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勝利)와 패배(敗北) -->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먼지가 가라앉은 정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전지의 성과 같았지만 다른 여신이었다.
여신특유의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의 굴곡을 들어내는 칠흑색의 쫙 달라붙은 전신의 갑옷을 입은 모습은 생소했다.
불가해의 8시조를 발휘하는 전능일족 여신의 신력이라서 착각을 한 것이다.
“넌.......넌 누구냐?”
“콜록-! 콜록-!”
먼지를 들어 마셨는지 기침을 하는 여신을 자세히 살피고 기겁을 하는 전능의 휘였다.
“이거 세밀한 육체통제는 역시 잘 안되네.
무서워도 가만히 있으렴.
모처럼의 재능과 힘을 쓰지 않으면 아깝지 않니?
걱정도 하지 마렴.
새로운 세대는 신계를 지키기 위한 명분은 무엇보다 우선시 되니 오리진과의 전투도 용납된다.”
모습은 다른데 신력과 목소리가 분명 전지의 성이었다.
이런 현상은 바로 하나를 말한다.
오리진이 하위신의 육체를 빌려서 본인의 권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문제는 하위신이 받은 타격을 잘못하면 신령을 연결한 상위신이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거기에 결코 전력을 발휘할 수 없고 강림을 받은 하위신은 상위의 신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엄청난 타격도 같이 받는다.
인간의 육체에 신령이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초월적인 이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바로 죽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나서 금기와 마찬가지다.
절대계의 10중심의 일족들은 그런 부담도 없이 일시적으로 전부가 10중심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나 마신왕인 전지의 성의 강림을 어느 정도 소화하려면 주신이상이어야 하는데? 가이아나란 전능신족의 여주신이 신계주신 대리로 있다고 했었지?
전투담당의 남신도 아니고 전능신족이라 제외했었군.’
이제야 차원의 신계에 과거 전능일족의 창조신이 신력의 원을 치료하고 신계관리 주신으로 있다고 생각이 났다.
하지만 주신이라도 마신왕의 신격은 감당을 못한다.
그리고 불가해의 8시조를 억지로 발휘할 정도면 거의 대부분의 신력을 움직였다는 뜻이다.
“오리진이 직접 하위의 신에게 의지를 실어 보내서 조종을 한다고?
그럼 완전강림(完全降臨)-!
너 미쳤냐?
귀한 여주신을 죽일 셈이냐?
아니 불가해의 8시조를 강림해서 어떻게 가능하지?
잠깐 설마-!”
전능의 휘의 입이 딱 벌어졌다.
간단한 대답이다.
오리진이 강림을 한 여주신에게 그만큼의 재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와 같은 정도의 재능과 잠재력이라고?”
“정답-! 깔깔깔-!
이 아이는 지금은 주신이지만 과거에는 창조신이었지.
과거의 전능신족의 창조신들은 역시 잠재력만은 우리와 동급이라는 소리지.
무엇보다 진리와의 전쟁에 참전하고 패배하고도 대신족이 되지 않고 혼자 살아 돌아왔다는 뜻을 깊게 생각을 해야 했어.
신력의 원을 파괴당하고도 진리의 전장에서 달아날 힘이 남았다는 뜻이니 이 아이만 특별한가?
재생된 전율의 진군에게 수로 밀려서 전력을 늘리기 위해서 열이 받아서 시도를 해봤는데 이렇게 잘 될지는 몰랐네.
아아-! 그러나 마신왕 후보의 신체와 거의 동급이라니?
마신왕의 신체는 된지 얼마 안 되어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었는데 이거 너무 좋은데.”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가슴과 하복부를 양손으로 쓰다듬은 모습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리 보아도 즐거워 미치겠다는 표정이다.
‘저렇게 되면 마신족이라면 절대로 말로는 안 물러난다.
하지만 성마신이니 해보아기는 해야 한다.’
마신족의 본성은 쾌락주의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무슨 수단도 동원된다.
절대로 그냥은 안 물러나지만 저렇게 전지의 성이 장난기까지 섞여 나오면 그래도 대화할 여지는 있다.
무엇보다 지금 전지의 성과 자신의 권능은 아직 예비 창조신과 마신왕 후보시절에 맞추어져 있고 승급된 신격에 맞게 변화 중이었다.
