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역(反逆)과 충성(忠誠) -->
이미 준비되었다는 듯이 붉은 화염으로 백열하는 표면이 고속으로 주신계로 다가온다.
그리고 주신계 표면 전부를 덮치는 초고열의 방사는 그대로 흑염의 절대자를 덮친다.
전능의 휘의 의외의 밀어붙임으로 공중으로 날려진 거체에 18개의 붉은 화염줄기가 작렬한다.
하나하나가 별이라도 증발시킬 수 있는 열기였다.
화르르르르르륵-!
하지만 몸 주변의 검은 불꽃조차 뚫지 못하고 단지 주변을 맴돌았다.
18줄기의 붉은 화염을 남김없이 제어하고 그대로 반사를 시작한다.
“큭-! 하찮다.
겨우 기계신이라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불이 내게 통할 것 같은가?
어디 더 발버둥을 쳐봐라.”
불의 속성의 극한에도 이른 흑염의 절대자이기에 결코 통하지 않을 공격이었다.
오히려 가벼운 손짓으로 공격을 남김없이 돌려보낸다.
우르르르르릉-!
공간이동과 동시에 최대 화력을 퍼부은 공격이 그대로 돌아오자 안타레스의 표면이 쩍쩍 금이 간다.
한눈에 보아도 박살나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반사되어 돌아온 화염줄기를 모두 다시 끌고서 창조신의 보석이 흑염의 절대자에 돌진하여 위기를 넘겼다.
“내 흑염의 신체가 종족권능을 견딜 수 있는 시간은 15초다.
물러서지 말라.
간다-!”
번뜩-!
그 돌격은 우주에 그어진 적색 빛의 줄기와 같았다.
모든 마력과 신력을 창조신의 보석의 이동에 집중하여 초고속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공간이동을 하면 좋으나 흑염의 절대자의 주변이 모두 타올라서 일그러지고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속도도 흑염의 절대자의 입장에서는 느려 터져서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차원의 마도신-!
도망쳐서 벌벌 떨고 있을 줄 알았더니 돌진이라니 최후의 용기냐?
가상하구나-!”
그렇지만 자신에게 접근하면 분명 죽을 것인데 전력으로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아니 점차 선명해지는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는 모습이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것은 커다랗게 구멍이 난 가슴을 움켜쥐고 이 우주공간에서 쓰러져가는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심장을 관통당하고 전신에서 피를 흘리고 패배하는 모습?
바보 같은 일-!
진리에게 선택되어 교육받은 내가 같은 10중심도 아닌 존재에게 질 리가 없다.’
그러나 이제 2만 5천분의 1의 오류일 것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
마음에 안 든다고 고집을 부리기에는 보여주는 결과가 무시무시했다.
위기감을 느낀 흑염의 권능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완전하게 제압하고 바로 대응수단을 짜낸다.
‘안전하게 제압한다.
일단 접근시키지 말고 신령을 보호하는 창조신의 보석부터 박살을 내주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가볍게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연속으로 튕겨서 충격파를 날렸다.
파아아아-! 파각-!
이런 장난처럼 보내는 공격에 창조신의 보석에 금이 갔다.
여기에 신령이 전부 담긴 차원의 마도신에게 막대한 타격이 가고 있었다.
영혼이 갈라지는 느낌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기에 저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큭-!”
그러나 흑염의 절대자의 놀람보다 크지 않는다.
분명히 적중되었는데 산산조각이 나지 않고 금만 간 것이다.
자신은 14써클의 정점에 있는 존재였고 이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써클 밖에 없다.
그리고 창조된 물질이 일격이라도 견딘다는 사실은 온전하게 14써클에 도달한 창조신이란 뜻이었다.
“안 부서져?
겨우 주우주의 물질이 내 공격을 버틴다?
감히-!”
파파파-!
연속으로 엄지손가락으로 튕긴 공격에 적중되어 서서히 가루가 되는 창조신의 보석은 건재했다.
그리고 이제 눈앞까지 육박했다.
“설마 정말 14써클의 창조신?”
주우주의 창조신장은 겨우 13써클에 턱걸이를 할 정도다.
