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리와 이익 -->
아직도 마음속에 화인처럼 박혀 끝없는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아픈 기억이 있다.
그때만 생각하면 몸 안의 피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전능의 휘와 전지의 성의 기습적인 합공에 무참하게 패배당하고 쓰러진 자신을 쳐다보는 차원신계의 신들의 표정이다.
결국 저런 하찮은 존재였다는 낙인을 찍고 누구도 자신을 도우려는 존재가 없었다.
그렇게나 많은 것을 주었는데 아직 살아있는 자신의 바로 앞에서 전능의 휘가 신계의 영광의 자리로 앉는 것을 보아야 했다.
그리고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인정하는 것을 직접 본 자신에게 더 이상 부하들에 대한 어떤 애정도 없었다.
흑염에게 붙은 전뇌신들도 정보행성 ‘이데아’의 권한을 강제 발동시키면 모두 다시 가져올 수 있었는데 내버려둔 이유다.
어차피 잘해주어 보았자 상황이 바뀌면 배신할 부하는 이제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부하는 두지 않는다.
모든 것을 혼자서 처리하며 통제할 것이다.’
이상이 일그러진 생각을 가진채 회색이 되면 천국이 아닌 연옥을 불러올지라도 알바가 아니다.’
어차피 현실에 아무런 애정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의 영역의 존재들은 어떻게 나오는 것을 봐서 조율을 하려고 했다.
처리가 급한 것은 이들이 아니고 10중심들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 대리로 관리하던 황금의 절대자에게 붙어 하는 짓을 보니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역시 결론은 부하는 좋게 대해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 역시 조건이 있다.”
그렇게 말하며 얼굴을 벗은 로브를 벗은 회색의 얼굴은 신족에게 있어서도 이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맛본 것 같은 환한 얼굴이 있었다.
주변에서 경계하던 모두가 전혀 투신에 어울리지 않은 미소년의 모습과 밝은 표정에 멈칫거렸지만 곧 나오는 말에 소란이 가중된다.
“만장일치를 원한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자신들이 예상한 모든 상황에서 벗어났기에 즉각 이해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친절한 설명을 붙인다.
“회색의 영역 내 모든 정신체와 생명체의 모든 의견이 일치된 결정만이 나를 움직일 것이다.
단 하나의 지성체의 반대가 있어도 나는 감안하지 않겠다.
만장일치만이 너희들이 바라는 대로 회색의 권한을 중지하겠다.”
“!!!”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회색의 영역내의 모든 지성체의 숫자가 얼마이던가?
지금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기에 수를 표현할 수 없다.
거기에 주요종족들이 대부분 이해관계라고 읽고 이익사수라고 쓰는 극한의 원한관계이다.
그런데 그걸 무슨 수로 단 하나의 이견도 없이 통합해서 가져오란 것인가?
방금 회색의 말은 결국 회색의 영역에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영역을 위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절대 이걸 원한 것이 아니다.
황금의 절대자가 빠져나간 자리는 너무나 크다.
그 통제력을 어느 정도 회색의 무력으로 메꾸지 않으면 당장 영역 전부가 전쟁터로 바뀔 것이다.
그걸 메꾸어 줄 강자는 원했지만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또 다른 10중심을 원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사태가 상상을 넘어서서 심각해지고 있었다.
회색의 등에서 시야 전부를 가리는 빛의 날개가 펼쳐진다.
허나 그 색깔은 회색이었고 이제 빛나지 않았다.
활활 타버리고 남은 재처럼 칙칙하고 무거웠다.
하지만 회색 절대자로서 완성된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숨 막이는 위엄을 불러오는 날개였다.
우우우우우웅-!
“너희들이 여기 있는 것은 너희가 관리하는 영역내의 모든 지성을 가진 존재가 합의한 것인가?
아니로군.
너희들은 회색에게 말할 자격이 없다.
여기는 진리가 인정한 내 개인구역이니 모두 추방이다.
너희들이 주장한 대로 자기가 지배하는 모두 존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병신들과는 대화도 싫다.
가장 강한 단 하나만 남고 모두 꺼져-!”
파파파파파팟-!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모든 존재가 강제로 차원이동 된다.
그리고 남은 것은 황금빛의 머리카락이 빛나는 황금의 일족이었다.
최고위 일족의 대표 격으로 회색의 영역에서 황금의 절대자를 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절대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였는데 지금 너무나 놀라고 있었다.
회색이 아무리 10중심이지만 최하위다.
