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리(勝利)와 패배(敗北) -->
그러나 거의 비슷한 힘을 가진 10중심들이 모두 모여 있는 여기서 날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최후의 이성은 있는지 바로 공간이동을 시도하여 흐릿해 진다.
그때 황금의 절대자의 말이 울렸다.
“절대계 서열 1위인 나 아리오리나 라마세스 2대는 규정한다.
흑염의 절대자의 주우주로 이동 금지.”
그 말은 어길 수 없는 법칙이 되어서 흑염의 절대자의 흐려지는 신형을 다시 붙잡아서 뚜렷하게 했다.
일반 주우주의 100배 크기의 절대계다.
그리고 498개 주우주로 가로 막혀 있다.
그걸 절대계와 전뇌계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단숨에 이동할 만한 능력을 가진 공간이동 권능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회색의 절대자가 본인의 영역을 1달만에 초토화시키며 보여준 차원의 공간이동만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미터의 근육질의 거인으로 변한 흑염의 절대자의 온 몸에서 분노로 극대화된 검은 불꽃이 그대로 자신의 공간이동을 가로막은 황금의 절대자에게 향했다.
최대 출력일 경우 영원체조차 일시적으로 영원성을 깨드리고 불태워서 재로 변하게 만들어버리는 흑염의 절대자의 힘이다.
허나 그 흑염의 파괴권능을 그대로 오른손에 쥔 황금창을 휘둘러서 흩어 버린다.
쫘아아아악-!
황금창이 품어내는 황금의 권능 앞에 마치 폭풍 앞에 촛불처럼 사그라지는 자신의 불꽃을 보며 일순 분노가 멈추어졌다.
흥분한 이 상태로는 투기와 살기의 융합체인 흑염의 권능마저 너무나 쉽게 와해시키는 저 황금창의 일격을 견딜 수 없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불완전한 ‘언제나 동전의 앞면’도 상당히 모호한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다급하게 이성으로 흑염의 권능을 다시 휘감아 본능의 영역으로 쫓아내었다.
그리고 주문처럼 반복해서 뇌리에 새겨 넣는다.
‘어떤 분노도 증오도 절대계 최고의 현자였던 나의 이성을 완전히 잠식할 수 없다.’
이것이 자신이 흑염의 절대자가 된 유일한 이유였고 가치였다.
단숨에 미쳐 날뛰는 흑염의 권능을 본능에 처박아 버렸다.
어차피 황금의 절대자가 이렇게 공간 이동을 대놓고 금지하면 움직일 수가 없다.
최고의 완력을 가진 대가로 다른 권능을 거의 사용할 수 없는 흑염의 특성상 자력으로 주우주로 가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자칫하면 별과 별사이로 뛰어다녀야 할 판국이다.
이걸 거부하려면 간단하게 황금의 절대자를 이기면 된다.
하지만 회색의 자폭으로 부상을 입은 상태지만 지금 흑염의 권능을 간단하게 무력화하는 것을 보니 아직은 힘의 차이가 컸다.
500억년을 넘는 기간 동안 부동의 서열 1위를 지킨 황금의 절대자의 저력을 보는 것 같았다.
“흑염의 절대자여. 아니 루카 에일레스 2대,
단순한 힘만으로 설마 같은 10중심에게 통하리라고 생각합니까?
절대계를 군림도 지배도 하지 않고 통제하며 관리하는 10중심답게 이성을 찾으십시오.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당신께 발전가능성을 믿고 그 이름을 내린 진리를 모독하지 마십시오.
10중심이 직접 주우주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서열전이 끝날 때까지 장거리 공간이동은 금지합니다.”
“알았다.”
쿠웅-!
완전히 폭주를 수습한 흑염의 절대자가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않았다.
허나 3미터로 커진 신체의 조절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앉아도 다른 10중심들과 눈높이가 맞았다.
돌처럼 굳어진 얼굴은 공간이동을 금지를 당해 기분이 나빠진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마치 달래는 것 같은 황금의 절대자의 의지가 전해져 온다.
‘분명 회색의 함정이 확실합니다.
유일용신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실행한 회색의 자폭에 말려들지 않은 것은 당신뿐이니 당신을 어떻게든 서열전의 전장에서 불러내서 타격을 줄 생각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만 움직이지 마십시오.
지금 모두의 상태로는 당신이 전면에서 막지 않으면 유일용신제가 전력을 발휘할 때 이길 수 없습니다.
유일용신제가 서열 1위가 되면 진리에게 건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바람가가 봉문의 제어에서 완전히 풀려날 수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람가란 말에 흑염의 절대자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람가는 진리의 혈족으로 대변되는 너무나 강대한 가문이다.
절대계 권능서열 2위인 불가해의 8시조를 완벽히 익히고 거기에 다른 절대권능까지 습득한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정말 골칫덩어리였다.
