률은 지금처럼 바닥이지만 말이다.
다음 수순은 되던 안 되든 일단 뺏으려고 할 것이다.
현재의 자신에게 인증이 되어있지만 미래의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고 만다.
‘정해진 현실을 부정하고 어떻게든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마도신의 진정한 오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얻은 회색의 바람성을 가지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흑염의 일족들도 문제이지만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진리의 바로 뒤에 서 있는 10중심들이 가장 큰 벽이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바람성의 핵이란 보상에 눈이 뒤집혀 ‘이계탈출’ 중에 되돌아 온 것은 미친 짓이었다.
마탑과 자신도 타격을 받아 본래 위력의 절반도 안 나온다.
더구나 본신신력 1,000조를 넘겨 미래의 10중심이 된 자신이라니 상대로서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는 없다.
그나마 믿을만한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조차 대신족의 오리진에게 당해 종족권능이 봉인되고 납작해져 도저히 싸울 상태가 아니다.
오로지 도주만이 살 길이다.
"에라이. 뺏기느니 이렇게 해준다.
받아라-! 성멸(星滅)-!"
“뭐? 이 멍청이가-!
그 딴 식으로 사용하지 말란 말이다.”
자신의 품에서 던져진 바람성의 핵이 성멸에게 차원이동을 하는 것을 보고 미래의 자신이 당황해하는 것을 보았다.
생각하는 대로다.
역시 미래의 자신이 맞다.
무엇을 하려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존재 융합-!”
바람성의 핵이 성멸의 이마에 닿은 순간 흡수되고 동시에 모습이 사라진다.
회색의 바람성의 핵이 성멸과 일체화되고 부상도 급속도로 사라진다.
주우주와 동격의 정기를 가진 바람성의 핵과 합쳐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걸로 성멸을 박살내기 전까지는 분리가 불가능하다.
아니 분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신력 1000조가 넘는 강자와 최하가 조가 넘는 일족 수억 명을 만들 수 있는 바람성을 겨우 신력 5조의 대신족의 창조대신의 치료로 사용하는 황당한 사태에 당황한 주변인물들이 제정신을 차리기 전에 전력으로 차원이동을 실시한다.
그렇게 흐릿해져가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달려들었다.
“이런 사고를 쳐-?
무엇이든 가능한 바람성을 이따위로 운용을 해?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
윽-!”
간단하게 근거리 차원이동을 끊고 다시 원위치로 돌리려는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행동을 진리가 가볍게 막아선다.
“받은 것을 어떻게 쓰든 본인의 자유다.
주위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허나.........알겠습니다.
어차피 다시 분리시키면 되는 일이니 이번에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무엇인가 반론을 하려던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의 눈에 진리가 가볍게 파멸유혼검을 잡자 빠르게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입을 닫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말대꾸 한다고 때릴 것을 알면서도 반론을 하며 덤비는 것은 멍청한 흑염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불만이 있어 궁시렁 대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멍청한 과거의 나.
본신신력 100억으로 바람성의 핵을 가지고 무사할지 아느냐?
당장 어지간한 절대급 이상의 존재들이 다 몰려들 것이다.
그걸 창조대신 성멸에게 융합시켜 숨킨다고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해?
일단은 경고와 조치를 해야겠군.’
그렇게 가볍게 미래의 차원의 마도신이 상황정리를 끝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진리의 말이 이어진다.
“이제 10중심이 채워졌다.
이제 계획을 진행한다.
이계로 진출을 시작하라.”
그 말에 드디어 시작한다는 희열이 넘치는 얼굴을 보이는 10중심이었다.
끝없이 허약한 주제에 감히 자신들을 허신이나 거짓된 존재라고 격하시키는 이계에게 감정이 아주 많았다.
드디어 손을 봐줄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다음 이어지는 말에 인상이 저절로 찌쁘려진다.
역시 이럴 것 같았다.
진리가 좋은 일만 해 줄 리가 없는 것이다.
“그 전에 회색도 참전하여 서열전을 시작하라.
신입이라고 쓸데없는 감정싸움은 용서하지 않는다.
명확히 싸워 우열을 가리라.”
10억년 전에 전뇌계의 처분에 대한 거부권을 발동하고 버틴 흑염의 절대자가 벌인 서열전에서 4명이 치명상을 입고 요양을 해야 했는데 다시 10중심들 간의 서열전이 벌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허나 자신들은 10중심이기 전에 전신이자 투신들이다.
결국 명확한 서열이 없으면 전장에서 어떤 혼란이 올지는 뻔하다.
개인 간의 우열이 있지만 큰 차이는 아니기에 결국 서로 목숨을 걸어야 했다.
더구나 일족의 서열까지 걸린 일이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인 것이다.
그래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긍정의 뜻을 표하는 10중심들과 그런 그들을 쳐다보는 진리의 눈에는 애정과 엄격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복귀했는지 유일용신제가 머리를 긁적이며 손안에 쥔 파멸유혼검을 들며 말한다.
“아버님. 이거 수여를 못했는데요?
그 놈 참 약삭빠르더군요.”
“상관없다.
영원의 심판을 통과했으니 금방 또 보겠지.
그때 주도록 해라.”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미래의 본인으로 10중심을 채운 이상 다시 볼 일이 있을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냐?
입문은 통과했지만 시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왜 영원의 심판이겠는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바람성을 가져가고 사용한 이상 그에 상응하는 일은 해야 한다.
10중심 간의 조율은 불가능한 문제라고 해도 할 수 있는 임무를 부여해서 수행하게 하라.”
끝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단호한 표정을 짓는 진리의 말에 한순간 멍해지는 유일용신제와 역시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을 짓는 10중심들의 표정이 엇갈려간다.
“겨우 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에게는 백년을 사는 인간들은 불사이고 영원에 가깝게 보인다.
그런 하루살이가 인간처럼 백년을 살아간다면 그것도 영원이겠지.
영원의 심판의 기준은 바로 나를 기준으로 한다.
나를 능가하기까지 끝은 없다.”
“...........”
말할 필요도 없다.
이미 엄청난 시간을 같이 가족으로 살아온 경험이 말한다.
이건 진심이다.
영원의 심판을 통과하는 존재가 극히 드물어서 익혀졌던 사실인데 자료를 보니 사실이었다.
영원의 심판은 바로 10중심을 만들기 위한 통과의례였던 것이다.
최단기간에 10중심을 만들기 위해서 보여주셨던 치열한 수련과정과 몰아붙이는 모습이 겹친다.
아마도 시간이 남을 때마다 차원의 마도신을 불려 들어서 강제로 수련을 하게하실 모양이다.
아까처럼 도망도 못 친다.
바람성과 융합한 성멸까지 데려가려면 지금의 억 단위의 신력으로는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쯧쯧-! 불쌍한 녀석.
평범한 재능이던데 과연 견딜 수 있으려나?
나중에 신계로 찾아가서 파멸유혼검을 수여하고 위로나 해주어야 하겠군.
부탁할 것도 있으니.’
정말 동정심을 멈출 수가 없는 존재라며 혀를 차는 유일용신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