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역(反逆)과 충성(忠誠) -->
10중심들이 반역을 하겠다고 동맹을 맺어도 귀엽다고 웃기만 하는 진리를 닮아 가는지 저번에 뒤통수를 치려던 최고위 일족도 몇 대 때리기만 하고 용서를 해주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사경을 헤매야하지만 그 정도 힘으로 도전을 하려는 것조차 가상했다.
그런데 이 회색의 과거인 차원의 마도신은 도저히 용납을 할 수가 없었다.
10중심의 현자인 회색의 절대자는 절대계에서 최고의 현자였던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지금은 비록 불가피하게 흑염의 절대자의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회색의 절대자의 공백이 지속되면 언제인가는 바꾸어서 부여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그런데 주우주에서 튀어나온 차원의 마도신에게 자리를 빼앗겨 버렸다.
빈자리가 채워진 이상 자신은 결코 흑염의 절대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자시절에 흑염을 육체능력을 제외하고 아무 장점이 없어 가장 아래로 보았는데 그 일족의 오리진으로 영원히 살아야만 한다.
과거 현자시절의 동료들이 흑염의 절대자가 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허나 지금은 이 신체적 힘을 사용을 해야 했다.
양손을 펴고 붙잡으려고 덮치는 전능의 휘의 신체를 바로 똑같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압-!”
“이런 무모한 짓을-!”
꽈아앙-! 뚝-! 뚝-!
서로 마주서서 양손을 맞잡는다.
가장 기초적인 힘겨루기의 형태다.
아무리 신체능력이 우월해도 신력이 20배 이상인 존재에게는 자살과 같은 형태이지만 굳이 이것을 선택했다.
그 많던 권능들과 평생을 쌓아왔던 지식과 지혜를 미쳐 날뛰는 야수와 같은 흑염의 권능을 조련하기 위해 모두 희생하고 얻은 힘이었다.
그리고 진리에게 10억년을 넘게 수련 받아온 신체운용이 겨우 마도신에게 조작되는 신체를 이기지 못할 리가 없다.
우두두두두둑-!
이후는 말이 필요가 없었다.
서로의 단련된 신체가 최대한의 힘을 끄집어내서 밀어낸다.
뒤로 밀리면 완전히 자세가 무너져서 단숨에 끝장이 난다.
그리고 20배가 넘는 신력을 가진 신체가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20배 이상의 신력이면 적어도 10배 이상 강력한 힘을 발휘가 가능한데 밀린단 말인가?
계산상으로 절대 이럴 리가 없는데-!”
차원의 마도신의 당혹함은 당연했다.
투신들은 단순히 힘과 속도가 위라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힘의 운용과 순간포착, 무엇보다 감각이 중요했다.
자신도 정확한 계산이나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흑염의 권능을 익히다가 완전히 학을 떼었다.
흑염이 힘만 밀어붙이는 너무나 무식한 권능인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독하리만큼 철저한 신체조작과 권능 운용이 필요했다.
피의 폭발과 신체강화를 극도로 정밀하게 제어 못하면 그대로 끝장이 나는 것이다.
아니면 1대처럼 정말 감으로 모든 것을 다 해치우던가 말이다.
문제는 1대 흑염의 절대자가 일자무식(一字無識)의 사냥꾼이니 권능에 대해 남긴 자료도 없었고 다른 존재에게 설명을 할 지식도 없어 일족도 없는 완전한 백지상태였다.
결국 절반은 영원체인 진리만이 끝없이 싸우다가 경험으로 익혀냈을 뿐이었다.
안전한 운용방법을 진리에게 물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도 그렇게 했으니 몸으로 익히라는데 기가 막힐 뿐이다.
그래서 단지 어중간한 감에 의지한 폭혈(爆血)을 익히다가 죽은 것이 셀 수도 없었다.
여기서 죽은 것은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심장에서 일어난 피의 폭발에 못 견디고 몸이 산산조각 났다는 뜻이다.
이러니 다른 존재는 재능이 되어도 배울 수가 없었다.
수없이 터져 죽고 진리에게 부활되다가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어서 흑염의 권능으로 인해 절대로 안 돌아가려는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모든 지식과 권능을 총동원하여 흑염의 권능과 신체의 관계를 정확히 규명하고 1성부터 4성까지 단계를 나누어서 진정한 절대권능으로 ‘폭혈’을 확립하고 흑염일족까지 만들어낸 것은 자신의 공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흑염의 절대자가 되기 충분했다.
“까불지 마라-!