하루도 못 견디고 너무나 쉽게 탈락해서 얕보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자기를 제외한 모든 10중심의 일족들이 모두 강제 발동된 차원이동을 막아내지 못하고 추방되었다.
자신이 버티고 있는 것도 권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일부러 남겨둔 탓이다.
“호오? 역시 10중심 중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인 황금의 최고위 일족인가?
혹시라도 회색영역의 일족이 남으면 다시 생각하려 했는데 이것 참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군.”
“무슨 생각이시오?
회색님이시여?
영역을 방치하여 황금의 절대자께서 가꾸어 오신 이 영역을 모두 망가트리실 생각이시오?
결코 좌시하고 계시지 않으실 것이오.
물론 다른 10중심님들도 당연히 관여하실 것이오.”
황금의 절대자를 모시지 않고 혼자서 마주친 10중심의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몸이 숙여진다.
그러나 자신은 황금의 최고위 일족이다.
고개를 힘겹게 드는 것과 동시에 회색의 더없이 환한 얼굴에서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후후후훗-!
그것 때문에 남으라고 했다.
그런데 고개가 높구나.
일단 다시 숙이도록 하렴,”
우둑-!
대답과 함께 황금의 최고위 일족의 목이 피를 뿌리며 그대로 부러진다.
"그리고 무릎도 꿇고."
가가각-! 가각-!
양쪽 무릎에서 무엇인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피분수와 뼈 조각이 터져 나왔다.
당연히 다리가 몸을 지탱하지 못해 앞으로 쓰러지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양손은 공손하게 앞에 모으는 것이 상급자를 모시는 기본예의다.
아무리 최하위라도 10중심인데 일족주제에 무례하면 쓰나?”
빠가각-! 빠각-!
어깨에서 피가 솟구친다.
저항하려 했지만 몸 내부에서 무엇인가 폭발하며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이 강한 정신체의 절대에 이른 육체를 두부처럼 으깨며 박살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자신의 육체를 아무런 징조도 없이 이렇게 파괴하는지 모르고 당하고 있다.
“크윽-! 이........이게?”
황금의 최고위 일족의 대표인 자신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사지가 박살나고 목까지 부러졌다.
물론 자신에게 이 정도는 별 부상이 아니니 회복은 순간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황금의 절대자를 대리할 정도의 강자인 자신을 이렇게 가지고 놀 정도의 무력을 회색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10중심의 서열전에 일족들을 이끌고 황금의 절대자를 돕기 위해 참전을 주관하는 자신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10중심들의 힘과 권능의 수준과 차이를 잘 알고 있다.
지금 느낀 회색의 힘은 결코 단 하루도 못 견디고 자폭할 약할 존재가 아니다.
적어도 몇 년을 싸우고도 끝까지 남을 강자였다.
그런데 아무리 검편(劍蝙)과 흑염의 절대자들이 협공을 했어도 너무 빠르게 자폭하며 일부러 포기했다는 생각이 지금 들었다.
“설.......설마 일부러 먼저 탈락한 것인가?
무엇을 노리고?
회색-! 도대체 무슨 생각인 것 인가?
절대계의 발전을 이끌어야 하는 당신이 서열전에서 가장 먼저 이탈하여 혼자서 무슨 짓을 하려고?”
“쯧-! 재미없으니 그만해야 하겠군.
역시 황금일족이야.
생각이 참 빨라.
그러나 일족주제에 끝까지 싸가지 없는 입버릇하고는 참-!
너 남으라고 한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다른 10중심의 일족들에게 잘 전해.
지금부터 내 영역에서 다른 10중심의 일족들이 들어오면 무조건 죽인다.
모든 지성체의 만장합일의 총의를 얻지 못한 것들이 내 구역에 접근해도 죽인다.
그걸 네 몸으로 저들에게 직접 알려주어라.”
따악-! 퍼어어어억-!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황금의 최고위 일족의 몸이 폭발하듯 피와 육체가 비산한다.
거기에 신체의 덩어리는 없었다.
조각조각 나다 못해 가는 모래로 갈아서 분쇄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것 같은 아주 작은 검은 점들이 무수하게 피의 안개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은 붉은 은하와 같았다.
그렇게 피안개로 변해 죽은 황금의 최고위 일족의 신령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황금의 바람성으로 이동되는 것이 보인다.
그것을 보며 회색은 혀를 찼다.
성질대로 하면 저것도 잡아서 신령연옥 속에 처넣고 싶은데 권한 밖이다.
10중심의 일족의 신령은 신령연옥으로도 연금할 수 없다.
저 정도 수준의 존재는 너무나 귀하기에 진리의 특별한 수호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황금의 바람성이라고 해도 지금 죽인 것이 신력 10조가 넘는 최고위 존재다.
