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勝利)와 패배(敗北) -->
서열 2위의 자리에 앉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는 광휘의 창조검의 눈빛은 흔들렸다.
왜 바로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승리선언을 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나 그것은 관심 밖이었다.
지금 주신계는 주신전의 영광의 자리를 제외하고 모든 것은 폐허로 변했다.
주신계는 다수의 대신족 주신들의 침공을 상정하고 창조신계 36개가 합쳐서 만들어낸 대신족 대항 최강의 요새이다.
어떤 주신계나 기본이 수십 명의 강대한 예비 창조신들의 원탁을 담당하고 수백의 주신들이 전력들이다.
그 중에서도 전능의 휘가 이끄는 자신들의 주신계는 가장 강력하여 창조신장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돌파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될 정도였다.
그런데 비록 기습이라고 하지만 분명 선전포고도 있었고 거기에 모든 방어 전력이 동원되었다.
신계주신이 적 진영에 침투하여 부재중이었지만 그런 강력한 요새가 단 1명에게 끝장이 난 것이다.
주신계를 비우고 적 진영으로 혼자서 돌격하신 전능의 휘님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적과 같은 조건이라면 자신이 있으셨을 것이고 실제로 그러하다,
그러나 신계에 돌입하신 이후로 어떤 소식도 없다.
여기의 전황을 확인할 여유조차 없으신 것이다.
‘전능의 휘님이라면 일반 창조신계라면 혼자서 제압할 수 있다.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에 없는 이상 오히려 더 빠르게 이길 방법이지.’
어떤 권능을 가진 투신이라고 해도 혼자서 동급이상의 신계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본인들의 신전이 있는 신계라면 한계를 초월해 강화되고 부활을 반복되는 무수한 신족들을 동시에 제압해야 한다.
그리고 침입해 온 적에게 행성결계이상의 압력을 가하는 신계자아도 능가해야 한다.
물론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전능의 휘님이라면 당연히 가능하다.
‘신계의 핵인 신계주신이 없다면 당연한 전술이다.
같은 조건에서 결코 지지 않으신다.’
이렇게 신계주신들이 단독으로 상대의 신계로 쳐들어갔으니 누가 오래 버티기라는 간단한 승부였다.
그러나 주신계는 본래 목적인 시간 끌기도 달성하지 못하고 단 1시간도 못 견디고 무너져버렸다.
침입해온 차원의 마도신에게 거의 피해조차 주지 못했다.
최고의 주신계라고 자부하던 자신들이 보인 추태에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멍해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신경을 거슬리는 것이 아까부터 영광의 자리가 움찔거리고 있었다.
“내가 해제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니 그만 해라.
주신계 서열 2위인 차원의 마도신의 자격으로 주신계의 자아에게 명령한다.
현재 서열 1위 전능의 휘님의 현재 전투 모습을 여기에 비추어라.
명령거부는 정령계의 신계자아와 같은 꼴이 될 것이다.
정령계의 모든 정보를 마도두뇌에게 넘기고 보조자아 신세였던가?
나는 관대하나 인내심은 아주 조금 부족하다는 사실을 항상 고려하도록 해라.”
그 말과 함께 서열 2위의 자리에 앉은 차원의 마도신이 신력으로 주신계에 자신의 인증을 완료했다.
로브의 얼굴부분이 일부분 벗겨지며 찬란한 차원의 신력이 빛나고 머리위에 11겹의 마력의 원이 회전을 하며 주신계와 연결이 되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이제 보니 차원의 마도신이 앉는 대신 의자 위에 올린 마도두뇌라는 계란 같은 물체를 바닥에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인증 종료와 명령에 따라 함께 움직임이 멈추고 정중한 대답이 울렸다.
최고위 창조신계에 준하는 권한과 위력을 가졌다고 신계주신인 전능의 휘를 제외하고는 예비 창조신조차 무시를 하는 신계자아가 공손하게 대답을 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동급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이번 주신장전의 결과만으로 보면 그 이상이다.
절대권능인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힌 전능의 휘님보다 강한 예비 창조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저절로 경이의 시선으로 쳐다보게 된다.
현재 대신족과 지배종족의 명운을 건 결전을 거듭하고 있는 499주우주에서는 강자는 존중의 대상이다.
지배층은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최전선에 서는 투신들에게 인간출신이고 흑마법의 마도신이든 상관이 없었다.
도움이 되는 강한 동료에게 그 외의 조건의 고려는 사치일 정도로 사투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건 아니다.
간단하게 전공 문제다.
다수의 상대에 특화된 나와 소수와의 결전을 목적으로 하는 전능의 휘님의 차이일 뿐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바로 수정해주고 화면을 보았다.
