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념(信念)과 오기(傲氣) -->
그렇게 선고를 하며 차마 대들지 못하고 입을 꽉 다물고 있는 이계의 정령신들을 보았다.
제압을 풀려는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어떻게 제압되었는지도 모르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대들고 계약자인 자신의 위에 서려고 하던 이들이 제압당해 아무 말을 못하는 것을 보고서야 실감이 왔다.
‘나는 강해졌구나.
비록 완전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참고 견딘 보람은 있었어.’
그동안 이들을 완전히 제압할 자신이 없어서 꾹꾹 참고 산 세월이 얼마였던가?
아니 이들이 있어야만 창조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으니 전력으로도 못 싸운다.
솔직히 한꺼번에 덤비면 도망을 쳐야했다.
더구나 주신급의 마도신으로는 접근전 전문의 초월의 권능을 지닌 정령주신들 5명을 한꺼번에 다 상대하라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눈치만 보다가 드디어 계약자로서 위엄을 세웠다.
아니 압도했다.
왈칵 눈물이 나올 정도의 순간이었지만 앞에서 놀란 눈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전지의 성이 있어서 꾹 참았다.
겨우 판을 여기까지 만들었다.
조금만 더 하면 거의 완벽해진다.
이렇게 강하게 만들어 주신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보답할 시간이 가까워진다.
이미 지나간 3만년의 고난도 자신에게 제압당한 이계의 정령신들의 멍한 표정을 보니 모두 감미로운 추억이 되어간다.
이제 더 이상 현실부정의 완전부활의 대가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받은 보상을 신경을 쓰는 것도 우습다.
전력으로 기대에 부응을 해야 할 생각으로 굳어져 간다.
너무나 가혹한 강제수련의 마지막 과정 중에도 결국 의식을 비록 잃었지만 결과만은 너무나 달았던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신체의 제어가 서서히 되돌아온다.
자동 발동한 권능이 전투가 끝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불가해의 팔시조는 흑염처럼 이성을 침식하여 연료로 삼는 흉악한 권능이 아니었다.
신체를 뺏는 것이 아니라 보호만 해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천만다행이다.
본능에 흑염이 안착하여 긴장을 늦출 수 가 없는데 긴장 속에도 감당이 불가능한 권능이 날뛰면 정말 끝장이다.
역시 바람가가 흑염보다는 상대하기 낫다.
하지만 이건 너무 보조해 주는 것이 강해서........미치겠네.’
다른 권능이 신체를 점유하면 당연히 연산력이 감소하고 인지능력이 감소한다.
하지만 지금은 더 날카로워진 감각과 인식능력으로 고통스러울 정도다.
주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적대할 수 있는 모든 존재의 호흡과 근육의 움직임, 아니 권능의 자그마한 변동과 의지까지 바로 전해진다.
이제까지 몰랐던 전지의 성의 강대한 신체와 마력이 어떻게 융합하여 자신과 이계의 정령신들을 노리고 있는지 세밀하게 잡혀온다.
자신보다 상위인 마신왕이 노리고 있는 위치와 힘의 정도까지 저절로 파악이 될 정도다.
그렇게 극한대로 확장되고 강화된 감각을 신체와 직결하여 조건반사적으로 멋대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도 죽은 자는 없다.
비록 예비 창조신인 자신보다 약하지만 초월의 권능뿐 아니라 절대급의 권능을 가진 주신이 다수였다.
절대로 이렇게 쉽게 제압당해 자신에게 억눌려 있을 이계의 정령신들이 아니라는 것을 계약자인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런데 자신의 피해는 전무하다.
상대의 부상도 거의 없이 쉽사리 제압을 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힐 정도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완전히 제압당해 반항할 생각을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절대의 권능이기는 한데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아무리 얌전하고 도움이 되어도 통제할 수 없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언제인가는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불가해의 팔시조는 살기와 투기에 미쳐 본능대로 날뛰는 흑염과는 또 다른 이성에 특화된 전장의 권능인가?
상대를 죽이지 않고 제압만을 한다.
과거 10중심에서도 흑염이 선봉에 섰지만 대부분 바람가가 끝냈다고 했지.
반드시 죽여야 할 상대라면 흑염이고 제압해야할 상대라면 바람가가 맡았다.
신규세력이며 소수인 그들로서는 어떻게든 세력의 포섭이 먼저였으니 바람가가 가장 많은 전투를 담당했다.
그렇게 전쟁에서 대다수의 적을 죽이거나 소멸시키지 않고 제압하여 자신들의 세력으로 삼아 결국 절대계를 모두 온전히 손에 넣었다.
그래서 불가해의 팔시조는 약자 뿐 아니라 강자에게도 죽음과 소멸만이 지배하는 전장에서 적을 제압하여 아군으로 삼기 위해 포획을 기본목적으로 하는 절대의 권능인가?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이 당연히 더 어렵다.
