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념(信念)과 오기(傲氣) -->
일주일이 지난 후 차원의 마도신은 영광의 자리에서 드디어 일어날 수 있었다.
주신성의 제압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주신장전에 사용될 신의와 장비도 제작이 완료되어 주신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나 최소한 주신전투에서 밀리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성향이 어떻든 전투능력만은 자신이 꺼릴 정도로 강대한 초월권능들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니 말이다.
이제 준비는 완료다.
이제 남은 것은 진행뿐이다.
남은 기간은 3주 정도이다.
서열전의 진행은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회색이 예상을 해준 바에 의하면 정확히 1달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본래 1년 이상이 걸리던 전투가 회색의 자폭으로 급격하게 단축되었다고 한다.
그 이상은 신력의 소모를 감당하지 못하기에 단련이 부족한 10중심부터 탈락되면서 바로 개인의 서열이 나누어진다.
일반 정신체는 몇 분도 못 견디는 최대출력으로 싸울 수 있는 시간이 1년 이상이라는 것이 황당하지만 그들의 공동예상이 일치된 이상 분명히 맞을 것이다.
그래서 신의를 만드느라 1주일을 사용했지만 여유는 많았다.
무엇보다 주신성 ‘그랑라하’의 제압도 완벽하게 끝났다.
차원의 권능으로 행성의 결계를 해제하여 모든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신들 앞에서 괴수들이 견디어 낼 리가 없다.
주신성의 본능이 마지막 발악으로 만들어낸 괴수신조차 허무하게 무너졌다.
일반 신족이라면 난적이나 이쪽에는 괴수신이상의 존재인 거신족의 주신들이 10명이 있다.
거신족 주신들의 합동공격으로 순식간에 갈가리 찢어서 핵에 봉인해 버린 이상 나머지는 겨우 1백 미터 미만의 거대 괴물 정도다.
이 정도는 살아가는 지성체가 처리가 가능하니 내버려 두어도 좋다.
너무 환경이 좋은 것도 정기의 약화를 불러올 것이다.
여기까지 정리하는데 신계의 피해는 일부 하급신들이 죽어서 부활된 것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행성제압에 신계의 절반이상의 피해가 발생되는데 이런 결과라니 정말 놀라운 수치였다.
1할까지 힘이 떨어지는 행성결계가 차원의 권능으로 무력화된 것도 컸지만 신들을 이끌고 싸운 주신들의 힘이 괴수들을 완전히 능가한 이유가 컸다.
역시 악명 높은 여신혈맹의 여주신과 이계의 정령신들이다.
오래간만에 전투에 몸을 풀듯이 움직였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괴수들이 일격을 견디지를 못한다.
거기에 환수주신들과 정령주신들이 경쟁심을 가지고 전투를 벌이자 버티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거신족이 나오기 직전 행성성숙을 멈추고 신계의 거신족의 주신들이 대지에 자신들을 각인시켜 발생을 멈추게 한 이유도 컸다.
이런 저런 사유로 신들의 전투경험은 확실히 증가시킨 셈이 되었다.
‘전능의 휘와의 주신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안한 것보다는 낫겠지.’
주신전에 완전한 승전에 기뻐하는 신들을 보면서 느긋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차원의 마도신이다.
이미 마음은 3주 후에 주신장전의 진행과 예상문제로 치열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신전을 다시 가득 채운 여주신들과 정령주신, 태초의 투신들은 오래간만에 몸을 풀어 기분이 좋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주신성에서 일주일간 싸워보며 서로간의 강함에 대해 다시 관계를 고려하게 된 것이 이유이다.
최고위 창조신성이 된 신계에는 자리가 넘쳐났다.
아니 오히려 부족해서 헉헉거릴 지경이다.
비록 용납할 수 없는 원수지만 서로 만만치 않고 없으면 피곤해지니 대립을 잠시 멈추자는 암묵적인 분위기였다.
신계 주신인 차원의 마도신이 단 하나 통제한 것이 신계 내 전투금지였는데 그걸 어기는 것도 굉장한 부담이었다.
