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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566화 (566/1,533)

<-- 반역(反逆)과 충성(忠誠) -->

회색의 절대자가 서명 옆에 쓴 이름을 쓰고 나서  잠시 후 다른 10중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스럽게도 진리의 즉각 조치가 안 떨어졌다.

‘1대의 회색의 절대자의 이름을 이렇게 공식적으로 사용해도 진리의 개입이 없군.’

‘역시 합당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10중심이 되면서 과거의 이름은 사라지고 1대의 이름을 이어받는다,

2대라는 뜻은 1대를 뛰어넘는 강함을 가진 존재라는 증명이기도 하다.

현자계열은 직접 전투력이 약하고 워낙 모호하고 방대한 구석이 많아서 정확한 능력측정이 힘들지만 사용을 허가받았다는 뜻은 자격이 있다는 의미다.

정식으로 사용하고도 무사하다면 진리가 인정했다는 뜻이다.

‘아니면 벌써 끝장이 났겠지.’

절대계에도 가끔 진리의 허가 없이 10중심을 제외하고 최강을 자처하는 미친놈들이 나온다.

각 계열의 정점이라는 명예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진리의 시험에 들고 전원 예외 없이 바람성의 벌레로 보내졌다.

‘황금의 입장만 우습게 된 셈이네.’

‘흑염의 반대도 쓸데없는 짓이었고 말이야.’

서열전의 결과를 진리에게 보고하는 도전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회색에게 대신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함을 느꼈다.

‘회색이 진리에게 권능과 마도, 칭호까지 받았다고 했지.

은혜를 받고도 거역하게 된 셈이니 심사가 복잡 하겠군

그럼 곤란하지.’

진리가 바라는 일인 이상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도전의 시행은 된다.

그리고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

진리와의 전투는 망설임을 가지고서는 결코 버틸 수가 없다.

패배는 당연하겠지만 과정이 문제였다.

도전이 약할수록 진리의 분노를 사서 처참한 꼴을 당한다.

“10중심이 진리에게 도전하는 것을 반역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네.

오히려 충성이지.”

“..........”

역시 이건 또 어디의 개가 풀을 뜯어먹는다는 사실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궤변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저런 표정이었나?

그때 설명해준 것은 서열 1위인 황금이었지.

도전권에 대한 의무부여도 본래 서열 1위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지만 황금이 워낙 회색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니 어쩔 수가 없지.’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어차피 황금과 유일용신제의 대치는 그렇게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서로의 권능이 거의 완벽하기에 쉽게 끝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부상을 당한 황금이라고 해도 부동의 1위였다.

10중심에서 우열을 지킨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유일용신제라도 아차하면 당하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말할 시간은 많은 것이다.

“현실의 기본원칙은 모든 주우주는 동일한 잠재력을 가진다.

그리고 완벽한 권능이나 힘은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딘가의 창조신장이 다른 창조신장보다 강하다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똑같다.

직위만 가진다면 본인의 노력에 따라 최고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강자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추월을 당해 약자로 떨어지는 지독한 장치였다.

“완벽한 강자는 있을 수 없다는 의미도 되지.

진리는 냉혹하고 잔혹할 정도로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지 않고 공정하지.

이 의미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네.”

그 순간 대신과 다른 10중심들은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경건한 기도와 같았다.

누구에게 바치는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었다.

“진리 또한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라네.”

쿵-!

머리에서 둔중한 충격이 울렸다.

절대계와 모든 주우주위에 순수하게 강함으로써 최상위에 군림하는 진리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진리라면 일부러 그렇게 만들 수도 있었다.

“진리는 영원체와 인간의 혼혈이지.

물론 진리의 아버지께서는 영원체조차 능가하는 초월자였지만 결국 생명체이면서 필멸자이지.

아버지께 받은 것은 신체이고 어머니에게 받은 정신이라네.

영원체를 초월하며 끝없이 강해지는 인간의 육체와 영원체의 영원한 정신이 바로 진리의 본질이지.