덕분에 빈틈투성이가 되어 이렇게 당했다.
즉 익숙한 하위의 신체라면 더 강대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하는 전지의 성을 상대로 싸우면 지금 몸 상태로 최악의 결과가 된다.
“그리고 나는 전능일족의 여신들의 오리진인 전지의 성-!
신계주신 대리인 전능일족의 여신이 신계의 수호를 위해 도움을 요청하면 당연히 도와야 하겠지.
직접 개입은 안 되지만 이정도야 당연한 것 아니야?”
성마신이라고 아예 명분까지 얻으려 하는데 이가 부득 갈린다.
당장 결판을 내고 싶지만 도저히 싸울 상태가 아니다.
결국 싫지만 말로 싸워야 할 상황이다.
“전지의 성-! 이제 물러서라-!
이건 주신장전이다.
신족만이 참전가능하다.
아무리 전능일족 여신들의 오리진이라고 해도 마신왕의 개입은 주신장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깔깔깔-! 급하네.
그 위대한 전능의 휘가 투지를 보이는 적 앞에서 참고서 말로 제압을 다 하려고 하고?
하긴 맞는 말이기도 하지.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지속적인 개입은 높으신 분들에게 문제가 되겠지.
그렇다는데 어떻게 하겠니?
직접 싸우겠니?
아니면 물러서겠니?”
강림을 받은 하위신의 의지는 상위신과 같이 존재하지만 영향을 주고받지 않게 확실하게 구분된다.
그러니 이상하지만 혼자 맛을 하듯이 자문자답의 형식이 된다.
“오? 정말?
하긴 그게 더 낫겠다.
절대로 직접 전투는 피하고 잘해야 한다.
전율의 진군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지.
그래야지 신계주신 대리의 직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지의 성의 강림이 풀린다.
마력의 권능의 일종인 것 같은 칠흑의 갑옷이 풀리고 빛으로 뭉쳐진 신의가 모습을 보인다.
최악의 경우가 지나간 전능의 위의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지경이다.
허나 다음 벌어지는 광경에 심장이 멈출 정도로 놀랐다.
가이아나란 여주신의 신체 위로 거대한 원탁의 모습이 환영처럼 들어나는 것이다.
주변에 앉아있는 것 같은 수백 명이 넘는 주신들의 모습까지 뚜렷하게 들어나는 것을 보니 기존의 전력발휘의 여파조차 완전히 수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원탁이 그녀의 몸을 수호하고 신계 전체를 보호하는 형국이다.
아까와는 전혀 다를 정도로 신체의 위력이 올라가고 일체화되어 방어력조차 급격하게 상승된다.
신족의 지원능력도 급상승했는지 아까 전력으로 쓰러트렸던 여신혈맹의 여주신들과 이계의 정령신의 몸이 회복의 찬란한 빛에 휩싸인다.
신계의 기능 전부가 정문에 나타난 원탁을 중심으로 엄청난 향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전능신족의 종족권능의 이름이 저절로 입으로 새어나왔다.
“원탁 초월가동(圓卓 超越可動)-!”
쿠쿠쿠쿠궁-!
신족은 남신은 강화된 신체로 전장에서 직접적으로 싸우고 여신은 신계의 운용에 특화된다.
전능신족은 공통적으로 신족의 모든 권능을 익힐 수 있고 면역까지 가질 수 있다.
남신들이 상대의 신력과 권능을 무효화시키면서 전장을 지배한다면 전능신족의 여주신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위력은 바로 저기 있다.
신계가 가진 위력의 극대상향이다.
전능신족의 위대함을 내부에서 지탱하던 여신들만의 종족권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멀쩡한 전능신족의 여주신이 없어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기에 간과하고 있었다.
왜 자신이 저걸 잊었는지 통탄할 노릇이었다.
지금 상태로는 차라리 전지의 성과 직접 싸우는 것이 나을 상황이다.
잊혔던 종족권능의 재현은 오리진으로서 당연히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영광의 자리를 얻기 위해 방어를 돌파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이었다.
