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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496화 (496/1,533)

<-- 신념(信念)과 오기(傲氣) -->

그러나 전장의 한심한 상황을 보니 저절로 이마가 꿈틀거리고 혈압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원하던 목표치의 절반을 겨우 넘긴 것이다.

“푸아아아아-!”

한숨인지 기합인지 모를 고함을 치며 다시  일어선 용사신의 앞에 주신의 공격이 가해졌다.

이미 봐주는 것은 없는지 권능과 신체가 최고조로 합일된 전력공격이다.

그러나 이미 많이 당했던 공격들이라 방어와 반격의 순간을 숙달하고 있었다.

신검의 궤적이 빛나며 일단 공격방향을 어긋나게 한다.

꽈자자자자작-!

그리고 불굴의 권능이 발동되면서 다시 주신의 권능을 지체시킨다.

정면의 방어는 어림도 없으니 나온 편법이지만 대부분의 초월자들이 이걸로 버티고 있다.

물론 몇 번 막으면 바닥나는 신력으로 날아가지만 그래도 횟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불굴의 용사신은 온갖 어려움에도 굽히지 아니하는 정신이 형상화된 권능으로 비록 상위신의 권능이지만 어느 정도 해소하며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초월자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막아줄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광역권능으로 발동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건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말을 계속 외친다.

“나를 믿어라-!

제발 좀 믿어줘-!”

일주일간 과거 동료들에게 수없이 이야기한 말이지만 이 빌어먹을 과거의 동료들은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그 동료들이 거부하는데 다른 초월자들이야 당연하게 거부를 당한다.

그러니 권능의 효과를 보이기도 전에 당할 뿐이다.

이래서는 자신했던 결과는 고사하고 징벌을 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필사적이지만 동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아-! 정말 시끄러-!”“말할 시간에 네가 직접 막아.”

“음-! 신력과 마력은 상충되니 힘들군.

마도신이라도 되어야 하나?”

저렇게 도움을 거절하고 몇 번 막다가 죽음을 맞으면서도 끝까지 연합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도저히 왜 이러는지 몰라 전투 중에라도 끝가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단순히 몇 주 동안 고자가 된 것 가지고는 이렇게까지 나올 리가 없다.

엄청난 추궁 끝에 결국 본심을 들었다.

“나는 이제 용사의 동료가 아닌 검신이다.

누구 옆의 들러리는 지긋지긋해.

나도 이제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다.”

“이제 너랑은 같이 안 다닐래.

힘들어서 싫어.”“너의 동료면 아무런 이득이 안 돼.”

위에서부터 검신, 권신, 마법신이다.

과거 검왕으로 불리며 가장 믿음직한 강한 동료였던 친구가 이제 자신의 들러리는 싫다고 한다.

권왕으로서 단련된 육체만으로 마왕에게 덤비던 순수한 투지의 화신이던 전우가 같이 다니기 힘들어서 싫다고 한다.

물론 마법신이야 과거 젊은 시절부터 툭하면 투덜거려 기대도 안했지만 설마 저 둘까지 이렇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초월자로서 하급신이 되더니 아예 자신을 모른척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설마 용사로서 명예가 집중된 것은 자신뿐이고 이들은 동료들이란 평가를 받은 것이 이렇게까지 한이 맺혀있는지를 몰랐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대지만 결국 본인들은 하급이나마 신이 되었으니 과거의 인간 때처럼 누군가의 주변 동료로서 남지 않겠다고 발악 중인 것이다.

‘이런 것들을 그래도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니-!

하필이면 이런 때에?

네 놈들은 선별이 마왕강림 정도인줄 알아?

잘못하면 모든 지성체가 몰살된단 말이야.’

그러나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먹지를 않는다.

그래도 계속 설득 중이지만 통하지는 않고 초월자들은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다.

일주일동안 당하더니 그나마 다른 초월자들에게 비해 잘 버티기는 하지만 이래서는  불굴의 진정한 능력을 쓸 수가 없다.

‘이대로는 안 돼-!

하지만 타인의 신뢰가 없이는 광역권능이 아예 발동이 안 되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금 신계주신님에게 원래의 선별방법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큰 소리를 치고 온 자신이다.

이렇게 해서 추진하시던 주신장전의 일정이 잘못되면 무슨 벌을 받을지 모른다.