신체의 진화를 정체된 정신이 못 따라간 1대 10중심과는 반대이지만 결국 문제는 같지.

그래서 완벽한 영원체라면 있을 수 없는 존재의 한계가 언제인가는 온다네.

이것이 영원체들이 진리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고 바꿀 수 없는 진실이지.”

존재의 한계라고 말은 곱게 했지만 신체와 정신의 균형이 어긋난다는 뜻이다.

육체와 정신이 어긋나는 것이 바로 광기다.

진리도 결국 1대 10중심처럼 미치게 된다는 뜻이다.

“아주 먼 미래인지 아니면 지금인지 모르지만 존재의 한계가 온 진리에 의해 절대계와 주우주는 전부 멸망할 운명이라는 뜻입니까?”

회색의 입에서 나온 결론은 지극히 당연했다.

진리를 이길 존재는 없다.

모든 절대계와 주우주가 힘을 합해도 불가능하다.

혼자서 모든 전장을 완벽하게 통재하는 바람가의 총가주였던 진리는 상대가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어설픈 수의 우위는 오히려 약점이 되기에 대등한 수준의 강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승부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진리가 존재의 한계, 즉 미친다고 하더라도 바람가는 결코 진리와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광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진리를 제외한 모든 것을 소멸시키려고 나설 확률이 컸다.

광기를 자극하는 상대가 사라지면 언제인가는 가라앉기 때문이다.

자신이 확인한 바람가의 전력은 10중심을 압도한다.

그래서 흑염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람가를 의뢰하는 형식으로 끌어들였다.

“훗-! 이것이 유명한 회색의 결론인가?

그럼 그럴 수도 있겠군.”

진리에게 절대계와 주우주가 멸망을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이었다.

절대계의 10분의 1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배자인 10중심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허나 권리보다 의무가 더 크기에 이해도 가는 부분이다.

진리의 영원한 행복을 위한 끝없는 발전을 유지한다는 것은 보통의 부담이 아니다.

끝없이 절대계의 수준을 따라오는 주우주에 비해서 2써클의 질적 우위를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절대계 전부를 그렇게 해야 하고 그 이상의 발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10중심에 부여된 의무였다.

각 계열의 정점이라 배워서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기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했다.

그것도 영원히 해야 한다면 정말 못할 짓이다.

“진리가 아무리 강해져도 끝까지 도전하고 대항하는 우리가 없다면 그렇게 되겠지.”

그리고 양손을 좌우로 펴면서 말을 한다.

그것은 경전을 암송하는 것과 같았다.

“진리에게 주우주가 버티다 못해 종속을 신청할 때마다 실망하면서 항상 말해왔지.

인간인 절반이 바뀌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지 말게 하라.

영원체인 절반이 고정된 미래에 안주하지 말게 하라고 말이야.

변하지 않을 운명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어떻게든 바꿀 수 있게 노력을 하라고 했지.

같은 조건에서 실행하면 실패가 당연하겠지만 약간씩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만이 운명을 바꾸는 힘이 된다.

그 가능성이 있는 한 나는 진리로서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끝없이 진리에게 도전하고 패배하면서 도전을 하고 있다네.

흣훗-! 진리가 실망하면 안 되지 않는가?

그것은 자네의 말대로 곧 모든 것의 끝이지.”

대신은 다른 10중심들을 쳐다보았다.

황금과 유일용신제, 자신을 제외하고 이들은 절대계 초기에 임명된 10중심들이 아니다.

절대계의 초기에는 너나없이 10중심이 되고자 했다.

진리의 친위대면 무소불위의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절대계의 1할을 관리하기에 실질적으로 그렇지만 주우주에 비해 2써클의 상위 수준유지 의무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못하면 바로 바람가의 벌레로 처분이다.

그러기 싫다면 받은 이름을 반납하고 스스로 내려서야 했다.