다른 신계의 신계주신 대리를 맡고 있는 일족에게 오리진으로서 권위를 내세웠다가는 모든 신족에게 매장되기 딱 좋다.
‘원탁의 주신들의 권능을 모두 수용해서 신계를 다시 강화하는 위대한 권능-!
모든 신족의 권능을 발휘하는 전능신족에서도 최고의 여신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秘技)라고-!
이 빌어먹을-! 하필 이럴 때-!’
신계의 등급이 주신정도로 낮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차원신계는 최고위 창조신 급이고 강화해서 발휘하면 정말 창조신장급의 위력이 된다.
핵으로서 작용하는 본인의 신체와 신격이 감당을 하지 못하면 제한이 되겠지만 전지의 성이 말 한대로 라면 가이아나의 잠재력은 자신들과 동격이라 했다.
그러면 정말로 창조신장급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그 정도에 도달하였다.
여기저기 빛의 기둥이 솟기 시작한다.
사르르르르릉-! 구궁-!
대처를 머뭇거리는 순간 저 지긋지긋한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 저 회복의 빛으로 거의 치료를 완료하고 의식조차 되찾은 것이다.
의식을 찾자마자 바로 신기를 회복시키고 자신을 포위할 기세로 달려든다.
가진 권능도 강화된 원탁의 지원으로 향상되었는지 아까처럼은 안 될 것 같았다. 어느 순간에 다시 포위되고 강화된 원탁의 원거리 공격이 자신을 노린다.
이제 전부를 일순에 쓰러트릴 여력은 이제 없다.
신체 내부에 죽어간 장기를 되살리고 부상을 회복하기에도 벅찰 지경이었다.
주변에서 쏟아지는 투기와 살기에 반사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고 혀를 찼다.
‘쯧-! 또 원점이다-!
이래서 신계의 단독제압은 어떤 투신도 거의 불가능한 것인가?
내가 주는 피해보다 회복속도가 너무 빨라.’
박살을 냈던 신계 정문과 여주신들은 멀쩡하게 회복을 하고 원탁도 강화되어서 가동되고 있다.
본인들의 신전이 있는 신계 안이라 회복이 정말 빠르다.
같은 신족이지만 이 회복력은 정말 상대하기가 기가 질릴 지경이다.
이 난국을 돌파할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싸우다 어느 정도 상대를 알고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대치가 되었다.
당장 주변에서 달려들 기세들이지만 아까 한꺼번에 당한 기억이 있어 잠시 대치 상태다.
저 가이아나란 아이도 원탁 초월가동을 처음 해보는지 아직은 운용이 미숙하여 전력발동을 망설이고 있다.
이러면 오히려 시간을 번 셈이다.
그제야 잊었던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자신보다 먼저 단독으로 주신계로 쳐들어간 차원의 마도신의 행방이었다.
‘주신계의 방위는-!
어떻게 되었나?’
황급하게 주신계를 호출하자 영상이 의식의 한편에 전해진다.
주신계의 주신전은 모두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영광의 자리와 원탁의 자리 일부뿐이다.
황급히 확인한 영광의 자리에는 마도두뇌란 기물이 놓여있었다.
신계자아와 동급이상의 기능을 가진 인공자아라고 했다.
차원의 마도신이 정령계 전투 때 신계자아를 강제로 점유하는데 사용하여 알고 있었다.
저것이 영광의 자리에 놓여있다면 이미 승부는 난 것이다.
그것도 서열 2위의 자리에 앉은 차원의 마도신과 3위에 앉은 광휘의 창조검이 낭패를 겪고 있는 자신의 전투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있었다.
승부는 끝났는데 승리선언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차원의 신계에서 자신이 고전을 하는 모습을 의자에서 앉아서 보고 있다.
완전히 우롱을 당했다.
“하하하하하.”
허탈한 웃음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이런 처참한 패배는 대신족과의 전투에서도 있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희롱을 당해본 적도 없었다.
‘시간을 걸리더라도 주신계로 쫓아가 놈의 목을 땄어야 했다.
놈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 꼴이다.
목숨을 걸고 영광의 자리를 얻겠다.’
애초부터 이랬어야 했다.
전장에서 편안한 길만 추구한 결과로 멍청하게 함정에 뛰어들었다.
