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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생존전략-573화 (573/1,533)

<-- 반역(反逆)과 충성(忠誠) -->

살기가 전혀 없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었다.

“!!!”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저절로 전투태세로 들어간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수련기간 내내 파멸유혼검으로 당했더니 이제는 보기만 해도 조건반사와 같았다.

더구나 같은 바람가의 오리진이 들고 있으니 반응이 더욱 컸다.

‘뭐-! 뭐야?

나는 차원의 오리진님을 처음 뵙는데 갑자기 왜 파멸유혼검을 꺼내시지?

내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인가?’

주우주 차원신의 오리진으로 임명이 절실하기에 차원의 오리진님은 반드시 만나기를 원했다.

다행히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같이 있어서 말을 꺼낼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짜고짜 파멸유혼검을 꺼내든 것이다.

투기를 일으키며 전투로 들어가려는 차원의 마도신을 주변의 바람가의 오리진들은 흥미가 있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리 강해도 주우주의 창조신이 바람가의 오리진을 이길 수 없는데 굴복하지 않고 다짜고짜 투기를 불러일으키다니 신기한 동물을 보는 표정들이었다.

상대의 눈앞에서 투기를 일으키는 것은 선전포고와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원의 오리진의 표정에서도 의아함과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신격이나 전력의 차이가 이렇게 극심한데도 싸울 의지를 가질 수 있다니 신기하네.

회색의 절대자의 힘의 비밀일지도 모르니 어디 시험을 해볼까?’

어느새 모두 꺼내들은 파멸유혼검에는 선명한 차원의 권능이 추가되면서 목검이 빛의 검으로 변한다.

형용할 수 없이 막대한 신력이 길이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빛의 검이 되어서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검이 서서히 차원의 마도신에게 향하려고 했다.

주우주의 창조신 정도면 이 일격이면 끝이었다.

그걸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덤벼들려고 하는 모습에 놀람까지 생겼다.

“그만-!”

보다 못한 마도신의 오리진이 중재를 하자 가볍게 빛의 검을 사라지게 하고 자신의 파멸유혼검을 그대로 허리로 돌렸다.

차원의 마도신도 거친 숨을 내쉬면서 가까스로 투기의 방출을 억눌렀다.

“헉-! 헉-!”

팔과 다리가 부들거리면서 앞으로 뛰어나가려고 한다.

수련기간 중 도망을 쳐도 저 목검의 일격을 피할 수 없기에 전진하여 최대한 공격기회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파멸유혼검을 보자마자 자동적으로 덤벼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바람가의 오리진은 완성된 강자라서 만에 하나라도 이길 승산이 없다.

더구나 차원신족의 오리진의 자격을 받으려면 절대 싸워서는 안 돼-!

가만히 있지 못해-!’

마도신의 오리진은 신체를 부들부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제어를 하려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면서 혀를 찰뿐이다.

“쯧-! 아직도 신체 제어가 제대로 안 되는군.”

“화아아아? 설마 불가해의 8시조를 교육시킨 것인가요?

거기에 흑염의 권능까지?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차원의 오리진은 몸 전체에서 슬며시 흘러나오듯이 요동치는 흑염의 권능도 놓치지 않았다.

마도와 차원, 거기에 불가해의 8시조와 흑염의 권능까지 익히고 있다.

아무리 수준이 낮아도 절대의 권능들이다.

마도신이 아무리 모든 마력과 권능을 도구처럼 다룬다고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정식이 아닌 편법이다.

일종의 신체적 조건반사로 집어넣어서 상당히 불안정하다.”

“그럼 회색의 절대자도 똑같이 익히고 있겠군요.”

“어차피 한 몸이니 나중에는 똑같겠지.”

그 말에 차원의 오리진이 생각에 잠겼다.

회색의 절대자가 보이는 차원권능의 규격외의 강함은 의문투성이였다.

그런데 지금 말로 어느 정도 풀렸다.

‘현재와 미래가 서로 보완하고 있다는 뜻이군.

그래서 저런 절대적인 마도와 차원권능을 회색의 절대자가 발휘할 수 있어.

그리고 나에게조차 주우주의 창조신이 투기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인가?

차원의 마도신과 회색의 절대자 둘 다 동시에 치지 않으면 처분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역시 마도신의 할아버님.

시간과 공간권능의 규정까지 이렇게 마음대로 부정하며 조정을 해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래도 모처럼의 장난은 여기까지인가 보군요.’

장난기 있는 웃음을 지우고 파멸유혼검을 들어서 내밀었다.

“나도 의뢰를 하겠습니다.

차원의 마도신.”

“에? 헉-!”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 내밀어진 목검의 끝에 기겁을 하려다가 의뢰라는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의뢰가 아니라 자청해서 어떤 명령이라도 받아서 잘 처리하여 능력을 인정받을 생각이었다.

바람가의 오리진의 소속신이 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흑마도사였던 자신이 신계로 입문하는 것보다 몇 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의뢰를 받으면 주우주 차원신의 오리진의 자격을 당당하게 달라고 할 명분이 생긴다.