아무리 하급자에게 잘해주고 있지만 결국 신계주신이며 투신이다.
갈등의 해결은 힘으로 할 것이고 신계주신과 반대세력이 합쳐진 전력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계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서로 신경을 쓰지 않고 신계를 완전분할해서 운영하자고 계약도 했다.
그런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나름대로 지분을 확보하고 기분 좋게 밀린 일을 처리하러간 지식의 신이 주신계로부터 온 공문을 발견하여 더욱 충격이 컸다.
차원의 마도신에게 다급하게 달려와서 외치는 지식의 신의 목소리가 너무나 절박하고 컸다.
“전능의 휘님과 주신장전을 한다고요?
저희 신계로요?
이걸로 어떻게요?
싸우기 직전에 내전으로 망할.......”
“쓰으으으읍-! 입 다물라.
누가 신계주신인데 내전으로 망한다고?”
“합-! 하......하지만-!
안됩니다.”
차원의 마도신이 지식의 주신의 망발에 저절로 살기를 품어내고 경고를 보내자 다급하게 입을 다문다.
허나 지식의 신, 아니 이제는 지식의 주신이 전혀 권능과 어울리지 않은 멍청한 얼굴로 반문할 정도의 비상사태다.
대충 전능의 휘의 주신계의 전력을 알고 있는 여주신들도 입을 벌리고 닫을 줄 몰랐다.
499주우주의 예비 창조신중 서열 1위인 전능의 휘를 모르는 신족은 없다.
절대의 권능인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혀서 창조신들도 상대하기 힘들다는 투신 중의 투신이다.
과거 10억 년 전에 전능신족은 대표적인 명문 지배신족이었다.
허나 진리의 세력에 포함되는 순간은 모든 것이 변했다.
모든 신의 권능을 구현하는 전능의 권능을 믿고서 진리에게 전 일족을 다 이끌고 덤비다 모두 자멸하여 순식간에 몰락한 비운의 일족이 된 것이다.
그때 참전했던 전능신족의 창조신들은 모두 자멸하고 극히 일부의 최고위 신들만이 겨우 살아남아서 다 망해가는 일족이 되었다.
그런 절망적인 난관을 홀로 용병신으로 다시 지배일족으로 만들어낸 위대한 오리진이기도 했다.
그 능력은 과거 주시장과 주신계의 전력을 단독으로 제압하여 증명했다.
비록 마신족과의 창조신의 인증전을 무승부를 반복하여 만년 예비창조신이란 불명예를 얻었지만 그 상대가 같은 전능신족출신에 동일한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힌 성마신 전지의 성이라면 또 다르다.
성마신 전지의 성역시 어지간한 마신왕을 능가하는 무력과 세력을 자랑하는 마신족의 자랑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주신계는 창조신을 능가하는 강함과 세력을 자랑하는 전능의 휘의 통치로 지금 전력이 최고조다.
결국 주신장의 힘과 세력이 주신계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래서 6개 창조신계의 후계와 직계들의 신계를 모두 승복시켜 세력에 집어넣고 정예만 간추린 세력은 끔찍할 정도다.
어떻게든 막아야 하기에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창조신의 직계인 예비 창조신이 36명.
아니 차원의 마도신님과 저번 500주우주의 전투로 죽은 서열 3위를 제외하면 34명입니다.
그 휘하에 기본적으로 신계관리주신이 10명이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결국 주신은 총 340명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신장전이기에 이 전력이 얼마나 움직일지 모르나 지금 전능의 휘님의 인망과 지휘력이면 모두 참전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전력은 보기만 그럴듯하지 어떤지 아시잖습니까?
당장 취소를 하셔야 합니다.”
“........”
흥분한 지식의 신도 차마 자신의 신계의 전력이 보기만 그럴듯하지 난장판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못했다.
주변의 주신들도 반박을 못하고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정도였다.
강력한 주신이야 물론 있다.
그것도 다른 주신성의 신계에 비해 기이할 정도로 강대한 초월권능을 가진 주신들이 우글거리는 차원의 신계였다.