언제부터 자신이 안전과 편한 길을 생각하면서 살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로 오판의 연속이었고 더 없이 처참한 결과다.
‘역시 바닥을 보고 만족하면 그 곳으로 추락을 한다.
손해를 보고 죽더라도 언제나 위를 향했어야 했다.
목표였던 창조신이 되어서 방만해졌었군.’
그리고 바로 방어 자세를 풀고 편안하게 몸을 풀었다.
흠짓 놀란 여주신들이 반사적으로 공격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면서도 근육을 다시 이완시켰다.
내부의 죽은피를 뱉어내고 목과 팔을 다시 이완과 수축을 반복시켰다.
최악의 상태지만 그럭저럭 역할을 해줄 것 같았다.
‘지금 덤비려면 덤비어라.
내가 어떤 부상을 입더라도 목숨은 날려줄 수 있다.
나는 전능의 휘다.’
원탁 초월가동으로 신계의 모든 기능과 여주신들까지 초월적으로 강화시킨 가이아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오리진인 전지의 성이 삼엄한 경고를 보내 온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가 온다.
전능의 휘가 방어를 포기하고 전부 공격으로 태세를 돌렸다.
이건 이기지 못하면 죽겠다는 각오란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겠다는 결사의 각오는 투신의 최후의 비기와 같다.
그렇다고 지금 공격은 안 된다.
불가해의 8시조는 반격기이니 결코 먼저 공격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전능의 휘의 공격 순간에 같이 공격을 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다.
그럼 승부 순간에 끝장이 날 것이다.
너희들 전부 아니면 전능의 휘 둘 중 하나가 소멸될 것이다
극도로 주의하렴.’
사정은 알았는데 지원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새로운 창조계열의 여주신들이 추가되어서 모처럼 축제였는데 갑자기 화를 내는 전지의 성님에게 불려가서 이것저것 시험과 강림까지 받았다.
그리고 어쩌다가 이런 살벌한 전쟁터에 최전선에 또 참전하게 되었는지 전혀 몰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더구나 전능신족의 오리진이라서 일족의 직접 공격은 별 소용이 없으니 이런 보조밖에 할 것이 없는데 말이다.
허나 당황할 여력도 없었다.
정말 아차하면 끝장 날 느낌이 전쟁터가 아닌 격렬한 운동전에 예비운동을 하는 것 같은 전능의 휘에게 전해져 오는 것이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그러지도 못한다.
같은 근접전문의 여주신들의 눈도 흉악한 살기로 변한 것이다.
무력한 패배의 충격과 상대의 살기에 반응한 탓이다.
능력 이전에 수라장의 전투경험이라면 주신대전을 제패할 뻔 했던 그녀들과 동급의 존재들은 없었다.
전투상황을 파악하고 이미 무아지경에 빠져 전능의 휘의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었다.
전능의 휘와 동급으로 승부에 모든 것을 건 것이다.
평상시라면 모를까 저렇게 되면 결코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아니 한번 마음먹은 결사의 의지로 강화된 신체는 풀리면 막대한 신체부담을 가져온다.
극도의 흥분으로 강화된 신체가 허탈감으로 약화되는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결과를 보아야 한다.
다시 정권지르기의 자세를 취한 전능의 휘와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의 살기와 투기가 더없이 오르고 있었다.
이제 서로 공격을 발동되면 반드시 누군가는 죽는다.
영문도 모르고 죽을지 살지도 모르지만 반드시 결판을 보아야 하는 절망적인 전투상황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차원의 신계에서 이변이 일어섰다. 신계의 성벽을 넘을 정도로 거대한 거신들이 몸을 일으킨 것이다.
그 수는 정확히 10체였다.
신계관리주신으로 임명된 거신족의 주신들이 침묵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동하는 발걸음이 신계를 울리고 산맥과 같은 크기의 신기들이 허공에서 몸을 나타냈다.
그 신기가 성벽에 박히며 더욱 방어력을 끌어올린다.
꽈꽈과꽝-! 꽝-!
신계의 높은 성벽위에 더욱 거대한 거신족의 벽이 생긴다.
거신족이 가진 강대한 신체와 신력이 신계자체에 더해지는 것이 보일 지경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우리들의 차례인가?”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신계의 최후 방어선으로서 최후의 일격을 받아내라고 하셨다.”
