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념(信念)과 오기(傲氣) -->
그리고 눈부신 빛의 장벽이 주신들의 진격을 막았다.
우두두두두두둑-!
뼈가 어긋나는 괴음이 용사신의 신체전체에서 울렸다.
하지만 극도의 희열역시 느꼈다.
자신의 신체에서 발산되는 눈부신 빛의 장벽이 200명의 주신들의 돌진을 일순간 멈춘 것이다.
겨우 중급신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위업이다.
그 위업의 증거인 빛의 막은 용사신에게서 발산되어서 주변에 쓰러져있던 권왕과 검왕을 타고서 다른 초월자들에게 향한다.
이들 모두의 신뢰와 믿음이 자신의 힘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권능을 강화하기 위한 힘찬 신언이 울려 퍼졌다.
“나의 권능은 ‘불굴(不屈)’!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아는 힘-!
인간의 몸으로 용사가 되어 마왕과 싸우기 위해 선택한 시련의 길이 나의 삶이며 의지이다.
목숨을 걸고 같이 싸우는 신뢰하는 동료가 많을수록 나는 강해지리라.
동료와 모두를 위해서 어떤 적의 공격이라도 막아내는 방패가 되고 무적의 검이 되어 승리하리라.
그래서.........어어어어라?”
득의의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용사신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처음으로 전력으로 발동되어 본색을 드러내는 불굴의 권능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많을 수 록 모두가 강해지는 광역권능이다.
야수신님의 말씀대로 하면 우월권능 중에서도 극히 희귀한 광역권능이며 위력은 보증을 받았다.
다만 약간 딱하다는 표정이 거슬리지만 백만의 초월자들을 이끌면 주신들과 싸워도 버틸 정도라고 했다.
비록 100만의 초월자 전부가 동료가 아니더라도 지금 하급신이 된 동료들의 신뢰를 얻기만 해도 권능을 발동하지 않은 주신의 돌진은 막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우월하다는 불굴의 권능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것이다.
으득-! 파직-! 파가가강-!
유리처럼 가루가 되어 사라진 불굴의 권능에 잠시 넋이 나가려고 했던 용사신이 고개를 권왕과 검왕을 향해 급하게 돌렸다.
바로 원인을 알았다.
저 2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굳건한 신뢰의 전달이 검게 변해서 끊어져 있는 것이다.
이건 신뢰가 아니라 원망이다.
이유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2주간 강제 고자가 된 것이 문제였다.
하급신이 되어 젊음을 되찾고 좋아하다 치솟아 오르는 욕망을 자기 때문에 막혀서 못하니 원망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는 고사하고 모든 지성체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만약 이번 일이 잘못되면 마신처럼 모든 지성체를 죽여서 정기를 모두 회수한다는 극단적인 선택이 나올 수 있었다.
아니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의 자신조차 존폐가 걸려있으니 용서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신족이 되어 몇 백년간 수련을 받으며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기본 상식이었다.
일단 신계가 점령하고 관리하는 행성은 담당신계가 멸망하면 마계가 되거나 용도폐기, 혹은 고정된다.
마신족은 독립신계라서 힘들고 아마 용도폐기나 고정이 되는데 어느 하나 지성체들에게는 최악이다.
그래서 저절로 욕설과 훈계가 터져 나온다.
“이 멍청한 놈들아-!
겨우 2주일 고자가 된 것 가지고 원한이냐?
이럴 때 그따위 저열한 욕망과 본능에 이성을 잃었어?
마왕들과 싸울 때도 그렇게 망설이더니 아직도 이 꼴이야?
이러고서 정상적인 신이 될 것 같아?”
“........”
“........”
이제 방금 박살난 권능이 무엇인지 감을 잡은 검왕과 권왕이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니 마음속의 말을 차마 모두가 있는데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맞았다.
‘빌어먹을 자식-!
하급신이 되자 젊어지고 멋져진 신체란 말이다.
번쩍이는 빛의 날개도 여자들에게도 최고 인기였다고-!
웃으며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침실로 직행할 수 있었는데 고자라니-!
이 욕망을 항상 풀고 다니던 네가 어떻게 알아-!’
잠시 자신들의 돌진이 막혀 놀랐던 주신들이 사정을 파악하고 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목숨을 거는 신뢰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지.
특히 불완전한 생명체의 감정을 기본조건이라?
최악이구나.”