다른 신계라면 신계주신으로도 충분한 강함을 가진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정령계에서 온 이계의 여주신들의 강함은 이번 주신성 토벌에서 확인하고 모두 놀랄 정도다.
거기다 정령주신들도 이제 막 만든 신체가 불안하지만 1번에 품어내는 공격은 결코 일반 주신의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이걸 신뢰할 수 있는 전력으로 삼을 수 있는가?
절대로 그렇게 판단하면 안 된다.
지식의 주신이 아는 여주신들은 잘나갈 때는 문제가 없는데 전능의 휘의 주신장전과 같은 절망적인 난관이 닥치면 서로 각자 살겠다고 난리를 벌일 존재들이다.
실제로 대신족과의 결판이 안 나서 마신족과 억지로 동맹을 벌여 정기가 부족해지자 바로 대립관계로 변했던 전례가 있다.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주신이 되고 신계가 급격히 발전되어 여유가 생기자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신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다.
지식의 주신이 그렇게 거품을 품어가며 안된다고 말을 하려하자 차원의 마도신이 결국 손가락을 튕겼다.
딱-!
“읍-! 읍읍-!”
가볍게 발동된 침묵의 마도에 바로 걸린 지식의 주신이 기겁을 하여 풀려고 했지만 통하지가 않았다.
그럼 모습에 주변 주신들의 눈에서 놀람이 스쳤다.
강력한 주신에게 저렇게 쉽게 저주의 마도를 건다는 것은 창조신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차원의 마도신이 너무나 쉽게 발동시킨 마도를 지식의 주신이 못 풀고 허둥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도를 관리신의 주신인 지식의 주신이 못 풀면 투신인 자신들은 더욱 힘들다는 것은 당연했다.
일주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더욱 강해져 있던 것이다.
그렇게 주변의 소란을 입을 다물게 한 차원의 마도신은 이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주신전을 돌아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주신성의 손쉬운 제압으로 한껏 올랐던 분위기가 지식의 신이 떠벌린 전능의 휘와의 주신장전에 완전히 착 가라앉았다.
자세한 설명이나 압도적인 승산 없이 강행한다면 당장 자신들 살길을 찾아서 중구난방으로 하다가 자멸할 것이다.
그러나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쯧쯧-! 누가 그걸 모르나?
주신장전이 아니면 바로 토벌전이니 취소를 못하는 것이지.
그나저나 열심히 일하는 것도 병이로군.
이런 반응일 것이 뻔해서 가급적 늦게 알려지기 바랐는데 그럼 어쩔 수 없지.’
차원의 마도신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굴을 가린 로브를 벗어서 얼굴을 나타냈다.
차원의 마도신의 더욱 아름다워진 미소년의 모습에 잠시 놀랗 흔들린 여주신들이지만 마음을 다 잡았다.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힌 전능의 휘와의 모든 것을 건 주신장전은 신계주신의 외모와 과거의 인연으로 좌지우지 될 성향이 아니다.
최소한 절반이상의 승산이 없다면 동의는 고사하고 참전을 거부해야 한다.
자신들은 개인이기 전에 과거 신계주신의 시절부터 자신들을 따라온 세력을 이끄는 수장들이다.
그들을 위해서도 결코 감정이나 도리로만 사는 길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마음에 얼음이 어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주신장전의 모든 방식과 시기는 내가 넘겨받았다.
이번 주신장전의 진행과 승부는 내가 모두 전담한다.
그대들은 아무 상관없이 맡은 일상 업무만을 처리하라.
이번 주신장전에 나이외의 신이 대규모 전쟁으로 나설 일은 없을 것이다.”
사아아아아아-!
침묵이 주신전의 모든 신들에게 내려앉았다.
자신들의 신계주신은 주신장전에 혼자 싸울 것을 천명한 것이다.
신계주신이 수많은 휘하 신들과 주신들을 배제하고서 혼자서 주신장전에 나서려 한다.
이것이 어떤 사태인지 파악이 안 된다.
승산은 더욱 절망적이다.
차원의 마도신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허나 결국 주신이다.