자신들이 가진 힘의 위험성을 확실히 인지하면서도 진리의 영원한 발전에 기여를 한다는 명분으로 마음대로 절대계와 주우주에 간섭한다.
자신과 흑염의 일족이 화가 나면 아주 조금 주변을 부수기는 하지만 그들이 간섭해서 벌어진 피해에 비하면 우스운 수준일 정도다.
대신족을 창조해서 다른 주우주의 지배종족을 대부분 교체시킨 사태는 일각에 불과하다.
절대계와 주우주를 뒤흔드는 큰 사건의 뒤에는 항상 그들이 있었다.
‘회색이 무엇 때문에?
원한이 있으면 서열전에서 결판을 보지 그런 귀찮은 짓을 해?’
‘유일용신제를 서열 1위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추정됩니다.
아마도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움직였겠지요.’
‘또 저 놈들인가?
끈질긴 것들-!’
황금과 흑염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대로 서열전의 여파를 막을 결계를 만들고 있는 바람가의 신족과 마신족의 오리진에게 향했다.
10중심의 살기어린 시선이면 절대계의 어지간한 존재라도 압살할 만한 정도이지만 반대로 흐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똑바로 쳐다본다.
바람가는 힘을 추구하는 초월자의 가문이다.
강적과의 전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반긴다.
아니 오히려 새로 나타난 바람가의 오리진은 자신들의 살기어린 시선이 기쁘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건 싸우고 싶으면 덤비란 뜻이다.
아무리 바람가의 오리진들이지만 결국 자신들보다 서열이 밑이고 결정적으로 약하다.
그런데 감히 자신들에게 저런 행동이라니 본능의 영역에 억눌러놨던 흑염의 권능이 또 꿈틀거렸다.
‘으득-! 저 건방진 놈들을 그냥-!
언제까지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저렇게 활개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용납해야 해?’
‘참으십시오.
아직 예상 전력으로는 열세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저들은 불가해의 8시조를 완벽히 익힌 존재들입니다.
어떤 추가 전력이 바람가에 있을지 모릅니다.’
‘으음-! 7조 혈연유전(流轉有償)이 문제야.
진리에게 어떻게 그것 좀 제한을 걸어달라고 하면 안 되나?
겨우 하나 만들면 저들은 찍어내니 이건 너무나 불공평해.
말도 안 되잖아?’
‘이미 해보았습니다.
허나 발전에 반대되는 것은 아예 듣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종족의 초월자들이 모인 바람가의 발전은 결국 세계의 발전이기도 하니 어쩔 수가 없더군요.’
황금의 절대자가 서열 1위가 되고나서 한없이 강해지기만 하는 바람가를 우려해서 수없이 건의를 했던 부분이지만 통하지 않았다.
혈족이라고 특혜를 베푸는 것이라면 파고들 틈이라도 있지 바람성이란 무한의 정기를 가진 별을 소유하고 일족을 가진 조건은 10중심이 모두 같았다.
맞는 것까지 감수하고 악착같이 건의를 하면 오히려 바람성 8개를 가지고도 1개도 못 당한다고 타박을 받아서 아무 말도 못했다.
허나 혈연유전(流轉有償)은 단련의 정도에 따라서지만 자신을 능가하는 후손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종족의 한계까지 사라지게 하는 자신이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사기적인 권능이다.
그 덕분에 바람가에는 1만년에 1명의 비율로 10중심급의 강자들이 탄생한다.
바람가는 성립된 지 이미 500억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럼 바람가에는 10중심급의 강자들이 최대 500만 명이 존재한단 소리다.
자신들과 일전을 벌이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환영하는 강자들이 500만 명을 보유한 세력이라니 끔직한 일이다.
더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다.
8인의 절대자가 종족권능을 발동해서 전 일족을 동원한 총력전을 벌여도 제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진리에게까지 그 능력과 기여를 인정받은 바람가의 오리진이 10명 미만이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아슬아슬한 위험수준이란 점이다.
그런데 500만이 넘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모두 절대계나 주우주에서 간섭을 시작하면 통제는 고사하고 존립의 위기를 맞는다.
바람가는 모든 종족의 초월자들이 모여서 극한의 진화와 발전을 이룩했기에 상대적으로 열등한 자신들의 종족을 자신들처럼 승급시키려 할 것이다.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승급을 돕는 것이 왜 나쁜 것인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와 정신체들은 전부 수준미달로 제외되면서 멸종에 가까운 대변혁을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족을 대리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신족(代神族)에 의해 신족과 마신족이 당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일시적이겠지만 그것은 멸망에 가까운 재앙이다.
절대계와 주우주의 끝없는 발전을 진리에게 명령받은 황금의 절대자로서는 순간의 멸망도 용납할 수 없었다.
