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념(信念)과 오기(傲氣) -->
발끈했지만 잠시 매혹당한 틈에 자신도 모르게 긍정하는 말을 해버린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지금 두려운 것은 전능의 휘나 망하는 것이 아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3만년동안 정신개조를 겸한 강제수련을 당한 직후였다.
단 하나 신계주신으로 정상적으로 전투에 나설 것을 강조한 교육이었다.
그런데 잠깐 욱한 기분으로 이런 일을 벌인 자신이다.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정말 이제 편히 죽고 싶다.
그런데 이제 선불로 받은 현실부정의 부활권능으로 죽지도 못하잖아?
써버리자니 아깝고 미치겠네.
돌아오시면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분명히 이 못난 놈이라고 하면서........ ’
거기까지 생각이 가자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이성이 확 돌아왔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돌아오시면 무슨 말을 하면서 자신을 팰 것은 상상이 가는 일이다.
순간의 감정 때문에 제 버릇을 못 버리고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
흑염의 절대자를 함정으로 끌어들일 의뢰만 아니라면 그 전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3만년을 두들겨 패시며 신계주신답게 위엄을 갖추고 진중하게 행동하라 하셨는데 이렇게 되었다.
용병신 시절처럼 혼자서 감정대로 날뛰지 말라고 한 경고를 1주일 만에 무시한 셈이 되었다.
‘의뢰가 실패하면 정말 때려죽이려고 하실지도 모르겠군.
아니 성공해도 그냥은 안 넘어가시겠지.
3만년의 교육을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해 투자하셨는데 1주일 만에 싹 날렸으면 나라도 가만 안 놔두겠다.
이걸 어쩐다.
뭐라고 변명해야 하나?
이것도 다 상대를 방심하게 하기 위한 함정과 계획의 일부라고 해보았자 안 통하겠지?
그냥 평소대로 꾹 참을 것을-!’
갑자기 화가 났어도 잘 구슬려 볼 것을 후회가 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위아래가 없는 용병신으로 살던 대로 하기는 했는데 이제 부정 못할 상급자가 생기고 나니 이제 뒤가 걱정이 되는 것이다.
성질대로 했다가는 자신만 감당하고 끝나지 않는 위치라는 것을 몸서리치게 다가왔다.
그런 당황해 하는 모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전지의 성이었다.
‘마신왕이며 성마신인 내 앞에서 딴 생각이라?
창조신이라도 그러지를 못할 것인데?
잠깐 확인 좀 해 볼까나?’
그리고 아주 약간 살기와 투기를 일으켜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자신에게 느껴지는 이상한 위기감각도 확인해야 했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변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몸이 그대로 자신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내려찍은 것이다.
아무런 기색도 없이 내려쳐지는 일격은 그야말로 처음 볼 정도의 회심의 일격이었다.
‘뭐-!’
퍼어어억-!
가까스로 신체의 반응을 끌어올려 양손으로 막아낸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마치 폭포가 떨어지듯이 강력한 치명적인 일격이 연속으로 쏟아지고 그것을 전력으로 막아가는 전지의 성이었다.
꽈꽈곽-! 퍼억-! 꽈드드드득-!
일순간에 벌어지는 접전으로 응접실의 아다만티움의 탁자가 조각조각 박살이 나서 휘날리고 육체와 육체가 부딪치는 굉음이 차원의 주신전을 뒤흔든다.
바로 옆에 있던 가이아나와 전능신족의 여주신들조차 무슨 사태인지 모를 정도의 초고속의 전투에 미처 반응을 하지 못하고 바로 튕겨서 벽으로 밀렸다.
주신전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파역시 퍼져나갔다.
놀란 그녀들의 눈에 보인 것은 어느새 양손을 서로 맞잡고 대치중인 차원의 마도신과 전지의 성이었다.
얼마의 타격을 서로 주고받았는지 모르지만 입고 있던 갑옷들이 산산조각 부서지고 들어난 피부역시 검게 멍이 들어있었다.
놀라면서도 납득이 간 상쾌한 표정의 전지의 성이 양손을 맞닿은 상태에서 바로 앞의 차원의 마도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한다.
“역시 믿는 수가 있었네.
주신장전 정도는 상대의 약점이 알 필요도 없고 부하들의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었나?
도대체 관리신인 마도신이 어떻게 이런 근접전 능력을?
관리신에게도 이런 수준의 접근전의 권능이 있을 수 있었나?”