주신계와 차원 신계의 자아의 성능은 거의 대등했기에 서로의 정보권능을 막아낸다.
차원의 권능을 가져도 신계자아가 알려주는 단편적인 이미지와 정보만 알 정도였다.
여유가 있어 보이게 했지만 전력을 다하느라 주신계의 정보권능을 관통할 그럴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방해하던 주신계가 적극협력하자 바로 앞에 선명한 화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인 전능의 휘의 처참한 모습이다.
옆에 어느새 서열 3위의 의자를 만들어 앉은 광휘의 창조검의 입이 벌어지고 말도 안 된다는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허억-! 전능의 휘님이.........”
팔다리가 무사하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엄청난 부상들이다.
급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생긴 관통상에 피가 흐르다 못해 품어져 나올 지경이다.
분명 엄청난 신격을 가진 권능들에게 난타를 당한 후유증이다.
불가해의 8시조를 익혀서 불멸의 신체를 가진 전능의 휘님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거의 쓰러지기 직전인 전능의 휘님이지만 사냥감을 몰듯이 달려드는 여투신들의 모습들이다.
거의 전부가 살기와 투기가 뭉쳐서 신체 전부를 감싸고 극한대로 신력과 신체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신력과 신체를 투기와 살기로 자극해서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용병신으로 몰래 활동하던 시절에도 저런 수준의 투신들은 정말 희소했는데 10명이 넘는 인원이 전부 저 정도다.
“투기의 유형화-!
최고 수준의 투신들-!”
광휘의 창조검의 경악성과 다른 감탄성이 차원의 마도 신에게서 새어 나왔다.
“훗-! 과연 저것이 저들의 전력인가?
나도 아차 했으면 뼈도 못 추릴 뻔 했군.
어디 자세히 볼까?
차원신계. 전투기록을 전송하라.”
“예. 신계주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전투의 영상이 또 다른 화면으로 보여 진다.
차원의 신계의 신계관리 주신으로 있다는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의 힘은 놀라왔다.
10억 년 전 주신전쟁 때 강대한 힘과 미모를 적극 활용하여 남주신들을 학살했다고 하는 괴담 같은 이야기가 이해갈 정도다.
거기에 이계에서 감당이 되지 않아서 협약에 의해 주우주로 숙청 된 이계의 정령신들도 강력했다.
이들이 저지를 하고 거기에 수백 명의 초월권능을 가진 원탁의 주신들이 원거리 권능을 난사하니 이건 아무리 전능의 휘님이라도 단숨에 돌파할 수 없고 위기다.
전진을 멈추게 된 순간 포위당해 압살을 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능의 휘님의 상태가 이상하다.
아무리 적대적인 신계와의 전투라고 해도 저렇게 고전을 할 리가 없다.
기이하게도 창조신이 되었는데도 예비 창조신보다 더욱 약해지신 모습이다.
예비 창조신 때는 어떤 주신의 무리도 전능의 휘님에게 상대가 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치명상조차 입고 계신다.
겨우 정문조차 돌파 못하고 요격하러 나온 주신들에게 발목이 잡혀 원탁의 방어권능에 난타를 당하다니 과거의 어떤 전투에서도 저런 추태를 보이신 적이 없다.
이건 또 뭐라고 생각을 해야 할지 멍해져 버린 것이다.
“절대권능이라고 꼭 초월권능보다 뛰어나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익히는데 엄청난 노력은 기본이고 감당할 자질이 없으면 입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권능과 신체의 통제력이 흔들리면 오히려 독이 된다.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단 하나라도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 중요하지 무리해서 익히면 안 된다는 뜻이지.
분에 넘치는 힘과 직위에 대한 욕심은 몸을 망치는 법이다.
내가 할 소리는 전혀 아니지만 말이야.
그리고 역시 이 정도인가?
아직은 상황을 봐야 하겠군.
뭐 그것도 얼마 안 남았다.”
영상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이 즐거운 듯이 웃으며 화상을 반복해서 쳐다보았다.
광휘의 창조검은 그 모습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주신장전의 승부는 났지만 영광의 자리에 앉지 않으면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시선의 대부분이 당하고 있는 전능의 휘가 아니라 공격을 퍼붓고 있는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이계의 정령신들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적이 저들인 것처럼 은은한 투기조차 흐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가상전투까지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은 분명 차원신계의 신계관리주신이며 후궁들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전능의 휘님보다 여신혈맹과 이계의 정령신들을 주목하고 있다.
“저기 왜 그쪽만 확인을 하시는지?
아직 전능의 휘님과의 승부가 완전히 결판이 나지 않았습니다.”
주신계의 영광의 자리는 마도두뇌가 놓여있지만 비워진 채로다.