그런데 그걸 기본으로 하는가?
실로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절대의 권능이군.
이걸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이 복잡해지지만 몸을 일으킨다.
상위의 권능이 통제하던 육체의 제어가 풀려서 그런지 약간 이질감이 감돈다.
그리고 이상이 있음을 알았다.
양손만 순간적으로 제어를 다시 빼앗겼다.
마치 타인의 손처럼 움직인다.
관절과 근육의 제한은 마치 없는 것처럼 기기묘묘하게 구부러지며 수축하면서 불규칙한 파동을 낳았다.
우두두두둑-! 우둑-!
팔과 근육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팔의 움직임의 목적지는 바로 제압을 하고 있는 2명의 이계의 정령신들이었다.
아마 자신이 신체의 통제를 되돌려 받자 어떤 빈틈을 발견했는지 막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다.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이게 무엇인지는 감이 왔다.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면 말이 안 된다.
‘안 돼-! 멈춰-!
이들은 근원의 칭호를 가진 나 정도의 회복능력이 없다.
피계약자인 이들이 나로 인해 다치면 결국 내 정기로 회복을 시켜야 한단 말이다.’
파드드드득-! 파지지지지직-! 꽈드드득-!
그러나 역시 용서가 없다.
근육이 비틀리고 힘줄이 뜯겨지는 소리가 들인다.
어떻게 발동되는 오의인지 모르지만 위력만은 끔찍하다.
그 독한 여신들이 비명을 내지를 정도였다.
“카아악-!”
“아아악-!”
그 비명소리와 함께 그대로 축 늘어지는 몸이었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여신들의 신체 전부가 무엇인가가 빨려들 듯이 자신의 팔을 휘감듯이 밀착된다.
양팔과 양발을 제압하던 손들은 이미 가느다란 목을 잡아서 다시 바닥에 처박은 상태다.
중간에 인식이 또 나간 것을 보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신체행동을 한 모양이다.
마치 양팔을 하나씩 이계의 정령신들이 온 몸으로 꽉 안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렇게 낭만적인 상태가 아니다.
다시 확인을 해보니 일순간에 상대의 모든 근육과 힘줄, 관절을 거의 파괴하다시피 꺾어 놓았다.
다행히 자신의 수준이 낮아서 타격만 준 것 같은데 정말 지독한 위력이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약간의 근육과 관절조작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마도신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엉망이 된 신체는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다.
자신이 강제수련 중 아무리 피하려고 안 되어서 죽기 아니면 살기로 반격을 하려고 하는 순간 이 꼴이 되어 무수하게 날려졌다.
시행하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은 바람가의 모든 오의를 완벽하게 익힌 존재다.
그러니 이것보다 더 끔찍한 문어모양의 꼴로 수없이 나뒹굴었던 자신이다.
어디선가 흐릿한 환청 같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전신 파도격(轉身 波濤擊)”
“카으으으으으윽-! 뭐.......뭐라고요?”
“바람가의 가장 기초적인 방어 오의다.”
“그게 그래서요?”
“불사나 불멸, 혹은 불굴의 신체속성을 가지고 끝없이 덤비는 귀찮은 것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바람가의 절대 오의지.
단 한 번의 방어로 적의 모든 공격을 그대로 반격으로 바꾸어 완전히 분쇄한다.
이것을 완전히 익히면 제압한다고 쓸데없이 많이 때리지 않아도 된다.
아니 공격조차 필요가 없지.”
“아-! 누가 그딴 것을 알고 싶다고 했습니까?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아파서 죽겠습니다.”
“쓰읍-! 감히.........”
퍼어어어억-!
그나마 멀쩡한 이마를 두들겨 맡아 새로운 고통이 몰려오자 꼼짝도 못할 정도로 박살난 몸이 떼굴떼굴 구른다.
하도 당하더니 근육과 관절이 박살나도 잘도 움직인다.
그렇게 여기저기 아파서 구르면서도 유일한 공격수단인 입으로 항의를 했다.
“아오오오옥-! 온 몸을 다 부셔놓고서 더 때리실 곳이 어디 있다고?”
“그 꼴로 제대로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수련진도는 확실하구나.
내 직계들은 하늘 모를 정도로 강대한 자신들의 신체를 순간에 전투불능으로 만든 절대의 오의를 배우고 싶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갔는데 넌 왜 반응이 이 따위야?
전신 파도격(轉身 波濤擊)은 절대의 수많은 권능 중에서도 육체 쪽에서는 감히 비교할 권능이 없는 최고의 방어의 반격기다.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신체 전부를 움직여 특별한 파동과 힘을 만들어서 접촉하는 어떤 공격도 되돌리고 공격자 자신의 힘으로 적의 신체를 산산이 부순다.