그런데 14써클의 창조신이 주우주에 있다니 말이 안 된다.
신족의 직위와 배분 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14써클의 창조신은 절대계에서도 극히 수가 적다.
이 정도의 창조신의 보석을 만들 수 있는 존재는 진리에게 직접 수업을 받은 신족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499주우주 출신으로 직접 교육받은 창조신은 단 2명이다.
승가람마(僧家藍摩)와 진멸(殄滅)이다.
그리고 이 중 14써클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창조신은 하나였다.
상위의 써클은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절대 아니다.
그러하기에 신족으로서 모든 직위와 영광을 포기하고 힘만을 선택한 진멸이었다.
그 당시 겨우 12써클이면서 특유의 대량파괴능력으로 주우주단위의 대신족의 침공을 막아낸 투신 중의 투신이었다.
“진멸(殄滅)-!
네 놈이냐?
너까지 바람가와 유일용신제에게 붙은 것이냐?”
흑염의 절대자의 노성이 울리면서 주먹이 꽉 쥐어졌다.
진멸은 써클은 낮으나 그 파괴능력과 가능성은 결코 범상치가 않았다.
겨우 12써클의 창조신을 자신이 눈 여겨 보았을 정도다.
절대계에 남아서 계속 지냈다면 지배자 중의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처럼 얕볼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오른손을 들어서 그대로 내질렀다.
아예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이거나 처먹어라.”
파가가가가각-!
신령이 담긴 창조신의 보석은 지금 임시로 신체를 대신하고 있다.
이것이 부서지면 죽음 정도가 아니라 소멸이상의 타격을 입는다.
본격적인 흑염의 절대자의 공격으로 창조신의 보석이 산산조각이 나려는 순간이었다.
허나 창조신의 보석의 표면에서 투과되어 공중에 보여 지는 광경에 공격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헉-!”
그것은 갈라져가는 창조신의 보석에 500주우주의 신족의 오리진들이 공포로 울부짖는 모습이었다.
마신족이나 다른 신족이라면 신경도 쓰지 않고 차원의 마도신과 같이 부수어 버렸겠지만 오리진이라면 다르다.
신족의 오리진은 존재 하는 것만으로도 신족의 권능을 강화시키고 발전에 기여한다.
발전의 카르마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인 것이다.
그래서 일반 신족도 아닌 오리진을 소멸시키면 반드시 후속조치를 해야 했다.
그리고 흑염의 일족이 아닌 이들은 흑염의 권능에 저항력이 없기에 이대로 말소될 수도 있다.
오리진들을 말소라도 시키면 해당 신족이 약화되어 난리가 난다.
이들을 말소에서 복구하는 것은 아무리 10중심이라도 창조력이 거의 없는 흑염일족에게는 벅찬 일이다.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이 50여명이나?”
“크으윽-!
그렇지 않아도 창조에 기여가 부족한 흑염일족이 이들을 소멸시켰다가는 결코 무사하지 못합니다.
진리에게 혼나실 것입니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아무리 10중심이라고 해도 출입이 금지된 주우주에서 오리진들을 수십 명을 말소시키면 기초교육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그 기초교육은 10중심의 기준으로도 쉽게 견딜 수준이 아니다.
과거의 훈련 생각에 무참하게 얼굴이 구겨진 흑염의 절대자가 주먹의 궤도를 비틀었다.
그래서 가까스로 직격을 면한 창조신의 보석이 이제 안면까지 다가섰다.
신령이 조각 조각나는 소멸의 위기를 면한 차원의 마도신의 상태는 극히 좋지 않았다.
흑염의 권능의 여파에 신령이 외부부터 소멸하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남보다 특화시킨 창조력이 아니었으면 끝장이었다.
‘지독한 흑염의 파괴력.
같은 일족이 아니면 하위의 신격은 접근조차 불가능한가?
아니 안타레스의 화력으로 일부를 중화시키지 않았으면 아무리 흑염의 일족이라도 견딜 수준이 아니다.’
안타레스의 고열방사와 흑염의 권능이 없었다면 이미 소멸했다.