지금 절대계와 주우주의 수준으로는 지금이 최선이었다.
그렇기 위해서는 유일용신제는 서열 2위로 있어야만 했다.
진리에게 건의할 수 있는 서열 1위가 되면 지극히 높은 확률로 바람가의 봉문이 풀린다.
‘더 이상 변동사항은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외부로 나가는 공간이동은 전부 막아놓겠습니다.
이해를 바랍니다.’
‘알았어.’
함부로 폭주하는 광전사니 뭐니 시건방진 소리를 내뱉은 주우주의 창조신을 끝장을 내주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솔직히 사실이기도 했으니 대놓고 처리를 할 수도 없다.
그리고 황금의 절대자가 이렇게까지 나오면 나중으로 밀어야 했다.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흑염의 일족인 회색의 과거인 차원의 마도신이 어떻게든 이 무례를 갚아줄 것이다.
저런 좁은 공간에서 난투전은 바로 자신들의 전문이었다.
비록 하급 중의 하급이지만 흑염의 종족이 저런 조건에서 주우주의 창조신에게 패배할 리가 없다.
이렇게 흥분을 가라앉힌 흑염의 절대자가 황금의 절대자와 의지를 교환하자 신경을 끊은 다른 10중심들은 전투를 벌이고 있는 화면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해가 안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죽었다.”
“끝났군.”
“흑염 일족이 왜 이렇게 약해?”
“음?”
다급하게 본 화면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절대계에서도 접근전 분야에서는 최강인 흑염의 일족의 허무한 패배였다.
파사사사사삭-! 파각-!
전능의 휘가 전력으로 휘두른 수도에 미처 대응을 못한 차원의 마도신의 목이 잘려져서 허공 위로 날아가 버리는 장면이 화면에 보여 지고 있었다.
아무리 강대한 존재라고 해도 신체를 가진 상태에서 목이 잘리면 죽는다.
그것은 10중심이라도 같았다.
목이 잘리고 살아있는 고등 생명체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의 목을 날려버린 당사자인 전능의 휘조차 이런 간단한 결말에 당혹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을 잘린 차원의 마도신의 몸이 목에서 피를 품어내면서 뒤로 넘어간다.
마침내 땅에 떨어져 큰 소리를 냈다.
쿠우우우웅-!
너무나 빠르고 강한 위력에 잘려진 순간 위로 솟구친 머리가 아직도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상대는 중급 창조신미만으로 인정받는 강대한 투신이다.
비록 전력으로 발동시킨 회심의 일격이지만 이런 허무한 결말이 나올 리가 없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이놈이 이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는데?’
그렇게 강대한 마도를 발휘하던 차원의 마도신이 아무런 방어도 권능도 발동하지 못하고 목에 일격을 맞고 죽다니 이런 결과가 있을 수가 없었다.
‘이건 마도로 인한 환각인가?
하지만 창조신에게 통할 환상이 있을 리가 없다.
하위신들에게 걸었던 육체희생?
몸 전체로?
죽음과 바꾸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신체를 가진 창조신도 목이 잘리면 죽기 때문이다.
목숨을 바꾸어서 이겨보았자 무승부다.
무승부는 패배와 같으니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래도 다급하게 최대한 뒤로 물러서서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차원의 마도신의 끈질긴 전투를 생각하면 이대로 끝일 리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승리라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링의 바닥에 쓰러진 차원의 마도신의 신체는 발작을 하듯 떨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하늘 높이 솟았던 머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떨어지기 시작한다.
어디에도 반격의 기미도 없고 꺼져가는 생명만이 느껴질 뿐이다.
결국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의 1격도 못 견디고 패배한 것이 확실했다.
환상도 분명 아니다.
이 장면을 보는 모든 존재가 너무나 허무한 전투의 결과에 극도로 경악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직접 대면하고 있는 창조신인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들까지 모두 속일 환상은 정말 불가능하다.
허나 자신이 분명 강하지만 그렇다고 중급 창조신에 도달한 존재를 이렇게 쉽게 죽일 리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목이 잘린 확실한 죽음 앞에서도 감히 경계태세를 풀지 못하고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서 환상인지 아닌지 파악을 해간다.
환상은 일률적이고 제한적인 영역에서 발동한다.
전력으로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확장시킨 인지의 영역에 경악과는 다른 감정과 의지가 섞인 생각이 걸려들었다.
‘그 마도인가?
정말 저 주신은 근원학파의 흑마도사에 그것도 종주인가?
결국 그들은 저런 식으로 신에 도달했어.’
획-!
그대로 고개를 돌려서 인지를 집중시켜서 이질적인 생각을 하는 존재를 확인을 했다.
이제 환상은 분명 아니었다.
환상에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를 끼어들게 할 수는 없었다.
거의 붉은 깃털이 다 빠진 앵무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