“쯧쯧-! 사전 조건을 너무 난해한 것으로 했구나.
차라리 목숨을 걸고 이기지 못하면 죽는 결의를 발동조건으로 삼는 것이 더욱 쉽겠다.
그러면 독립권능인가?
이건 난해하군.”
“등급은 우월권능이상에 광역권능인데 아까워.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발동조건을 건 것인가?
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니까.”
명문신족들이 어린 신족들에게 수없이 교육하고 강조하던 권능의 발동조건의 용이성의 문제였다.
어떤 강력한 권능도 발동조건이 쉬워야지 가치가 있지 저렇게 난해하면 결코 안 된다.
어떤 강력한 권능도 발동이 힘들면 쓸모가 없는 것이다.
특히 불안정한 생명체의 감정을 발동조건으로 하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일이었다.
“뭐-! 본인이 결정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
그럼 이제 권능을 발동해서 본격적으로 한다.
그래도 우월권능에 광역권능이라니 봐 줄 필요가 없었군.”
13쌍의 빛의 날개가 주신들의 등에서 솟아나며 각각의 권능들이 발동되는 것을 본 용사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본래 계획은 자신이 방어막을 치고 그 너머로 공격을 하는 식이었는데 이러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강해지기 전에 무의미하게 죽는 것만 무수하게 반복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잠시만 이 어리석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 시간을 주시면-!
우와아아아악-!”
퍼어어어어억-!
말을 하다가 주신들의 권능발동의 파동에 저 멀리 날려지는 용사신이었다.
주신들이 이미 돌진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초월자들이 폭풍 앞의 먼지처럼 비명을 지르며 여기저기 날려지기 시작했다.
“신계주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선별을 위한 가혹한 전투이다.
그 외에는 알 바 아니다.”
냉혹한 주신들의 초월자들에 대한 공격은 끝없이 이어질듯 작렬하고 있었다.
한편 주신전에서 갑자기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선별의 예선상황을 보고 있던 차원의 마도신이 용사신이 권능을 발동하지 못해 너무나 힘없이 초월자들이 날려지는 상황에 분노한 탓이다.
그 분노는 바로 마력의 파동이 되어 차원을 뛰어넘은 거대한 무형의 손이 야수신을 허공으로 붙잡아 올리는 것으로 표출되었다.
꽈아아아아악-!
“아고고고고고-!
저 죽습니다.
왜-! 왜 갑자기 이러십니까?”
주신의 신력으로서도 감당을 못할 엄청난 마력 압력에 비명을 지르는 야수신이 비명을 지르며 입을 벌렸다.
마력의 파동조차 어처구니없이 차원도약을 해오니 피하고 자시고도 할 수 없이 꼼짝없이 잡혀서 죽을 판국인데 이유라도 알아야 했다.
그리고 분노한 차원의 마도신의 목소리가 야수신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야수신-! 네 이 놈-!
수련만 시키라고 했더니 용사신의 권능을 저 꼴로 만들어?
권능의 발동조건이 ‘신뢰(信賴)’라고?
이것이 어디의 어린애들 희극이냐?
우월이상의 광역권능이 흔한 줄 아느냐?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나의 전투 계획을 내 신계의 신이 감히 방해하다니?
용서 못한다.
내 손으로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신령은 신령연옥에 영원히 연금해 주마.”
우지직-! 우지직-!
몸의 뼈를 잘근잘근 박살나려는 듯이 마력이 올라간다.
야수신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주변에 누가 있던 바로 팔다리를 뽑아버릴 기세였다.
온화한 여주신들의 등장에 축하 분위기에 있던 주신들이 황망한 시선을 보내며 급급하게 방어태세로 바뀔 정도로 살기가 넘실거렸다.
그런데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치고 뭐고 승리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정말 살해당할 위기였다.
아니 그거로 끝나면 다행이다.
죽으면 부활하면 되지만 정말 신령조차 영구 연금할 기세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자신과 관계가 없어서 생각은 안했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는 ‘신령연옥(神靈煉獄)’이라는 권능이 있었다.
그것은 분명 신령을 전문적으로 연금하고 봉인하는 또 하나의 정령계였다.
이건 신들에게 있어 인간들의 지옥과 버금가는 악몽이다.
“우와와아아아악-!
아닙니다!