끝없는 수련과 단련으로 쌓은 투신의 신체는 단순한 계산을 뛰어넘는다.
이것만은 어떤 마도와 연산력이라도 안 된다.
넌 끝장이다.”“아-! 문제가 그렇군요.
충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성질을 긁는 천연덕스런 대답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일을 한다.
이마에 박힌 창조신의 보석에서 차원의 창조력이 몸 신체 전부를 다시 강화하면서 정신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십시오. 전능의 휘이시여.
저의 신체조작으로는 역시 흑염의 절대자에게 안 될 것 같습니다.
아까는 당황하셔서 아쉽게 졌지만 지금은 신력이 20배 이상이니 단숨에 박살을 내십시오.”
“뭐야-! 이-!”
우우웅-!
정말 정신이 돌아오는지 전능의 휘의 눈에 빛이 돌아오고 있었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위기경고를 보낸다.
‘불가해의 8시조를 재능만으로 익혀낸 전능신족의 영웅신-!
저 창조신은 결코 만만치 않다.
동급의 신력을 가졌으면 긴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20배 이상 신력차이가 나면 진다.’
전능의 휘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 전에 끝장을 내야했다.
항상 바로 앞에 보이는 것 같던 위기상황이 너무나 흐릿했다.
그러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는 상황이 명확하지가 않다.
이제 보니 차원의 마도신이나 주우주의 창조신정도는 결코 위협이 아니라고 믿는 자신의 생각이 권능을 저하시키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을 바로 바꾸는 것은 힘드니 어떻게든 차원의 마도신 놈을 빨리 끝장을 내야했다.
“이 놈-! 너는 자존심도 없느냐?
불리해지니 바로 태세전환이냐?
제대로 싸우지 못해-!”
“무슨 말씀이신지?
태세전환이 아니라 가장 유리한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무슨 궤변이냐?
너 자신의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결판을 보란 말이다-!”
“............”
차원의 마도신이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수치심을 느껴서 그런가보나 했지만 역시 기대를 배신한다.
“역시 당신은 무식한 흑염의 절대자가 확실히 맞습니다.
과거 절대계 최고의 현자라고는 보기 어려운 발언입니다.”
“뭐야-!”
과거의 절대계의 최고위 현자로서 누구에게 존경받았던 과거는 자신의 추억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부정당하면 결코 참지 못했다.
과거 서열전에서 폭주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흑염의 귀로 차가운 어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힘을 가진 자는 신념과 명예를 주장하나 아무것도 없는 약자에게는 사치이며 극약입니다.
약자는 신념을 지키려다 강한 자에게 맞아 죽고 명예를 주장하면 무시당해 굶어죽습니다.
힘이 없어도 강자와 비슷하게 살고 싶어서 끝없이 생각하여 방법을 생각한 것이 지혜입니다.
그리고 그 시행착오가 모인 것이 지식입니다.
이렇게 지혜와 지식은 약자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현자가 약자들에게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지식과 지혜가 필요 없는 진정한 강자들에게 현자가 천대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강자들에게는 전혀 그런 것이 필요가 없으니까요.”
자신도 과거에 알고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순간 말이 막힌 흑염의 절대자에게 차원의 마도신이 다시 쏘아붙여 갔다.
“흑염의 절대자시여.
당신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입니다.
20배의 신력차이마저 무시하는 당신을 힘으로 이길 존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마도신인 저도 당연히 패배합니다.
그런데 약자인 저의 유일한 무기인 지혜를 포기하고 힘으로만 덤비라고 하니 이 어찌 무식하다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스스로를 약자로 차처하면서 정당화하는데 밀리기 시작하자 흑염의 권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안 돌아가는 머리로는 뭐라고 반박을 할 수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다.
거의 정신을 차린 영향으로 전능의 휘의 신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민감한 반응을 하면서 대등한 힘을 발휘한다.
오히려 산과도 같은 흔들리지 않는 뚝심에 뒤로 밀리려고 하자 아찔한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진정한 불가해의 8시조인가?
놀라운 신체증폭에 유지력이다.’
서열전에서 서로의 치명상을 피하기 위해서 상위 서열과는 거의 약속대련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하게 보면 유일용신제에게 전력의 폭혈 파혼톤을 맞히면 이기고 빗맞으면 진다.
허나 아직 본인이 부족한 것을 알기에 거기까지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불가해 8시조와 이 정도로 진심으로 맞상대를 해본 적은 처음인데 아차하면 패배할 것 같았다.
