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리와 이익 -->
대신족이 그렇게나 바라던 절대계로의 진출이다.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이루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다음 말에 창조대신들은 기쁨과 함께 잊었던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옥 중의 지옥.
연옥(煉獄)이다.
내게 반역한 전부를 타도하라.
나는 회색의 절대자로서 황금의 휘하에서 천국을 바로 앞에 두어 오만했던 자들의 생존자격을 시험하고자 한다.
나만의 방식으로.”
“...........”
‘이 미친 회색.
정말 한번 덤볐다고 몰살시킬 생각인가?
허나 이런 존재가 10중심이 아니라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다.’
말은 차마 못하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이고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절대계의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동의식이 지배했다.
허나 설마 바라는 것이 회색영역과의 전면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절대계는 결코 주우주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2써클 이상의 강함을 보유하여 최하급전사가 주우주 창조신을 위협할 정도다.
자신들 대신족도 동급이라면 위험할 정도로 강대한 강자들이 넘쳐났고 숫자 역시 창조대신들보다 압도적이다.
결국 대신족 전부가 목숨을 걸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보다 대신족 전부가 회색의 용병이 되어서 숙청을 마무리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들은 비록 진리에게 패배하였으나 대신족으로 다시 기회를 잡고 공을 세워 창조대신이 된 영광된 다음 세대의 신족인 것이다.
그러나 다음 회색의 말에 창조대신들은 이를 악 물 수밖에 없다.
“나 회색은 대신족(代神族)을 절대계 회색영역의 유일한 지배세력으로도 인정할 의향이 있다.
개인 일족도 없으니 선택의 부담도 없지.
나를 능멸한 기존 세력에 별 애착도 흥미도 없으니 의도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정당한 명령을 따라 일을 하지 않고 상위자를 능멸하려는 것들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처분한다.
그런 지금의 내 성향으로는 묵묵히 일만 하는 대신족이 아주 좋아 보이기에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창조대신들을 압도할 만한 최상급 전사들은 모두 내가 직접 제거했다.
일정기간은 외부로 도망친 것들이 기어 돌아오면 즉시 죽여주지.
내게 무례한 저들대신 지배종족이 되어 내게 충성하고 나의 영역을 발전시켜라.
이것이 회색의 절대자인 내가 대신족에게 바라는 것이다.”
“..........”
사실이 그러했다.
지금 최상급 전사들이 회색의 손에 모두 처분된 이상 신력과 권능차이로 도저히 상대를 못할 강자들은 없다.
남은 상급 전사이하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무력을 가졌다.
숫자는 저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자신들은 철저히 하나로 뭉친 통제된 군대와 같은 집단이고 저들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개인세력이다.
그럼 해볼 만한 전투가 된다.
더구나 회색이 지배세력을 거의 처단한 덕분에 여기저기 주인이 없는 행성들이 넘쳐난다.
절대계의 행성들이라면 침식해서 개선할 필요도 없다.
단지 관리만으로도 막대한 정기를 생산해 낼 것이고 그럼 바로 승급과 하위 일족의 수를 폭발적으로 증식이 가능하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최상급 전사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막대한 전력을 만들 자신과 종족권능이 있다.
본래 기존 세력의 대체 목적으로 재창조된 대신족인 것이다.
이렇게 절대계의 기본의 지배종족에게는 더없이 잔혹하지만 대신족에게는 가장 매력적이고 공평한 기회를 회색이 제시했다.
단지 자신에게 무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절대계의 자신의 영역 전부를 끝없는 전쟁에 밀어 넣어야 하는 존재를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회색의 영역을 모두 뒤집어 바뀌려는 거대한 변화에서 자신들에게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이번을 놓치면 다시는 잡지 못할 것이란 것도 사실이었다.
10중심에게 감히 거역하거나 시험하려는 세력 따위는 지금의 회색이 존재하는 한 나오지 않을 것이고 교체의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두려운 존재를 지배자로 모시고 살아야 하는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
대신족의 수장인 대의(大義)는 결정을 내렸다.
아니 이 미친 회색에게 불려올 때부터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시련과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일족 전부를 걸게 될지 몰랐을 뿐이다.
허나 두려움 따위는 없다.
자신들이 만들어진 목적은 오직 숭고하고 위대한 생명의 번성과 우주의 발전을 위해서였기에 개인의 감정은 그 하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없었다.