전지의 성의 탐색권능이 구석구석 자신의 몸을 스치자 잠시 멈칫한 차원의 마도신이 입을 열었다.
이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했다.
자신이 가진 패를 더 보여보았자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상대는 협상을 위해 왔는데 이렇게 싸워 보낼 수 없었다.
더구나 전지의 성은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며 마신왕의 직위다.
그 위치는 창조신과 동격이다.
예비 창조신인 자신이 비록 종족이 다르나 예의를 차릴 상대라는 것은 이제 머리에 박혔다.
무수하게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직위와 거기에 맞는 행동요령을 강제수행을 당하면서 들었는데 더 이상 실수를 할 수 없었다.
“치료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귀중한 손님으로 계십시오.
차원의 신계는 성마신이신 전지의 성님과 일행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살기와 투기의 발산은 자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신계 내에서는 전투는 무조건 금지입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 후의 사태는 보시다시피 책임지지 못합니다.”
“알았다.
이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연히 따라야 하겠지.
부하들에게도 주의를 시키지.”
스으으으으윽-! 파가갓-!
그 말과 동시에 서로의 양팔에서 신력과 신체가 충돌하는 굉음이 다시 울리면서 응접실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각자 집중했던 신체의 힘을 동시에 풀어버리는 굉음이다.
잠시 거리를 둔 전지의 성을 쳐다보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는 차원의 마도신을 전지의 성이 오른 손을 흔들면서 눈웃음으로 배웅했다.
그러나 뒤로 숨긴 오른손에서는 피가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방금 서로의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를 잠깐했던 부상이었다.
지금 자신은 마신왕이며 성마신의 신체다.
거기에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혀 창조신장급과 상위의 대신족을 제외하고는 부상을 입을 리가 없다.
그런데 단 몇 초의 접촉만으로 손바닥을 찢기고 말았다.
더구나 얼마나 파괴력이 강력한지 어지간한 소멸도 버티는 마신왕의 치유력이 밀리고 있었다.
‘검은 불길이 순간적으로 내 권능과 육체를 모두 관통했다.
분명 이건 10중심 중 흑염의 절대자가 사용한다는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인 흑염?
불가해의 팔시조를 근접전 분야에서 유일하게 능가하는 육체계열의 최강권능.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을 통과했다고 그랬지?
이런 의미인 것인가?’
뒤에서 그 광경을 보는 여주신들도 표정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절대의 권능인 불가해의 팔시조로 단련된 전지의 성의 육체가 부상을 당한 것이다.
마신일때도 부상을 입는 경우는 전능의 휘와의 인증전외에는 거의 없는 불멸의 신체다.
마신왕이 된 지금은 더욱 강해졌을 것인데 너무나 쉽게 피를 흘렸다.
단 일순간의 공방으로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방금 차원의 마도신이 움켜쥔 여파로 찢어진 오른손의 상처를 치료하며 의문에 쌓이는 전지의 성이었다.
흑염의 권능으로 자신의 육체에 손상을 주었다는 것을 알겠다,
문제는 순간적인 접근전이었는데 순수한 투신인 자신에게 마도신이 결코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산으로 권능을 구현하는 마도신의 특성상 결코 접근전에서 투신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 상식이 뒤집어진 것이다.
‘위대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시여.
도대체 무슨 일을 하신 것인가요?
차원의 마도신은 마도신의 권능을 전혀 발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힌 저와 동급이상의 신체와 격투능력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관리신의 육체로 이것이 가능한 것 인가요?
정말 궁금하군요.’
화르르륵-! 화륵-!
응접실에서 나온 차원의 마도신의 양손에서 흐릿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방금 전지의 성과 잠시 공방을 주고받으며 생긴 손상을 복구하는 흑염의 권능이었다.
불가해의 팔시조의 잔류 권능조차 남김없이 삼키는 것이 과연 육체계 최강이라고 할만했다.
하지만 침실로 걸어가는 차원의 마도신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있었다.
자신이상의 마신이 발동한 살기와 투기에 자동으로 반응한 신체 탓이다.
절대로 싸울 생각이 없었다.
전능의 휘와 동급의 투신과 싸워서 얻을 이익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는 살기와 마신왕의 투기에 너무나 정직했다.
이미 전투를 인식하고 있을 때는 수없이 공방을 주고받은 다음이었다.
강제수련으로 얻은 영원영창과 연계된 이성이 아니었다면 정말 죽을때까지 싸웠을 것이다.
육체계 계열 최강인 흑염이 가진 권능의 진정한 모습에 식은 땀이 나는 사태다.