정상으로 복귀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황금의 절대자가 이성을 잃고 날뛸 것은 당연하나 10중심은 자신의 영역에서 발전을 유지하는 한 절대의 권한을 가진다.
당연히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온 다른 영역의 존재를 죽이는 것도 엄연한 권리다.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한 영역 내에서 완전자유가 진리가 10중심에게 준 진정한 보상인 것이다.
물론 일족을 무수히 데리고 있는 다른 10중심은 평판이 있으니 이러지 못하지만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
이대로 생각과 감정대로 행동하면서 사고를 쳐도 회색의 영역을 발전시키면 아무 상관이 없다.
자신의 위에 있는 것은 진리뿐이다.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황금과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 자신을 노리는 흑염 따위가 아니다.
“흐으으음. 흑염과 황금의 피를 보기 전에 이런 유흥도 좋군.
그럼 나머지들도 정리해 볼까나?”
그대로 황금의 최고위 일족을 갈은 피 안개를 바깥으로 뿌린다.
구역 밖으로 강제 이동시킨 개인구역 외곽의 각 종족의 지배자들과 10중심의 일족들에게 액체로 퍼부어 주는 것이다.
누구의 피 인지 깨달은 황금의 일족들은 분노하고 이제야 상황을 깨달은 일부는 산불을 본 산짐승처럼 다급하게 도망친다.
그들은 이제야 선명하게 과거의 공포를 깨웠다.
황금의 절대자가 자신들의 영역에 처름 왔을 때 엄청난 전쟁을 말이다.
‘역시 10중심이었다. 도망쳐야 해.’
가장 앞서 도망치고 있는 것은 그래도 진리에게 정식 임명된 회색을 겪어보지도 않고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처신이 아닌가 하면서 불안해하던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10중심들 중 유일용신제를 제외하고는 협상이나 대화가 통하는 존재는 없었다.
무엇보다 과연 진리가 아무 힘이 없는 존재를 회색으로 인정할까라는 기초적인 의문이 있었다.
절대의 힘을 휘두르며 진리의 발전의 카르마를 수호하고 이끄는 진정한 폭군이 그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세력이 없으니 다수로 압박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낙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회색의 과거를 전뇌계의 협조를 받아 조사해본 결과 절대계에서도 이런 독종과 악질이 거의 없었으니 불안은 더했다.
이런 존재가 과연 다수로 협박을 한다고 받아들일까?
그러나 다른 10중심들의 최고위 일족들이 속속들이 도착하자 어쩔 수 없이 참가는 했지만 너무나 불안했다.
잘못하면 새로 임명된 회색과 다른 10중심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길들이기에 찬성한 저들은 그 와중에 죽어나가는 것은 전장이 된 회색의 영역의 자신들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색의 절대자는 황금의 최고위 일족을 무참하게 죽여서 자신들에게 뿌리는 것으로 뒤틀린 심기와 의지를 표현했다.
누구도 황금의 최고위 일족을 저렇게 짧은 시간에 죽일 수 없다.
역시 힘만은 10중심에 어울리는 강자이다.
10중심의 최하위이고 겨우 하루도 못 견디었다고 하지만 역시 자신들이 넘볼 존재가 아니었다.
그걸 이렇게 들쑤셔 놓았으니 회색의 영역내의 모든 존재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다른 10중심의 최고위 종족까지 죽여 분노를 들어내니 다급하게 도망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회색 영역의 미래를 상징하듯 피안개가 뿌려지고 그것이 가라앉아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회색이 회색구역 외곽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 주위로 아주 작은 검은 점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주변을 점유해 간다.
거기서 느껴지는 위력은 10조의 신력을 가진 자신들이 감지하지 못할 정도다.
그와 동시에 상상도 못할 끔직한 위력을 예감한 다른 모든 존재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영역으로 미친 듯이 도망을 친다.
신력 1,000조에 절대의 권능을 가진 10중심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결코 같은 10중심이 아니면 어쩔 수 없다.
그것은 10중심의 일족도 같았다.
지금 직접 상대해보니 서열전은 어디까지나 약속대련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도 잠시나마 10중심과 같은 수준의 힘을 다루게 해주는 종족권능 덕분에 시간을 버는 것이 가능했다는 점도 깨달았다.
이렇게 전장에서 일족만으로 적으로 만난 10중심은 도저히 어쩌지 못할 절대의 폭력 그 자체였다.
휘이이잉-! 우우우웅-! 위이이이잉-!