회색이 절대계를 이렇게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10중심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10중심이 서열전을 끝내고 돌아오면 바로 견제가 들어올 것이고 취소될 확률이 크다.
그전에 어떻게든 영역을 크게 점유해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면 10중심이라 해도 발전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없기에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대의가 결정하자 극도로 감정이 제어되고 이성이 강화되어 있는 창조대신들도 바로 따랐다.
모든 창조대신이 회색에게 행성보다 거대한 거체의 양손을 앞으로 공손하게 모아 고개를 숙인다.
회색영역의 진정한 지배자로서 인정을 하고 휘하의 종족으로서 충성을 맹세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지은 회색이었다.
‘보아라-! 과거의 나.
배려와 용서는 약자의 자위행위이지.
결국 배신밖에 없다.
강자인 회색이 된 나는 충성을 구걸하지 않는다.
부하들이 나를 거부하거나 능멸하면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내게 충성할 자들에게 넘겨줄 뿐이다.
이것이 나약한 네가 가지 못한 진정한 지배자의 길이다.
그 끝이 파멸일지라도 나는 이 길을 가겠다.
아니 끝이 오기 전에 사라질 것이니 상관없지.
크후후후후후-!’
절대계의 지배종족이 될 기회를 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신족의 창조대신의 수장인 대의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우우웅-!(총동원령을 내린다.)”
그 말과 거의 동시에 다른 창조대신들도 명령을 하달한다.
대신족은 철저한 명령체계를 갖추고 개인감정이 거의 없기에 극도로 효율적인 종족이다.
중간과정에서 어떤 개인감정에 의해 변형 없이 그대로 전달되며 최하위 말단까지 명령에 복종한다.
설사 그것이 전쟁에서 희생물이 되라는 것이라도 말이다.
그래서 이들을 선택했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끝없이 투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우우웅!(전군 집결!)”
“우우우웅-!(명령은 오직 하나-!)”
“우우우우웅-!(절대계의 회색영역을 총력으로 점령하라.)”
“우우우우우-!(우리가 회색영역의 지배세력이 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창조대신들 앞에 하얗게 타오르는 행성모양의 대신족 창조신들이 끝없이 공간을 이동 해 온다.
우주공간 내에 거대한 은색의 구슬과 같은 대신족의 창조신들이 모래알이 뿌려지듯이 수를 세지 못할 정도의 숫자가 나타난다.
498개 주우주의 대부분의 지배세력으로 위치한 대신족이 방어를 위해 필요한 최소전력만을 남기고 모든 힘을 회색영역에 투입한 것이다.
또한 모습 또한 바뀌었다.
단지 행성생체장갑으로 흉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은색의 표면에 검은 선이 그물처럼 얽혀서 문양을 아로새긴 아름답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변화된 대신족 창조신들의 모습을 살핀 회색의 눈에 흥미롭다는 빛이 번쩍이며 분석에 들어갔다.
대신족 창조신의 행성생체장갑 은빛 표면 위에 기하학적 무늬로 보이는 검은 도형으로 새겨진 모습은 심층 분석해보니 차원의 마도신의 행성 마도진이었다.
499주우주의 차원의 마도신에게 당한 1대 1의 패배를 기초로 대신족의 강화가 완료된 것이다.
그런데 하필 차원의 권능이다.
차원의 권능이 주 능력인 회색이 같은 권능을 가진 대신족을 지배종족으로 하기위해 학살을 했다고 오해해도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사항이다.
‘과거의 나와의 전투를 기초로 강화완료인가?
추가된 것이 차원의 권능이라니 참 공교롭기도 하지.
아니 당연한가?
과거의 나와의 전투로 얻은 자료를 기초로 하니 정답이 저것이군.
거대 행성의 표면적을 가졌으니 차원의 마도진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니 말이야.
이건 처음부터 지배종족을 대신족으로 교체하는 것을 노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군.
뭐 어떤가?
이미 미친 회색이란 평판인데 더 나빠져 보았자 변할 것도 없다.
회색의 영역이 이 정도면 절대계는 이번 서열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또 변동사항을 일으키려 하면 모두 내가 처리한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다른 10중심의 영역을 뒤집어 주리라.
그러니 잘해야 한다.
과거의 나.
이렇게까지 오명과 위험을 무릎 쓰고 도와주고 있지 않나?