아니 갑자기 금속괴물들이 추가된 것을 보아서는 이미 보완은 진행 중일 것이다.

그래서 자꾸 설득을 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비참해질 뿐이다.

‘신뢰를 구걸하는 용사신이라니-!

이런 수치가 있나?

그것도 막 신이 되어서 처음 받은 업무에서 이런 추태라니?

영원히 쫓아다닐 오점이다.

이놈들을 그냥-!’

사정을 대충 파악한 주신들이 딱하다는 눈빛과 가끔 건네는 격려에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다.

“쯧-! 정말 안타깝구나.

너 이번 일의 책임자지?”

“권능이 이 꼴이니 어찌할꼬?

다시 권능의 광역 발동조건을 재설정하려면 주신급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인데 이래서야 언제 가능할지?”

“공을 세우기는 고사하고 벌을 안 받으면 다행이로군.”

“일단은 힘을 내거라.

일을 망쳤다고 설마 말소시키기야 하시겠는가?

신체만 죽이고 신령은 신령연옥(神鈴煉獄)으로 감금하시는 정도겠지?”

“감........감사합니다.”

‘그걸 인간들은 지옥이라고 부릅니다.

말소보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면 차라리 말을 마시던가?

약을 올리시는 것입니까?’

슬슬 악에 바쳐서 자연스럽게 치밀어 올라오는 대답을 억지로 삼키고 예의바르게 대답을 하는 용사신의 마음속은 대치하고 있는 주신들의 대화내용을 들으며 시꺼멓게 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신계주신님이 엄청 화를 내는 모양인데?

갑자기 추가하신 저 기계덩어리들은 또 뭐야?

순수한 기계신은 아니고 초월자들과 융합되어 있던데?”

전장에서 그나마 주신들의 공격을 막고 간간히 반격도 하는 금속괴물들은 자기도 초미의 관심대상이었다.

그러나 지은 죄가 있으니 직접 묻지를 못하고 있었다.

“기계마도신과 행성제압병기라고 하던데?”

“끌클-! 그럼 덜 떨어진 기계문명인가?

자원소모가 극심하고 오염이 심해져 생명체와 별들의 정기는 약해지지.

쓸모없어 버려진 것들을 어디서 주우신 모양이로군.

급하기는 급하신 모양이야.”“하지만 이거 단단하기는 한데?

아니 자체 수리가 엄청 빠르다고 할까?

더구나 이것들은 어떤 주신의 사도인가?

본래 단단한데다가 신력으로 추가 보완되고 있어 공격이 잘 안 먹혀.”

꽈르르릉-! 파가가각-!

주신들의 공격이 작렬할 때마다 금속의 신체가 쩍쩍 금이 가며 무력하게 박살이 나지만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이 복구가 되고 있었다.

부서져 산산이 날아간 부속품들이 빛을 내는 것과 동시에 본체로 공간 이동되어 재조립되고 있다.

거기에 어떤 종류의 권능이 작용되는지 갈수록 내구성과 견고성이 상승하고 있자 결국 눈치를 챘다.

주신의 가호를 얻은 아주 특이한 사도라는 것을 말이다.

“거의 상급 주신의 권능으로 보호되고 있다.

그리고 점점 구조도 강화되어 가는데?”

“이제 일격으로는 안 부서지는군.”

“그리고 이제 초월자들의 상대도 주의를 해야 해.

주신에게 익숙해졌다.”

초월자들을 공정한 시각으로 확인을 해 본 결과 이제 겨우 하급신이지만 공격을 어느 정도는 막아내고 있다.

파괴력이 분산된 광역공격으로는 끝장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신력을 다루는 것도 능숙하다.

그리고 수도 백만을 넘어서니 하나하나 죽이기도 힘들고 귀찮아져 가고 있었다.

“수가 꽤 되니 버티기는 하는군.

더구나 일부는 종족권능까지 발동시키고 있어서 까다로워.

그리고 본래 주신과의 싸움에 꽤 익숙한 존재들도 있다.

도대체 뭐하던 종족이기에 상위존재들과 이렇게 잘 싸우지.”

주신들이 주목하고 있는 존재는 하이엘프 퀸이라는 여검사들이다.