전능신족의 오리진이며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혀서 주신들 중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전능의 휘와의 단독전투는 너무나 벅찰 것이다.
거기다 주신계의 예비창조신 34명과 340명의 주신들까지 가세하면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이게 무슨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당황해 하는 신들을 쳐다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이건 자신이 말했지만 결코 최상의 선택이 아니다.
아니 최악을 겨우 면한 차악에 불과했다.
혼자 전쟁에 나서려는 것도 신념도 아닌 고집에 불과했다.
‘아아아-! 저질러 버렸군.
조금 더 부드럽게 구슬려서 이들을 써보려고 했는데 벌벌 떨면서 자기만 살려는 모습이 한심해서 보아 줄 수가 없었어.
그리고 어차피 대규모 전쟁에는 도움이 안 되는 성향들이니 처음 계획대로 해야 하겠군.
결국 전쟁에는 아무 도움 없이 전능의 휘와 예비 창조신들과 혼자서 싸워야 하나?
후후후-! 몇 번이나 죽을까?
분명 적자로군.
하지만 이것이 결국 나의 길인가?
마도신의 오리진님이시여.
그렇게 수고해 주셨는데 이렇게 되어서 면목이 없습니다.
역시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운명을 바꿀 수는 없군요.
허나 마도신으로서 최대한 발버둥은 쳐서 어느 정도 수정해 보이겠습니다.
의뢰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신께서 주신 의뢰부터 먼저 성공시키겠나이다.
저의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말입니다.’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신계주신으로서 내뱉은 말은 취소 못 한다.
가장 이상적인 최상의 계획에서 역시 자신의 한계로 차악의 계략으로 바뀌었지만 그나마 이제까지의 선택지보다 가장 나았다.
생명체인 인간 출신의 천한 신분으로 인한 주변의 신들의 견제와 부족한 능력으로 항상 최악의 선택지만이 주어져 어쩔 수 없이 악착같이 살아온 삶이었다.
운명의 장난으로 전쟁의 신으로 아무런 각오 없이 올라선 개판 같은 신계였다.
신계주신으로 어쩔 수 없이 떠맡은 난장판 신계였다.
문제는 끝이 없고 부하들 역시 자신의 약점만 찾으려 했다.
충성은 고사하고 서로 내전을 일으키지 않게 조치하느라 진땀을 뺏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항상 도망치고 물러날 준비를 한 자신이다.
그런 어설픈 자신을 따라서 영원히 사는 신족들에게 모든 운명을 걸라고 말할 수 없다.
주신장전이 자신의 패배로 끝나서 범죄자로 토벌당한다고 해도 신계의 일원은 그렇게 쉽게 건들 수 없다는 것은 이들도 자신도 너무나 잘 안다.
결국 남의 일인 것이다.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는 영광은 같이 누릴 수 있어도 고난은 배신을 만든다.
의리로 맺어진 관계와는 사뭇 다른 점이다.
그러니 배신당하기 전에 이렇게 선을 긋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열심히 만든 차원의 신계의 정규복장과 같은 신의들로 눈이 간다.
스르르르르륵-!
주신전의 천장위에 걸린 수천 벌의 신의와 장비가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휘날린다.
본래 저런 많은 수량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만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저렇게 많이 만들고 말았다.
신계주신으로서 통일된 복장을 입은 고위신들을 이끌고 자신의 지도력을 주신계에게 과시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신전에 들어올 자격이 있는 고위신들에게 모두 지급하여 차원의 신계의 발전을 자랑하고 지지를 이끌어낼 목적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최선의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어느새 주신장전에 도전할 정도로 강해진 자신과 신계에 애착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간 신의를 만들면서 흥에 겨워 행복했다.
허나 그걸 만든 자신과 입을 신들이 이래서는 언제 나와 같은 광대 짓이었다.
아마도 저걸 전부 사용할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 같아 고개를 저으며 주신전에서 벗어나 차원의 신전으로 향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부하신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착용하고 주신장전에 앞장서는 감동적인 진행 따위는 역시 이런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남은 것은 혼자서 희박한 승산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일밖에 없다.
언제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