엄청나게 좋은 일인 것이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지도 못하고 다짜고짜 하겠다고 다짐하는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는 마도신의 오리진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있었다.

지금 차원의 오리진에게 하는 꼴을 보니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 것이다.

멋대로 의뢰를 처리한 결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당연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할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저렇게 노골적으로 차원의 오리진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을 보고서 모르면 더 이상한 것이다.

‘주제도 모르고 주우주의 차원신의 오리진을 바라고 있군.’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 자격은 이미 있다.

마도신은 마력과 신력을 아무 제한 없이 다루기에 분명히 강력하다.

허나 마도신이라는 것이 마력과 신력을 같이 사용한다는 장점 때문에 정식 신족으로서 굉장히 문제가 많다.

일단 신족에게 마력을 사용하는 신이 인정받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기본적인 입문조차 마력과 신력을 같이 가져야 하니 극소수이다.

거기에 승급에 마력과 신력을 같이 상승시켜야 하기에 2배 이상의 노력이 들어간다.

그러니 마도신은 일족을 구성하기는 고사하고 소수정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창조신의 신족으로서는 치명적인 문제다.

‘그렇다고 차원신족의 오리진을 노리느냐?

주신장이 되니 부질없는 욕심이 생겼구나.

주우주 마도신족의 오리진이라도 똑바로 하려고 노력할 것이지.

그 이상을 바래?

멍청한 놈.’

자신의 의지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확실한 모양이다.

겨우 주신장이 되어 안정이 되는가 싶더니 또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자신이 보기에 지금까지 차원의 마도신이 겪었던 모든 고난은 능력에 비해 너무나 큰 것을 바라고 얻었기 때문이다.

힘은 안 되는데 어떻게든 이루고 유지하려고 하니 저렇게 위험한 길과 선택만이 온다.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다.

본인이 더 잘 되어보겠다고 발버둥을 친다고 비웃을 수는 없는 것이다.

‘허나 아느냐?

차원의 오리진은 너와는 너무 달라.

상위자와 하위자의 성향이 너무나 다르면 결국 파국이 온다.

넌 지금 죽을 장소로 머리를 들이민 것이다.’

‘각오는 되었습니다.’

대답을 들어보니 차원신의 오리진이 되기 위해 어떤 고난과 시련이라도 감수할 각오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명령대신 정식 의뢰라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을 보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었다.

바람가에서도 최고의 재능을 인정받고 능력까지 가진 차원의 오리진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차원의 오리진이 내민 파멸유혼검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들은 차원의 마도신이 씩씩하게 답변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누구를 칠까요?

파멸유혼검을 주시는 것을 보니 죽여서는 안 되는 것 같은데 철저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물론 누가 그렇게 했는지 철저하게 인식시키면서 처리를 잘 하겠습니다.

누군지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알아서 처분하겠습니다.”

척하면 척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죽여서도 안 된다면 바람가의 하위조직의 내분일 것이다.

그리고 외부인인 자신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맡긴다면 직접 벌을 주기는 곤란하지만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할 상대일 것이다.

‘보나마나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해 날뛰는 골치가 아픈 후손중의 하나겠지.

정식 혈족이 아닌 이상 불가해의 8시조를 익히지는 못했을 것이다.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처리를 한다.’

바람가의 피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창조신장과 동급이라는 절대계 하급전사이겠지만 지금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자신의 창조신으로서 성공을 위해 정식으로 등재시킬 수 있는 신족은 꼭 필요했다.

그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뛰어난 창조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최고의 명문의 자리가 예약된 차원신족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런데 상상을 초월하는 의뢰의 내용에 잠시 멍해졌다.

“야만스런 전투행위는 가장 마지막의 수단입니다.

세상은 서로 대화하면 소통할 수 있고 이해도 가능합니다.

그것은 가는 길이 다른 바람가와 10중심이지만 진리 할아버님을 같이 모시기에 뜻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거기에 10중심의 서명을 받아오십시오.”

“........”

차원의 마도신의 귀로 처음 듣는 단어로 구성되어 이해하기 힘든 의뢰의 내용이 들려왔다.

‘대화? 소통? 이해?

영원한 행복이라는 황당한 목적달성에 지쳐서 진리를 넘어서려는 10중심이다.

그런데 진리를 맹종하여 대립하는 바람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뜻을 어떻게 모아?

둘 중 하나는 입 닥치고 사라지는 것이 빠를 것인데?’

강자와의 전투가 아닌데 흑염의 절대자를 꼬이기 위한 미끼역할 보다 더한 위기감이 든다.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경고대로 무엇인가 엄청나게 잘 못 걸린 느낌이었다.

그래도 의뢰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자신의 손에 쥔 차원의 오리진의 목검의 검면을 잘 살펴보았다.

‘여기에 10중심들의 서명을 받아오란 말이지.

그래 서명이라면 회색의 절대자인 내 미래에게 부탁하면 어찌 될지도 몰라.