정령왕과 일찌감치 합신하여 처음부터 안 죽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족의 초월자들을 끌어 모으더니 바로 군대를 형성하고 반격까지 하고 있다.

더구나 어떤 고위신의 종속신인지 모르지만 신력의 한계를 모를 정도로 마구 신력을 쓰면서 최대일격을 쏟아내고 있으니 주신들이라도 방심하면 상처를 입을 지경이다.

그리고 각 종족별로 지도자를 뽑고 군대를 조직하여 대항하고 있는 추세이다 보니 처음처럼 마구 유린을 할 수가 없었다.

모인 하급신이 백 단위이면 무시하겠는데 백만 단위이니 까다로운 것이다.

물론 이기지 못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갈 뿐이다.

“음-!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전력은 분명 올랐지만 주신들에게는 거의 무의미 해.”

“그래도 혼자 들어가면 이제 조금은 위험해지기는 했는데?

이럴 바에는 직속인 주신급의 신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더 나은데?”

차원의 마도신에게 주신급의 직속세력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도 지금은 마신성이 된 강력한 주신성 출신들이다.

정령주신들이야 신체가 아직 없어 못 쓰지만 그들에게 지금처럼 투자하면 주신들을 추가로 몇 명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의사전달을 들으며 차원의 마도신이 씁쓸하게 혀를 찼다.

‘쯧쯧-! 주신 몇 명가지고 해결이 안 되니 이러지.

그리고 주신들로 주신을 이겨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완벽하게 공포를 느낄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해야 해.

다행히 절반정도는 준비 되었군.

역시 신들에 비해 초월자들의 성장이 빠르다.

아니 이건 적응이라 보아야 하겠군.

바로 끝장나지는 않겠어.’

하지만 저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초반에는 마음껏 초월자들의 전장에서 활보하던 주신들이 모여 이렇게 의사를 교환해야할 정도로 방어벽이 굳건해지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상대가 안 되니 자연스럽게 개인이 아닌 종족별로 모여서 방어하고 그것은 종족권능으로 구현되어 주신들의 권능조차 방어해낸다.

비록 하급의 신이나 수십 수백이 넘어 수천의 권능을 수렴한 방어력은 주신이라는 위대한 신격조차 감당을 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주신 혼자서는 무인지경으로 휘저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점점 쓰러지는 초월자들과 박살나는 기계 마도신, 행성제압병기의 수가 급감하고 서서히 피해율이 극적으로 감소된다.

드디어 서로 피해가 없는 대치 상태가 만들어졌다.

용사신의 불굴의 권능이 저 꼴인 이상 이대로는 여기가 한계다.

“예선전을 끝낸다.

휴식을 명령한다.”

신계주신의 명령이 전달된 것은 그때였다.

털썩-! 털썩-!

그 말과 동시에 한계에 달한 초월자들이 여기저기 쓰러진다.

아무리 부활이 되고 정기가 보충된다고 하지만 수없는 죽음과 부상은 그 정신을 극한대로 소모시켰다.

그러나 이 전장으로 만들어진 달에 설치된 마도는 미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지 갈수록 또렷해지는 정신으로 그 고통을 그대로 감당해야 했다.

아무리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월자지만 죽음을 반복 경험한다는 것은 정신의 한계를 넘는 행위이다.

9할이 넘는 초월자들이 휴식명령과 함께 긴장이 풀려서 정신을 잃을 정도다.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그 시련 속에서 견디고 버티어 각 종족의 대표자들이 된 존재들뿐이다.

물론 불굴의 용사신은 갑자기 중지된 예선전에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계획을 들었다.

그런데 이대로 진행되면 오히려 선별을 통한 신계강화가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었다.

“예선전에 참전한 모두를 주신전에서 휴식을 허락한다.

그리고 불굴의 용사신.”

“예-!”

갑자기 호명된 용사신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으로 짜증과 피로에 절어 있다가 황급하게 대답을 했다.

“너는 모든 신들과 초월자들 앞에서 중간보고를 하도록 해라.”

“예?”

무슨 추궁을 받을지 몰라 잔뜩 긴장한 덕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는데 바로 무엇인가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제는 익숙한 목검의 일격이다.

‘또 저 목검이다-!

피.......피해야 해-! 꺼어억-!’

퍼어어억-! 꽝-!