그래서 각 계열별로 본인이 기억하기에도 몇 십 명이 바뀌었다.

허나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은 달랐다.

2써클의 우위를 지켜야 하는 10중심의 의무도 자신의 모든 오의를 아낌없이 풀어서 해결하고 극한의 수련과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진리에게 당한 패배조차 밑거름으로 삼아서 끝없이 강해져 간다.

재능은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고 하지만 끈기와 인내, 배움의 자세만은 정말 놀랄 수준이다.

그 결과 당당하게 여기 서 있다.

‘수많은 전임자들이 끝없는 의무와 도전의 패배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했지만 이들은 견디어냈지.

힘보다 더 강한 의지를 가지고서 말이야.

신체와 정신의 불균형보다 영원체로서 의무를 견디지 못한 1대 10중심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진리의 뜻 대로다.’

최고만을 원하는 황금조차 인정하는 강자이면서 영원체의 정신마저 능가하는 의지를 가졌다.

투쟁을 일상으로 알면서 진리에게 도전하는 것조차 기쁨으로 아는 진정한 전사들이었다.

회색에게도 그럴 자질이 보였다.

황금과 흑염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를 알만했다.

가진 재능이나 신체의 수준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언제인가는 진정한 2대 회색의 절대자로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진리의 장난이든 변덕이든 회색의 절대자의 이름을 용인한 존재는 처음이다.

확실하게 진리에게 도전할 때 전력이 될 최고의 강자만을 원하는 황금에게는 미안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

그리고 막상 뽑아놓고 보면 대부분 버티지 못하니 어쩔 수가 없지.

선천적인 재능이 뛰어날수록 감당할 수 없는 패배나 압박에서 벗어나지를 못해.

일단 약자라도 의무와 시련을 견딜 수만 있다면 언제인가는 강자가 된다.

여기에 걸어보는 수밖에 없지.’

자신보다 하위 서열인 흑염의 반대는 이미 관심 밖이다.

본인부터 잘할 일이다.

애초에 자신이 정립한 권능이 2만 5천분의 1의 불완전함이라니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보아도 최고의 현자였던 ‘진실의 침묵’이었던 자신이 광전사나 다름없는 흑염의 절대자가 되기 싫어서 부린 꾀병이다.

지금 보아하니 아직도 회색의 절대자를 노리는 모양인데 지금이 ‘진실의 침묵’보다 효용성이 좋았다.

그리고 진리가 결정을 바꿀 리가 없었다.

뜻밖의 말에 혼란해하는 회색을 바라보면서 정리를 했다.

아직 10중심으로서 자각이 없으니 본인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자네가 진리에게 받은 칭호와 권능, 마도에 대한 대가를 알고 있지.

근원의 칭호의 대가로 진리보다 오래 살아 그의 마지막을 정리한다.

차원의 권능의 대가로는 그의 자랑이 된다.

그리고 마도의 대가로 진리에게 도움이 된다.

받은 것에 비해서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큰 대가를 약속했더군.

황금이라도 개인적으로는 모두 불가능하고 방법도 모호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네.”

철없던 과거의 생각이 났는지 인상을 쓰는 회색의 절대자에게 말을 한다.

“진리에게 승리하는 것만이 자랑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이지.

처음에 진리가 말한 대로 강자만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지.

그러나 혼자서는 절대로 무리이니 10중심이 모두 힘을 모아야지 겨우 가능성이 있다고 보네.

그러니 과거의 일은 잠시 묻고서 이번 도전에 최선을 다해주게.”

“!!!”

깨달음을 얻었는지 아니면 절망하는지 모르게 창백해진 회색의 절대자였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공간을 열었다.

쑥-!

그리고 손을 그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말을 했다.

“어이. 과거의 나.

의뢰다.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 2대의 이름으로 499주우주의 주신장인 차원의 마도신에게 정식으로 의뢰하지.”

안 끌려나오려고 발악을 하는지 공간의 문이 뒤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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