절대로 제가 저렇게 유도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저렇게 발동조건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주신급이 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저라도 손을 댈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급하게 외치는 야수신의 말에 잠시 처분을 멈추고 신계자아를 불러 확인을 했다.
과연 발동조건이 등록된 것은 하급신이 되고 바로였다.
신력이 증가되면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한 신족의 경우와는 다르게 불가능할 정도로 완성된 발동조건이었다.
이건 권능을 개발하자마자 본래의 삶의 의지가 그대로 발동조건이 되어 고착되었다는 소리였다.
처음부터 정신체로 태어나 백지상태인 신이라면 교육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극한의 수련을 통해 성숙된 초월자들은 불가능한 문제였다.
“으음-! 초월자에서 하급신이 되는 순간 권능과 발동조건이 무작위로 구성되고 고착되는가?
‘근원’의 칭호를 가진 나와는 다른 경우군.”“그렇다니까요-!
인간이 신이 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불공평하지요.”
죽음을 당할 위기에서 살아날 길이 열린 것을 안 야수신이 필사적으로 항변을 하자 납득한 차원의 마도신이 그대로 본래의 자리로 야수신을 놓았다.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야수신이 감히 다른 감정을 내보일 엄두도 못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혼잣말이 들려왔다.
“전력이 부족하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이것들도 써야지.”
주신들의 권능발동으로 난장판이 된 달의 전장에 차원이동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전장에 거대한 금속의 거인들과 괴수들이 수백개체가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일사불란하게 정렬된 그들이 일제히 양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한다.
이미 허공에 나타난 로브를 입은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에서 항거를 못할 힘의 차이와 위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우리들의 신계주신이시여.
기계 여주신님들의 지침을 받고 이미 준비하고 있었나이다.”
지체하지 않고 거대한 차원의 마도신의 환영이 초월자들을 무참하게 휩쓸고 있는 주신들을 가리킨다.
“저들과 같이 주신들과 싸워 강해지라.
조건은 동일하다.
내가 만족할 성과를 올린다면 차원의 창조신성의 거주권을 너희에게 주리라.
나에게 덤빈 벌로 주었던 제약도 풀어준다.
또한 이 전장에서는 죽음과 부상도 없다.”
상대해야할 주신들에게서 느낀 힘에 잠시 두려움을 가졌던 금속의 거인과 맹수의 기세가 일변했다.
이미 기계 여주신들님에게서 이곳의 사정은 거의 알았다.
일반 행성의 100만 배 이상의 크기의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 행성의 거주권을 놓고 생명체들의 대표들이 우열을 가리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신계주신인 주신장전이라는 신의 운명을 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짧은 몇 개월이지만 신에 의해 주어지고 자신들이 쟁취한 우월한 힘으로 지배계층에 올라섰다.
기계 여주신님들에게 사도로서 선택을 받으며 충성까지 맹세했다.
그리고 전해준 지식으로 알았다.
자신들의 우주가 얼마나 피폐하고 종말로 가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자원의 고갈로 인한 행성의 파괴로 생명체가 약화되고 죽어간다.
막말로 우주의 쓰레기장이었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타 우주로 진출도 불가능했다.
가치가 없어 버려진 자신의 우주외의 지역은 강력한 신계주신들이 관리하고 있다.
더구나 그 위에는 주신계가 있고 창조신계가 있다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상상도 못할 힘을 가진 거대한 체계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기에 영역침범은 있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우주에서 어떻게든 하려고 해도 이미 죽기직전의 행성들이라서 불가능했다.
어떻게 하든지 다른 우주로부터 되살필 최소한의 정기가 필요했다.
그러하기에 기계 여주신들께서 직접 상위신계로 급하게 가셨고 모든 전력이 대기 중이었다.
과거 하층민이었을 때는 몰랐지만 지배계층이 된 지금은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선별전과 주신장전이라는 신들의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조그마한 보상이라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정식으로 보상을 약속받고 방금 확인해 보니 측량조차 불가능한 크기와 정기, 자원을 가진 행성의 거주권에 도전까지 약속받았으니 감격까지 할 정도다.
“이 브레이크 스로우(Break Through)가 신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전력으로 싸워보이겠나이다.”
“머신 엠파이어(Machine Empire) 역시 다시 충성을 맹세합니다.”
차원의 마도신에 의해 만들어지고 기계 여주신에게 강화된 기계 마도신과 기계수가 정식으로 선별전에 참가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