그리고 아까 차원의 마도신에게 당한 예비 창조신들과 주신들은 의외로 대부분 죽지 않았는지 바로 치료를 하고 전선복귀를 하고 있었다.
신검을 잃은 자신은 전투를 포기했지만 저들도 그러리라고 생각을 할 수 없다.
아니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덤벼올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다시 전투는 벌어진다.
허나 그런 승부의 향방보다 여주신들의 전투모습이 더욱 중요한 모양이었다.
바로 있는 대로 인상을 찡그리고 차갑게 말을 한다.
“방해마라.
지극히 사사로운 개인사정이다.
답변할 수 없다.”
“아-! 그러시군요.”
무척 신경질적인 반응과 짜증내는 표정에 누군가가 연상이 되는 광휘의 창조검이었다.
바로 가끔 회의나 파티로 가족들이 모두 모일 때의 아버지의 얼굴과 똑같았다.
그래서 저러는 이유도 예상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창조신은 분명 더할 나위 없이 강대한 투신이다.
대신족의 주신과의 싸움에서도 우위를 가질 정도이지만 언제나 당당하신 것은 아니다.
적이 아니라 바로 가족들 앞이다.
물론 가족애나 그런 것이 아니고 전적으로 힘의 문제다.
강력한 창조신이기 때문에 꼭 자의가 아니더라도 절반은 의무적으로 많은 후궁과 직계들을 가진다.
초기에는 문제가 없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긴다.
반려나 많은 후궁들은 신계주신과의 잦은 신력교류에 의해 거의 비슷한 신격에 도달하게 된다.
재능이 있는 일부는 대등한 경지에 도달하는데 이들이 모두 합치면 본인조차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 것이다.
여차하면 합심해서 반항하면 오히려 당할 수도 있는데 그럼 잘못하면 신계주신의 자리조차 잃는다.
신계주신에게 불만을 가진 반려들이 스스로 신계의 주인이 되는 상황은 차라리 양호하다.
후궁들이 뛰어난 직계에게 가세해서 신계주신을 몰아내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기는 것이다.
신계주신과 반려, 후궁사이에서 서로의 신력과 권능을 집중해서 만들어낸 직계들이 우월한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 더 강력한 신이 나타나면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신계 주신이 교체되는 것이 자연스런 신계의 순환인 것이다.
과거의 어떤 신계주신들은 그런 순환을 끊기 위해 직계를 만들지 않거나 태어나면 해를 가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허나 그것도 반려나 후궁보다 힘이 우월한 경우다.
힘이 부족하여 제압이 안 되거나 숫자가 너무 많아 신계가 뒤흔들릴 정도면 손을 댈 수도 없다.
그래서 장기간 창조신이신 아버님은 대등한 수준의 반려와 후궁들이 가끔 모여 자기가 잘났다고 말다툼을 하기 시작하면 저런 찡그린 표정을 하고 침묵을 하신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는데 누구 편을 들었다가는 바로 내전까지 벌어지는 경우를 용병신의 시절에 보고서야 이해가 갔다.
전능의 휘님조차 상대하기 곤란할 정도의 투신인 후궁들이 8명이면 끔찍한 수준이다.
사이도 좋아 보이지 않으니 차원의 마도신은 신계주신의 자리가 위태로운 것이다.
그것도 그런 강력한 후궁들이 과거 반려를 처단하고 본인들이 직접 신계주신들이 된 전력들이 있다면 정말 초긴장상태라고 예상이 되었다.
“힘드시겠습니다.”
“..........”
무슨 일인지 다 이해했다는 위로에 아무 말도 못하고 로브의 얼굴부분을 푹 눌러서 얼굴을 다시 가리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여주신들과 본인과의 가상전투의 결과는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중반이후로 가자마자 패배가 확실시 되었다.
‘젠장-! 아직 안 돼-!
저들과 전력으로 장기간 싸우면 진다.
저 들 전부가 전능의 휘조차 멈출 정도의 근접전문 투신들이다.
일격으로 어쩔 수 없고 원거리 공격도 적중이 힘들어.
그렇다고 본능에 포함된 흑염의 폭주와 방어만 반사적으로 익힌 불가해의 팔시조로는 저런 수준의 투신들과의 장기간 합공은 견딜 수 없다.
이번 일이 잘 못되면 또 숨죽이고 살아야 하겠군.
500주우주의 오리진들과 하계의 초월자로 어떻게 막아봐야지.
휴우우우우-!'
일정시간이 지나면 육체가 터져나가 죽는 흑염의 권능이나 발동될지 안 될지 모를 불가해의 8시조의 방어를 믿고서 혼자서 싸울 상대가 아니라는 결론인 것이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