분명 마도신이라 이런 검을 다루는 것은 어색해야 하는데 징계를 위한 이 목검의 일격만큼은 정말 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수준이다.

그대로 머리를 강타당해 얼굴부터 바닥에 박을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라고 해라.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당장 처분을 하지는 않겠다.

나는 관대한 빛의 신이니까.

언제나 자비가 기본 노선이다.

그래서 일단은 말은 들어주지.”

꾸우우우욱-! 꾸우우욱-!

그러나 목검은 상당히 감정이 들어갔는지 그대로 용사신의 머리를 땅속에 처박을 기세였다.

큰 소리를 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지은 죄가 있으니 감히 머리를 들 엄두도 못 내고 고통을 감수하는 용사신이었다.

“바로 대면보고 준비를 하라.”

그 말과 함께 목검이 치워지자 잠시 그 자세 그대로 있던 용사신이 몸을 일으켰다.

이런 개망신도 없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당했으면 억울하지도 않은데 자신하던 권능은 쓰지도 못하고 이 꼴이다.

더구나 쓰지 못한 원인이 인간시절 평생을 믿어왔던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무엇보다 상급자에게 대놓고 이렇게 구박을 당한 기억은 절대로 없었다.

어떤 귀족이나 왕의 무리한 요청도 기대이상으로 처리하여 용사중의 용사라고 칭송만 받았다.

그런데 영원히 살며 망각이 없는 신이 되자 바로 이런 꼴이다.

이건 신이라서 잊을 수도 없다.

한참을 넋을 잃을 정도로 충격에 빠져있던 용사신이 결국 폭발을 했다.

“아오-! 이 잡것들아-!

너희들도 같이 당해보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신이 되자마자 이 짓들이야.

평생을 친구로 믿고 지낸 그 세월이 아깝다.

결국 넘치는 감정을 못 참은 용사신이 신랄하게 비난을 하려 했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과거의 동료들은 손을 저으며 더 멀어질 뿐이다.

“휘이이이잇-! 저리 가-! 용사-!

나까지 찍힐라.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검신이 된 이상 난 이제 독자노선이다.

다신 네 인생의 배경과 주변인물 같은 용사 동료는 안 해.

잘난 너 혼자서 알아서 하라고.

난 나대로 산다.”

“나도 이제 권신이다.

신이라고-!

너와는 이제 같이 안 다녀.”

“뭐가 어째?

신으로 사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지 알아?

신으로서 영광과 불사불멸도 유지할 정기와 보호해 줄 신계가 없으면 허상이야.

잘못하면 신체가 없는 허신이나 마신이 된다고-!

그보다 이따위로 초월자들이 모두 뭉치지 않으면 이번 선별로 모두 끝장이야.

겨우 간청해서 얻은 임무란 말이다.

이러다 주신장전을 앞두신 신계주신님에게 어떤 징계를 받으려고?

그리고 그 분이 혼자 죽을 것 같으냐?

흑마도사였다는 것을 벌써 잊었어?”

막 신이 되어 천지구분을 못하고 날뛰는 동료들의 말에 가슴을 치며 위험 수위의 발언까지 하며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고 했지만 다음 마법신의 발언에 머리가 띵해졌다.

“또 신계주신에게 혼자서 임무를 받았어?

더구나 또 먼저 중급신인가?

역시 용사하고 같이 다니면 보답은 없고 괜한 고생길이 열린다니까.

신이 가호한다는 저 놈의 그럴듯한 말에 속아서 강림한 마왕들하고 목숨을 걸고 싸운 짓이 몇 번이야?

우리가 안해도 누군가는 했어.

나중에는 싫어도 주변여론에 등 떠밀려서 어쩔 수도 없이 끌려갔었지.

그렇게 늙을 때까지 싸운 대가로 보상은 고사하고 지배층들의 견제에 죽기 싫어서 자발적인 강제 은거라니?

더구나 그래도 계속된 감시에 제자들까지 길러내면서 인생을 달관하고 포기한 척 연기까지 해야 했다고-!

정말 저 녀석을 만나고 나서 100년 넘게 편한 적이나 이득을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저 놈은 늙어서 다 포기한 인생 막판에 최상급 신이 된 흑마도사를 마지막으로 토벌하자고 꼬드기더니 정작 본인은 교황을 하고 우리는 임시 추기경이야?