‘3만년 간의 강제수행을 당하면서도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발동이 되었다.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의를 놓치면 안 된다.
그런데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나?
익힌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역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바람가의 오리진다웠다.
뭐가 뭔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흑염의 권능을 제대로 구현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본래와 상당히 다르게 바꾸어서 마도신에 맞게 했는데 정작 익힌 자신의 수준이 너무 낮아 사용요령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지의 성과 겨루어 보니 감이 잡혔다.
머리에서 마도신의 오리진님과의 강제수련을 당하며 들었던 무수한 꾸지람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잘 들어라.
이 멍청하고 둔한 놈-!
내가 후손 교육은 많이 했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마도신인 네가 아무리 수련을 해도 최고 수준의 근접전문 투신과 맞상대를 해서 이길 가능성은 아예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다.”
‘진리의 혈족과 비교하면 당연히 못한 것이 당연하지.
그리고 투신에게 마도신이 못 이기는 것이 왜 당연해?
이게 마도신의 오리진이 마도신에게 할 이야기인가?’
강제수련에 끌려온 반항심을 한껏 끌어올려 대답하는 자신이었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마도신에게 하실 말씀이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언제인가는 이길 수 있다고 부질없는 희망이라도 주셔야.......꽥-!”
퍼어어어억-!
강제수련으로 끌려와 만신창이가 되어 악만 남아서 바락바락 대들던 자신에게 언제나처럼 파멸유혼검을 휘둘러 입을 닥치게 한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도대체 이런 폭력을 동반한 강제주입식 교육이 효과가 높기로 명성이 자자한 바람가의 교육의 정체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어디서 말장난이냐?
원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걸 똑같은 방신으로 계속 시도하는 놈이 바보 멍청이지.
모든 투신은 전투에 있어서 적을 인식하고 공격하여 명중시키는 3가지 판단과정을 거친다.
어떤 권능을 가진 존재이든 반드시 해야 하는 이 과정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단축시키고 강하게 하는 것이 강함을 결정한다.
그러나 마도신과 같은 관리신은 공격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연산하여 권능을 구현하는 과정이 하나 추가된다.
결국 일반투신의 3단계에 비해 연산과정이 추가된 4단계를 거쳐야만 싸울 수 있다는 관리신의 근본적인 문제 탓에 접근전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럼 제가 하고 있는 이 수련은 무엇입니까?
왜 자꾸 때리기만 하십니까?
덕분에 몸이 만신창인데 무엇을 배우라고요?
아니 그보다 떡밥으로 유인해서 미끼인 제가 흑염의 절대자를 낚는다면서요?
미끼인 제가 떡밥에도 못 버티면 어떻게 합니까?
왜 하필이면 떡밥이 전능의 휘입니까?
불가해의 팔시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일대 일로는 절대로 못 이긴다고요.
본인도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인정하시면서요?”
타당한 반론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도신의 오리진이었다.
절대의 권능인 불가해의 팔시조를 초반부지만 익힌 투신과 칭호의 완전 발동 없이는 초월권능만 가능한 마도신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 오래간만에 맞는 말을 하는구나.
하지만 넌 흑염 일족이기도 하니까 가능한 방법이다.
그 짐승 같은 놈들의 권능의 오의가 바로 이런 것 전문이니까.”
“예?”
“제발 좀 알아들으란 말이다.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을 한 너는 일부는 흑염의 일족이기도 하다.
그런 흑염 일족인 네가 바람가인 나에게 왜 자신의 권능을 묻는 것이냐?
자기가 가진 것도 잘 알지 못하는 이 한심한 녀석아-!
이걸 언제 제 몫을 하게 만들지?
일단 잘 들어라.
1대 흑염의 절대자는 적의 인식, 공격, 명중의 3단계 판단을 인식 1단계로 줄였다.”
“에에에? 그게 가능합니까?”
그 말에 울화가 치밀어 오른 듯 마도신의 오리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니까 짐승이지-!
그것도 미친 짐승-!
지금 흑염의 절대자 놈도 1대와 똑같아.
아니 능력만은 더 높지.
그러니 같은 접근전 투신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해.
하지만 이런 것도 절대의 권능이라고 가지고 있는 일족 따위를 왜 진리할아버님은 그렇게 중하게 여기시는지-!
강하기만 하면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격조와 품위가 있어야지.
뭐 이따위 상종 못할 놈들이 다 있어?”
“마도신인 저희들이 뭐라고 할 처지가........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