그리고 적의 신체를 파괴하는 것은 본인의 힘이기에 어떤 방어의 힘으로도 방어가 불가능하지.
미친 짐승이기에 최강일 수밖에 없는 흑염의 신체와 전투감각조차 완벽하게 방어할 수 없는 궁극 중의 하나이다.
너는 이것이 탐나지 않느냐?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지 않느냐 말이다.”
그 말에 잠시 고통을 억누르고 말을 했다.
그때는 어떻게든 이 강제수행의 길을 바꾸려고 발악을 했다.
마도신인 자신이 연산력을 높이고 권능을 높이려면 당연히 더 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명상으로 체득해야 한다.
그런데 강제수행이라 해놓고 두들겨 패기만 하니 뭐가 뭔지 도저히 몰랐다.
그리고 저건 어느 정도 감이 잡혀야지 욕심이라도 내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격을 하려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육체가 파르르 진동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다음에 바로 이렇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신체에 관련된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배웠지만 결국 회피와 도주에 치중된 근원학파다.
마도오라로 강화된 빠른 발과 반사 신경에 치중하여 회피능력을 끌어올린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전장에서 자기 몸을 지키며 마법을 구현하고 영창을 하기도 벅찬 마도사다.
기사급의 속도와 회피능력을 가지고 최전선에서 고위 마도를 실현하는 정도면 전장을 휘저을 정도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다.
써클을 끌어올리기도 바쁜데 어떻게 신체능력까지 올리겠는가?
거기다 신체단련과 고도의 연산단련은 반대되는 악영향이 강해 일정수준에서 멈추게 되어있다.
그러니 이런 고도의 신체조작을 어찌 자신이 알겠는가?
처음 마도에 입문한 제자에게 10써클의 마도를 보여주며 익히라는 하는 격이다.
무엇보다 감이 왔다.
이건 절대로 자신의 재능으로는 얻을 수 없는 보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재빨리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가는 것이 이롭다.
괜히 세계수 근처의 나무열매가 맛있다고 가까이 가다가는 화살에 벌집이 되기 일쑤였다.
맛있는 열매일수록 지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일찌감치 배웠다.
포기가 답이다.
“그거야 마도신인 전 익힐 수 없으니까요.
그런 절대의 투신 오의는 익힐 가망성이 없으니 차라리 마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이게 무슨 꼴입니까?”
“에라이-! 그냥 강제수련에 들어간다.
인지를 초월하는 초일류의 투신들의 접근전 공격을 마도신이 견디려면 이건 필수다.”
“잠.......잠깐만요.
투신들이요?
왜 단위가 복수입니까?
전 단순한 흑염의 미끼역할만.......”
“닥쳐라-!”
무엇인가가 말이 이상하여 항의를 했지만 이미 끝난 일이다.
전신파도격의 여파로 자신의 팔에 휘감긴 여신의 몸을 떨어트리려고 했는데 또 양손이 제어를 벗어난다.
아니 오히려 손아귀의 힘이 더 강하게 들어가서 더욱 강하게 제어하고 있다.
이계의 정령신들은 이 꼴이 되고나서도 아직 반격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들의 제압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신체부분을 제외하고는 다시 제어가 돌아왔지만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
아니 자신의 부족한 접근전 능력을 보완하고 실수를 방지하는데 꼭 필요한 역할만을 하니 뭐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이건 미쳐 날뛰는 흑염보다 더욱 확고하게 이질적이다.
아니 이성과 인식을 가진 자신보다 더 확실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반사 신경과 같아서 기분이 좋지가 않다.
‘정신을 잃고 이 꼴이 되어도 반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하긴 보통 독종들이 아니니 그러기도 하군.
하지만 정말 지독하군.
마치 완전히 다른 내가 3명이 들어서 있는 것 같아.
아니 4명인가?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결국 그 상태 그대로 이동한다.
자신의 손에 목을 잡힌 이계의 여주신들의 몸이 정신을 잃은 채 양손과 양발로 팔을 휘감은 형태다.
극도로 단련되었지만 부드러운 율동을 보이는 가슴이나 탄탄한 복부가 걷는 그대로 팔에 밀착되어 흔들거린다.
그러나 얼굴을 가린 로브 아래로 꽉 다문 입술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단 반나절의 방임이다.
그런데 신계가 반파가 되었다.
난동을 부린 주신들도 문제지만 아무런 미련도 없이 신계를 버리고 자신들의 몸만 피한 하급신들이 더 큰 문제다.
비록 능력이 부족하나마 최소한의 저항만 해주었어도 저 개새끼와 새끼 뱀이 그렇게 날뛰지 못했다.
본인들의 신전도 있었으니 방어만 해주었어도 충분했는데 모두 도망치기만 급급했다.
결국 이들로는 주신장전에 못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