우후후후훗-!’
회색인 자신은 어떤 오해를 받아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삶에 미련이 없어 사라질 생각인 자신이고 서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상 자신을 저지할 존재는 없기에 부지런히 일을 추진하는 회색이었다.
대신족을 끌어들여 절대계의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든 것은 일의 기본에 불과했다.
한편 차원의 마도신은 영광의 자리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며 옷을 만들며 고르고 있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을 완료하고 나름대로의 주신장전의 준비였다.
“일단 시선을 끌려면 최대한 화려하고 기품이 있고 매력이 넘치게 보여야 해.
일단 차원신계의 기본 복장부터.......이건 너무 보석이 적어.
이건 너무 많군.”
텅 빈 주신전의 바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정장과 드레스, 각종 여자 옷들을 창조능력으로 만들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던진다.
그리고 다시 만드는 것을 끝없이 반복한다.
절대계에서 미래의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고 일하는 보람으로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소곤거리며 이야기하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전율의 진군과 마신왕성의 용병대가로 받은 직속세력들이다.
신력 1,000조가 넘는 10중심인 회색과 마도신의 오리진이 발산하는 엄청난 압박은 주신의 신력으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잠시 새로 만들어진 주신성 ‘그랑라하’로 피해있던 전율의 진군과 직속세력들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
어차피 새로 만들어진 행성에서 지분을 많이 얻어보았자 신계주신의 직속세력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걸 명분삼아 피해왔으니 작은 대륙 정도의 구역의 괴수들만 전멸시키고 돌아왔다.
그러나 신계주신을 끝까지 지키지 않고 떠난 죄가 있으니 차마 주신전에 들어가지 못하고 상황을 살피고 있는 도중이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주신전이 떠나가라 웃더니 곧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니 전율의 진군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신전 외곽에서 그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주신장전의 준비와 여자 옷이 무슨 상관이 있지?
미의 여신을 뽑는 대회인가?
신계의 주신장전은 마신장전과 다른가?
신계주신이 주신들을 이끌고 싸워 이긴 쪽이 주신장이 아닌가?
지금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다른 주신급 여신과 마신, 초월자들도 당황하여 고개를 저었다.
주신장전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미의 여신을 뽑는 식으로 할 리가 없다.
그런데 주신장전이 벌어지는 것은 하도 드문 일이라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배우는 기초역사에 적힌 사실로는 절대로 아니다.
“가장 최근의 주신장전은 전능의 휘님이 벌이신 일입니다.
그때 단독으로 주신장과 그 세력을 압도하시고 엄청난 지지를 얻어 주신장에 오르셨습니다.”
그 말에 다른 여신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미의 여신선출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도전권을 얻은 자신들의 신계주신이 수련이나 훈련을 시키지 않고 옷을 만들고 있으니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대부분 여신들의 옷입니다.”
“하아아아. 마도신이 하는 일은 정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예측이 힘들어.”
결국 한숨과 함께 생각을 포기하고 주시만 하고 있는 것을 선택한 직속세력이었다.
주변의 이런 의혹에 찬 시선은 관심이 아예 없는지 이제 흥얼거리면서 옷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의 장점은 너의 약점-!
나의 약점은 나의 함정-!
시기와 방식의 결정을 넘긴 순간 승리는 이미 마도신인 내 손에 있다.
카하하하하-!. 모두 뒤통수를 쳐주지.”
갈수록 기분이 좋은지 크게 웃기까지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다.
신계주신이 저런 상태에서 주신장전을 치루면 안 되는 데라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전율의 진군이었다.
더구나 휘하의 주신들 중에서 과연 목숨을 걸고 차원의 마도신을 위해 주신장전에 나설 존재가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신계주신이기에 당연히 참전은 할 것이다.
그러나 싸우는 척하고 패배해도 할 말이 없다.
휘하 세력을 휘어잡지 못한 신계주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과 책사로서 능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으나 지휘력은 아예 결여되어 있는 것을 같은 편으로 싸워본 자신은 잘 안다.
지금 시급한 것은 휘하 주신들을 잘 다독이거나 협박해서 최선을 다해 싸우게 해야 한다.
그런데 옷만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러니 같은 운명의 배를 타고 있는 자신은 걱정만 늘어 가는데 용병신인 과거처럼 혼자서 음모를 꾸미며 즐거워만 하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