게다가 자기 혼자만 젊음을 되찾고 여기저기 연애만 하고 다녀?

그러더니 이제는 모두가 하급신인데 먼저 중급신이 되어서 나타나서 따르라고?

저건 친구가 아니라 원수야.”

신랄한 비판에 뭐라고 할 말을 잃은 용사였다.

신이 되어 완벽해진 기억력으로 과거를 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이들은 용사의 동료라고 특혜를 받은 것은 아예 없었다.

뛰어나 장비라든가 깨달음 같은 것은 던전의 수색이나 강적을 처리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얻은 것이지 자신의 성검과 같은 신의 지원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신의 대리로서 인류를 구할 용사라는 명예가 있어 재물도 그렇게 많이 얻을 수 없었고 보상도 최소한이었다.

다들 중년쯤 되어서 정신을 차리고 재산을 필사적으로 모으지 않았으면 정말 비참한 노후를 겪게 되었을 것이다.

이건 자신과 임무만 생각한 책임도 있었다.

잠시 과거에 빠져 멍하게 있는 용사신을 보고 속이 다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추가로 말하려던 마법신의 시야에 흐릿한 목검의 모습이 보인 것은 그때였다.

빠빠박-! 꽝-! 꽝-! 꽝-!

정확히 3번 울린 익숙한 격타음에 화들짝 놀란 용사신이 본 것은 머리에 커다란 혹을 달고 바들바들 떠는 예전의 전우이자 친구들이었다.

그걸 보자 정신이 바짝 났다.

자신도 깜빡한 것이다.

신으로서 충성을 맹세한 신계주신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마도신이란 사실을 말이다.

무엇보다 차원이 주권능인 신계주신의 권능범위는 자신이 아는 한 이 항성계를 넘어선다.

그 안에서 하위신이 무슨 짓을 해도 다 파악하고 계시기에 주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계획을 방해하는 이런 말을 했으니 무사할 리가 없다.

마도신의 성향상 방해가 되는 존재를 결코 용서할 리가 없다.

어떤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어도 말이다.

과연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살기와 투기가 넘쳤나는 의지가 전해져 온다.

“너보다 이놈들이 문제였군.

전부 주신전으로 끌고 와.

원하는 대로 너처럼 중급신으로 만들고 권능도 발동시키겠다.

그러니 야수신에게 끌고 가서 던져 주어라.

신으로 승급했다고 친구보고 원수라니 봐줄 필요는 전혀 없다.

너도 조교로서 참석하라.

중간보고는 이걸로 대체한다.”

“옛-! 감사합니다.”

모든 신들과 초월자들 앞에서 실패를 보고하는 치욕스런 중간보고를 조교역할로 바꾸어 준다는 말에 희색이 만연해진 용사신이었다.

이로서 신생(神生) 최악의 위기는 넘어간 것이다.

물론 과거의 전우이자 친구가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는 예상이 되지만 일단은 남의 일이 되었다.

더구나 조교라면 아직 완전히 용서를 받은 것이 아니다.

저 훈련생들을 어떻게든 철저하게 교육하여 쓸 만하게 만들어야지 넘어갈 수 있다.

“야수신은 어디 있느냐?

이번에도 실수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

죽여서 신령연옥에 처박을 테다.

대신 만족스러우면 원하는 위치의 신전을 주지.”

“맡겨만 주십시오.

확실하게 쓸모가 있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자신의 일에 방해를 했다고 귀한 주신도 찢어 죽이려는 신계주신이다.

더구나 차원의 권능에 무력하게 죽어 나갈 위기를 겪어보니 도저히 이길 상대가 아니라는 것도 자각했다.

다른 주신들은 모르지만 직접 차원의 권능에 당해보니 주신으로는 어쩔 수 있는 단계를 한참을 능가했다.

반역은 꿈도 못 꾸고 이대로 신계주신에게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히면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르기에 다시 받은 임무에 필사적이 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으로 의지를 불태우는 용사신과 야수신에게 다음 말이 화인처럼 박혔다.

“수련을 못 견디고 포기하면 모두 죽여도 좋다.

내 의뢰 완수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과거처럼 모두 없앤다.

전부를-!”

진심이 담긴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담긴 단호한 의지가 으스스한 소름이 신의 몸조차 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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