“이런 의미였군.
창조신의 결사의 일격을 막으라니 잔인하군?”
“이거 우리만으로도 벅차겠는데........저기 오는군.”
“잘도 고쳤네.”
거대한 뱀이 기는 소리가 퍼진다.
스르르르르르르릉-!
마법의 안개 속에서 신계 전부를 삼킬 기세인 거대한 금속의 뱀의 머리가 정문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10km를 넘기는 거신족 주신들을 능가하는 금속 뱀의 머리가 상공에서 하강하자 결사의 결전을 준비하던 전능의 휘와 여주신들도 무시를 못하고 거리를 벌렸다.
저 정도의 크기와 무게에 담긴 신력이라면 아무리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권능을 가진 신족이라도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금속뱀의 뾰족한 머리끝이 바닥에 충돌하고 2명의 여주신이 내려선다.
꽈가가가가강-!
뱀의 머리 위에 타고 있던 이면주신 로키나가 한숨을 쉬며 내뱉는 말이 전장에 울린다.
“아아-! 정말 못해먹겠다.
무슨 신계가 단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고 위기의 연속이야.
주신전쟁 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네.
겨우 고쳤는데 바로 박살을 날 상황으로 밀어 넣어야 하다니.
너희들은 못 견디고 죽을 것이 당연하니 빠져.
무한연금(無限鍊金)과 신계전멸요새 요르문간드의 방어력으로 어떻게든 버티어 보겠다.”
“잠깐-! 정말 나도 해야 하나?
나는 본래 대장장이에 예술의 신라서 저런 투신은 상대하지 못해-!
잘못하면 개죽음이라고-!”
옆에 있던 큰 체구와 근육을 가진 여주신이 항의하는 목소리에 날카로운 힐난으로 대답한다.
“아아-! 단단하기만 한 너의 신기와 몸을 내가 저 창조신의 공격 앞에 들이밀어서 한번만 막으면 되니 가만히 있어
그리고 신계가 이렇게 전쟁터인데 대장장이를 어디다 써?
과거처럼 대장장이가 꼭 필요한 원시시대도 아니니 쓸모가 없지.
또 예술도 신계가 번영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
이번에 또 뒤로 빼면 정령계로 내가 직접 보내 주지.”
“아아아아-! 또 그 협박이야?
정말 나도 못 해 먹겠다.”
살아있는 방패 취급을 당한 무한연금 헤파이스가 비슷한 한탄의 음성을 내뱉었지만 이미 싸울 준비는 완료되었는지 거대화한 망치를 꼭 쥐고 있었다.
이면주신 로키나에게 저 정도 협박이야 일상이니 말이다.
무서운 것은 실제로 그러고도 남을 성격이라는 것이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 이상이 없었기에 공격을 막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면주신 로키나에게는 강화된 차원의 권능이 있으니 반드시 막을 수 있다.
다만 어떻게든 운 좋게 직격만은 피하게 해달라고 빌 수밖에 없었다.
허나 막 결사의 의지를 다지고 준비 중이던 전능의 휘의 마음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주신들을 목숨을 걸고 쓰러트릴 각오를 하고 한계를 넘어서 몸을 활성화 했는데 갑자기 상대가 바뀌었다.
‘또 뭐냐?
거신족의 주신들에 신계 전멸요새?
무슨 신계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잠깐 저것들의 예상 생명력과 방어력이.........’
전능의 휘의 얼굴이 더 이상 없을 정로도 일그러졌다.
근접 전문의 투신들을 상대로 대인전으로 맞추어 준비한 속도 위주의 공격이라서 저런 무식한 생명력과 방어력을 가진 거대한 존재들을 동시에 죽일 수 없었다.
결사의 일격을 하면 일반적인 주신도 감당이 힘들 정도로 전력이 떨어지는데 이러다가 개죽음을 당할 지경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번 상대를 정해 발동시킨 결사의 각오를 다시 할 수도 없었다.
여기까지 자신의 행동을 하고 예상을 하고 준비를 했다면 결국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끝났군.......”
전능의 휘가 허탈한 표정으로 준비 자세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