일순간에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흑염과 안정적이면서 연속적인 힘을 유지하는 바람가의 오의는 근접전에서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오직 수련의 정도와 그날의 운에 따랐다.
구우-! 구욱-!
뒤로 밀어붙였던 전능의 휘의 몸이 기묘하게 연동하면서 양손을 고쳐 잡더니 갑자기 앞으로 밀어냈다.
서로 밀고 밀치는 애들 장난 같지만 이러다 완전히 밀려서 쓰러지는 날이면 상대의 최대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만다.
아까 보았던 1만 번 이상의 집중 연속공격은 아무리 흑염의 신체라도 견딜 수준을 넘어섰다.
강림한 상태로는 반응조차 제대로 할지 의문인 수준이었다.
패배의 위기였다.
이런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을 차원의 마도신이 만들어 논 것이다.
‘네가 무슨 약자냐?
나를 이렇게 위기로 몰아넣은 주제에-!’
그런데 정신을 차린 전능의 휘가 차원의 마도신에게 묻는다.
아까 폭혈 파호톤에 죽었다고 생각했더니 어느새 완전히 회복이 되어있고 차원의 마도신까지 붙어서 강화시켜 주고 있다.
여기에 흑염의 절대자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화되어서 신력도 50억 미만이다.
그런데 어찌된 상황인지 신력이 위이면 지극히 유리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러면 기술발휘도 극히 제한되기에 승산을 거의 자신에게 있다.
“상황은 잘 알겠다.
그러나 이겨도 상관없나?”
주우주보다 2써클 이상에 100배 이상의 상위의 존재들이 모인 곳이 절대계였다.
그곳의 지배자인 10중심을 쓰러트린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경험해보니 절대계의 10중심과 일족들은 결코 건 들여서는 안 되는 힘을 가졌다.
만약 1조의 신력을 가졌다는 최하위 흑염일족이 몇 명만 몰려와도 499주우주는 멸망한다.
허나 차원의 마도신은 천연덕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한다.
“핫핫-! 이기셔도 상관없습니다.
10중심들은 진리에게 혼날까봐서 정당한 명분과 명령 없이는 본인 영역 외에서는 아무 것도 못하니 마음 놓고 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절대적인 힘으로 각 계열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10중심이 결투 중에 졌는데 무슨 명분이 있을까요?
이길 수만 있다면 절대계 최고의 신체를 가진 흑염의 절대자를 힘으로 이긴 전능일족의 영웅신이 되십니다.
그 명성은 주우주만 아니라 절대계조차 울릴 것입니다.
잘만 되면 진리에게 직접 교육받으실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진리님.........아니 진리에게 직접수련을 받을 수도 있단 말이지.”
진리는 결코 본인에게 존댓말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찮은 직위와 경지에 자만심을 든다고 혈육에게만 허용을 했다.
어기는 자는 당연히 직위고하를 막론하지 않고 치도곤을 낸다.
잠시 경각심이 폴린 실수를 정정하고 저절로 몸에 힘이 증가했다.
확실히 흑염의 절대자를 이겨 가능성을 증명하면 직접 뵙고 부탁드릴 수도 있었다.
진리에게 교육을 받은 자들은 모두 10중심도 무시를 못 할 정도의 힘을 가진다.
그런 기회를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순간을 놓칠 정도의 바보가 아니었다.
지이이이익-! 지이익-!
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전능의 휘에 의해 흑염의 절대자의 몸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어떤 힘이 있어도 상대도 거의 대등한 신체를 가지고 20배 이상의 신력을 가지고 있다.
본체라면 모를까 익숙하지 않은 강림상태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여기에 깐죽거리는 차원의 마도신의 음성이 또 울렸다.
“힘의 상징인 흑염의 절대자를 힘으로 능가한 영웅신-!
우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창조신에게는 아무 영양가 없는 주신장보다 몇 만 배 좋군요.
물론 대신 그만큼 흑염의 절대자의 명성은 똥통에 들어가겠지요.”
“야-! 이 자식아-!
너도 흑염일족이다-!”
밀리는 상황이라 집중해야하지만 참다못해 소리를 지를 흑염의 절대자에게 이마에 박힌 보석이 항의를 하듯이 윙윙거리며 소리를 냈다.
“아? 그렇던가요?
오리진에게 하찮은 일로 목숨을 위협받으니 별로 일족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안 생기는군요.
쿡쿡-! 그러게 평소에 좀 잘 대해주시면 얼마나 좋습니까?