흑염의 절대자의 장난 같은 공격에 자신이 강화한 창조신의 보석도 거의 한계다.
그러나 조금만 더하면 결판을 볼 수 있었다.
“이 병신 같은 주우주의 오리진놈들-!
겨우 예비 창조신 1명에게 이 무슨 꼴이냐?
그리고 넌 결국 마지막 수단이 인질이냐?
수치도 모르는가?”“그럴 여유 없습니다.
전 당신보다 약자니까요.
그러니 이기기 위해서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흑염의 절대자를 이기기에는 수치조차 느낄 시간이 없었다.
본체에 충격을 역류시키기 위해서는 종족권능이 유지 가능한 15초안에 승부를 보아야 했다.
전력으로 신력을 발휘하자 거의 부서진 창조신의 보석이 마치 자석처럼 본래의 신체와 위치를 찾아서 이마에 달라붙었다.
턱-!
흑염의 절대자도 다급하게 얼굴을 비틀고 털어내려 했으나 오리진들이 소멸할까봐서 힘을 주지 못하여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의 신체이자 흑염의 절대자의 신령이 강림한 몸을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하여 그 자리에 고정시켰다.
상식적으로 아주 잠깐의 제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신체는 본래 차원의 마도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아무리 오리진이라고 해도 종족권능 자체가 신격과 신력지원을 하는 종류라서 이렇게 강림을 한 상태로는 통제력에서 허점이 발생한다.
지금 이순간이 아니라면 결코 흑염의 절대자를 이렇게 묶어 놓을 수 없었다.
“발사준비-!”
꽈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 지시와 함께 안타레스의 갈라진 붉은 표면이 전부 껍질이 벗겨지듯이 떨어져나간다.
표면 아래로 나타난 것은 은색의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가 솟은 모습이었다.
18개의 안타레스 전부가 순식간에 은색의 고슴도치로 변하여 신력을 상승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백 만 개의 그 긴 가시들이 모두 흑염의 절대자를 향하여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용도는 명백했다.
다시 정확히 보니 가시로 보인 것은 은빛의 기둥이었고 가운데에 점과 같은 작은 구멍이 있었다.
그 구멍에서 각양각색의 찬란한 빛의 줄기가 품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저것의 정체는 포대였다.
그런데 빛만 번쩍이고 발사되지 않는 것을 보니 신력의 방사가 아닌 포탄을 날리는 종류였다.
주신만 되어도 물리력이 없는 신력공격은 아예 안 통한다.
신력으로 강화된 초월적인 신체(神體)는 오로지 동급의 신력을 극한대로 응집시킨 신기나 신체공격만이 유일한 파괴방법이다.
그런데 그런 신체의 정점인 자신에게 물리공격이라니 말도 안 된다.
“또 무슨 해괴한 짓을 하려고.........”“이제 10초다.
전탄 동시 발사-!”
상위의 흑염의 권능에 신령이 견디지 못하고 분해하려고 하여 대답을 할 여유도 없는 차원의 마도신이 명령했다.
그와 동시에 안타레스들의 표면은 자욱한 포연과 굉음으로 진동했다.
꽈꽈꽈꽈꽈꽈꽈-!
18개의 안타레스의 내피에 숨겨진 무수한 포대가 일제히 불을 품어내면서 포탄을 토해낸다.
이 포탄들은 엄청난 길이의 포신으로 엄청난 속도로 가속되어서 일제히 날려졌다.
그 속도로 보아서는 직격을 당하면 고위신조차 감당이 안 될 파괴력을 가졌다.
그런 위력을 가진 수백만발의 포탄이 동시에 작렬하는 광경은 더없는 장관이었다.
흑염의 절대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일단은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저런 공격이면 어지간한 신계나 행성들은 한순간에 초토화가 되어서 사라질 것이다.
겨우 기계신이 보일 위력은 결코 아니었다.
흑염의 창조대신 성멸과 대치하고 있어 초긴장하고 있던 창조신들이 소란스러울 정도였다.
“창조신급 기계신 안타레스가 언제 이동포대가 되었지?