아니 되게 한다.’

목검의 검면의 공간이 충분하니 10중심들의 서명이 들어갈 공간은 충분했다.

그런데 전부가 비어있지 않았다.

손잡이 부근의 검면에 내용이 써져있었다.

거기에 상상을 초월한 내용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푸풋-! 친애(親愛)하는 나의 혈족인 차호(次湖)에게?’

다급하게 목검을 뒤집어 반대편을 보았다.

휙-!

역시 반대쪽의 검면에도 글이 있었다.

‘바람가의 영광이 되어라. 110대 한진안(韓眞眼).’

검면에 새겨진 내용을 보니 머리가 멍해져간다.

‘진리의 바람가로서의 이름이 왜 여기에?

그럼 이거 진짜 바람가의 가주로서 혈족에게 주기위해 만드신 파멸유혼검이야?

내용은 이게 뭐야?

결국 친애하는 바람가잖아?

여기에 10중심의 서명을 받아오라고?

이걸 어떻게?

잘도 해주겠다.

말만 꺼내도 죽이려고 들 것인데?

아니 내 미래인 회색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도 그냥은 안 넘어간다.

어처구니가 없네.

하.하.하.하.하.’

하도 어이가 없어서 뚝뚝 끊어지는 웃음소리가 마음속에서 메아리를 치듯이 울렸다.

그런데 마도신의 오리진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쯧-! 요즘 젊은 것들은 강하기만 하면 다 좋다고 하지.

하여간 아직 철이 덜 들었구나.”

“헤헤헤헤.

제 아들에게 자랑하려고요.

그 아이도 10중심들의 열성적인 팬이랍니다.

저의 하위의 후손들도 가급적 친분을 쌓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가 전면에 나서고 싶습니다.”

“흐음? 네가 직접 나서겠다면 상관없다.

하여간 알아서 잘 해라.

아직 때가 아니니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지.

우리는 본가로 돌아가서 수련에 들어간다.”

“맡겨주세요.

여기 차원의 마도신에게 의뢰를 시작으로 잘 조정해 보이겠습니다.

진리 할아버님이 바라시는 ‘영원한 행복’에는 평화가 전쟁보다 먼저지요.”

차원의 마도신은 잔뜩 기대가 된다는 차원의 오리진의 표정을 보니 대충 어떤 성향인지 알 것 같았다.

바람가와 10중심의 중재는 핑계고 이건 순수하게 유명인에게 사인을 받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진리가 축복한 자신의 파멸유혼검에 10중심의 서명까지 받을 생각인 것이다.

그걸 후손들에게 자랑할 생각이다.

‘완전히 본인의 감정에 충실한 거침없는 행동이다.

이런 바람가의 오리진님도 있나?’

마도신의 오리진님에게 험악한 강제 수련을 당하면서 바람가의 오리진을 전원 그렇게 생각했다.

단순하게 자신과 비슷하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과격한 성격으로 판단한 착오였다.

이렇게 긍정적인 존재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치기어린 행동을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주변의 바람가의 오리진까지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아예 모두 맡기고 있다.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다른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이 이런 신뢰를 보이지.’

주변과 상대의 사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것을 관철할 정도로 친인의 무조건적인 지지까지 받고 있다.

끝없이 낙관적인 생각을 보충할 정도의 강력한 능력까지 있다는 소리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철없는 생각과 그것을 보완하고 남을 정도의 능력이 합하면 하위자들에게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

진리에게 휘둘리는 10중심들의 끝없는 고난이 그것이다.

‘진짜 도련님이었구나.

정말 잘 못 걸렸다.’

차원의 오리진의 ‘세상은 아름다워.’라고 하는 것 같은 밝은 얼굴을 보니 위가 뒤틀리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오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차원신족의 오리진이 되는 것이 아무리 절박해도 자신이 이런 진짜 도련님에게 가까이 갔다가는 정말 그대로 갈려나갈 것 같았다.

험하게 혼자 자란 자신이 도저히 버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차라리 다짜고짜 패시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백배 낫지.

이건 도저히 못해먹겠다.’

거절한 결심을 굳히고 말하려는데 막 떠나시려는 마도신의 오리진님이 무엇인가 차원의 오리진님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무엇인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다음 들려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제가 나선이상 극한의 대립의 시기는 갔습니다.

이제 세상은 소통과 화해의 시대입니다.

당신은 10중심과 바람가의 평화와 화합의 가교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의뢰가 잘 마무리가 되면 원하시는 대가로 잘 챙겨드리죠.

마도신의 할아버님께서 방금 언질을 주셨는데 주우주의 차원신족의 오리진의 자격을 원하신다고요?

주우주의 차원신족만이 아니라 차원마신족의 오리진까지 인정해드리지요.

권능도 차원일족뿐 아니라 특별히 마도신 전용으로 조정해서 더 챙겨드리겠습니다.

이번 의뢰를 잘 부탁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차원의 오리진님.

신명을 다해서 이루어내겠습니다.”

보상에 눈이 어두워 결국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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