다짜고짜 아기나 영원히 보라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무식해도 정도가 있지 차원의 권능이 얼마나 쓸데가 많은데 겨우 생각한 것이 유모입니까?
무엇보다 저는 말도 안 통하는 애들은 질색입니다.”“..........”
차원의 마도신이 영원의 심판을 통과했을 때 성장에 1만년이상이 걸리는 아기들의 보모를 시키려고 했던 이야기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거기서부터 꼬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놈은 그것이 언제인데 아직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진리가 먼 과거에 한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네가 정립한 흑염의 권능은 근접전에서 최강이 맞다.
그러나 황금은 따르고 회색이 생기면 피해라.”
“예? 왜 둘만은 피해야 하는지요?
폭혈과 파호톤,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조합이면 10중심 중 누구라도 이길 수 있습니다.”
“황금을 단기전에서 이길 수 있어도 장기전에 들어가면 필패다.
아무리 힘을 높여도 지구력과 회복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
공격을 하다 지치는 순간 진다.
1대 흑염도 그렇게 황금에게 패배하고 동료로 들어갔다.
회색은........”
쓴 웃음과 함께 오른손의 손가락으로 오른쪽 뺨을 긁으면서 말을 이었다.
“1대의 회색의 절대자의 성향으로 유추하면 압도적으로 강한 너와 직접 싸우려도 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어떻게 이겨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이겨도 끝이 아니라 하시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회색은 현자의 정점이기에 철저하게 실리주의자이기에 패배를 손해로 본다.
그러하기에 투신들처럼 정당하게 져도 납득하지 않는다.
일단 그 자리를 모면하고 손해를 보충하기 위해 계속 이길 기회와 방법을 찾을 것이다.
2대 회색의 절대자가 될 정도면 아무리 너라도 작심하고 도망치면 못 잡는다.
한마디로 원한을 사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니 피하라는 소리다.”
“저도 현자입니다만 그런 치졸한 일은.......아닙니다.
저 흑염이 맞습니다.”
어느새 머리 위로 오락가락하는 파멸유혼검의 궤적을 바쁘게 쫓자 진리도 짜증이 나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하면 바로 언제 끝날지 모를 실전대련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자신이기에 바짝 긴장이 되었다.
“쓰읍-! 아직도 자기 본질을 인정 못하고 헛소리-!
그러니 ‘언제나 동전의 앞면’의 진도만 완전해지지 않지.
잘난 척 지식자랑을 하는 것이 현자가 아니라고 말했지?
모든 자들이 포기할 일에 대해 어떻게든 해답을 내고 시행을 하는 것이 현자다.
모두가 명예를 이야기하면서 더럽다고 피할 때 뛰어들어 해결한다.
당연히 그 과정은 치졸하고 불명예스럽다.
허나 그런 오명(汚名)을 목적을 위해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지 않고 입바른 소리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자들은 현자가 아니라 지자(知者)이고 정치가이다.
진정한 현자들은 본인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투신들과는 다른 의미로 치열하고 끈질긴 존재들이다.
현자들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힘으로는 누구도 비교할 상대가 없던 1대 황금조차 1대 회색에게는 원한을 살 일은 무조건 피했다.
허나 무식한 1대 흑염은 본인이 이해하지 못할 언행을 하는 회색을 도발하다가 항상 당하더니 결국 원수가 되더구나.
너희들이 그들과 다르나 권능을 이어받은 이상 그들과 같은 잘못을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라.
곁에서 1대의 회색과 흑염이 시도 때도 다투는 것을 보니 참 어처구니가 없고 처절하더라.
운명이니 명심한다고 피할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노력이라도 해봐라.”
그때는 운명이라 하시기에 확실히 몰랐는데 이제 완전히 알겠다.
모든 계열에 끝에 도달한 존재는 결국 성격이 비슷하다.
10중심이란 것이 그 계열에 완전히 융화되지 않으면 도달하기 불가능한 경지이기 때문이다.
1대들이 싸웠으니 2대도 싸울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소리였다.
자신도 그냥 회색도 과거인 차원의 마도신도 거슬린다.
회색의 절대자를 자신대신 차지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하는 짓이 하나하나가 용납이 안 된다.
그래서 차원의 마도신의 신령이 담긴 창조신의 보석을 보고 소리를 쳤다.
“네 놈 비겁하면서도 끈질긴 것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구나―!”
“저도 남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주 화가 나는군요.”
차원의 마도신도 지지 않았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그 모습은 1대 흑염과 회색의 관계와 거의 똑같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