분명 행성 관리용이었는데?”
“이동포대가 아니라 무슨 항성계 방어요새 같은데.
대신족의 주신은 무리겠지만 일반 대신족에게는 어느 정도 통하겠다.”
“통제만 가능하면 유용하겠는데..........”
흑염의 절대자를 공격하고 반사를 당하고도 어느 정도 멀쩡했다.
거기에 항성계 정도는 단숨에 쓸어버릴 화력을 보인다.
행성의 조정과 창조력까지 고려하면 주신이 운용하려다 폭주하여서 탈락시켜버린 결격 품으로 보이지 않는 위용이었다.
저 정도면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다른 이유로 심각했다.
승가람마는 풀리지 않는 표정으로 진리에게 청원을 할까 고민하고 있고 마신황제는 안절부절 못했다.
“진멸. 너 정말 바람가와 유일용신제님에게 붙었냐?”
마신황제가 하고 싶은 질문은 본래 이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대신족 때문에 동맹이지만 신족과 마신족은 본래 적이다.
그래서 정말 14써클이냐고 묻고 싶지만 정확한 경지를 직접 묻는 것은 다른 의미로 선전포고와 같기에 피해야 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위인 것은 확실하나 분명 14써클은 아니다.
“아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겨우 창조신을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이나 유일용신제님이 신경을 쓸 리가 없지 않는가?
유일신황(唯一神皇)님은 만나 뵙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그렇기는 하지.”
마신황제는 단숨에 납득했다.
바람가에는 마신족의 오리진님도 계신다.
유일마신황(唯一魔神皇)이란 순수하게 마신족으로서 10중심에 육박하는 강함을 이룩하신 분이라서 어떤 마신족도 나타나면 복종하고 따른다.
그리고 바람가에는 그 외에도 모든 종족의 궁극과 같은 오리진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런 존재를 직접 뵐 수만 있으면 자신의 앞으로의 진로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에 갈망을 하지만 아무나 만날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을 수련하고 있는 바람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바람성은 영원의 심판을 받고 있는 벌레들조차 주신을 능가하는 강함을 가지기에 아무도 접근할 수가 없다.
이러니 선을 대기는 고사하고 만나기조차 기적에 가깝다.외부에 활동하고 있는 바람가의 수가 극소수이다 보니 더욱 안개에 가려진 듯 알려진 정보는 없었다.
허나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모든 종족들이 각자 원하는 진화의 최종단계이며 더욱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확하기에 모든 종족들이 더없는 경외심을 가진다.
그런 오리진들이 수없이 모여 있는 바람가는 진리와는 또 다른 의미로 끝없이 상위에 존재하는 가문이다.
진멸도 이제까지와 다르게 눕거나 졸린 기색은 전혀 없었다.
분노한 흑염의 절대자가 자신의 칭호를 직접 호명하자 정신이 바짝 들어버린 것이다. 아니 흑염의 절대자가 강림한 순간부터 모든 창조신들이 살인적인 투기와 살기에 압도당해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주신미만이면 아예 파악도 안 되어 상관없는데 어중간하게 강하여 흑염의 절대자의 투기와 살기를 느낄 수 있으니 견딜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차원의 마도신이 계속 덤비는 것이 인상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저 놈 정말 잘 싸우네.”
“겁이 없나?
위축되는 기색이 전혀 없어.”
흑염의 절대자에게 인질을 들어 밀었다고 비난하는 창조신은 아무도 없었다.
10중심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고 이상이었다.
진리가 500억년의 세월을 들여서 전 주우주와 절대계에서 고르고 골라 완성시킨 절대적인 강자들이다.
자신들은 나타난 것만으로 절망을 느낄 정도로 힘의 격차를 느꼈다.
그런데도 차원의 마도신은 버티면서 반항하고 공격까지 한다.
상식을 벗어난 저 투쟁본능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저렇게라도 해서 포기하지 않고 발목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감탄만 할뿐이다.
꽈꽈꽈꽈꽈-!
안타레스들에서 일제히 발사된 포탄들이 흑염의 절대자에게 작렬하면서 폭발의 여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