회색 주변의 검은 점이 일순 사라지고 다시 저 먼 사방에서 약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크게 웃어젖히는 회색이었다.
저 주변에는 피안개로 신체를 갈아버린 하극상을 벌인 회색영역의 지배자들과 10중심의 일족들의 죽음밖에는 없다.
모두 죽이고 정기로 회수해 버린 것이다.
“크하하하하핫-! 이제야 속이 다 시원하군.
하지만 조금 과격하나?
이거 아주 약간 과거의 나에게 미안해지는데 뭐 어때?
그렇게 열심히 도와주었으니 이 정도야 뭐 괜찮지.
이후의 뒷일은 자기가 이어받아서 알아서 잘 하겠지.
조용히 사라질 나는 어디 마음이 가는대로 날뛰어 보실까?
그런데 용케 도망친 놈들이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완성되기는 멀었군.
그래도 10중심의 최고위 일족이라 이건가?
하지만 내 영역에 침입하여 죽일 명분이 생긴 놈들을 놓칠 수는 없지.
차원이 기본권능인 내게서 도망칠 존재가 어디 있을 수 있을까?
도망을 잘 치는 것은 추적도 잘한다는 뜻이란다.
어디 잘 피해 보아라.
크후후후후후훗-! 카하하하핫-!”
그날 거기에 모였던 모든 존재가 회색에게 죽어서 정기로 바뀌었다.
회색이 최후의 하나까지 추적해서 모두 죽여버린 것이다.
죽은 자들의 신령이 자신들의 신계와 본거지로 되돌아가서 사정을 알게 되어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히는 일이 벌어진다.
회색이 1조 이상의 신력을 가진 존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불손하다고 트집을 잡아 죽이는 행동을 반복하는 기행을 보이는 것이다.
종족도 선과 악도 따지지 않고 단지 신력 1조 이상의 강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하여지는 단독 숙청이지만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각자 세력을 이끌고 막으려고 하는 순간 일족 전체가 피안개로 변해 정기로 바뀔 뿐이다.
어떤 숫자를 동원해도 절대의 광역권능을 가진 회색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회색의 영역이 끝없는 피에 잠기고 공포로 얼어붙었다.
결국 두려움에 견디다 못한 1조 이상의 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다른 영역으로 피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도망쳐 나온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새로운 회색은 일반적인 폭군이 아니라 미친 폭군이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인식을 다른 영역에서도 확정하는 일이 바로 벌어진다.
10중심의 최고위 일족들을 무차별 살생에 따른 정식항의가 회색에게 바로 전해졌다.
허나 그 대답은 항의하기 위해 방문한 사신을 바로 죽여 피안개로 만드는 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강제로 전뇌계를 통해 다른 절대계에 공개적으로 통보한 정식 입장표명이 바로 공개되었다.
“회색인 내 영역에 허락 없이 들어오면 무조건 죽인다.
같은 10중심이라도 예외가 없는데 하찮은 일족 따위는 당연한 일이다.
발전에 도움도 안 되는 성과는 없고 입만 살은 존재들도 다 죽여 정기로 바꾼다.
그리고 지배세력의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하위의 존재하고도 대화하지 않는다.
이게 나 회색이다.”
무엇인가 철저히 한이 맺혀있는 회색의 공식 답변이었다.
항의하러간 사신이 무참하게 죽어 신령만 돌아오고 선전포고 수준인 공개선언까지 받은 8인의 절대자의 일족들은 얼이 빠질 정도로 놀랐다.
누가 감히 10중심의 일족인 자신들을 이렇게 무시한 적이 있었는가?
10중심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감안을 해주신다.
물론 서로 간에 편의나 존중은 기본이다.
그런데 회색은 다른 10중심을 영역에 침범하면 대놓고 죽이겠다고 선포를 했다.
너무 뜻밖의 일에 잠시 생각이 멈춘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항의나 쳐들어가지는 못했다.
최고위 일족들이 아무 대응도 못하고 집단으로 죽어나간 상대다.
거기에 다른 10중심들에게 노골적으로 살의까지 보인다.
무엇보다 지금 다른 10중심들은 서열전으로 부재 중이다.
지금 회색이 침략을 당해서 복수하겠다고 자신들의 영역에 쳐들어오면 막을 방법이 없었다.
어지간한 사고로는 진리가 명령한 서열전은 안 멈춘다.
최소한 바람성이나 영역이 완전히 박살나는 사태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른 10중심들이 서열전에 묶여있는 지금 성질이 났다고 미쳐 날뛰는 회색을 막을 존재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입을 꽉 다문 절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